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비밀식당 더훈 편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비밀스러운 식당은 이유가 있다. 눈에 띄려 노력하기 보다는 지역과 상생하는 법과 최상의 맛에 있어 교집합을 찾아낸다. 가장 핫한 한남동에서도 ‘더훈’이 눈에 띄는 이유다. | 레스토랑,맛집,한남동,미식가,용산

미국 뉴욕에는 겉보기엔 넓지 않은 레스토랑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쪽으로 깊숙이 큰 곳들이 많다. 레스토랑의 각 테이블마다 개인적인 공간으로 잘 나뉘어 있다 보니 뉴욕에 오래 거주하다 보면 저마다의 아지트가 생긴다고들 한다. 지난 3월 한남동에 새로 오픈한 모던 아메리칸 스타일 레스토랑 ‘더훈(The HOON)’도 비밀스러운 공간에 가깝다.‘더훈’은 경사진 지형 2층에 위치한 식당이다 보니 입구에 접근하려면 계단을 지나야 한다. 길 위에서 볼 땐 레스토랑이 지하에 있는 느낌인 반면, 길 아래에서 올려다볼 땐 2층에 있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이 비밀스러운 공간의 진가는 더욱 발휘된다. 입구를 중심으로 좌측은 부스형 테이블이라 일부러 일어서서 보지않는 한 잘 보이지 않는다. 우측은 아예 아크릴 벽으로 경계를 나눈 분리형 공간이고 식당 깊숙이 들어가면 한 가족이 다 함께 식사 가능한 비밀스러운 공간이 따로 있다. ‘더훈’에서 식사를 할 때만큼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단순히, 공간만 비밀스럽다고 해서 아지트로 삼는 경우는 드물다. SNS에 올릴 만큼 가게가 예쁘다고 해도 음식이 맛 없다고 소문나면 손님들은 발을 끊기 마련이다. 그러나 맛에 관해선 염려할 필요가 없다. ‘더훈’은 도산공원의 명소로 자리잡은 ‘에스테번’의 총괄 셰프 출신 송훈 오너 셰프가 새롭게 자리한 곳이기 때문이다. 송훈 셰프는 프렌치, 이탈리안으로 대변되는 유러피안 스타일 보다는 아메리칸 컨템포러리 다이닝을 추구한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로 구성된 미국에서 편하게 먹는 음식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동서양의 경계를 묘하게 허무는 송훈만의 퓨전 레시피에 박수를 치게 된다. 서양 요리의 이미지가 강렬한 등심 스테이크도 ‘더훈’에선 크레에이티브한 메뉴로 변신한다. 서양식 그릴과 일본식 화로인 곤로, 중국요리를 할 때 쓰는 웍을 활용해 최고의 맛의 접점을 찾는다. 스테이크를 초벌할 땐 그릴을 사용해 육즙을 최대한 살리고, 곤로에 옮긴 뒤, 미리 피운 숯불과 사과나무 칩으로 훈연해 향이 베이도록 한다. 웍은 스테이크에 곁들일 가니쉬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한다. 양배추, 샬롯, 겨자잎 등 채소 위에 올릴 소스를 만들 때 ‘더훈’에서 직접 만든 멸치 소스와 치킨스톡을 조리할 때 웍을 사용하는 것. 동서양의 컬래버레이션은 조리 기술 이외에도 재료의 선택에 있어 다시 한번 빛을 발휘한다. ‘더훈’의 등심 스테이크는 약 30여 종의 재료를 활용한 가니쉬를 곁들이는데 씨 머스타드, 감자크럼블, 감자폼, 파슬리, 타라곤, 배고니아 등이 웨스턴 스타일의 재료라면 총각무, 열무, 마늘쫑, 풋고추, 꽈리고추 등은 아시안 스타일의 재료다. 이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구운 총각무인데 무청까지 살린 총각무를 간장, 홍고추, 청양고추, 마늘와 함께 발효시킨 다음 그릴에 굽는 것. “한국 사람이라면 서양 요리를 먹고 나서 꼭 김치, 라면이 생각나지 않습니까? 저희 한우 등심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그런 느끼한 맛이 나지 않도록 아예 총각무 가니쉬를 곁들였습니다.” 송훈 셰프 특유의 위트가 담긴 자신 있는 답변이었다. 한남동 인근은 최근 서울에서 가장 핫한 동네답게 많은 음식점이 생기고 또 없어진다. 손님의 발걸음을 한번이라도 더 끌기 위해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기 바쁜 반면에 ‘더훈’은 위치상 잘 보이지 않을뿐더러 식당의 간판마저 요란하지 않아 잘 보이지 않는다. 꽤 불리한 조건이다. “도산공원의 ‘에스테번’은 전국의 미식가들이 모여드는 곳이었기 때문에 화려하게 했어요. 그러나 ‘더훈’에선 지역 주민들이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년, 아니 10년 뒤에 방문하셔도 불편하지 않은 그런 식당이 됐으면 해요.” 송훈 셰프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비로소 그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지역과 상생하는 가정식 요리집, 나, 우리 가족이 아지트로 삼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더훈’이 추구하는 모습이자 목표라는 것을 말이다.Add.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87Ph. 010-6707-3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