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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시계에 담다 '바쉐론 콘스탄틴 에나멜 마스터피스'

드가와 샤갈, 로이체와 루벤스의 명화가 작은 시계 다이얼 위에 펼쳐졌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에나멜 장인 기술과 시간의 가치를 직접 만났다.

프로필 by 강필선 2026.10.23
손목 위에서 다시 태어난 명화 4점
  • 에나멜은 작은 다이얼 위에 색과 질감을 여러 단계로 쌓아 완성하는 정교한 장식 기법이다.
  • 드가와 샤갈, 로이체, 루벤스의 작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손목시계의 다이얼에 다시 구현됐다.
  • 1755년부터 이어온 장인 기술과 예술을 통해 바쉐론 콘스탄틴이 말하는 ‘유산의 전승’을 살펴본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에나멜 기법과 마스터피스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된 전시장. 도슨트 투어를 통해 장인의 작업 과정과 네 점의 작품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바쉐론 콘스탄틴의 에나멜 기법과 마스터피스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된 전시장. 도슨트 투어를 통해 장인의 작업 과정과 네 점의 작품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바쉐론 콘스탄틴의 에나멜 기법과 마스터피스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된 전시장. 도슨트 투어를 통해 장인의 작업 과정과 네 점의 작품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바쉐론 콘스탄틴의 에나멜 기법과 마스터피스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된 전시장. 도슨트 투어를 통해 장인의 작업 과정과 네 점의 작품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175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한 바쉐론 콘스탄틴은 오랜 시간 워치메이킹의 전통을 이어온 메종이다. 정교한 기계식 시계는 물론 인그레이빙, 기요셰, 에나멜과 같은 장식 기법을 통해 시계의 또 다른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시간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기능적인 물건을 넘어 시계 자체를 하나의 오브제로 완성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는 브랜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도 시계의 무브먼트가 아니라 다이얼이었다. 평소 손목시계를 볼 때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숫자와 핸즈를 먼저 보게 되지만, 전시장에서는 시계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다이얼을 한참 들여다보게 됐다.


전시를 보기 전 미리 신청한 도슨트 투어에도 참여했다. 약 30분 동안 진행된 투어는 두 부분으로 나뉘었다. 처음 15분 정도는 바쉐론 콘스탄틴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에나멜 기법과 이를 완성하는 장인들의 작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이후에는 다른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네 점의 마스터피스를 살펴봤다.



먼저 들은 에나멜 이야기

에나멜을 다이얼 위에 구현하는 과정과 장인들의 작업 모습을 사진과 자료로 소개한 전시 공간. 작은 다이얼에 색과 질감을 쌓아 올리는 섬세한 제작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에나멜을 다이얼 위에 구현하는 과정과 장인들의 작업 모습을 사진과 자료로 소개한 전시 공간. 작은 다이얼에 색과 질감을 쌓아 올리는 섬세한 제작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에나멜을 다이얼 위에 구현하는 과정과 장인들의 작업 모습을 사진과 자료로 소개한 전시 공간. 작은 다이얼에 색과 질감을 쌓아 올리는 섬세한 제작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사실 전시를 보기 전까지 에나멜은 시계의 다이얼을 장식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제작 과정을 듣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섬세한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에나멜은 단순하게 다이얼 위에 색을 칠하는 방식이 아니다. 재료와 기법에 따라 색과 질감을 만들어내고, 여러 과정을 거쳐 원하는 결과를 얻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계의 다이얼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설명을 듣고 다시 시계를 보니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색이 어떻게 표현됐는지, 표면의 느낌은 어떤지, 작은 부분까지 얼마나 세밀하게 작업했는지를 자연스럽게 살펴보게 됐다.

시계를 가까이에서 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었다.



시계의 얼굴에 그림을 담다

투어 후반에는 네 점의 마스터피스를 만났다. 에드가 드가, 마르크 샤갈, 에마누엘 로이체,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작품을 모티브로 제작한 시계들이었다.


유명한 미술 작품을 시계의 다이얼에 담았다는 점에서 미술사적인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따라오지만, 이번 전시에서 더 궁금했던 것은 원작 자체보다는 그 그림이 어떤 방식으로 시계가 되었는가였다.


