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초여름의 맛, 집에서 가볍게 즐기는 이탈리아 식전주 5

해가 길어지는 계절, 식사 전 입맛을 돋우는 이탈리아 '아페리티보' 문화가 주목받는다. 리큐르와 스파클링 와인만으로 이국적인 테라스의 여유를 선사하는 홈 칵테일 스프리츠 5종을 소개한다.

프로필 by 정서현 2026.05.04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아페롤 스프리츠: 선명한 오렌지빛과 달콤 쌉쌀한 허브 향이 조화로운 여름 칵테일의 대명사.
  • 휴고 스프리츠: 엘더플라워 시럽과 민트의 산뜻한 꽃향기가 어우러진 알프스 스타일의 부드러운 식전주.
  • 리몬첼로 스프리츠: 이탈리아 남부의 강렬한 레몬 시트러스 향에 탄산의 청량감을 더한 상큼한 한 잔.
  • 캄파리 스프리츠: 붉은 수색과 선명한 비터 리큐르의 쓴맛이 식사 전 입맛을 강렬하게 깨우는 선택.
  • 시나르 스프리츠: 아티초크와 허브의 깊은 흙 내음이 매력적인 베네치아풍의 이색적인 리큐르 칵테일.

해가 길어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향한다. 이런 계절에는 나른한 오후를 상큼하게 깨워줄 한 잔이 생각나는 법. 그럴 때 등장하는 것이 이탈리아의 ‘아페리티보(aperitivo)’다. 아페리티보는 식사 전 입맛을 돋우기 위해 가볍게 즐기는 음료 문화를 뜻한다. 단순히 술 한 잔을 마시는 개념을 넘어, 이탈리아에서는 일종의 해피아워처럼 자리 잡아 식전주를 주문하면 올리브나 견과류, 작은 핑거푸드가 함께 제공되는 식문화로 이어진다. 요즘처럼 따뜻한 계절에는 바디감이 가벼운 와인이나 칵테일에 간단한 안주를 곁들이며 이 시간을 즐긴다.

스프리츠는 청량한 탄산감과 상큼한 맛이 뜨거운 이탈리아의 여름을 연상시킨다. / 출처: 강민경 인스타그램(@iammingki)

스프리츠는 청량한 탄산감과 상큼한 맛이 뜨거운 이탈리아의 여름을 연상시킨다. / 출처: 강민경 인스타그램(@iammingki)

그중에서도 스프리츠(Spritz)는 아페리티보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음료다. 스파클링 와인에 리큐르와 탄산수를 더해 만드는 이탈리아식 칵테일로, 유럽에서는 날이 좋으면 테라스마다 알록달록한 스프리츠를 올려두고 오후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보통 이탈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프로세코(Prosecco)’를 사용하지만, 다른 스파클링 와인으로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바에 나가지 않고도 집에서 간단한 재료로 즐기는 ‘홈 칵테일’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리큐르와 몇 가지 재료만 집에 구비해 둔다면 언제든 이탈리아의 어느 광장 테라스 같은 기분을 낼 수 있다. 초여름 저녁, 집에서 가볍게 즐기기 좋은 이탈리아 식전주 다섯 잔을 소개한다.




1. 아페롤 스프리츠(Aperol Spritz) - 가장 대중적인 초여름의 시작

아페롤 스프리츠의 선명한 오렌지 색이 식욕을 돋운다. / 출처: 아페롤 스프리츠 인스타그램(@aperolspritzofficial)

아페롤 스프리츠의 선명한 오렌지 색이 식욕을 돋운다. / 출처: 아페롤 스프리츠 인스타그램(@aperolspritzofficial)

쌉쌀함과 은은한 단맛, 그리고 탄산의 청량감까지. 아페롤 스프리츠는 아페리티보의 입문으로 가장 널리 선택되는 칵테일이다. 아페롤은 1919년 이탈리아 파도바에서 탄생한 오렌지 베이스의 비터 리큐르다. 달콤한 오렌지 향에 허브와 뿌리 식물에서 오는 은은한 쌉쌀함이 더해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균형 잡힌 맛을 만든다. 특유의 선명한 오렌지빛이 그 자체로 계절감을 보여주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아페롤 스프리츠 = 여름’이라는 공식이 있을 정도로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2. 휴고 스프리츠(Hugo Spritz) – 알프스의 청명한 들판이 떠오르는 부드러운 식전주

엘더플라워는 여름 초입에 짧게 피는 작은 흰 꽃이며, 가공해서 시럽이나 리큐르로 만들었을 때는 꿀처럼 부드러운 단맛이 난다. / 출처: 생제르맹 인스타그램(@stgermainfr)

엘더플라워는 여름 초입에 짧게 피는 작은 흰 꽃이며, 가공해서 시럽이나 리큐르로 만들었을 때는 꿀처럼 부드러운 단맛이 난다. / 출처: 생제르맹 인스타그램(@stgermainfr)

쓴맛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는 휴고 스프리츠가 좋은 선택이다. 산뜻한 꽃향기와 은은한 단맛이 중심이 되는 이 칵테일은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사우스 티롤(South Tyrol) 지역에서 만들어진 스프리츠의 한 종류로, 지역 특산물인 엘더플라워(Elder flower) 시럽이나 리큐르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 모금 마시면 가장 먼저 꽃향기가 부드럽게 퍼지고, 뒤이어 민트의 시원한 향과 탄산의 청량감이 가볍게 이어지며 전체적으로 밝고 산뜻한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 쓴맛이 강한 비터 계열 스프리츠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가벼운 느낌으로 다가오며, 특히 더운 날 낮 시간대나 식사 전 가볍게 한 잔을 즐길 때 그 매력이 잘 드러난다.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아페롤 스프리츠와 알프스 지역에서 유래한 휴고 스프리츠는 공교롭게도 각각 선명한 오렌지빛과 연한 황금빛을 띤다. 그래서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처럼 대비되는 이 두 가지 스프리츠는 입문용으로 자주 함께 언급되는 조합이기도 하다.



