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울 것이 없는 소년 박지훈

네 맞아요.

그렇게 되나요?

<약한영웅 Class 1> 때처럼 너무 좋았고 재미있었어요. 분장해주시는 분들도 똑같아서 신경 쓸 일 없이 촬영 가는 길이 늘 즐거웠고, 재밌었습니다.

사실 <약한영웅 Class 1>은 연시은이 다시는 친구들을 사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끝이 나요. 그래서 <약한영웅 Class 2>에서 바로 친해지는 친구는 없어요. 그런 시은이를 보며 시청자들은 아마 후반으로 갈 수록 ‘누군가가 손을 잡아줘야 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박후민(려운 분)이라는 친구가 <약한영웅 Class 1>의 수호처럼 강한 느낌이고, 서준태(최민영 분)라는 왜소하고 약해 보이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는 강강약약의 느낌이에요. 강자한테는 오히려 강하고 약자에겐 약해요. 그렇게 항상 붙어 다니던 친구들이랑은 자연스럽게 얽히면서 좀 쫀득해졌어요.

아주 재밌게 잘 지냈습니다. MT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공간을 빌려서 대본 리딩 겸 회식도 하고 술도 한잔씩 하고요.

오래가는 것 같아요. 촬영은 한참 전에 끝났는데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요. <약한영웅 Class 1> 친구들과도 간간이 연락하고요.

<약한영웅 Class 2>는 시은이의 상태를 조금 더 잘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친구라는 키워드. 친구는 떼려야 뗄 수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약한영웅 Class 1>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시은이의 엄마는 스타 강사고 아빠는 유도 지도자로 전지훈련을 다니느라 시은이와 함께 있어주지 못해요. 그게 제 경험이랑도 좀 겹쳐요. 그 시기에 저도 (연습생 생활 탓에)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수 없었던 터라 친구가 제 세상의 전부였거든요. 그런데 시은이는 그런 게 없이 공부에만 매진하는 아이로 등장하지요.

그런데 사실 레슬링 기술이 액션에 많이 들어가지는 않아요. 시은이는 레슬링 기술보다는 주변에 있는 이런저런 도구들을 활용해 싸우는 캐릭터라서요. 다만 레슬링을 배우면서는 체력과 그라운드 기술이 살짝살짝 나올 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바닥에서 자세가 어색하지 않더라? 뭐 그 정도죠.

워낙 안무를 여러 번 외워서인지, 액션 합을 외우는 것도 정말 빨라요.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합이 바뀌어도 조금만 맞추면 금방금방 외워요. 정말 다행이죠.

정말 강하게 컸죠.(웃음) <프로듀스 101>뿐만 아니라 회사 연습생을 할 때도 주간 평가, 월말 평가 이런 게 있잖아요. 근데 그 시간 안에 내가 하고 싶은 안무라든지 노래라든지 그런 걸 다 외워서 평가 영상을 찍어야 하니까요. 남들 공부할 시간에 저는 몸짓을 카피하는 방법을 공부한 셈인데, 못하면 더 이상한 게 아닐까요.(웃음)

금성제 역을 맡은 준영이 형, 이준영 배우라고 있는데, 이 형이 힙합을 너무 좋아해요. 저는 또 팝핀을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둘이 촬영 끝나고 여행 가서 바닷가에서 스피커를 틀어놓고 서로 춤추고 영상 찍어주고 피드백 해주고, 한강 가서 똑같이 또 서로 찍어주면서 놀고 그랬는데, 그게 기억에 남아요. 한번은 준영이 형 휴대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제 인스타그램에 올린 적도 있어요.

피드가 아니라 스토리로 잠깐 올렸어요.

제가 SNS를 잘 못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요. 회사에서 가끔 뭔가를 스토리로 좀 올려달라고 요청하데, 그런 요청을 받으면 그걸 또 어떻게 해야 하나 한참 보고 있어요. 어떻게 하는지를 몰라서요. 일단 들어가면 버튼이 너무 많은데, 그 버튼이 뭔지 안 쓰여 있잖아요? 밑에 조그많게 ‘공유’ ‘포스팅’ ‘댓글달기’ 뭐 이렇게 쓰여 있으면 하겠는데, 무슨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를 모르니까 제가 혹시나 사고 칠까 싶어서 조심스럽더라고요.

사진 하나 올리는데도 터치 한 번 잘못하면 또 무슨 글씨를 쓰라 그러고. 이런 게 너무 어려워요.

(웃음). 그런 것만 그래요.

그래서 뭐 하나 올릴 때도 한참을 고민해요.

팬들도 다 알고는 있을 거예요.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나오나요?

휴…심각하네요.

그래야죠.

예. 영화고 사극이에요. <왕과 사는 남자>라고, 제가 단종으로 나오고 유해진, 유지태, 전미도 선배님이 함께하세요.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선배님들이 괜히 후배들의 우상인 게 아니더라고요.

실은 그때도 걱정이 있었어요. 그게 내비쳐진 게 아닐까 싶어요.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는데 시간이 지나도 계속 똑같은 애교를 떨다가 ‘더는 귀엽지 않은 순간이 오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애교를 하면서도 현타 아닌 현타가 그래서 왔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제가 어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때는 더 아기였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룹 할 때 ‘저장 지훈’이라는 별명과 대비되는 ‘숙소 지훈’이라는 별명이 따로 있었어요. 멤버들이 장난으로 “카메라에 비춰지는 지훈이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에요. 숙소에서의 지훈이가 진짜입니다”라고 놀리고 그랬죠. 치킨을 손으로 들고 와구와구 뜯어 먹는 게 숙소 지훈이라면 카메라만 돌면 제가 ‘옴뇸뇸’하고 예쁘게 먹게 되더라고요.

남들이 보기에는 드라마틱해 보일 수 있죠. 근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저 감사한 삶을 살고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제가 노력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릴 때부터 무릎에 물 차가면서도 2~3시까지 연습하고 6시에 일어나 등교하고, 조퇴하고 또 연습하고 레슨받고, 준비를 했으니까 드라마틱하다는 느낌은 없어요.

결과는 움직여야 나오는 법이죠.

전 대본을 정말 천천히 봐요. 원래 책을 읽는 것보다도 더 오래 읽어요. 한 장을 보고 또 보고 계속 천천히 읽어요. 그러면서 그 신을 촬영할 때의 현장과 그 캐릭터로 분한 나, 상대 배역의 액션과 리액션을 모두 상상해요.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인데, 그런 식으로 대본을 계속 보다 보면 어떤 식으로 이 캐릭터가 그려져야 할지, 혹은 그려질지 이 캐릭터의 근간이 뭔지, 또 궁극적인 목표는 뭔지가 보여요. 그다음부터는 연습과 반복이죠.

자기 자신이요? 전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냥 다 모르겠어요. 제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본능에 가까운 사람 같긴 해요.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 같아요. 내가 이루고 싶은 건 이루고, 내가 해보고 싶은 건 하는 사람. 잘은 모르겠지만 저는 도전을 되게 좋아하는 사람 같아요. 제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울리든 어울리지 않든 저는 이것저것 다 도전해보고 싶어요. 악역, 선역, 멜로, 로맨틱 코미디, 액션에도 모두 도전해보고 싶어요. 실패든 성공이든 따지지 않고요.

두려워하지 않는 소년? 지금의 제가 딱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