그런데 전시를 둘러보던 중 직원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에 소개된 네 점의 마스터피스가 모두 한국인의 소장품이라는 것이었다. 순간 '이게 실제 개인 소장품이라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하이 워치메이킹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데, 이 네 점이 모두 한국 컬렉터의 소장품이라는 사실이 꽤나 놀라웠다. 전시장에 놓인 시계들이 단순히 전시를 위해 준비된 작품이 아니라 실제 누군가가 소장하고 있는 시계라는 점에서 느낌도 달랐다.


에드가 드가와 마르크 샤갈, 에마누엘 로이체,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작품을 모티프로 제작된 네 점의 마스터피스가 놓인 전시장. 모두 한국 컬렉터의 개인 소장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에드가 드가와 마르크 샤갈, 에마누엘 로이체,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작품을 모티프로 제작된 네 점의 마스터피스가 놓인 전시장. 모두 한국 컬렉터의 개인 소장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에드가 드가와 마르크 샤갈, 에마누엘 로이체,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작품을 모티프로 제작된 네 점의 마스터피스가 놓인 전시장. 모두 한국 컬렉터의 개인 소장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에드가 드가와 마르크 샤갈, 에마누엘 로이체,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작품을 모티프로 제작된 네 점의 마스터피스가 놓인 전시장. 모두 한국 컬렉터의 개인 소장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회화와 시계는 크기부터 다르다. 캔버스 위에서는 넓게 펼쳐지는 장면도 손목시계에서는 작은 원형의 다이얼 안에 들어가야 한다. 게다가 그 위에는 시계바늘이 움직인다.


그래서 단순히 그림을 축소해서 옮기는 것과는 다른 작업일 것이다.

원작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시계의 크기와 구조에 맞게 다시 구성해야 하고, 에나멜이라는 재료를 통해 색과 디테일을 표현해야 한다. 그림을 시계로 옮기는 과정에서 장인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드가, 샤갈 그리고 작은 다이얼

에드가 드가의 작품을 작은 다이얼 위에 그리자이유 기법으로 구현한 마스터피스. 제한된 공간 안에서도 원작 특유의 인물과 명암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에드가 드가의 작품을 작은 다이얼 위에 그리자이유 기법으로 구현한 마스터피스. 제한된 공간 안에서도 원작 특유의 인물과 명암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에드가 드가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시계에서는 원작의 이미지를 그리자이유기법으로 다이얼 안에 담아낸 방식이 눈에 들어왔다.


마르크 샤갈의 천장화 ‘꿈의 꽃다발’을 미니어처페인팅 하여 제작한 ‘샤갈 & 오페라드파리’. 작품의 화려한 색채가 우선 눈에 들어왔고 이런 시계가 딱 한점씩 12개가 있다고 하니 그 독특함과 희귀함에 놀라움을 느꼈다.


마르크 샤갈의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천장화 ‘꿈의 꽃다발’을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옮긴 마스터피스. 화려한 색채와 세밀한 표현이 작은 다이얼 안에 응축돼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마르크 샤갈의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천장화 ‘꿈의 꽃다발’을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옮긴 마스터피스. 화려한 색채와 세밀한 표현이 작은 다이얼 안에 응축돼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마르크 샤갈의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천장화 ‘꿈의 꽃다발’을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옮긴 마스터피스. 화려한 색채와 세밀한 표현이 작은 다이얼 안에 응축돼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마르크 샤갈의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천장화 ‘꿈의 꽃다발’을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옮긴 마스터피스. 화려한 색채와 세밀한 표현이 작은 다이얼 안에 응축돼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두 시계를 보고 있으면 '그림을 시계에 넣었다'는 표현보다 명화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선정하여 각각의 특징을 제대로 살려 제작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큰 역사화를 손목 위에

