CAR&TECH

포드의 헤리티지를 가득 품은 머스탱과 브롱코

미국차의 근본

프로필 by 박호준 2024.12.23
MUSTANG
“1232km 후 우회전입니다.” 한국에선 불가능하지만 미국에선 가능하다. 몇 시간을 내리 달려도 수평선과 맞닿은 길은 끝날 줄 모른다. 이런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면 좁고 가파른 코너를 날렵하게 돌아 나가는 F1보다 직선주로 400m를 빠르게 달리는 드래그 레이스나 타원형의 오벌 트랙을 뱅뱅 도는 인디카 레이스가 미국에서 더 인기를 끄는 게 이해가 된다.
머스탱이 지난 60년 동안 인기를 끈 이유도 비슷하다. 1964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됐을 때 포드는 연간 10만 대 수준의 판매량을 예상했으나 1년 만에 약 41만 대가 팔리며 대박을 쳤다. 콤팩트한 차체에 대배기량 엔진을 얹어 빼어난 가속 성능을 실현한 덕이었다. 가격도 젊은 세대가 구매 가능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머스탱의 성공 이후 다른 브랜드에서도 앞다퉈 같은 콘셉트의 모델을 출시했다. 그러니 ‘아메리칸 머슬카’라는 장르를 머스탱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닷지 챌린저와 쉐보레 카마로가 생산을 중단하면서 희소성이 더욱 높아졌다.
신형 7세대 머스탱에서 발견할 수 있는 디자인 헤리티지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3분할 리어 램프’다. 출시 시기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약간 다르지만 머스탱의 리어 램프는 줄곧 3칸으로 나뉜 디자인이다. 이를 활용해 신형 머스탱은 리어 램프 세 칸이 차례로 점멸하며 운동감을 부여하는 ‘턴시그널’ 기능을 탑재했다. 두 번째는 ‘패스트백’ 디자인이다. 뒷유리가 비스듬히 누워 있어 지붕부터 트렁크까지의 실루엣이 낮고 길게 뻗어 있는 형태를 가리킨다. 루프 라인은 잘록하고 후면부 볼륨은 우람하게 만든 덕에 보디빌더의 역삼각형 몸매를 보는 듯한 근육질 몸매를 뽐낸다. 세 번째는 드리프트 브레이크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를 적용하면서도 그 작동 방식은 과거의 레버식 브레이크와 동일한 형태, 당기면 멈추고 내리면 풀리는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매년 4월 17일은 ‘머스탱 데이’다. 2014년엔 머스탱 50주년을 기념해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 차량을 전시했다. 지난 4월에는 60주년을 기념해 2000여 명의 오너가 미국 모터스포츠의 성지 ‘샬롯 모터 스피드웨이’에 모여 축제를 즐겼다. 내년엔 머스탱 익스피리언스 센터도 같은 곳에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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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롱코는 포드의 첫 SUV다. 1966년 등장해 1996년까지 생산되다가 익스플로러(1990년)와 익스페디션(1996년)에 자리를 물려주고 단종됐다. 그랬던 브롱코가 2021년 다시 돌아왔다. 1세대 모델과 똑 닮은 각진 디자인과 둥근 헤드램프를 사용해 레트로 감성을 듬뿍 담은 채로 말이다. 브롱코의 등장으로 오프로드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질주하던 지프엔 빨간불이 켜졌다.
흥미로운 점은 포드의 두 헤리티지 모델, 브롱코와 머스탱이 같은 인물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리 아이아코카와 도널드 넬슨 프레이다. 1966년 브롱코 출시 보도자료에서 도널드는 “브롱코는 머스탱과 더불어 운전자에게 모험 정신과 실용성을 제공하도록 설계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차의 개발 목적과 쓰임이 명확한 모델이라는 뜻이다.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네모반듯한 차체 디자인과 위아래로 나뉘어 열리는 트렁크가 그렇다. 사륜구동을 기본 탑재해 픽업트럭 못지않은 험로 주파 능력을 달성한 것도 마찬가지다.
“혁신은 디지털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25년 만에 돌아온 브롱코를 소개하던 폴 레이스 수석 디자이너의 말이다. 개발 단계부터 오프로드 마니아들의 피드백을 수용해 보닛 위 좌우에 ‘프런트 펜더 고정용 훅’을 장착했다. 장치를 활용해 차체에 흠집을 내지 않고 로프나 짐벌 같은 부속품을 손쉽게 고정할 수 있다. 사이드미러가 문에 달린 다른 도시형 SUV와 달리 브롱코는 보닛 위에 위치한다. ‘찐 오프로더’답게 문을 전부 떼어내더라도 사이드미러를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신형 브롱코의 드라이브 모드 이름은 ‘G.O.A.T(Goes Over All Terrain)’다. 훌륭한 스포츠 선수를 칭할 때 사용하는 ‘G.O.A.T(Greatest of All Time)’를 떠올리게 하는 언어유희다. 그런데 그 역사가 한참 오래됐다. 1963년 포드가 브롱코 개발에 착수했을 때 내부 보고서 제목으로 ‘1966 GOAT’라고 적었던 기록이 남아 있다. 또한 포드는 당시엔 생소한 개념이었던 ‘SUV(Sports Utility Vehicle)’를 내세워 브롱코를 홍보했다. 그러니까 세단 라인업을 정리하고 SUV 라인업에 집중하기로 한 포드가 브롱코를 부활시킨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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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PHOTOGRAPHER 백건우
  • ASSISTANT 임성훈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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