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취한 차이니스 바 4편 모던놀랑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독한 바이주를 감각적인 칵테일로, 양이 많아 부담스러운 중식을 산뜻한 안주로 재탄생시킨 이색적인 차이니스 바를 소개한다. | 차이니스 바,모던놀랑

모던눌랑모던눌랑은 낮과 밤이 굉장히 다른 공간이다. 낮에는 통유리로 볕이 쏟아져 통창하다면, 밤에는 지하의 바처럼 어둡고 차분하다. 공간을 메운 사람들이 택하는 메뉴도 자못 다르다. 낮에는 중식 요리를 코스로 주문하여 브런치 즐기듯 한다면, 밤에는 가벼운 단품 메뉴를 곁들여 형형색색의 칵테일을 홀짝인다. 조도를 낮추어 가라앉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흥겨운 재즈 선율과 흥분이 묻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특히 그 웅성거림은 모던눌랑의 시그너처 칵테일인 ‘상하이 핑크’를 주문하는 순간 증폭된다. 바텐더가 테이블로 찾아가 즉석에서 칵테일을 만들어주기 때문. 바텐더의 절제된 움직임에 따라 셰이커 속에서 음료가 격렬히 흔들리며 내는 경쾌한 소리가 제법 마음을 흥분시킨다.상하이 핑크는 연태고량주에 장미와 제비꽃 향 시럽을 넣어 바이주가 품은 꽃향기를 극대화한다. 입술이 닿는 립 부분이 살짝 벌어진 잔에 옅은 분홍빛 칵테일이 담긴 모습이 만개한 꽃을 연상케 한다면, 손잡이 부분이 긴 원기둥형 잔에 담긴 검은색의 ‘블랙 슈트’는 얼핏 정장 입은 남성을 닮았다. 연태고량주에 기네스 맥주를 섞은 ‘블랙 슈트’는 흑맥주의 쌉싸래하면서도 묵직한 보디감에 바이주 특유의 쨍한 기운이 더해져 제법 재미있다.나무 케이지에 전복조림, 닭다리살구이, 새우 춘권, 게살 냉채 등이 적은 양으로 고루 담겨 나오는 ‘모던눌랑 케이지’는 가벼운 안주로 즐기기에 적당하다. 한편 ‘민트앤라임 쉬림프’는 크림마요새우의 마요네즈 소스에 라임과 민트를 으깨 넣어 변주를 줬다.칵테일의 단맛이 부담스럽다면 ‘비프 갈릭’을 주문할 차례. 이맘때 가장 맛있는 죽순과 셀러리를 넣고 매콤하고 알싸한 마늘 소스에 볶은 쇠고기 채끝살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모던눌랑이 보유한 80여 종의 바이주 중 연태고량주의 고급 라인인 ‘주선방’은 알코올 도수가 40도로 높은데도 맛과 향이 깔끔하고 병도 고급스러워 이곳의 음식,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남은 술을 6개월간 보관해주는 것도 이곳의 매력 중 하나. 심지어 외부에서 가져온 술도 같은 기간 보관해준다. 콜키지 차지는 위스키, 바이주 기준 병당 5만원. 1930년대 풍성한 문화를 꽃피운 상하이를 모티프로 꾸민 공간에서 분위기 못지않게 매력적인 칵테일과 작가의 그릇에 담겨 나오는 기름진 중식을 마다하기란 쉽지 않을 터다. /글_이주연(미식 칼럼니스트)주소 서울시 서초구 사평대로 205 BP 4-6 문의 02-6282-5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