에마누엘 로이체의 <델라웨어강을 건너는 워싱턴>을 손목시계 다이얼에 재해석한 작품. 성조기와 얼어붙은 강 등 원작의 주요 장면을 작은 화면 안에 정교하게 담아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에마누엘 로이체의 <델라웨어강을 건너는 워싱턴>을 손목시계 다이얼에 재해석한 작품. 성조기와 얼어붙은 강 등 원작의 주요 장면을 작은 화면 안에 정교하게 담아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에마누엘 로이체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마스터피스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델라웨어강을 건너는 워싱턴>처럼 큰 화면을 전제로 만들어진 역사화를 작은 손목시계의 다이얼에서 마주한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거기에 성조기와 얼어붙은 강을 표현한 비스포크라는 것도 놀라웠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회화를 모티프로 제작한 에나멜 마스터피스. 대형 회화의 색과 디테일을 작은 시계 다이얼에 압축해 표현한 장인의 기술을 보여준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회화를 모티프로 제작한 에나멜 마스터피스. 대형 회화의 색과 디테일을 작은 시계 다이얼에 압축해 표현한 장인의 기술을 보여준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시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네 점을 차례로 보고 나니 오히려 원작의 미술사적인 배경보다 시계 자체에 시선이 더 오래 머물렀다. 다이얼의 크기, 색의 표현, 표면의 질감, 그리고 그 위에서 움직이는 핸즈까지 하나씩 보게 됐다.



시간을 들여 만든 시계

이번 전시를 보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시계를 보는 방식이었다.

평소 시계를 볼 때는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전시장에서는 시간보다 먼저 다이얼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작은 다이얼을 완성하기 위해 어떤 기술과 시간이 필요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특히 에나멜은 완성된 결과만 보면 아름다운 색과 이미지로 보이지만, 그 뒤에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장인의 작업이 있다. 도슨트의 설명을 먼저 들었기 때문에 작품을 볼 때도 자연스럽게 그 과정을 생각하게 됐다.

사실 투어를 시작할 때 도슨트가 한 말이 있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역사와 문화를 소중히 하고, 아름다움을 나누며, 미래 세대에게 귀한 유산을 전승하고자 노력하는 메종이라는 설명이었다. 당시에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을 설명하는 말로 들었다.


그런데 전시를 모두 보고 나니 그 말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마스터피스 앞에서 작품과 제작 기법을 설명하는 아트 도슨트의 모습. 에나멜의 제작 과정과 작품의 배경을 함께 들으며 시계를 보는 시선도 한층 깊어진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손목 위의 예술

마스터피스 앞에서 작품과 제작 기법을 설명하는 아트 도슨트의 모습. 에나멜의 제작 과정과 작품의 배경을 함께 들으며 시계를 보는 시선도 한층 깊어진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손목 위의 예술

마스터피스 앞에서 작품과 제작 기법을 설명하는 아트 도슨트의 모습. 에나멜의 제작 과정과 작품의 배경을 함께 들으며 시계를 보는 시선도 한층 깊어진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손목 위의 예술

마스터피스 앞에서 작품과 제작 기법을 설명하는 아트 도슨트의 모습. 에나멜의 제작 과정과 작품의 배경을 함께 들으며 시계를 보는 시선도 한층 깊어진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손목 위의 예술

1755년부터 이어온 워치메이킹의 전통을 바탕으로 오래된 장인 기술을 이어가고, 에나멜이라는 전통적인 기법을 통해 새로운 시계를 만들어내는 모습. 여기에 유명한 예술 작품을 다이얼에 담아내는 작업까지 보고 나니, 바쉐론 콘스탄틴이 말하는 '유산의 전승'이 단순히 과거의 기술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기술과 문화를 지금의 시계 안에서 다시 보여주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 이어주는 것. 이번 전시에서는 그런 브랜드의 방향을 시계와 예술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시계는 시간을 보여주는 물건이지만, 어떤 시계는 그 자체를 만드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전시에서 만난 에나멜 마스터피스가 그랬다. 회화의 한 장면을 작은 다이얼에 담고, 그 안에 색과 디테일을 구현하고, 다시 시계의 형태로 완성하는 과정에는 기술뿐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이 필요해 보였다. (보통 마스터피스는 3년 제작기간이라고 한다)


전시장을 나올 때는 처음 들어올 때보다 시계를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됐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보는 시계와, 시간을 들여 만든 시계를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역사와 기술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것.

이번 전시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말하는 '시간'과 '유산'이 실제 시계 안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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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QUIRE CLUB MEMBER
강필선
배우/MC/도슨트
매일, 매순간 반짝이는 창작으로 충만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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