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영은 독보적이라 말한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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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은 독보적이라 말한다

할 말은 한다. 솔직함과 자유롭다. 능동적이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며 진취적이다. 그게 바로 강지영 아나운서다.

ESQUIRE BY ESQUIRE 2017.05.27

강지영 JTBC 아나운서 - 에스콰이어 코리아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해보니 어떤가요?

보기에는 화려해요. 저희는 모든 게 갖춰진 상태에서 카메라 앞에 서니까요. 하지만 자신이 어떤 실체, 뭔가 전문성을 가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직업이란 느낌이 들기도 해요. 내 전문성이 없다면 아나운서는 대체 가능한 직업이에요.

지금의 방송 환경은 아나운서의 캐릭터나 특징을 알리기 좋지 않나요?

기자와 MC의 경계가 굉장히 허물어져 있어요. 남자 기자에 여자 아나운서를 앉히는 게 전형적인 지상파 뉴스 스타일이었어요. 지금 JTBC <뉴스룸>의 주말 방송에는 둘 다 기자가 앉아요. 여자 기자들이 기존의 여자 아나운서 영역에 들어오기 시작한 거죠. MC도 옛날엔 아나운서가 많이 봤는데 지금은 가수나 아이돌 같은 연예인이 하죠. ‘이건 우리 영역인데’라는 부분이 줄어들죠.

MBC 아나운서 서바이벌 프로그램 <신입사원>으로 이름을 알리고 JTBC 특채로 입사했어요. 다른 분들과는 아나운서가 된 과정이 조금 달라요.

커리어 우먼이 되는 게 목표라 회계사 시험을 봤어요. 그런데 제 성격에 좁은 사무실 안에서 노트북만 두들기고 앉아 사람들과 소통도 하지 않고 지낸다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어릴 적 꿈 중에는 아나운서도 있었으니까 MBC <신입사원>에도 나가보았는데 잘 맞아서 여기까지 흘러왔어요.

그 방송을 유심히 봤어요. 회계사를 마다하고 아나운서를 지망한 것도 신기했고, 그런 사람이 계속 올라가는 것도 신기했어요.

사람들이 ‘너 갈 데 있잖아, 너 할 거 있잖아’라고 해서 상처를 받기도 했어요. 나름대로 공부한 걸 버리고 발음도 발성도 안 되는데도 뭔가 해보겠다고 왔는데.

만약 그때 JTBC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면?

JTBC 면접에서 떨어졌다면 미국으로 돌아갔을 거예요. 그냥 좋은 꿈 꿨다 생각하고 회계사 했을 것 같아요. 사무실에서 JTBC 보고 있었겠죠. ‘내가 갈 수 있었는데’ 이러면서. 인생 참 재미있어요.

아나운서 하면서 회계사의 삶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나요?

있었죠. 초반엔 너무 힘들었어요. 방송을 너무 만만하게 봤나 싶기도 했고요. 저를 보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있는 듯한 기분도 들고.

한국의 언론사 입사 시험은 ‘언론고시’라고 불리기도 해요. 비슷한 연습을 하고 비슷한 정도의 기술적 완성도를 갖추게 되죠. 아나운서 강지영이 카메라 앞에 선 방식이 다른 사람과는 좀 달랐던 건 사실이에요.

저는 <신입사원>을 하면서 아나운서 학원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아나운서를 준비하신 분들이 보기에 저는 이상한 사람이었어요. 그분들은 정장에 전형적인 아나운서 메이크업을 하고 왔어요. 미국 대학생들은 화장을 잘 안 해서 저는 화장을 안 해도 그게 왜 이상한지 몰랐고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전형적인 모습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아직도 그 마음이 남아 있나요?

네. 예를 들어 저는 셔츠에 스커트를 입어요. 아나운서 원피스 별로 안 좋아해요. 딱 봤을 때 아나운서들이 입을 법한 단아한 원피스 있잖아요. 색도 남색 같은. 저는 그런 걸 지양하려 해요.

다른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하셨죠. 그 복장이 본인 나름의 메시지라고.

보통 아나운서는 ‘쟤 뭐 입었다’, ‘딱 붙는 거 입었다’ 같은 식의 이야기를 들어요. 저는 그게 너무 상품을 대하는 말 같다고 생각해요. 물론 직업적인 아나운서의 겉모습이 하나의 브랜드일 수는 있죠. 하지만 제가 스스로 딱 붙는 옷을 입으면서 상품이 되길 자청할 필요는 없잖아요. 저는 좀 다르고 싶었고, 제 나름의 차이를 의상으로 보여드리는 거죠.

내가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을 내가 짜는 건 아주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의 특징은 뭔가요?

솔직함과 자유로움인 것 같아요. 능동적이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 진취적이에요. 할 말은 하고.

그런 특징 때문에 <신입사원>에서 높이 올라갔을지도 몰라요.

