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누구의 딸도 아닌 윌로 스미스

윌로 스미스의 세 번째 앨범 <윌로(willow)>.

BYESQUIRE2019.08.26
 아홉 살에 데뷔했다. 아홉 살이면 밥 잘 먹고 잠만 잘 자도 감사한 나이인데 윌로 스미스는 그때 제이지의 레이블, 록 네이션스(Roc Nations)와 정식 계약부터 했다. 데뷔 싱글 가 제 나이답지 않은 건 아니었다. 상큼한 여자애가 귀여움을 뚝뚝 흘리며 해맑게 춤추고 신나게 즐겼다. 그 자연스러움이 성공한 이유다.
윌 스미스 가족이 원래 그랬다. 파파라치를 보면 최대한 인상을 쓰는 법을 가르치는 대신 자연스러운 레드 카펫 애티튜드부터 조기교육을 시키는 집안이었다. 요즘 미국 애들은 1980년대 힙합 뮤지션이자 TV 쇼 주인공이었던 ‘더 프레시 프린스’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구독자 630만 명의 유튜버 윌 스미스는 안다(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덧붙이자면 더 프레시 프린스가 윌 스미스다). 지금 내가 사는 이곳 미국에서도 요즘 어린애들이 제일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유튜버다. 이들이 롤모델로 꼽는 게 윌 스미스 가족이다. 첫째 아들도 배우, 둘째 아들도 배우이자 모델이자 래퍼, 막내딸 윌로 스미스는 일곱 살 때 이미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를 찍었다.
미국인들은 이 가족을 하나의 ‘패키지’로 이해한다. 친근한 스탠스 덕분에 뭘 해도 호감인 이미지다. 배우 부모가 꾸준히 본업에 충실한 것 이상으로 제이든 스미스와 윌로 스미스도 자신의 창작 활동에 몰입해왔다. 그러나 그들은 일명 Z세대답게 부모 세대보다 훨씬 더 경계 없는 아티스트의 면모를 보여준다. 아트 컬렉티브 MSFTSrep를 중심으로 ‘힙’한 뮤지션들을 모으고, 루이비통과 샤넬 아이웨어의 모델로서는 단순한 계약 관계자가 아니라 디자이너의 좋은 친구이자 패션 아이콘으로 거듭난다.  
여러 예술계를 오가면서도 윌로는 자신의 방점을 음악으로 찍으려 한다. 그 방증이 최근 선보인 세 번째 정규 앨범 <윌로(Willow)>다. 가장 나다운 것을 오래 고민한 결과물이란 것을 증명하듯 자신의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내세우지 않은 신보에는, 소울과 R&B가 자유로운 형태로 조합되고 뻔한 팝 음악 대신 실험적인 음악이 이어진다. 윌로 스타일로 확실히 자리 잡은 팔세토풍 보컬(작은 새가 지저귀는 듯하다), 오래 쌓아온 기타 실력, 셀프 프로듀싱 능력까지 모두 갈아 넣었다. 유통 역시 CD라는 전통적인 형태를 취하는 대신 윌로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 전곡을 업로드하는 디지털 방식으로 대체했다. 윌로 스스로 이 앨범에 대해 “비로소 나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첫 번째 앨범”이라 자평하지 않아도 자전적 이야기와 내면의 솔직한 고민이 가사에 충분히 묻어 있다.
미국의 음악 시장 규모는 거대하면서도 수요의 세대와 장르가 촘촘히 세분화되어 있다. 차트 외에도 신뢰할 만한 많은 수단이 있어서 빌보드 톱 100과 거리가 멀어도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기도 한다. 특정 집단만이 그들의 리그를 형성하는 경우도 많다. K-팝 장르만 해도 베컴의 막내아들이 한국에서 아이돌 오디션을 보러 다닌다는 소문이 떠돌고, 안젤리나 졸리의 아들이 연세대를 택하는 날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미국인은 BTS를 ‘BLT 같은 샌드위치’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이토록 예측 불가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윌로의 새 앨범에 대해서는 단언할 수 있다. 실패다. 윌로가 뭘 하든 숭배하는 집단, 10대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공한 첫 번째, 두 번째 앨범과 음악적 내공이나 완성도가 달라서가 아니다. 맥락이 없어서다. 윌로의 새 앨범은 지금까지의 행보에 비하면 느닷없다. 먼저 가사.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윌로의 고민은 모호하기만 하다. 자신은 특별하게 반짝이는 성운에서 온 것 같은데, 정체성을 찾으려는 여행을 떠나다가, 돌연 여성으로서 다른 여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노래한다. 신곡 중 ‘Time Machine’의 가사에는 급기야 1980년대 장 미셸 바스키아, 1990년대 커트 코베인이 소환된다. 문제는 왜 이들이 등장했는지 리스너도, 윌로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프로듀싱. 공동 프로듀서로 타일러 콜이라는 자가 등장한다. 윌로 스미스의 현 남자 친구다. 그 또한 뮤지션이자 몇몇 단편영화에 출연한 배우지만 그가 찍는 ‘럽스타그램’ 영상만큼의 독창성이 다른 작업에서도 발휘된 적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애인’ 또는 ‘BF’가 직업인 주변인에게 그럴듯한 직업을 선물하는 일이야말로 미국형 셀러브리티의 가장 강력한 특권 아닐까.  
셀러브리티이면서 셀러브리티가 아닌 면모로 사랑받은 스미스네 막내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누구의 딸도 아닌 윌로 스미스로 거듭나려는 행보를 비난하는 게 아니다. 도리어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리스너라고 뮤지션에게 원하는 이미지를 강요할 권리도 없다. 하지만 감정에 솔직한 미국 10대들은, 아니 어느 세계인들은, 진정성 옅은 자기애와 선택적으로 느끼는 정체성 혼란에 관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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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 김은희
  • 글 | 이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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