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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원부터 억대까지 오래 쓰는 '주얼리 & 워치' 4

결혼반지부터 실버 네크리스, 데일리 워치와 롤렉스까지. 가격대는 달라도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디자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주얼리와 워치 4가지를 골랐다.

프로필 by 하형석 2026.10.11
가격을 넘어 오래 사랑받은 주얼리 & 워치 4
  • 결혼반지의 정석, 그라프 시그니처 파베 & 플레인 밴드 세트
  • 스트릿과 하이주얼리 사이, 크롬하츠 페이퍼 체인 네클리스 실버
  • 5만 원대 가성비 치트키, 카시오 AQ-230A
  • 흔들리지 않는 기준점,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주얼리랑 워치는 가격 스펙트럼이 유독 넓은 카테고리다.

같은 '액세서리'라는 이름 아래 5만 원짜리와 억 단위가 아무렇지 않게 공존한다는 게, 생각해보면 좀 신기하다. 옷이나 가방은 그래도 가격대별로 어느 정도 급이 나뉘는 느낌인데, 시계와 주얼리는 그 격차가 유독 크고, 동시에 그 격차가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5만 원짜리 시계를 차고 다니다가도 어느 순간 억대 시계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는 게 이 카테고리의 특이한 점이다.


그래서 이번 달엔 아예 가격대를 넘나들며 네 가지를 골라봤다. 결혼반지로 많이 찾는 하이주얼리 한 세트, 스트릿 신에서 오래 사랑받아 온 실버 네크리스, 누구나 하나쯤 거쳐 가는 가성비 시계, 그리고 '시계 입문'하면 결국 다들 한 번은 검색해본다는 그 모델까지. 가격이 아니라 각자 자리에서 왜 꾸준히 사랑받는지를 기준으로 추렸다. 네 가지를 나란히 놓고 보니 오히려 공통점이 더 선명하게 보였는데, 이건 마지막에 따로 적어보려 한다.




결혼반지의 정석, 그라프 시그니처 파베 & 플레인 밴드 세트


각진 다이아몬드 원석의 단면에서 영감받은 그라프 시그니처 웨딩 밴드. 파베 다이아몬드와 플레인 밴드를 서로 다르게 구성해 각각 착용해도 자연스럽다. / 이미지 출처: GRAFF 공식 웹사이트

각진 다이아몬드 원석의 단면에서 영감받은 그라프 시그니처 웨딩 밴드. 파베 다이아몬드와 플레인 밴드를 서로 다르게 구성해 각각 착용해도 자연스럽다. / 이미지 출처: GRAFF 공식 웹사이트

영국 하이주얼리 하우스 그라프(Graff)는 창업자 로렌스 그라프가 평생 다이아몬드 원석을 보는 안목 하나로 업계 최상위에 올라선, 보석 세공업계에서는 거의 전설처럼 통하는 브랜드다. 그중 '로렌스 그라프 시그니처' 컬렉션은 창업자 본인의 이름을 그대로 딴 라인인 만큼, 그라프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디자인 언어가 압축돼 있다. 모티프는 다이아몬드 원석 그 자체의 각진 단면. 보석을 세팅하는 틀이 아니라, 보석의 결정 구조 자체를 반지의 실루엣으로 가져왔다는 점이 이 라인의 핵심이다.


이번에 눈에 들어온 건 커플 웨딩밴드로 구성된 세트다. 한쪽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밴드, 다른 한쪽은 아무 장식 없는 플레인 밴드로 짝을 이루는데, 보통 커플링이라고 하면 양쪽에 비슷한 디자인을 똑같이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이 세트는 아예 다른 두 디자인을 짝지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도 두 밴드 모두 그라프 특유의 각진 실루엣을 공유하고 있어서, 따로 껴도 각자 완성된 디자인처럼 보이고 나란히 껴도 과하게 커플 티가 나지 않는다.


