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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수입 시작한 독일의 리슬링 귀족 프리츠 하그 만나보기

리슬링으로 만들 수 있는 거의 모든 와인을 다 만드는 리슬링 명문 가문이 한국에 정식 수입되기 시작했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6.07.09
지난 6월 한국을 찾은 올리버 하그. 그는 와이너리의 오너이면서 와인 메이킹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을 찾은 올리버 하그. 그는 와이너리의 오너이면서 와인 메이킹을 담당하고 있다.

양조용 포도의 재배에는 당연히 북방한계선이 있다. 대략 위도 48~9도 정도? 그보다 위도가 높으면 너무 추워서 포도가 안 익는다. 익는다고 해도 당도가 떨어져서 알콜 도수가 어느 정도는 나와야 하는 양조용 포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런데, 북위 49~50도, 세상의 모든 포도밭 중에 가장 춥다는 상파뉴보다 더 북쪽에서 와인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는 지역이 있으니 바로 독일의 모젤 지방이다. 상식적으로는 위도가 높아 일조량이 부족하고 기온이 서늘한 곳이라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바로 그 서늘함이 모젤의 지배 품종인 리슬링에게는 축복이 된다. 리슬링은 더운 기후에서 빠르게 익어버리면 산도를 잃고 밋밋해지지만, 모젤처럼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서늘한 큰 일교차 속에서 100일이 넘는 긴 숙성 기간을 거치면 알코올이 과하게 치솟지 않으면서도 응축된 풍미와 짜릿한 산도를 동시에 얻는다.

모젤 강병에 있는 엄청난 경사의 프리츠 하그 밭. 실제로 가보면 걸어 올라갈 수 없을 정도라 작업자들은 몸통에 안전 로프를 묶고 일한다.

모젤 강병에 있는 엄청난 경사의 프리츠 하그 밭. 실제로 가보면 걸어 올라갈 수 없을 정도라 작업자들은 몸통에 안전 로프를 묶고 일한다.

관건은 이 서늘한 땅에서 어떻게 충분한 당도가 나올 때까지 익히느냐인데, 모젤은 자연으로부터 두 가지 선물을 받았다. 시작은 강이다. 구비치며 흐르는 모젤강은 낮 동안 데워진 열을 저장했다가 밤과 겨울에 천천히 방출해 서리 피해를 막아주는 동시에 거대한 반사판 역할을 한다. 비가 거의 오지 않아 한낮 동안 뜨겁게 내리 쬐는 햇빛을 주변의 포도밭으로 되돌려 보낸다. 두 번째 선물은 강변 밭은 엄청난 경사다. 강 옆이 평지라면 이 일조를 다 받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젤강 유역은 강을 따라 거의 60도에 달하는 가파른 급경사면이 태양을 향해 비스듬히 서 있어, 낮게 뜨는 북방의 태양을 거의 수직으로 받아내며 수면에 반사된 햇빛까지 아주 알차게 모은다.평지라면 흩어졌을 일조량이 경사면에서는 온전히 포도알에 집중되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위도의 평지와 비교해 대략 1.5배의 일조량을 자랑한다. 모젤 전체 재배 면적 8,800헥타르 가운데 61%가 리슬링이라는 사실은, 이 품종과 그 땅의 절대적 궁합을 방증한다.

당도를 측정 중인 모습.

당도를 측정 중인 모습.

그 모젤 안에서도 프리츠 하그의 밭이 자리한 브라운에베르크는 특별한 곳이다. 와이너리의 심장인 유퍼와 유퍼 존넨우어 밭은 경사도가 최대 80~85%에 이르는 극단적 급경사지로, 100% 남향을 향해 서 있어 하루 종일 태양을 째려보며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유퍼 존넨우어는 주변이 슬레이트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낮은 수직 도랑들이 오목한 거울처럼 배치되어, 사방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저장하는 독특한 미세기후를 만들어낸다. 토양 또한 결정적이다. 이 지역의 땅은 블루 데보니안 슬레이트라 불리는 청회색 점판암으로, 표토 깊이가 겨우 1~2미터에 불과할 만큼 척박하지만 바로 그 척박함이 포도나무를 스트레스 상태로 밀어 붙여 더 깊게 뿌리를 내리도록 하며, 배수가 빠른 돌투성이 토양은 리슬링 특유의 미네랄리티를 와인에 새겨 넣게 만든다. 흥미롭게도 브라운에베르크(갈색 산)라는 지명 자체가 이 점판암이 산화되며 표면에 갈색 철분 층을 남긴 데서 유래했으니, 땅과 이름이 하나로 얽혀 있는 셈이다. 이곳의 명성은 그 유서가 무척 깊다. 이미 1868년 나폴레옹 시대의 등급 지도에서 최고 등급('그랑 크뤼'에 해당)을 부여받았고, 토마스 제퍼슨과 테오도어 폰타네, 영국 왕실까지 브라운에베르크 와인을 사랑했다. 프리츠 하그는 이런 그랑 크뤼급 땅 위에서 1605년 첫 기록 이래 400여 년, 13대에 걸쳐 이어져 왔으며, 지금은 오너이자 와인메이커인 올리버 하그가 이 전통을 지키고 있다.

