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는 왜 플랫폼을 원했나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성공한 작가와 유망한 출판사는 새로운 영토에서 각자의 도전을 준비한다. | 오리진,웹툰

1윤태호윤태호 작가는 을 통해 작가로서의 ‘완생’을 경험한 것처럼 보였다. 만화책으로 분류된 단행본으로는 이례적인 260만 부의 판매 부수를 기록했고, 만화로도 드라마로도 대단한 인기를 누렸고, 각계각층에서 언급하는 희대의 작품이 됐다. 주인공 장그래는 고졸 취업생과 비정규직을 응원하는 아이콘이 되어 곳곳에서 호명됐다. 은 본래 출판사 위즈덤하우스가 윤태호 작가에게 제안한 작품이었다. 위즈덤하우스에서 제안한 건 바둑의 10계명이라 불리는 ‘위기 10결’을 통해 직장인들의 처세술을 설파하는, 일종의 자기 계발서 같은 것이었다. 막 의 연재를 끝낸 2010년경에 이런 제안을 받은 윤태호 작가는 언젠가 바둑꾼들의 이야기를 생각했기 때문에 한편으론 솔깃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처세술에 대한 만화나 그리기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시간을 벌었다. 그리고 2년간의 고민 끝에 우리가 아는 지금의 을 제안했고 위즈덤하우스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역시 잘 아는 것처럼 은 260만 부 이상의 단행본 판매 부수를 기록한 국민 만화가 됐고, 윤태호 작가는 한국 만화계를 대표하는 얼굴로 부상했다.윤태호 작가 윤태호 작가연준혁 대표가 윤태호 작가가 진행하는 교양만화 프로젝트에 귀를 기울이고 끝내 손을 내민 건 어떤 가능성을 감지했기 때문이다.“건방지게 들릴지 몰라도 ‘이 정도 게임하려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장되게 표현하면 그 정도로 큰일이 벌어졌으니 솔직히 만화판이 뒤집어질 줄 알았거든요. 나를 비롯해 만화를 둘러싼 무언가가 완전히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했죠. 그런데 그저 한 작품의 성취로 끝나버리니까 갑자기 그 성취가 시시하게 느껴졌어요.” 윤태호 작가는 개인으로서의 성공에 심취하지 않았다. 어쩌면, 못 했다. 그는 의 성공이 만화계 전체의 성공으로 확대될 것이라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특별히 변한 건 없었다. 드라마로 만들어지며 더욱 큰 화제가 됐지만 그것 또한 만의 성취였다. 한편으로 은 만화라기보단 일종의 자기 계발서로 여겨지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만화계 전체가 조명되는 사건이 돼서 산업 자체가 환기될 것이라 믿었던 그의 입장에선 에 집중되는 조명만큼이나 한국 만화계의 여전한 그림자가 점점 커 보이기 시작했다.사실 윤태호 작가는 개인적인 작가의 영역을 넘어서 만화판 전체를 아우르는 어떤 움직임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사비를 털어 웹진 를 운영하며 웹툰을 비롯한 만화 비평을 활성화시키고자 했고, 올해 초엔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직에 선출되며 만화 작가들을 위한 실물적인 정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작품 연재만으로도 버거운 시간이지만 만화계 전체를 아우르는 활동에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동시에 거대한 플랫폼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아마추어들의 낙서부터 프리미엄 웹툰까지 망라한 플랫폼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만화 유튜브’ 같은 것을 생각하며 구글코리아를 비롯한 몇몇 업체와 접촉했다. 하지만 포괄적인 만화 플랫폼을 원했던 윤태호 작가와 달리 대부분의 회사는 콘텐츠 비즈니스를 위해 그를 영입하거나 그의 작품을 영업할 권리를 원할 뿐이었다. 지향점이 달랐다. 윤태호 작가의 대표작 을 비롯한 단행본들.아마추어와 프로 작가를 총망라한 만화 플랫폼을 열고 싶다는 바람이 희미해지는 것과 달리 3년 전부터 준비 중이던 교양 만화 출판 준비는 나름대로 진도가 나가고 있었다. 무려 100권짜리 교양 만화 시리즈를 출판한다는 목표였다.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므로 서울 동교동에 사무실을 임대하고 팀을 꾸렸다. 윤태호 작가가 교양 만화를 생각한 건 4~5년 전이었다. “‘일단 내가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어릴 때 집이 가난해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기 때문에 항상 무식에 대한 공포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공부하는 시간이 좋더라고요. 그런데 같은 책은 너무 고어라 읽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이왕이면 만화로 쉽게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어요. 