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박정훈 대령의 의미
그는 아마도 헌병 중 유족의 편에 선 유일한 장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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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JUNGHOON
조금 감정적인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군대란 정말개 같은 곳이다.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자신도 모르는 욕망으로 가득 찬 스무 살 남짓의 몸으로 최저임금의 절반도 안 되는 돈을 받고 누군지도 모르는 아저씨들이랑 좁디좁은 울타리안에 갇힌 채 근 2년을살아야 한다. 엄마는 그런 곳에 아들을 보내는 것만으로도고통인데,만두를 먹고있었다던 아들이주검으로 돌아왔다. 온몸에 멍이 든 아들을 보고도 군병원에선 질식사라 했는데, 나중에 조사해보니 갈비뼈가 부러져있었단다.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 씨는 그렇게 만두를 먹다 갈비뼈가 부러져 죽은 아들 때문에 올해로 10년째 다른 모든 장병의 죽음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해오고있다.혈액암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병원의 진단을 무시한 부대장 탓에 치료해보지도 못하고 급성 골수성백혈병으로 사망한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 뇌수막염에 타이레놀과 냉수마찰을 처방받은 채 군병원을 전전하다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한 노우빈 훈련병의 어머니 공복순 등이 그녀와 함께한다. 이들이 밝혀야 하는것은 이런것이다. 고무장화는 신고 구명조끼는 입지않은 채 급류에서삽 한 자루를 들고 바둑판식 수색을 하다 지반이 무너지는 바람에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채수근 상병의 죽음이 누구의 책임인지, 대체 상륙장갑차가 철수해야 했을 만큼 유속이 빠른 급류에서 해병대 장병들에게 소방당국도 만류하는 인간띠를 만들어 수색하게 한 사람이 애초에 누구인지. 그런 것들을 알아내고, 그 과정을 방해하는 모든 압력을 처벌하기 위해 이들은 싸운다. 이제 어머니들은 외롭지않다. 처음으로 군 내부에서 먼저 그 실체를 밝히기 위해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등장해서다. 채수근 당시 일병의 죽음을 조사한 뒤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에게 과실치사혐의가 있다고 보고 법에 따라 경찰에 조사기록을 이첩하려 한 박정훈 대령(해병대 수사단장)은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 말라는 상관의 지시를 거스르고 법에 따라 이첩해야 할 수사 자료를 이첩했다는 사실때문에 상관 명예훼손과 집단항명 수괴 명목으로 입건됐다. 지금까지 군 부조리 은폐의 본체로 여겨졌던 헌병대의 수사단장이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를 최소화하려는 군의 생리를 정면으로 거역하고 한 군인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대령으로서의 경력과 근미래의 자유를 건 셈이다. “저는 헌병들과 싸우느라 인생을 다 보냈어요.” 세상을 떠난 처남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안미자 어머님과 함께 싸워온 고 윤승주 일병의 큰 매형 김진모 씨는 군 인권운동가들을 다룬 다큐멘터리<엄마의 말뚝>에서 이렇게 말했다. “28사단이나 6군단에서 나타나진 않았지만 해병대에서 나타났잖아요.” 고 윤 일병은 6군단 예하 제28보병사단의 한 포병부대 의무대에서 사망했다. 군에서 가족을 잃은이들에게 박정훈 대령이 어떤 존재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다. 지난 9일군사법원은 박 전 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군검찰은 항소했다. Credit
- ILLUSTRATOR KASIQ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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