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세계관을 만든 8권
시간과 공간을 뒤흔드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상상력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인터스텔라'부터 '오펜하이머'까지 놀란 세계의 비밀을 푼 8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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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커’는 영화가 아니라 이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시작됐다
-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폭동, 찰스 디킨스의 숨은 설계도
- ‘인터스텔라’ 머피의 책장에 진짜로 꽂혀 있던 바로 그 책
- 놀란이 "영화 연출은 곧 마술 트릭"임을 깨달은 결정적 계기
- 16살 소년 놀란이 "시간은 직선이 아니다"를 배운 진짜 원천
어떤 영화들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비로소 진짜 영화를 시작하곤 합니다. 상영 시간이 끝난 뒤에도 머릿속 톱니바퀴를 돌리며 시공간의 조각을 맞추어야 하는 시간 말이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가 특히 그렇습니다.
꿈속에 또 다른 꿈을 집어넣고,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뒤섞으며, 슈퍼히어로 영화에 프랑스혁명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그의 거대하고 정교한 세계는 대체 어디서 시작됐을까요?
답의 일부는 의외로 스크린이 아닌 책장에 있었습니다. 놀란은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화에 영향을 준 소설과 시를 직접 밝혀왔고, 어떤 책은 영화 속 소품으로 슬쩍 집어넣기도 했죠.
히스 레저의 조커부터 ‘인터스텔라’의 테서랙트, ‘오펜하이머’의 복잡한 시간 구조까지, 놀란의 영화 세계를 조금 다르게 보게 만드는 여덟 권을 골랐습니다.
조커를 기존 악당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던 놀란
소설 속 알렉스의 위험한 생명력은 목적보다 혼돈 자체를 즐기는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이해하는 출발점 / 이미지 출처: 민음사
고담시를 지키려는 영웅 배트맨과 사상 최악의 악당 조커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그린, 히어로 영화 역사상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 / 이미지 출처: 워너브라더스
‘시계태엽 오렌지’, 앤서니 버지스 | 다크 나이트
」폭력에 탐닉하는 소년 알렉스와 그를 교정하려는 국가의 폭력을 통해 자유의지와 도덕의 의미를 묻는 디스토피아 소설입니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준비하던 놀란과 히스 레저가 나눈 대화에도 바로 이 알렉스가 있었죠.
놀란은 2024년 한 인터뷰에서 조커를 구상하며 영화적 레퍼런스뿐 아니라 문학과 미술까지 폭넓게 이야기했다고 밝히면서, 버지스의 소설 ‘시계태엽 오렌지’ 속 알렉스와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에서 맬컴 맥다월이 연기한 알렉스를 모두 구체적으로 지목했습니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뒤틀린 초상화 역시 조커의 흉터와 얼굴을 논의할 때 참고했다고 설명했죠.
중요한 것은 놀란이 알렉스를 그대로 조커로 옮긴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는 기존 영화 속 악당의 전형만 반복하고 싶지 않았고, 레저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고 말했죠.
이유 없이 질서를 조롱하고 폭력을 하나의 놀이처럼 다루는 알렉스의 위험한 생명력은 목적보다 혼돈 자체를 즐기는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이해하는 흥미로운 출발점입니다.
조커가 단순한 범죄자가 아니라 고담의 도덕과 인간의 선택을 시험하는 존재가 된 데에는 이런 문학적 탐색도 자리하고 있었던 셈이죠.
고담시의 붕괴, 사실 18세기 프랑스 혁명이었다
놀란이 '다크나이트 라이즈' 각본을 쓸 때 모든 것이 ‘두 도시 이야기’에 관한 것이었다고 할 정도로 강하게 영향을 준 작품 / 이미지 출처: 문학동네
은퇴 후 숨어 살던 브루스 웨인이 복귀해, 고담시를 파괴하려는 테러리스트에 맞서 싸우는 배트맨 3부작의 장대한 마지막 영화 / 이미지 출처: 워너브라더스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 다크 나이트 라이즈
」런던과 파리를 오가며 프랑스혁명 전후의 혼란, 계급 갈등, 사랑과 희생을 거대한 군상극으로 엮은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입니다.
놀랍게도 놀란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만들기 전까지 이 유명한 소설을 제대로 읽지 않았죠. 공동 각본가인 동생 조너선 놀란이 약 400페이지에 달하는 첫 각본을 건네며 ‘두 도시 이야기’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고, 읽은 척했던 크리스토퍼 놀란은 각본을 본 뒤 자신이 실제로 책을 읽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2012년 영화 기자회견에서 털어놨습니다.
