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짜릿하게' 1290 슈퍼듀크 R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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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짜릿하게' 1290 슈퍼듀크 R

동쪽 바다, 정확히는 속초를 향해 달렸다. 1290 슈퍼듀크 R을 타고. 바람보다 빠르게.

ESQUIRE BY ESQUIRE 2019.07.14

 

누구나 벅차고 힘든 일을 마주하는 순간이 있다. 그 빈도가 잦아질 때 바다로 훌쩍 떠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바다를 마주하는 건 단순한 여행이 아닐 것이다. 일상 속 모든 상황을 뒤로한 잠깐의 도피랄까. 인생에서 쉼표를 찍는 순간이다. 쉼표를 찍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여정조차도 거르고 싶을 만큼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이럴 때 KTM 1290 슈퍼듀크 R이 아주 좋은 파트너다. 무지막지한 성능의 슈퍼바이크이면서도 운전자와 밀접하게 교감하는 능력을 가졌으니까.

서울 강남에서 강원도 속초까지 국도로 달리면 200km 정도다. 3시간이 걸리는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거리다. 그런데 슈퍼듀크 R은 그 과정을 과감하게 줄여준다. 때론 바람보다 빠르게 달리고, 때론 막아선 바람을 칼날처럼 가른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나와 슈퍼듀크 R 사이에 어색한 간격이 사라진다. 둘이 완전히 밀착해서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호흡을 나눈다. 웅크려서 빠르게 달리다가 갑자기 허리를 펴고 속도를 줄여본다. 그러면 풍경과 배경이 갑자기 뒤에서 덮치듯이 몰려든다. 여러 번을 경험해도 그 순간은 매번 새롭다.

 

강원도 인제군에 들어서 미시령로를 따라 신나게 달린다. 도로 옆으로 우뚝 솟은 선바위가 언제나처럼 라이더를 맞이한다. 탁 트인 하늘과 화창한 날씨가 도심에 지친 육체를 달랜다. 도심에서 맛볼 수 없는 상쾌한 공기가 폐 속을 가득 채운다. 어두컴컴한 미시령터널을 통과하면 곧 멀리 지평선이 나타나며 반짝이는 바다가 보인다. 도로 옆으로는 커다란 울산바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십 번 지나다닌 길인데도 매번 그 웅장함에 압도된다.

바다는 인간이 만든 길이 자취를 감추는 장소다. 그러니 더는 동쪽으로 갈 수 없다. 이제 모터사이클의 앞머리를 북쪽으로 틀어야 한다. 언젠가 소셜 미디어에서 송지호해수욕장 풍경을 봤다. 새하얀 백사장에 맞닿은 청명한 바다가 있는 곳. 대단히 이국적인 분위기였다. 꼭 한번 가보고 싶어서 그곳을 찾았다.

 

뜨겁게 달궈진 모래사장 위에서 푸른 바다를 바라본다. 이맘때 속초 바다는 차분한 분위기다. 파도는 잔잔하다. 그래서 더 빨리 마음이 진정된다. 바다와 마주했다는 사실만으로 근심과 걱정이 반으로 줄어든다. 그러고 보면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그렇게 바다를 원했는데 이제는 허기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군침이 돈다. 푸짐한 물회도 좋고, 얼큰한 전복뚝배기탕도 좋다. 막 기름에서 건진 새우튀김, 고소하고 짭짤한 꼬막비빔밥도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다. 모터사이클 투어는 언제나 계획하지 않아서 좋다. 끌리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근처 숙소에서 잠을 청한다. 투어의 목적은 모두 이뤘다. 물론,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직 달려야 한다. 이제 겨우 반 왔다.

 


날카롭게 다듬어진 네이키드

KTM 1290 슈퍼듀크 R은 네이키드 장르에선 아주 이상적인 모터사이클이다. 1301cc V2 엔진은 끝을 알 수 없는 힘을 토한다. 스로틀 레버를 비틀면 엔진이 최대 1만rpm까지 회전하며 공간을 찌르고 앞으로 나간다.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라이더와 하나가 되는 성질도 강하다. 슈퍼바이크 수준의 괴물이지만 다루기가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유연한 코너링이 가능하다. 원하는 방향으로 언제든 민첩하게 움직인다. 속도라는 결과뿐만이 아니라 라이딩의 모든 과정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최고다. 최고의 장난감이다. 27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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