3. 리몬첼로 스프리츠(Limoncello Spritz) – 입안 가득 상큼함이 퍼지는 한 잔

리몬첼로는 이탈리아 남부를 다녀온 이들의 단골 기념품이기도 하다. / 출처: 팔리니 리몬첼로 인스타그램(@pallinilimoncello)

리몬첼로는 이탈리아 남부를 다녀온 이들의 단골 기념품이기도 하다. / 출처: 팔리니 리몬첼로 인스타그램(@pallinilimoncello)

리몬첼로는 이탈리아 남부 아말피 해안과 소렌토, 카프리 일대에서 오래전부터 만들어져 온 레몬 리큐르다. 레몬 껍질에서 추출한 향을 알코올에 천천히 배어들게 한 뒤 설탕을 더해 완성하는 방식으로, 강한 시트러스 향과 농도 있는 단맛이 특징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식사 마지막에 차갑게 한 잔씩 마시며 입안을 정리하는 식후주로 즐기는 경우가 많다.

스프리츠로 변형되면 구조는 훨씬 가벼워진다. 단맛이 탄산과 만나면서 무게감이 줄어들고, 입안 가득 레몬의 상큼함이 퍼진다. 쓴맛 없이 시작해 끝까지 밝은 여운을 남기는 스타일이라, 식전주로도 부담이 없고 디저트처럼 마무리용으로도 자연스럽다.



4. 캄파리 스프리츠(Campari Spritz) – 쌉쌀함으로 완성되는 또 하나의 선택

먹음직스러운 색감과 달리 한 모금 마셔보면 쌉싸름한 반전 매력을 가지고 있다. / 출처: 캄파리 인스타그램(@campariofficial)

먹음직스러운 색감과 달리 한 모금 마셔보면 쌉싸름한 반전 매력을 가지고 있다. / 출처: 캄파리 인스타그램(@campariofficial)

또렷한 쓴맛과 깊은 향을 선호한다면 캄파리 스프리츠가 제격이다. 캄파리는 1860년대 노바라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비터 리큐르다. 오렌지 껍질과 허브 등 다양한 식물성 재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며, 선명한 붉은 색과 함께 달콤 쌉쌀한 맛이 특징이다. 캄파리는 네그로니의 주재료로 잘 알려져 있지만, 스프리츠로도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페롤 스프리츠보다 한층 더 강한 쌉쌀함이 입맛을 선명하게 깨우며, 식사 전의 기대감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린다. 캄파리는 탄산수 대신 오렌지 주스를 섞어 쓴맛이 한층 중화되는 ‘캄파리 오렌지’ 같은 메뉴로도 활용해 볼 수 있다.



5. 시나르 스프리츠 (Cynar Spritz) - 가장 이탈리아다운, 가장 낯선 매력

짙은 갈색빛을 띠는 게 언뜻 보면 콜라 같기도 하다. / 출처: 시나르 스프리츠 인스타그램(@cynar.spritz)

짙은 갈색빛을 띠는 게 언뜻 보면 콜라 같기도 하다. / 출처: 시나르 스프리츠 인스타그램(@cynar.spritz)

조금 색다른 선택을 원한다면 시나르 스프리츠가 있다. 1952년 베네치아에서 탄생한 시나르는 아티초크를 포함한 13가지 허브로 만든 비터 리큐르로, 이탈리아에서는 식전주뿐 아니라 식후주나 일상적인 한 잔으로도 폭넓게 소비된다. 아페롤, 캄파리, 시나르 순으로 쌉쌀한 맛이 강하다. 단맛은 거의 없고 허브와 뿌리류에서 오는 흙 내음과 같은 깊은 향이 길게 이어진다. 국내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베네치아에서는 캄파리나 아페롤만큼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리큐르다. 새로운 아페리티보를 시도해 보고 싶은 모험적인 이들에게 흥미로운 선택지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식전주 ‘스프리츠’는 만드는 법이 간단해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으면서도, 리큐르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어낸다. 오렌지빛의 아페롤, 연한 황금빛의 휴고, 연노란 리몬첼로, 선명한 붉은 캄파리, 그리고 짙은 갈색의 시나르까지. 공통적으로는 탄산의 가벼움과 산뜻한 향을 공유하면서도, 각각은 색과 쓴맛, 단맛의 결이 분명하게 나뉜다. 결국 스프리츠를 고른다는 것은 한 잔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그날의 온도와 기분을 잔에 담아내는 일에 가깝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해가 길어진 이 계절만큼은 식사 전 잠시 시간을 내어, 가벼운 식전주 한 잔으로 속도를 늦춰보는 건 어떨까. 테라스가 아니어도, 멀리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 잔에 담긴 작은 여유만으로도 하루의 공기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Credit

  • WRITER 문가현
  • PHOTO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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