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연속 '올해의 마스터 블렌더' 수상, 듀어스 스테파니 맥로드와의 인터뷰
듀어스의 7대 마스터 블렌더인 스테파니 맥로드는 사상 최초로 IWC에서 6년 연속 ‘올해의 마스터 블렌더’로 선정된 인물이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녀가 꺼내놓은 것은 ‘팀워크’, ‘전통’, 그리고 ‘끊임없는 혁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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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연속으로 ‘올해의 마스터 블렌더(Master Blender of the Year)’ 상을 받아 신기록을 세웠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기록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IWC(International Whiskey Competition)는 스카치 몰트 위스키,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일본 위스키, 대만 위스키, 세계 각국의 위스키를 테이스팅하는 행사입니다. 블라인드 상태로요. 권위 있는 심사위원단이 세심하게 각 위스키를 평가하고, 올해 최고의 블렌디드 위스키나 최고의 싱글 몰트 위스키를 선정하고 그것을 만든 마스터 블렌더가 올해의 마스터 블렌더가 되는 거죠. 따라서 이 상을 수상했다는 건 우리 위스키가 빼어나다는 뜻이며, 위스키를 만드는 우리 팀의 팀워크가 좋았다는 뜻이 됩니다. 저에게는 그런 의미가 가장 커요.
듀어스는 18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위스키 브랜드잖아요. 이미 무수한 타이틀을 갖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브랜드에서 어떻게 아직까지 세계적 위스키 전문가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는 위스키를 추구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듀어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죠. 일본 시장 점유율 1위의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고, 미국에서도 압도적인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고요. 처음 듀어스의 마스터 블렌더가 되었을 때 느꼈던 큰 부담도 그 때문이었어요. 첫 여성 마스터 블렌더라는 타이틀 때문이기도 했지만, 듀어스는 정말 많은 사람에게 큰 의미를 가진 브랜드이니까요. 듀어스 병을 관 속에 함께 묻어 장례를 치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인데, 그런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게 아무것도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제가 가슴에 새기고 자주 인용하는 구스타프 말러의 말이 있어요. “전통이란 재를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불꽃을 보존하는 것이다.” 마스터 블렌더가 된 후 저는 빠르게 듀어스 블렌드의 구조를 파악했고, 무엇이 핵심적인 요소인지, 어떤 부분을 건드리면 안 되는지를 알게 됐어요. 그래서 듀어스 15년을 새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도 어떤 요소를 조정해야 할지 명확히 알 수 있었죠. 그 작업을 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거쳤고, 경쟁 브랜드와 비교하면서 최적의 밸런스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세 가지 버전의 최종 블렌드를 폭넓게 시음하게 한 뒤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것을 출시한 겁니다. 그건 제가 이전까지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방식이었어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는 늘 듀어스의 다층적 면모를 보여주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듀어스 15년은 듀어스 위스키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화사한 위스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듀어스 15년은 제 첫 번째 블렌드이자, 그런 의미를 떠나서도 매우 특별한 작품이에요. 당시 우리가 블렌딩을 진행하던 아시아 시장에서 영감을 얻었죠. 그 시기 소비자들의 취향은 과일 향, 플로럴 노트, 녹차와 잘 어울리는 위스키였어요. 그래서 우리는 실제로 녹차 샘플을 받아 위스키에 직접 블렌딩해보며 향과 맛의 조화를 연구했어요. 물론 지금은 그런 식으로 마시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음식 페어링이나 칵테일 활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했던 거죠. 그래서 듀어스 15는 듀어스 패밀리 안에서 약간 특별한 존재예요. 가깝지만 형제자매라기보단 사촌 같은 느낌이죠. 지난 7월 한국에서 열린 바 & 스피릿 쇼에서도 듀어스 15년이 ‘12년과 18년을 이어주는 브리지가 아닌, 완전히 독립적인 개성을 가진 위스키’라는 평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의도된 결과인 거죠. 제가 처음 맡은 블렌드였기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방향을 시도해보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시장의 니즈를 충실히 반영하고 싶었어요.
더블더블도 ‘전통의 불꽃을 보존한’ 놀라운 위스키였죠.