경사가 거의 절벽에 가깝다.

경사가 거의 절벽에 가깝다.

프리츠 하그의 또 다른 강점은 리슬링이라는 단일 품종 안에서 구현해내는 놀라운 스펙트럼의 넓이다. 이 와이너리는 독일 와인의 상징적 체계인 VDP 피라미드, 즉 구츠바인(자가 재배 와인)부터 오르츠 바인(싱글 빈야드), 에어스테 라게(프리미어 크뤼), 그로세 라게(그랑 크뤼)에 이르는 전 레인지를 빠짐없이 아우른다. 그로세 라게 등급 안에서도 드라이(트로켄, GG 표기), 오프드라이(파인 헤르프)를 모두 생산하며, 전통적인 프레디카츠바인 체계인 카비네트·슈페트레제·아우스레제까지 소위 말하는 '프루티 레인지'마저 모두 생산 중이다. 나아가 귀부병에 의해 만들어지는 골드캡슐 라인에서는 아우스레제와 극소량만 생산되는 베렌아우스레제,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같은 노블 스위트 와인까지 발을 뻗는다.

즉 가벼운 일상 음용주부터 100년 이상 숙성 가능한 궁극의 디저트 와인까지, 리슬링이 표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스타일이 이 하나의 와이너리 포트폴리오 안에 존재하는 셈이다. 여기에 60개월간 효모 앙금과 접촉시켜 만드는 병내 2차 발효 스파클링 와인 젝트까지 더해지면서 그 폭은 한층 넓어진다. 다만 이 모든 라인업이 수입되는 것은 아니니, 문의는 수입사인 나라셀라에.

하여튼, 이런 다양성이 가능한 이유는 유퍼, 유퍼 존넨우어라는 핵심 그랑 크뤼 외에도 케스테너 파울린스호프베르크, 몬첼러 캐첸 같은 개성이 뚜렷한 소규모 밭들을 함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밭은 토양의 점토 함량과 경사 방향, 고도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성격의 포도를 길러내고, 와이너리는 이 차이를 인위적으로 뭉개지 않고 오히려 스타일별로 세밀하게 구분해 병입한다. 이렇듯 하나의 품종, 하나의 지역 안에서 이토록 촘촘한 등급과 스타일의 그물망을 완성한 사례는 모젤에서도 흔치 않다.

자신의 포도밭은 내려다보고 있는 올리버 하그의 모습.

자신의 포도밭은 내려다보고 있는 올리버 하그의 모습.

이 모든 다양성보다 놀라운 것은 사실 철저한 자가 재배 원칙이다. 프리츠 하그는 단 한 알의 포도도, 단 한 방울의 주스도 외부에서 사들이지 않는다. 일단 VDP 인증 마크가 붙은 병들은 별다른 증명이 필요 없다. 이 문장을 받는 데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지만, 그중 하나가 '전량 자가 재배 포도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1910년에 창립된 '독일 최상급 포도 재배자 연합'(Verband Deutscher Prädikatsweingüter)의 상징인 이 독수리 문양은 엄격한 수확량 제한, 품질 심사, 등급 분류, 자가 재배, 자가 병입 등의 다양한 조건을 통과한 와이너리에만 주어지는 표식으로, 프리츠 하그와는 인연이 깊다. 프리츠 하그가 이 연합의 창립 멤버 중 하나였으며, 현 대표인 올리버 하그의 부친인 빌헬름 하그가 20년 동안 VDP의 회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프리츠 하그의 와인 라인업들.

프리츠 하그의 와인 라인업들.

즉 이 독수리 문양은 밭 하나하나의 개성을 끝까지 책임지고 표현하겠다는 와이너리의 의지기도 한다. 프리츠 하그의 모든 포도는 손으로,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선별 수확되며, 자연 효모 발효와 무청징, 긴 앙금 접촉을 통해 테루아의 순수성을 지킨다. 오래된 대형 오크통과 스테인리스 스틸을 병행 사용해 오크 뉘앙스가 과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조율하는 섬세함도 특징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수확 인력을 30명에서 45명으로 늘리고, 커버크롭을 통한 자연 녹비 관리와 수확 시기 조정 등 지속가능한 농법(Fair Choice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밭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정교함과 일관성은 국제 평단의 반복적인 찬사로 증명된다. 휴 존슨은 2021년 빈티지에 네 차례, 2017년 빈티지에 세 차례 100점을 부여했고, 와인 스펙테이터는 유퍼 존넨우어에서 드러나는 정교함과 순종 혈통을 높이 평가했으며, 와인즈 앤 스피리츠는 2023, 2021, 2018, 2016년 세계 100대 와이너리에 프리츠 하그의 이름을 꾸준히 올렸다.

Credit

  • PHOTO 나라셀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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