다만 백과사전식으로 정보를 나열한 것이나 주입식 학습 만화가 아니라 서사적 재미를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교양 만화라고 하는 거죠.”지난해 여름쯤 윤태호 작가는 위즈덤하우스의 연준혁 대표를 만나 비즈니스 제안을 받았다. 솔깃한 제안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 준비하는 교양 만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도구들의 시작’에 관한 교양 만화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연준혁 대표는 보다 적극적이었다. 위즈덤하우스와 함께 사업을 구상하는 제안이었다. 윤태호 작가는 한발 더 나아갔다. 플랫폼을 만들어 고정적인 연재처를 확보하고 만화 신을 선도할 장기적 동력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위즈덤하우스와 윤태호 작가는 함께 손잡고 새로운 플랫폼 개설과 교양 만화 시리즈 출판을 공조하기로 했다. 내친김에 위즈덤하우스는 윤태호 작가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15년 동안 윤태호 작가의 작품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위즈덤하우스가 독점으로 관리하는 권한을 갖겠다는 것이었다.2위즈덤하우스지난 5월 위즈덤하우스는 위즈덤하우스미디어그룹으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더 이상 출판업에 묶이지 않고 전방위적인 콘텐츠 사업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지난해 위즈덤하우스는 250억여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단행본 출판사 중 업계 2위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체질을 개선한 건 더 높은 목표를 위해서다. “기업 목표가 100년 가는 출판사였는데 이젠 100년 가는 콘텐츠 기업으로 바뀌었습니다. 회사에는 세 가지 중점 목표가 있는데 첫 번째가 성장입니다. 사실 출판사로서 나름 잘 운영되는 회사였지만 출판업만으로는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거예요.” 연준혁 대표의 말이다.위즈덤하우스미디어그룹의 연준혁 대표. 위즈덤하우스미디어그룹의 연준혁 대표.사실 연준혁 대표가 윤태호 작가가 진행하는 교양 만화 프로젝트에 귀를 기울이고 끝내 손을 내민 건 어떤 가능성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원래 만화책은 마니아들이나 상대하는 마이너한 시장이었어요. 그런데 와인 붐과 함께 주목받은 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일반 직장인뿐만 아니라 기업 간부나 CEO들도 그 책을 언급했어요. 단순히 만화책으로 소비된 게 아니라 와인에 대한 교양으로 소비된 거예요. 결국 만화라는 형식에 교양을 얹히면 단행본 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힌트를 얻었죠.” 그래서 위즈덤하우스에서 기획한 작품이 이었다. 허영만 작가에게 관상 만화를 제안했고, 이 작품은 13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결과물과는 상이한 차이가 있지만 도 위즈덤하우스에서 바둑과 처세술을 결합한 만화를 윤태호 작가에게 제안함으로써 등장한 나비효과였다. 이는 위즈덤하우스의 강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연준혁 대표는 위즈덤하우스가 전통적으로 기획력이 강하고 편집자의 역할을 중시하는 출판사라고 자부한다. “작가와 최일선에서 만나는 편집자가 우리 회사의 핵심 동력입니다. 위즈덤하우스미디어그룹으로 회사명이 바뀌었지만 그 가치에 대한 존중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단행본을 만들 때나 웹툰을 연재할 때나 편집자의 역할이 중요한 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까요. 결국 콘텐츠를 보는 안목이 있고 작가들과의 소통이 원만한 편집자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위즈덤하우스는 직원들의 60세 정년을 보장한다. 허울 좋은 말이 아니라 사규에 명시된 사항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출판사에 비해 이직률이 낮은 편이기도 하다. “대기업만큼 급여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출판사보단 좋은 대우를 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 창업자를 비롯한 주주들이 수익을 가져간 적이 없어요. 회사의 수익 절반은 직원들 위해 쓰고 나머지 절반은 회사에 재투자하는 데 써왔습니다. 최대한 나은 근무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해왔어요. 