뒤늦게 책을 읽은 그는 작품을 무척 좋아하게 됐고, 자신의 각본을 쓸 때는 사실상 모든 것이 ‘두 도시 이야기’에 관한 것이었다고 할 정도로 강하게 영향을 받았죠.
그 흔적은 영화 전체에 깔려 있습니다. 베인이 고담을 외부와 단절시키고 기존 권력을 무너뜨리면서 부유층이 끌려 나오고 즉결재판이 벌어지는 모습은 혁명으로 질서가 붕괴하는 디킨스의 파리를 떠올리게 하죠.
놀란은 특히 디킨스가 수많은 인물을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시키면서 거대한 사회적 사건과 개인의 감정을 함께 끌고 가는 방식이 자신들이 찾던 영화의 톤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에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가 희생이라는 테마에 도달한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두 도시 이야기’는 단순한 참고도서보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숨은 문학적 설계도에 가깝죠.
'인셉션'의 꿈 3단계, 700년 전 단테의 지옥과 닮은 이유
놀란이 인셉션을 만들 당시 자신의 머릿속에 있었던 레퍼런스로 꼽은 작품 / 이미지 출처: 민음사
꿈속의 꿈이라는 독창적인 구조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아카데미 4관왕을 한 영화 '인셉션' / 이미지 출처: 워너브라더스
‘신곡: 지옥편’, 단테 알리기에리 | 인셉션
」단테가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인도를 받아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지옥을 통과하는 ‘신곡: 지옥편’은 서양 문화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여행’의 가장 강력한 원형 가운데 하나입니다.
놀란 역시 ‘인셉션’을 이야기하면서 이 작품을 자신의 머릿속에 있었던 레퍼런스로 직접 꼽았죠. 2010년 WIRED가 ‘인셉션’을 조지프 캠벨의 영웅 신화와 연결하자 놀란은 오히려 캠벨을 읽은 적이 없다고 선을 그은 뒤, ‘지옥편’과 미궁, 미노타우로스 같은 것들은 분명히 머릿속에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꿈의 1단계, 2단계, 3단계를 단테의 지옥 각 층과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것은 놀란이 직접 밝힌 해석이 아닙니다. 다만 목표를 향해 현실에서 점점 더 깊은 꿈의 층으로 내려가는 영화의 구조와 ‘지옥편’의 하강 이미지는 흥미로운 공명을 만들죠.
여기에 꿈의 공간을 설계하는 인물의 이름이 아리아드네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합니다. 놀란은 같은 인터뷰에서 테세우스를 미궁 밖으로 인도한 그리스 신화의 아리아드네를 통해 관객에게 미궁의 중요성을 암시하고 싶었으며, 그녀가 코브를 안내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직접 설명했죠.
머피의 책장에 꽂힌 한 권의 책, 놀란이 숨겨둔 우주의 비밀
놀란에게 고차원과 테서랙트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한 책 / 이미지 출처: 이숲
멸망해가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웜홀을 지나 새로운 우주 터전을 찾아 떠나는 아버지와 딸의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과 과학적 여정을 그린 영화 / 이미지 출처: 파라마운트 픽처스
‘시간의 주름’, 매들렌 렝글 | 인터스텔라
」아버지를 찾아 나선 소녀 메그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우주를 여행하는 SF 판타지로, 어린 독자에게 고차원과 시간의 개념을 이야기한 작품입니다. 놀란에게는 특히 개인적인 의미를 가진 책이죠.
‘인터스텔라’ 개봉 당시 한 잡지사는 영화 속 머피의 책장에 놓인 책들을 놀란에게 직접 물었는데, 그는 ‘시간의 주름’을 자신에게 고차원과 테서랙트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한 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한마디를 알고 나면 ‘인터스텔라’의 후반부가 새롭게 보입니다. 블랙홀 가르강튀아에 들어간 쿠퍼가 도달하는 공간의 이름 역시 테서랙트이며, 그는 그곳에서 우리가 한 방향으로만 경험하는 시간을 마치 공간처럼 바라보며 과거의 머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죠.
