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취한 차이니스 바 2편 명성관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독한 바이주를 감각적인 칵테일로, 양이 많아 부담스러운 중식을 산뜻한 안주로 재탄생시킨 이색적인 차이니스 바를 소개한다. | 차이니스 바,명성관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젊은 사장이 웍을 잡고 또래의 매니저는 칵테일을 제조하는 명성관은 현재의 차이니스 바 붐을 일으킨 곳이다. 비슷한 분위기와 구성의 바가 새롭게 하나둘 생겨난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15년 넘게 다이닝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고건 대표가 차린 명성관은 2016년 12월 문을 연 이래 꾸준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4인석 테이블 하나와 ㄴ자 형태의 바에 놓인 좌석 아홉 개가 전부이지만 그 속에 다양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다. 고 대표의 할아버지가 단골이던 이발소 자리에 차린 것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이발소 의자를 연상케 하는, 적갈색 가죽으로 감싼 바 좌석에 앉으면 주방에서 요리하고 칵테일을 제조하는 과정이 한눈에 보인다. 음식을 배운 적 없다는 고건 대표가 웍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모습에서 그동안의 연습량을 언뜻 상상할 수 있다.한편 내부 분위기며, 장미가 그려진 콜린스 잔이 주는 인상에서 전문적인 바텐딩을 기대하지 않았다면, 김보근 매니저가 칵테일을 제조하는 진지한 모습에 자못 놀라게 될 터. 칵테일을 주문하면 그때부터 잔을 칠링해 재료를 신속 정확하게 붓는 중간중간 레몬 껍질을 비틀어 립 부분을 빙 두르며 향을 입히고, 로즈메리를 손등에 올려놓고 다른 손바닥으로 쳐 향을 증폭시키는가 하면, 바 스푼으로 칵테일 한 방울을 떠 손등에 올린 후 입으로 빨아들여 맛을 본다.‘차이니스 하이볼’이 소홍주 특유의 간장 향이 아주 옅어 마시기 편하다면, 카시스 리큐어와 콜라를 가미한 ‘명성 카시스’는 쌉싸래하면서도 달달하고 짭짤한 게 은근히 중독되는 맛이다. 한편 연태고량주에 리치를 으깨 넣고 스프라이트를 부은 ‘화이트 피즈’와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를 연태고량주로 재조합한 ‘카롱티’는 달짝지근하면서도 바이주의 쨍한 열대 과일 향이 잘 살아 있다.칵테일만큼 음식도 인상적이다. 오목한 그릇에 수북이 담겨 나오는 마파두부는 연두부와 고추기름이 입술에 닿는 순간부터 목젖으로 넘기는 순간까지 감촉이 너무나 부드러워 마음까지 부들부들해지는 기분이 든다. 고소한 연두부는 중간중간 산초를 씹어 얼얼해진 입안의 통각을 잠재우는 역할도 한다.흥겨운 재즈 음악에 맞추어 맵싸하고 기름진 요리와 향긋한 칵테일을 번갈아 즐기다 보면 우리가 여태껏 품어온 중식에 대한 인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글_이주연(미식 칼럼니스트)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3길 32문의 02-337-7456독한 바이주를 감각적인 칵테일로, 양이 많아 부담스러운 중식을 산뜻한 안주로 재탄생시킨 이색적인 차이니스 바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