근태 관리 같은 건 지양하며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려 해요. 업무 목표 관리는 철저하게 함으로써 업무 경쟁력을 강화하려 하죠.”그리고 위즈덤하우스는 일찍이 단행본 출판 이외의 시장에 눈을 돌렸다. 2011년경 위즈덤하우스는 ‘북릿’이라는 상품을 출시했다. 도서에서 발췌한 짧은 분량의 글을 사진과 함께 구성한 10페이지가량의 사진첩 같은 것이었다. 딱히 시장의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탓에 사업은 철회했지만 위즈덤하우스가 단행본 형태를 벗어난 콘텐츠에 일찍부터 눈을 돌리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편 팟캐스트 의 성공 사례는 위즈덤하우스가 단행본 출판사라는 회사의 규격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는 회사임을 증명해낸 바이기도 하다. 새로운 콘텐츠와 플랫폼에 대한 열의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3오리진윤태호 작가의 신작 은 그가 애초에 생각했던 ‘도구들의 시작’이라는 기획처럼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현재 새로운 플랫폼인 ‘저스툰’에서 연재 중인 1부 ‘보온’ 편은 주제 그대로 보온에 관한 이야기다. 고도로 발달한 미래에서 현재로 온 로봇이 다양한 지식을 학습하며 성장한다는 콘셉트를 통해 100가지 지식을 만화적인 서사로 섭렵해 보이겠다는 것. 각 주제에 맞춰 진전되는 서사는 단행본 한 권 분량으로 규격화된다. 그리고 주제별로 연재가 완료되면 곧바로 단행본 출간 작업이 진행된다. ‘보온’ 편도 연재가 끝나는 8월에 1권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1권 ‘보온’ 편은 8월 중에 출간할 예정이다. 1권 ‘보온’ 편은 8월 중에 출간할 예정이다.아이템을 선정하는 과정은 윤태호 작가뿐만 아니라 편집자 4명으로 이뤄진 팀의 투표를 거쳐서 결정됐다. 윤태호 작가와 편집자들이 투표를 거쳐 주제를 정하면 담당 편집자가 관련 이론서들을 검색하고 구입해서 읽고 해당 주제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섭렵한다. 그리고 이 주제에 관해 정리해줄 전문가를 섭외해 1시간가량 강연을 들은 뒤 전문가와 함께 해당 주제에 관한 질문을 비롯해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한다. 그리고 전문가에게 최종 원고를 청탁하고 윤태호 작가는 만화 작업을 시작한다. 총 200페이지로 규격화된 단행본 분량에서 만화 페이지는 170페이지로, 전문가가 쓰는 정보 페이지는 30페이지로 구성된다.사실 교양 만화를 연재한다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전에 해당 주제에 관한 지식을 최대한 습득하고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회를 마감하는 데 주 5일을 잡아먹는 거 같아요. 연재할 때보다 더 잠잘 시간이 부족한 거 같아요.” 그럼에도 이렇게 고된 창작에 매진하는 이유는 뭘까? “올해 제 나이가 49세입니다. 1988년부터 만화를 그렸으니 30년 동안 해온 셈인데, 작품을 한다는 건 내 머릿속에 있는 걸 줄줄 풀어내는 작업이에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많은 걸 풀어왔으니 50세부터 쓸 창작 동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이렇게 공부하는 시간이 좋아요. 나를 리빌딩하는 과정이 생겼으니 좋을 수밖에요.” 결국 윤태호 작가는 의 작가이자 첫 번째 독자인 셈이다.하지만 작품 활동이 작가 본인만의 취미 활동일 순 없는 노릇이다. 윤태호 작가가 을 구상한 것도 교양 만화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존재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보면 단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으려는 게 느껴져요. 스마트폰으로 계속 무언가를 보고 있잖아요. 요즘은 사람들이 뭔가를 배우고 싶어 하는 게 느껴져요.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지금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사 이래로 가장 많이 배운 사람들일 텐데. 이렇게 대학 졸업자가 많은 시대가 없었잖아요. 어쩌면 학창 시절과 대학 시절에 원하지 않는 공부를 하다 보니 잘못 배웠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은 것 같고, 여전히 더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 같아요. 시장이 존재하는지는 몰라도 분명히 욕망은 느껴집니다.” 윤태호 작가의 변이다.인문학 열풍이 불고, 유명 인사의 강연장에 몰리는 사람들을 보면 틀린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의심이 든다. 