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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한 것

<약한 영웅> 시리즈로 넷플릭스를 뜨겁게 달군 박지훈이 누군가의 표현에 따라 '우주가 담긴 아름다운 눈망울'로 말했다. 아직 나는 두려움이 없는 소년이라고.

프로필 by 박세회 2025.04.22
재킷 토니웩. 셔츠 하이웨이 빈티지. 해트 에릭자비츠. 네크리스 크롬 하츠.

재킷 토니웩. 셔츠 하이웨이 빈티지. 해트 에릭자비츠. 네크리스 크롬 하츠.

이렇게 실제로 만나게 되네요. <프로듀스 101> 시즌 2 때부터 팬이었어요. 그때는 워낙 귀염둥이 애교쟁이라고만 생각했는데요.

그런 이미지가 강했죠. 실은 그걸 벗고 싶다는 생각도 좀 했던 것 같아요. 그 시절을 부정하는 게 아녜요. 그 나이 때는 그 나이 때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귀엽고 싱그럽고.

<약한 영웅> 시즌 1이 나왔을 때 충격적이었죠. 이글거리면서 눈물을 참는 표정의 임팩트가 굉장했거든요. 저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약한 영웅>은 찍기 전부터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고 들어간 작품이라 예상한 결과이기는 했어요. 반향이 이 정도로 크리라고는 예상 못 했지만요. 이 악물고 준비를 했었죠. 제 팬들이 두 모습을 다 좋아해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원래부터 연기자가 꿈이었다는 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더군요.

어릴 적엔 아이돌에 크게 관심이 있지는 않았어요. 뮤지컬 배우나 영화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죠.

아이돌로 전향한 계기가 있나요?

중학생 때 팝핀 동영상을 보다가 그 춤 영상을 보고 완전 빠졌어요. 스트리트 댄서분들의 영상이었는데, 그 영상에서 시작해 점차 아이돌의 안무에까지 관심이 옮겨갔어요. 문득 그들이 짓는 표정을 보며 ‘나도 무대에서 저렇게 표정 연기를 하면, 춤도 추고 내가 좋아하는 연기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아이돌로 목표를 바꿨죠.

연기를 목표로 했던 시간이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인 것 같아요. 아이돌도 첫 번째 계약기간이 끝나고 나면 인생의 방향을 바꿔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시기가 오잖아요.

그런 셈이죠. 제 팬덤은 아이돌 활동에서부터 시작된 거잖아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돌이라고 언제까지나 한 마리의 토끼만 계속 잡고 있을 수만은 없겠다 싶더라고요. 배우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해요.

본인은 알았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한다는걸?

(웃음) 전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데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시절에는요?

신입생 땐 이론이나 기본을 다지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론 수업을 듣거나 작품을 보고 감상문을 쓰는 수업들이요. 사실 바쁜 스케줄들 때문에 여러 강의나 실기 수업들을 배워보지 못했어요. 아쉽죠.

전 연영과를 다니면 돌아가면서 대부분의 수업이 모롤로그를 하고, 서로 합동 평가를 해주는 식인 줄 알았어요. ‘자네 이 로미오의 방백을 해보게’ 뭐 이런식으로요.

저는 아직까지는 그런 수업은 전혀 없었어요.(웃음)

톱 톰스벌스데이. 팬츠 아크네 스튜디오. 슈즈 1017 알릭스 9SM. 네크리스 디젤.

톱 톰스벌스데이. 팬츠 아크네 스튜디오. 슈즈 1017 알릭스 9SM. 네크리스 디젤.

<약한 영웅> 말고도 판타지 사극 <환상연가>와 하이틴 무비 <연애혁명>의 주연을 맡았죠. 연기라는 게 좀 재밌던가요?

너무 재밌죠. 새로운 캐릭터를 맡고 새로운 대본을 보고 새로운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고 흥분돼요.

전 <환상연가>를 보며 사조현이라는 캐릭터가 인간 박지훈 같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사조현은 악희의 더블(한 얼굴의 두 인격체)이잖아요. 마치 연기자 박지훈과 아이돌 박지훈이 더블인 것처럼요.

실은 저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두 캐릭터 모두 인간 박지훈과 비슷한 인격은 전혀 아니지만, 상반되는 두 가지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접근에 도움이 되는 점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또 그렇다고 그걸 기초로 삼아서 캐릭터를 만든 건 아녜요. 다만 이런 식으로 개념적으로 접근해볼 수 있겠구나 생각만 했죠.

그 드라마의 재밌었던 설정 중 하나는 숨겨진 캐릭터인 ‘악희’가 오히려 악인이 아니라는 점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 점이 재밌죠. ‘악희’라고 하면 이름이 주는 뉘앙스만으로도 나쁜 이미지가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그런 캐릭터가 전혀 아니고 오히려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었어요. 본능에 가장 가깝게 움직이는 인물이고....

로맨티시스트죠.

맞아요. ‘사조현이’라는 캐릭터는 연기를 하면 할수록 남들의 시선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한 수 앞을 내다보려 한다는 느낌이 강했던 반면, 악희는 오로지 직진. 그 여자만을 위해서 목숨도 내어줄 수 있는 그런 로맨틱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죠.

누가 더 마음에 들었어요?

저는 오히려 악희가 더 친근하고 마음이 가요. 남자다운 면들이 마음에 남아요.

한편 ‘악희’에 비하면 <약한영웅 Class 1>에서 박지훈이 맡았던 시은은 처음에는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어떻게 보면 악인이죠. 아무리 상대가 일진이라고는 하지만, 시은은 폭력으로 다른 사람을 벌하는 사람이에요. 게다가 그 이유도 처음에는 굉장히 이기적이죠.