영화의 물리학은 이론물리학자 킵 손과의 협업을 통해 구축됐지만, 그러한 고차원의 세계를 상상하는 감각에는 훨씬 오래전 놀란의 독서 경험도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놀란은 자신에게 그 개념을 처음 알려준 바로 그 책을 머피의 책장 속에 다시 넣어뒀죠.
놀란이 '인터스텔라'의 시간에 가둔 비밀
네 편의 장시를 통해 시간과 기억, 현재와 과거, 영원 같은 문제를 끈질기게 사유하는 T. S. 엘리엇의 후기 대표작 / 이미지 출처: 문학과지성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의도적으로 직접 한 권 한 권 고른 머피의 책장 / 이미지 출처: 파라마운트 픽처스
‘사중주 네 편’, T. S. 엘리엇 | 인터스텔라
」‘사중주 네 편’은 ‘번트 노턴’, ‘이스트 코커’, ‘드라이 샐비지스’, ‘리틀 기딩’으로 이루어진 네 편의 장시를 통해 시간과 기억, 현재와 과거, 영원 같은 문제를 끈질기게 사유하는 T. S. 엘리엇의 후기 대표작입니다.
여기서는 한 가지를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죠. ‘인터스텔라’의 머피 책장에 놓였다고 소개한 실제 책은 엘리엇의 ‘Selected Poems’이며, 놀란은 그 시집을 설명하면서 특별히 ‘사중주 네 편’을 지목했습니다.
그는 시간과 공간의 가장 복잡한 개념은 때로 과학보다 예술을 통해 더 잘 표현될 수 있으며, ‘사중주 네 편’은 시간에 관해 어떤 과학 텍스트만큼이나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평가했죠.
그래서 ‘사중주 네 편’을 ‘인터스텔라’의 직접적인 원작이나 과학적 참고문헌은 아닙니다. 대신 시간이 단순한 직선이 아니라 기억과 현재 속에서 겹치고 되돌아온다는 시의 감각은, 상대성이론을 가족의 기억과 감정으로 번역한 ‘인터스텔라’를 바라보는 훌륭한 문학적 열쇠가 되죠.
영화 속 한쪽 책장에는 고차원을 처음 알려준 ‘시간의 주름’이 있고, 같은 책장에는 시간 자체를 사유하게 만든 엘리엇의 시가 놓여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인터스텔라’에서 과학과 감정이 따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놀란의 책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셈이죠.
'다크 나이트' 반전의 비밀, 마술사 소설에서 배웠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프레스티지’의 공식 원작인 마술사에 대해 다룬 소설 '프레스티지' / 이미지 출처: 북@북스
최고의 마술을 차지하려는 두 라이벌 마술사의 집요하고 충격적인 집착과 복수를 그린 심리 스릴러 영화 / 이미지 출처: 워너브라더스
‘프레스티지’,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 프레스티지
」19세기 말 런던을 배경으로 두 마술사가 서로를 능가하기 위해 집착적인 경쟁을 벌이는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소설은 영화 ‘프레스티지’의 공식 원작입니다.
그러나 놀란에게 이 작품은 줄거리를 빌려온 원작 이상의 의미를 남겼죠. 2017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소설을 영화로 옮기면서 상당히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었고, 원작자 프리스트 역시 그 변화에 열려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무엇보다 마술사들이 관객을 위해 이야기를 만들고 시선을 유도하는 과정에 자신이 영화감독으로서 깊이 공감했다고 밝혔죠.
놀란은 ‘프레스티지’를 만들면서 영화 역시 마술과 같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마술 하나하나가 작은 이야기이고, 영화의 서사 역시 관객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감추느냐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죠.
영화 속 마술을 설명하는 ‘Pledge’, ‘Turn’, ‘Prestige’의 3단계 구조 역시 원작의 개념을 영화적으로 확장해 만든 장치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놀란이 바로 다음 작품 ‘다크 나이트’에서 고든의 정체를 감추는 장면을 설명하며 ‘프레스티지’에서 배운 미스디렉션을 의식적으로 활용했다고 직접 이야기했다는 사실이죠.
700페이지의 전기가 3시간짜리 ‘오펜하이머’가 되기까지
놀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오펜하이머'의 삶을 조명한 작품 / 이미지 출처: 사이언스북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생애 첫 아카데미 감독상을 쥐어준 영화 / 이미지 출처: 유니버설 픽처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카이 버드·마틴 J. 셔윈 | 오펜하이머
원자폭탄 개발을 이끈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과학적 성취부터 정치적 관계, 공산주의와의 복잡한 인연, 전후 몰락까지 추적한 퓰리처상 수상 전기로 영화 ‘오펜하이머’의 공식 원작입니다. 하지만 놀란의 오펜하이머에 대한 관심은 이 책보다 먼저 시작됐죠.