각진 다이아몬드 원석의 단면에서 영감받은 그라프 시그니처 웨딩 밴드. 파베 다이아몬드와 플레인 밴드를 서로 다르게 구성해 각각 착용해도 자연스럽다. / 이미지 출처: GRAFF 공식 웹사이트 [하형석] 에스콰이어 클럽 메...

각진 다이아몬드 원석의 단면에서 영감받은 그라프 시그니처 웨딩 밴드. 파베 다이아몬드와 플레인 밴드를 서로 다르게 구성해 각각 착용해도 자연스럽다. / 이미지 출처: GRAFF 공식 웹사이트 [하형석] 에스콰이어 클럽 메...

플레인 밴드는 18K 화이트 골드로 제작되고 폭은 3.2mm. 파베 밴드는 삼각형 형태로 세팅된 파베 다이아몬드가 얇은 화이트 골드 밴드 위에서 각진 결정면처럼 빛을 반사하도록 디자인됐다. 두 제품 모두 사이즈 주문 제작 방식이라 발주 후 약 3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안내돼 있고, 반지마다 캐럿 수나 다이아몬드 품질에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명시돼 있다. 결혼반지를 알아보는 단계라면, 딱 떨어지는 디자인 하나와 조금 더 화려한 디자인 하나를 세트로 가져가는 이런 구성이 의외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매장에서 직접 사이즈를 재고 상담받는 과정 자체도, 이 가격대의 반지를 고르는 데는 당연히 거쳐야 할 절차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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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그라프 공식 홈페이지 또는 매장에서 1:1 상담 후 주문 제작.

」



스트리트와 하이주얼리 사이, 크롬하츠 페이퍼 체인 네클리스 실버


둥근 실버 링크가 촘촘하게 이어진 크롬하츠의 페이퍼 체인 네클리스. 링크마다 새겨진 ‘CH’ 각인과 묵직한 925 스털링 실버의 질감이 특징이다. / 이미지 출처: KREAM 공식 웹사이트

둥근 실버 링크가 촘촘하게 이어진 크롬하츠의 페이퍼 체인 네클리스. 링크마다 새겨진 ‘CH’ 각인과 묵직한 925 스털링 실버의 질감이 특징이다. / 이미지 출처: KREAM 공식 웹사이트

1988년 리처드 스타크가 LA에서 시작한 크롬하츠는 '하이주얼리'와 '스트릿'라는, 원래라면 안 섞일 것 같은 두 단어를 한 브랜드 안에 공존시킨 몇 안 되는 케이스다. 모든 제품을 할리우드의 자체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만든다는 원칙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고, 그 결과물이 때로는 하이엔드 주얼리 편집숍에, 때로는 스트리트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코너에 동시에 진열되는 묘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1992년에는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CFDA)에서 주는 액세서리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는데, 당시로서는 '실버 액세서리'가 정통 패션 어워드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한다.


둥근 실버 링크가 촘촘하게 이어진 크롬하츠의 페이퍼 체인 네클리스. 링크마다 새겨진 ‘CH’ 각인과 묵직한 925 스털링 실버의 질감이 특징이다. / 이미지 출처: KREAM 공식 웹사이트

둥근 실버 링크가 촘촘하게 이어진 크롬하츠의 페이퍼 체인 네클리스. 링크마다 새겨진 ‘CH’ 각인과 묵직한 925 스털링 실버의 질감이 특징이다. / 이미지 출처: KREAM 공식 웹사이트