등으로 강풀 작가와 함께 웹툰 신에 서사 만화의 대중성을 열어온 윤태호 작가가 교양 만화에 관심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윤태호 작가가 답했다. “유럽에선 교양 만화가 굉장히 발달했고, 중남미 쪽에는 한국의 학습 만화가 많이 수출됐습니다. 개발도상국에도 학습 만화나 교양 만화 시장이 분명히 있어 보이고요. 이나 같은 만화는 어느 나라에나 적용해도 그 나라의 살을 붙일 수 있는 뼈대가 있잖아요. 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으로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예요. 단순히 수출 계약을 맺는 정도가 아니라 현지에서도 많이 보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거죠. 저스툰으로 하고 싶은 게 바로 그거예요.” 그렇다. 윤태호 작가는 지금 훨씬 큰 야심을 가지고 먼 시장까지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윤태호 작가가 직접 정리한 의 스토리 라인. 에 등장하는 캐릭터 스케치 컷.4저스툰지난 5월 15일에 오픈한 저스툰은 웹툰과 웹 소설을 연재하는, 위즈덤하우스미디어그룹의 새로운 전진기지다. 100억원의 외부 투자를 유치해 신사업의 동력을 마련하며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출발선에 섰다. 저스툰 운영을 비롯한 콘텐츠 사업을 도맡을 40여명의 직원은 출판사가 있는 일산 대신 서울 동교동에 둥지를 텄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 새로운 파도가 밀려오는 시장의 상황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파도를 탈 수 있는 실력일 것이다. “콘텐츠 유료 결제가 비록 19금 만화로 시작되긴 했지만 결국 그런 소비 움직임이 다양한 장르로 확산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다만 그 시장을 열 수 있느냐는 물음은 우리가 유료 결제하고 싶을 만큼 보고 싶은 콘텐츠를 서비스하느냐는 문제에 달린 거죠. 결국 저스툰이 영입한 좋은 작가가 플랫폼의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이겠죠.” 연준혁 대표의 말이다.저스툰을 위한 좋은 작가란 단순히 유명 작가를 의미하는 것 같진 않다. 대부분의 유명 작가들은 이미 소속사가 있거나 포털 사이트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영입이 쉽지도 않다. 그리고 연준혁 대표는 저스툰의 경쟁력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사실 아마추어 만화가들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위즈덤하우스에서 라는 책을 출판한 적이 있는데 생물학에 관한 만화예요. 사실 작가가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이었는데, 이분이 원래 학생들에게 만화로 과학을 설명하고 싶어서 조금씩 그림을 그려가면서 책을 썼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분과 과학 만화 시리즈로 10권을 계약했어요. 이건 분명히 청소년 필독서가 될 거라고 판단했어요. 결국 전문 지식을 갖춘 아마추어 가운데 분명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 부합하는 인재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저스툰에서 수집한 이야기는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로서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콘텐츠 사업을 확장시키는 원천 소스가 될 전망이다.물론 유명 작가들의 참여도 예정돼 있다. 의 무적핑크 작가가 을 연재할 예정이며 주호민 작가도 새로운 작품을 저스툰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만화뿐만 아니라 소설 분야 또한 영향력 있는 작가를 섭외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웹 소설뿐만 아니라 본격 문학을 쓰는 작가들의 연재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지영이나 박민규, 천명관과 같은 작가들도 저스툰에서 소설을 연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연준혁 대표는 저스툰이 단순히 웹툰이나 웹 소설만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라고 첨언했다. “결국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에는 만화도 있고, 소설도 있고, 웹 소설도 있고, 팩트에 기반을 둔 어떤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고, 다큐드라마 같은 형식의 글도 나올 수 있고, 다양한 콘텐츠가 서비스될 수 있다고 봐요.”