그는 ‘테넷’에서 이미 오펜하이머를 언급했고, 촬영이 끝난 뒤 로버트 패틴슨에게 1950년대 오펜하이머의 연설을 모은 책을 선물받았는데 그 독서가 매우 극적이었다고 한 인터뷰에서 회상했습니다. 이후 ‘다크 나이트’ 3부작을 함께 제작한 찰스 로벤이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권하면서 영화화가 본격적으로 현실적인 시작에 놓이게 되었죠.
놀란은 약 7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최상급의 연구자료라고 평가했고, 카이 버드와 마틴 J. 셔윈이 오펜하이머의 삶을 엮어낸 방식도 아름답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오펜하이머의 공산주의와의 실제 관계, 그리고 그와 동생 프랭크가 훗날 원자폭탄 개발의 중심지가 될 로스앨러모스 일대에서 캠핑을 즐겼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실이 그를 강하게 끌어당겼죠.
놀란은 이 책을 작업의 ‘바이블’과 같은 자료였다고까지 표현했습니다. 셔윈이 25년에 걸쳐 조사하고 카이 버드와 함께 완성한 방대한 기록을 여러 차례 읽으면서, 놀란은 사건을 단순히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대신 관객을 오펜하이머의 머릿속으로 집어넣을 영화적 구조를 찾아갔죠.
그래서 영화는 한 위인의 일대기를 객관적으로 정리하기보다 그의 기억, 죄책감, 정치적 몰락이 서로 충돌하는 주관적 경험으로 전개됩니다. 방대한 전기의 사실을 가져오되 그것을 ‘놀란식 시간’으로 다시 조립한 작품이 ‘오펜하이머’인 셈이죠.
열여섯 소년을 시간을 뒤흔드는 감독으로 만든 소설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감독의 이야기 방식 자체에 영향을 준 책 / 이미지 출처: simonandschuster
시간의 왜곡과 정교한 플롯, 압도적인 아날로그 연출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거대한 우주를 탐구하는 21세기 가장 독창적인 거장이 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 이미지 출처: WIRED
‘워터랜드’ , 그레이엄 스위프트
앞선 일곱 권이 특정 영화와 연결된다면, ‘워터랜드’는 조금 다릅니다. 한 작품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감독의 이야기 방식 자체에 영향을 준 책이죠.
영국의 습지 펜스를 배경으로 한 역사 교사가 자신의 과거와 가족의 기억, 지역의 역사를 들려주는 이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자유롭게 오가며 개인의 기억과 거대한 역사를 한데 엮습니다. 놀란은 미국감독조합 DGA와의 인터뷰에서 16살 때 읽은 이 작품이 평행하는 여러 시간대를 다루면서도 놀랍도록 일관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큰 영향을 줬다고 직접 밝혔죠.
그리고 후에 또다른 인터뷰에서도 놀란은 학교에서 읽었던 ‘워터랜드’를 자신의 서사적 형성기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다시 꺼내며, 여러 시간대를 잘라 오가면서 역사와 현재를 결합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죠.
같은 시기에 본 앨런 파커의 ‘핑크 플로이드: 더 월’, 니컬러스 로그의 영화들이 기억과 꿈, 시간과 편집을 뒤섞는 방식 역시 함께 영향을 줬다고 덧붙였습니다.
‘워터랜드’는 이야기는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순으로 흘러야 한다는 규칙에서 놀란을 풀어준 초기의 문학적 경험이라고 할 수 있죠. 이후 ‘메멘토’는 기억을 역순으로 배치했고, ‘인셉션’은 서로 다른 속도로 흐르는 꿈의 시간을 겹쳤으며, ‘덩케르크’는 일주일과 하루와 한 시간을 하나의 순간으로 수렴시켰습니다.
수십 년 동안 놀란의 영화에서 끊임없이 형태를 바꿔온 ‘시간’의 씨앗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끝에는 열여섯 살 소년이 읽었던 한 권의 소설이 놓여 있는 셈입니다.
Credit
- Editor 엄예지
- Photo 각 이미지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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