그 중에서도 페이퍼 체인 네크리스는 크롬하츠를 상징하는 실버 라인업의 대표 격이다. 동그란 링크가 서로 맞물려 체인을 이루고, 그 링크 하나하나에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CH' 각인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다. 이름처럼 종이를 접어 만든 체인처럼 가벼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925 스털링 실버를 통으로 가공해 손에 쥐면 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 '가벼워 보이는데 묵직한' 반전이 이 라인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길이는 16인치부터 30인치까지 다양하게 나오는데, 짧은 쪽(16인치)은 쇄골 라인에 딱 맞게 떨어져 다른 펜던트와 레이어드하기 좋고, 긴 쪽(24~30인치)은 그 자체로 존재감 있는 스테이트먼트 피스가 된다. 유니섹스로 디자인돼 있어서 성별 구분 없이 착용하기 좋다는 점도 특징이고, 실제로 브랜드 초기부터 남녀 구분 없는 라인업을 유지해온 걸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에서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편이고, 해외에서는 스타디움 굿즈 같은 공식 인증 리셀러를 통해서도 활발히 거래된다. 금속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표면이 산화되면서 색이 어두워지는데, 이걸 '낡았다'가 아니라 '빈티지해졌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이 라인의 매력 중 하나다. 오히려 일부러 조금 오래된 느낌을 찾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

「

어디서: 크롬하츠 공식 매장 또는 크림(KREAM) 등 리셀 플랫폼.

」



5만 원대 가성비 치트키, 카시오 AQ-230A


각진 메탈 케이스 안에 아날로그 시계와 디지털 창을 함께 배치한 카시오 AQ-230A. 1990년대부터 이어진 레트로한 아나디지 디자인이 돋보인다. / 이미지 출처: CASIO US 웹사이트

각진 메탈 케이스 안에 아날로그 시계와 디지털 창을 함께 배치한 카시오 AQ-230A. 1990년대부터 이어진 레트로한 아나디지 디자인이 돋보인다. / 이미지 출처: CASIO US 웹사이트

이번 리스트에서 가장 저렴하지만, 가장 오래 살아남은 모델이기도 하다. 카시오 AQ-230은 1995년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거의 같은 디자인을 유지하며 30년 가까이 생산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아날로그 바늘로 시, 분을 표시하고, 그 아래 작은 디지털 창에 초와 요일, 날짜가 표시되는 '아나디지' 조합이 특징인데, 원조는 1982년 출시된 '야누스'라는 모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야누스는 아날로그 바늘과 LCD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탑재한 카시오 최초의 콤비네이션 모델이었고, 당시 정장에도 잘 어울리는 '드레시한 디지털 시계'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즉 지금 AQ-230의 디자인은 40년 넘게 다듬어진 결과물인 셈이다.


각진 케이스에 메탈 밴드를 매치한 심플한 외형 덕분에 캐주얼한 옷차림에도, 셔츠에도 무난하게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이얼 레이아웃도 아날로그 바늘과 디지털 창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치돼 있어서, 두 가지 표시 방식을 동시에 넣었는데도 가독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해외에서는 보통 40~6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국내에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같은 유통 채널에서 5~6만 원대에 올라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각진 메탈 케이스 안에 아날로그 시계와 디지털 창을 함께 배치한 카시오 AQ-230A. 1990년대부터 이어진 레트로한 아나디지 디자인이 돋보인다. / 이미지 출처: CASIO US 웹사이트

각진 메탈 케이스 안에 아날로그 시계와 디지털 창을 함께 배치한 카시오 AQ-230A. 1990년대부터 이어진 레트로한 아나디지 디자인이 돋보인다. / 이미지 출처: CASIO US 웹사이트

이 가격에 스테인리스 메탈 밴드, 1/100초 스톱워치, 데일리 알람, 듀얼 타임, 그리고 3년 가까이 가는 배터리 수명까지 들어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매일 험하게 굴려도 아깝지 않은 '데일리 워치'로는 이만한 선택지가 드물다. 시계줄 색상이나 다이얼 컬러만 바꾼 변형 모델도 꾸준히 나오고, 최근엔 패션 브랜드(메종키츠네)와의 콜라보 에디션까지 나올 정도로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는데, 베이직한 실버 다이얼 버전이 역시 가장 무난하고 오래 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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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카시오 공식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공식 유통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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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기준점,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그린과 블루 다이얼, 플루티드 베젤 등 다양한 조합으로 선보이는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클래식한 오이스터 케이스와 3시 방향 날짜창이 상징적인 모델이다. / 이미지 출처: 롤렉스 공식 웹사이트