저스툰에서 수집한 이야기는 단순히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로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위즈덤하우스미디어그룹의 콘텐츠 사업을 확장시키는 원천 소스가 될 전망이다. 저스툰 사업과 관련된 OSMU, 즉 ‘원 소스 멀티 유스’를 전담하는 사업 부서가 존재한다. 여기서는 콘텐츠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위즈덤하우스미디어그룹이 자신들의 콘텐츠를 일회성 수익으로만 활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콘텐츠를 핸들링하는 입장에서 단순히 영화사에 판권을 파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작사로 이름을 올리고 지분을 나눠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모색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출판사의 영역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업성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성사된 사례도 있고요.” 연준혁 대표의 말처럼 위즈덤하우스는 장강명 작가의 소설 의 판권을 영화사에 파는 대신 추가 투자를 통해 지분을 얻었다. 더 이상 출판사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 만큼 콘텐츠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발을 디디지 못할 플랫폼이 없는 것이다.동시에 저스툰은 단순히 작가들에게 거둬들인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으로서만 유효한 게 아니다. 위즈덤하우스미디어그룹 입장에선 자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을 확보한 셈일 수도 있다. “사실상 저스툰은 우리 입장에서 새로운 매체잖아요. 이 매체를 통해 영상화할 수 있는 콘텐츠의 가능성을 시도해볼 수도 있는 거죠.” 연준혁 대표의 말에서 충분한 가능성이 느껴진다. 동시에 국경의 경계가 없는 플랫폼이란 점에서 해외에서의 반응을 모색해볼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왜냐하면 저스툰에서 서비스하는 교양 만화에 대한 수요는 민족과 인종과 국경과 문화를 초월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플랫폼이 대부분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건 국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규모를 어느 정도 확인했기 때문인 거 같아요. 결국 교양과 실용이 포함된 기획 만화를 추구하는 저스툰이 길게 봤을 때 다른 플랫폼보다 해외에서의 경쟁력을 좀 더 갖출 수 있는 방향성을 잡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윤태호 작가의 생각이다. 저스툰에서 연재하는 작품과 작가 리스트. 서울 동교동에 있는 저스툰 사무실.다만 이 모든 청사진은 ‘저스툰 자체를 궤도 위에 올릴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우선 답한 뒤에 그릴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수익 모델의 안정화와 운영의 경험치를 우선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언제나 위기감은 있었어요. 우리는 다른 출판사에 비해 역사가 짧고 회사를 위해 수익 대부분을 재투자하는 상황이라 비축한 자산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항상 남들보다 빠르게 새로운 걸 시도하는 거죠. 어쨌든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으니까요. 그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연준혁 대표의 말처럼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의외로 변하지 않는다. 정답은 결국 양질의 콘텐츠다. 좋은 플랫폼을 결정하는 건 결국 좋은 콘텐츠다. “처음에 생각한 우리 사이트의 정체성은 ‘호머’였어요. 호메로스 말이죠. 그야말로 상상력이 풍부하면서도 인문적인 글쓰기를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콘텐츠의 지향점이 딱 그런 거예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지식을 잘 씹어 먹을 수 있도록 그려주는 것 말입니다. 개인적으론 조석 작가가 연재하는 이나 귀귀 작가가 연재하는 같은 걸 보고 싶어요.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제가 그 책의 첫 번째 소비자가 될 거예요. 그리고 그럴 수 있다면 그 책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을 겁니다.” 윤태호 작가가 먼 곳을 응시하며 말했다. 허무맹랑하게 들리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