회사에서 그런 이미지를 좋게 봐준 것 같아요. 저는 그때 23세였어요. 굉장히 어렸죠. 젊음의 가능성을 보고 기술적인 측면은 다듬으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뽑았다고 생각해요.

기술적인 면모는 원래 회사에서 가르쳐야 하지 않나요?

그럴 줄 알았는데요, 자신의 역량은 자신이 개발하는 거예요.

아나운서는 특수한 기술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걸 하기 전부터요?

회사는 사람을 키워주는 곳이 아니에요. 방송은 정글이고 현실이고 온갖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에요.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내가 뭘 잘해야 가장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살아야 해요.

그걸 언제 알았어요?

딱 3년 일하고 다니던 대학교의 마지막 학기를 마치러 갔어요. 그때 6개월 동안 정말 생각을 많이 하고 ‘아, 나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죠.

그 6개월 동안 일을 그만할 거란 생각도 했었나요?

아니요. 학교를 빨리 무사히 잘 마쳐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마지막 학기 다 A였어요. 자랑하는 게 아니라 그때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일 잘 안 풀리고 힘들 때라 성적을 못 받으면 왠지 돌아가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올 A 맞고 돌아가서 1년 동안 죽어라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지금 여기서 관두면 내가 3년 동안 참고 모든 걸 버린 의미가 없으니까. 1년 죽어라 해도 안 되면 이건 내 길이 아니다. 그때 깔끔하게 포기하자고 생각했어요.

정공법이네요.

<정치부회의> 되게 열심히 했어요. 무조건 나가서 엄청 들이대고, 막 인터뷰 따 오고. 그게 반응도 오고, 잘 맞는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더 능동적으로 변했고 조금씩 자신감도 붙었어요.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전형적인 여성적 스타일을 추구하지 않아요. 프로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 방향으로 나를 만들어나가야겠다고, 열린 마음으로, 그렇게 해온 것 같아요.

직군의 위기를 느끼고 자신이 고쳐야 할 점을 생각한 후에 나름의 해결책을 생각해 시도해보는 거네요.

여자 아나운서의 수명이라는 걸 생각해요. 기존 아나운서를 보면 교양 하다 잘되면 앵커 하는 식이었어요. 속단일지도 모르지만 미국은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없어요. 앵커 아니면 리포터예요. 한국도 그렇게 될 거라고 봅니다. 앵커 아니면 리포터, 아니면 전문 MC처럼 세분화된 직업이 생기는 거지, 아나운서처럼 종합적인 걸 하는 직업의 명칭은 사라질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누구를 참고하나요? 롤모델이 있나요?

롤모델은 딱히 없습니다. 참고하는 언론인은 많죠. 앤더슨 쿠퍼라든가. 사람들이 흔히 ‘제2의 김주하’나 ‘제2의 백지연’을 찾아요. 제 생각엔 ‘제2의 누구’는 없어요. 그건 다 모조일 뿐이에요.

‘제2의 누구’ 이름 붙은 사람치고 성공한 사람도 없죠. 어느 분야든.

당연하죠. 성공하려면 독보적인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해요.

프리랜서가 되어 전문 방송인이 되고 싶진 않나요?

프리랜서를 하는 순간 불가피하게 자본 쪽으로 이미지가 쏠리겠죠. 그 이미지를 저에게 덧씌우고 싶지 않아요. 저는 언론인이란 걸 하고 싶기 때문에. 저널리스트를.

다른 아나운서에게서 가져오거나 훔쳐오고 싶은 게 있나요?

현실적으로 훔쳐올 수 없다면 부러워하지 않아요. 저만 힘들어지니까요.

지금 저널리즘업계는 변화가 굉장히 심해요. 그 업계의 일원이라는 입장에서 본 미디어와 저널리즘의 미래는 어떤가요?

최근 가짜 뉴스가 이슈였죠. 미디어가 많아지고 정보도 많이 흐르지만 진짜 뉴스를 전해주는 곳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미국은 뉴스와 관련한 직업이 많이 세분화되어 있어요. 정보만 받는 사람, 대본만 써주는 사람처럼요. 한국도 그렇게 세분화될 것 같기도 하고. AI가 얼마나 뉴스를 대체할지도 궁금해요. 하지만 사람이 로봇에게 완전히 밀리지는 않겠죠. 사람은 로봇과는 다르니까.

아나운서가 앵커와 리포터로 나뉠 것 같다고 했어요. 스스로는 어느 쪽이 더 끌려요?

궁극적인 목적은 앵커예요. 온전히 앉아서 제가 뉴스를 끌어가고 싶어요. 좀 더 그릇이 됐을 때. 사실 제 목소리에 대한 호불호도 강하다는 걸 잘 알아요. 그래서 제가 받아들여지는 환경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계속 자기반성을 하네요.

객관적으로 저를 보려고 노력해요. 사람이 자아도취하면 발전이 없어요.

아나운서가 도취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죠. 인스타그램 팔로어도 3만 명이 넘고.

저 팔로우하시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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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박 찬용,사진|표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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