실제로 그 아이디어는 아카이브 속에서 듀어스의 첫 번째 마스터 블렌더인 A.J. 캐머런의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던 중에 탄생했어요. 그는 이미 예전에 각 지역의 위스키를 섞어 두 번 숙성(double-ageing)하는 방식을 사용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생각했죠. ‘그럼 모든 몰트를 함께 블렌딩해 한 번 숙성하고, 모든 그레인 위스키도 따로 모아 같은 과정을 거친 다음, 두 그룹을 다시 합쳐서 또 한 번 숙성하고, 마지막으로 피니시를 하면 어떨까?’ 더블더블 시리즈, 특히 32년산은 우리가 일명 ‘다이내믹 블렌딩(Dynamic Blending)’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어요. 굉장히 소규모 배치로 작업해야 했기 때문에, 저와 팀원 한 명이 직접 현장에서 캐스크를 비우는 과정을 함께 했죠. 작업자들이 캐스크의 원액을 혼합통에 붓는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샘플을 즉석에서 시음하며 맛의 변화를 체크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제 됐다, 이 캐스크는 이 정도로 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하는 순간이 옵니다. 연구실에서도 사전에 여러 테스트를 해봤지만, 실제로 캐스크 안의 상태는 언제나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감각적인 판단이 필요하죠. 캐스크의 용량을 재측정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이거든요.
작업 방식을 듣다 보면 지극히 과학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섞여 있네요.
제 생각에 블렌딩은 확실히 예술과 과학이 결합된 작업이에요. 본능적인 감각이 필요하지만, 그 본능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무엇이 잘 맞고 무엇이 맞지 않은지를 아는 데서 오는 감각이죠. 그런 의미에서 과학의 역할이 중요해요. 저는 과학적 훈련을 통해 계획을 세우고, 관찰하고, 기록하고, 수정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하지만 동시에 감각적으로 아는 능력 역시 정말 중요합니다. 좋은 위스키와 결함이 있는 위스키를 구분할 수 있는 감각이 블렌더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여러 공정 중에서도 특히 캐스크 숙성에서 위스키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계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맞아요. 듀어스 일리걸 스무스나 애버펠디 레드 와인 캐스크 피니시 같은 제품이 좋은 예죠. 일리걸 스무스는 우리가 진행하던 ‘스무스’ 시리즈 중 하나였어요. 첫 작업은 ‘캐리비언 스무스’, 즉 푸에르토리코 럼 캐스크였죠. 문화와 캐스크의 조합인 거예요. 우리는 늘 메즈칼 캐스크와 위스키를 조합해보고 싶었는데, SWA가 허용 캐스크 범주를 넓히면서 그걸 시도해볼 기회가 찾아온 겁니다. 와인 캐스크 경우에는 제가 2006년 마스터 블렌더가 되었을 때부터 계속 제안이 들어왔어요. 빼어난 캐스크 공급자 하나가 ‘이 캐스크들을 한번 써보지 않겠느냐’고 물어온 거죠. 그때부터 와인 캐스크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는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걸렸죠. 애버펠디에서 가장 놀라운 잠재력을 보여줬고요. 향과 질감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당신은 듀어스의 마스터 블렌더이자 그 키 몰트인 애버펠디, 올트모어, 크라이겔라키, 로얄 브라클라, 더 데브론 같은 싱글 몰트 위스키의 몰트 마스터이기도 하잖아요. 두 작업에 어떤 종류의 유기성이 있나요?
한쪽에 사용되는 기법이나 캐스크 피니시가 다른 쪽에 아주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런 순간에 새로운 영감을 얻어요. 그게 바로 로얄 브라클라와 듀어스 더블더블 시리즈에서 일어난 일이죠. 저는 로얄 브라클라의 ‘한 잔의 여름(Summer in a Glass)’이라는 브랜드 시그너처 콘셉트를,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캐릭터를 어떻게 더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더블더블 시리즈의 셰리 피니시가 떠올랐죠. 더블더블 시리즈는 세 가지 서로 다른 셰리 캐스크를 조합해 피니시를 하고 있거든요. 물론 이 모든 걸 저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저에게는 10명의 팀원이 있고, 그 안에 두 명의 블렌더, 목재 전문가, 재고 전략 담당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죠. 우리 팀은 새로운 프로젝트나 프로세스 개선 방향을 항상 팀 전체가 모여 함께 논의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독립적으로만 일하지 않고, 패키징 팀 및 다른 부서와 긴밀히 협업해요. 패키징이 위스키의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그리고 소비자가 병을 열 때의 감촉, 코르크를 뺄 때의 느낌, 라벨의 정확성까지 실제 위스키가 가진 느낌과 완전히 일치하도록 세심히 신경 씁니다.
그 위스키가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 만나는지까지 설계하는 거군요.
저는 사람들이 본인들의 돈을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에 쓰기를 바라요. 음식이 되었든, 술이 되었든요. 그래서 마스터 블렌더로서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위스키, 지루하지 않은 위스키를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저 그런 위스키를 만들고 싶지는 않은 거죠. 그리고 저는 진심으로 믿어요. 우리가 현재의 소비자는 물론 미래의 소비자들에게도 항상 연결되어 있고 의미 있는 존재로 남아야 한다는 걸요. 우리가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위스키가 가진 매력을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 모두, 그런 믿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 바카디코리아
- ART DESIGNER 주정화
MONTHLY CEL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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