악인…흠….

물론 이건 성장 드라마입니다. 악인으로 남지는 않죠.

맞아요. 시은이 성장담을 그린 작품이고요. 사실 어떤 이유에서도 폭력은 정당화되지는 않죠. 그렇긴 한데 저는 그 시기의 시은을 이렇게 이해했어요. 계획형인 분들을 보면, 자기 루틴이나 계획이 깨지면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민감하게 반응하잖아요.

MBTI에서 말하는 ‘J’들 말이죠?

그쵸. 그 J분들처럼 시은이는 자기만의 루틴이 있는 애예요. 공부할 때는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한 아이인 거죠. 외부적인 조건으로 자신의 루틴이 방해받으면 그게 시은이한테는 극한의 스트레스인 거죠.

톱 비욘드클로젯. 스커트 웰던. 팬츠, 슈즈 모두 로에베.

톱 비욘드클로젯. 스커트 웰던. 팬츠, 슈즈 모두 로에베.

인간 박지훈은 어때요?

전 완전 무계획형 P예요. 완전 P라 여행 갈 때도 목적만 정해놓고 그냥 가요. 막상 갔는데 좀 피곤하면 그냥 숙소에서 잠만 자요. 그러다 좀 회복돼서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배고프면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먹고.

하하하. 진짜 P군요. 그나저나 이번에 <약한영웅 Class 1>이 3월 25일부터 넷플릭스에 풀리잖아요. 더 많은 사람이 박지훈의 연기를 보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약한영웅 Class 1>에서 본인도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장면이 있나요?

사실 너무 많아요. 일단 펜타닐 신을 꼽을 수 있겠죠. 영빈(김수겸 분)이 시은의 시험을 망치려고 은밀한 경로로 구한 펜타닐 패치를 범석을 시켜 시은의 목 뒤에 붙이는 장면과 그 뒤에 이어지는 장면들이죠. 시은은 힘들게 시험을 치긴 하지만 영빈이 그랬다는 걸 알게 되고는 책상을 쾅 하고 내려치고 영빈의 패거리에게 책과 펜을 들고 복수하러 가지요.

그 유명한 ‘뉴턴의 제2법칙’이 나오는 장면이군요.

맞아요. 사실 그 장면은 막상 찍을 때는 카타르시스가 일지 않았는데,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희열을 느꼈어요.

찍을 때 후련했던 장면은요?

마지막 화에서 창문 다 깨부수면서 소리 질렀을 때, 뭔가 말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 느낌이 가슴속에 남았어요.

사실 시은이가 영빈의 패거리를 때릴 때 꽤나 잔인하잖아요. 거기서 시은이가 폭력을 행사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 표정이었다면 시청자들이 좀 밀려났을 거예요. 그런데 시은이는 폭력을 행사할 때마다 마치 울 것 같은 큰 눈망울로 사슴처럼 슬퍼해요. 그래서 빨려 들어가서 시은의 편에 서게 되는데 그게 정말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눈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약한영웅 Class 1> 찍을 때도, 워너원으로 그룹 활동을 할 때도 그랬어요.

어떤 얘기를 들어봤어요? 좀 낯간지러워도 말해주세요.

(웃음) ‘네 눈을 보고 있으면 우주를 보는 것 같다’거나, ‘눈으로 감정을 다 느낄 수 있게 전달한다’는 말을 다른 멤버들한테 들었어요.

대단한 칭찬이네요. 지금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범석(홍경 분), 수호(최현욱), 석대(신승호 분) 뭐 이런 등장인물들이 사실 지금은 엄청난 배우가 됐어요. 세대를 대표하는 주연배우죠. 찍을 때부터 느낌이 좀 왔나요?

저는 첫 대본 리딩할 때부터 이미 느끼고 있었어요. 와, 이 사람들 정말 엄청나다고요. 현욱이를 보면서는 손석구 선배님을 생각했어요. 손석구 선배님 연기하는 걸 보면 개인적으로 ‘이건 정말 날것이다’라고 느끼거든요. 표현을 많이 안 하는데도 모든 게 거칠고, 남자답게 느껴져요. 현욱이를 보며 비슷한 걸 느꼈어요. 경이 형이 주는 에너지는...그건 말로 설명이 안돼요.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받아요. 그들이 너무 대단하다는 건 첫 리딩 때부터 느꼈어요.

그 사람들도 박지훈을 보고 놀랐을 것 같은데요.

현욱이가 비슷한 얘기를 하긴 했어요. ‘내 마음속에 저장’을 처음 만든 아이돌 그룹 멤버인 줄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가 아니었을 텐데...그냥 얘기해줘요.

(웃음) 아이 참. “말해 뭐 하냐” “이미 눈으로 전달되는 것부터가 게임 끝이다” 뭐 그런 얘기들을 들었죠. 감독님도 프레임 안에 제가 들어오면 몰입하게 되는 눈을 가졌다고 해주셨어요. 아무 말 안 하고 있어도 집중이 된다는 식으로요.

재킷, 셔츠 모두 웰던. 팬츠 더뮤지엄비지터. 슈즈 푸마. 링 골든구스.

재킷, 셔츠 모두 웰던. 팬츠 더뮤지엄비지터. 슈즈 푸마. 링 골든구스.

Credit

  • FASHION EDITOR 박민진
  • FEATURE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최은미
  • STYLIST 이민규
  • HAIR 신효정
  • MAKEUP 박민아
  • ASSISTANT 남가연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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