그린과 블루 다이얼, 플루티드 베젤 등 다양한 조합으로 선보이는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클래식한 오이스터 케이스와 3시 방향 날짜창이 상징적인 모델이다. / 이미지 출처: 롤렉스 공식 웹사이트

롤렉스 입문을 고민하는 사람이 결국 한 번은 거쳐 간다는 모델이 데이트저스트다. 1945년 처음 출시됐을 당시, 다이얼 3시 방향 창에 날짜가 자동으로 바뀌는 기능을 세계 최초로 탑재한 손목시계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라인의 역사적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1926년 공개된 오이스터 케이스의 방수 기능, 1931년 특허를 받은 퍼페츄얼 로터 방식의 자동 와인딩, 그리고 1910년부터 쌓아온 공식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롤렉스가 그동안 축적해온 핵심 기술이 이 한 모델 안에 집약돼 있다. 윈스턴 처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같은 역사적 인물들이 착용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 정도로 오래, 그리고 폭넓게 사랑받아 온 시계 라인은 사실 많지 않다.


그린과 블루 다이얼, 플루티드 베젤 등 다양한 조합으로 선보이는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클래식한 오이스터 케이스와 3시 방향 날짜창이 상징적인 모델이다. / 이미지 출처: 롤렉스 공식 웹사이트

그린과 블루 다이얼, 플루티드 베젤 등 다양한 조합으로 선보이는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클래식한 오이스터 케이스와 3시 방향 날짜창이 상징적인 모델이다. / 이미지 출처: 롤렉스 공식 웹사이트

케이스 사이즈는 31mm, 36mm, 41mm 세 가지로 나뉘고, 오이스터스틸 단일 소재부터 스틸과 골드를 섞은 '롤레조(Rolesor)', 18K 옐로우·화이트·에버로즈 골드를 사용한 풀 골드까지 소재 조합도 다양하다. 베젤은 매끈한 스무스, 롤렉스 특유의 플루티드, 다이아몬드 세팅 중에서 고를 수 있고, 다이얼 컬러도 실버, 블루, 그린, 마더오브펄, 다이아몬드 인덱스까지 선택지가 넓어서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 캔버스' 같은 시계라는 평가가 많다.


브레슬릿도 클래식한 오이스터 브레슬릿과 쥬빌리 브레슬릿 중에서 고를 수 있어서, 같은 '데이트저스트'라는 이름 안에서도 조합 가짓수가 상당히 많다. 가격은 공식 홈페이지에 따로 표기돼 있지 않고 공식 판매점 문의를 통해서만 안내되는데, 이 또한 롤렉스 특유의 판매 방식이다. 하나를 사면 평생 쓴다는 전제가 깔린 시계인 만큼, 지금 당장의 유행보다 '내가 몇 년을 봐도 안 질릴 조합인가'를 기준으로 고르는 걸 추천한다.

「

어디서: 롤렉스 공식 판매점 문의 후 구매.

」


글을 마치며

가격대는 5만 원부터 억대까지 걸쳐 있었지만, 네 가지를 나란히 써놓고 보니 공통점이 하나 보였다. 가격과 무관하게, 넷 다 유행을 좇기보다 각자의 카테고리 안에서 수십 년씩 버텨온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그라프의 각진 실루엣도, 크롬하츠의 CH 각인도, 카시오의 아나디지 레이아웃도, 롤렉스의 오이스터 케이스도 전부 한 세대 전에 완성된 디자인이고, 그 이후로 크게 바뀌지 않았다. 유행이 아니라 시간으로 검증된 디자인을 고르고 싶다면, 이번 달엔 예산에 맞춰 이 네 가지 중 하나를 눈여겨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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