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2년, 현재 진행형인 유빈의 홀로서기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뜨거운 시절을 지나왔기에 느낄 수 있는 적정 온도, 유빈은 지금 확실히 느끼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새 앨범 를 공개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반응은 없었나?
이번에는 좀 더 유빈의 진솔한 모습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이 마음에 남더라. 유빈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이번 앨범으로 유빈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다는 반응들이 보이는 거 같다. 열심히 준비해서 새롭게 선보인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좋다는 얘기를 들으면 보람을 느낀다.
‘끝의 시작’이라 해석할 수 있는 앨범 타이틀에는 어떤 의미를 담은 걸까?
일단 이번 앨범에 수록된 ‘무성영화’나 ‘Not Yours’ 둘 다 이별의 끝에서 시작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그런 주제가 담긴 타이틀이긴 하다. 그런데 모든 게 항상 끝이 시작인 거 같다. 뭔가 끝냈다고 생각하면 늘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되니까. 이번 앨범은 퍼포먼스를 비롯한 콘셉트보다도 내가 개인적으로 느낀 바를 더 녹여낸 앨범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의 의미가 있기도 하고.
지난 앨범 <#TUSM>에 이어 이번 앨범 에서도 작사, 작곡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아티스트로서 자기 색깔이 담긴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이 엿보이는데, 이번 앨범은 전작들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점에서 야심을 확장한 결과물 같다.
지금까지의 나 역시 내가 아닌 건 아니겠지만 지금까지는 무대 위에서의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신경을 썼다면 이번에는 좀 더 평소에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무대 위에서는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일상에서는 똑같은 사람이니까 그런 면에서 공감할 수 있는 면모를 좀 더 보여주고 싶었다. 그저 멋있다, 예쁘다, 이런 반응을 얻는 것을 넘어 나 자신을 좀 더 드러내고 싶었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내려놓고 보여주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고, 좀 더 경험적으로 와닿는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솔로 데뷔작인 <도시여자>나 두 번째 앨범 <#TUSM>은 복고적이었다면 이번 신보는 고전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거 같다. 좀 더 성숙해진 느낌도 들고. 곡에 접근하는 방식이 예전과 다른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예전에는 우선 매력적인 캐릭터부터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스토리를 먼저 생각했다. 예전에는 이런 장르를 시도해보자, 이런 느낌의 캐릭터를 보여주자, 이런 게 우선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내용을 말할지, 어떤 가사를 들려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앞섰다. ‘무성영화’ 같은 경우에는 평소에 썼던 글을 바탕으로 작곡가 언니와 상의하며 발전시킨 것이기도 했고. 아예 시작점이 달랐다.
그런 변화를 꾀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회사 관계자들과 많은 회의를 했지만 확실히 이번에는 내가 담고 싶은 걸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프로듀서님도 “유빈아, 네가 하고 싶은 얘길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그렇게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흘러온 거 같다.
가죽 드레스 YCH.

가죽 드레스 YCH.

이번 앨범에 수록된 두 곡 모두 작사에 참여했다. 가사만 두고 봤을 때 ‘무성영화’는 지나간 관계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느껴지는 곡이라면 ‘Not Yours’는 관계의 끝을 선언하는 카타르시스가 강렬한 곡이다. 결국 이별이라는 테마로 만든 앨범처럼 느껴지는데 그런 테마를 잡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어느 날 카페에 갔다가 많은 사람들이 대화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너무 조용했다. 거기서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이별한 연인의 이야기를 담게 됐는데 실제로도 일상에서 대화가 많이 사라졌다고 느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단순한 대화만 나누는 경우가 대부분인 거 같다. 진솔하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드물다는 걸 느꼈다. 나 역시 그런 거 같고. 그리고 무성영화라는 게 지금은 거의 사라진 옛날 방식인데, 요즘은 화려한 블록버스터도 많지만 점점 중요한 걸 잊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마음을 담아보고 싶었다. 대신 ‘우리 그때 행복했는데’란 식의 가사를 통해 좀 더 아름다운 느낌으로. 반대로 ‘Not Yours’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보자는 마음이었다. 이별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이도 있겠지만 또 어떤 관계에서는 정말 그건 아니었다 싶을 때도 있으니까. 그래서 이건 ‘무성영화’의 반대편에서 풀어낸 것처럼 듣는 사람들도 속 시원하게 느낄 만한 가사를 쓰고 싶었다.
최근 네이버 v채널로 공개된 리얼리티 를 보면 사람들과 원만하게 두루 잘 지내는 것 같더라. 평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 편은 아닐 거 같다.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편이긴 한데 아예 없을 수는 없더라. 대체로 잘 지내지만 계속 볼 수 없는 관계도 생기는 법이니까. 자주 겪는 편은 아니다. 원만한 관계를 선호하기도 하고.
그룹에 속해 있다가 솔로로 활동하게 된 가수 대부분이 무대에 서거나 방송에 출연할 때 혼자가 되니 허전하다고 하던데.
나는 아직도 그런 거 같다. 물론 혼자라는 게 이젠 익숙해지긴 했지만 과거에 그룹으로 활동했던 시절도 너무 익숙했기 때문에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그 당시의 느낌 역시 되새길 수밖에 없다.
올해 <더 콜 2>에 출연해 다른 뮤지션들과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오랜만에 누군가와 함께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약간 마음이 편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같이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힘이 된다. 처음부터 솔로로 활동했던 분들도 그렇게 느낄 거다. 물론 혼자서도 잘해나갈 수 있겠지만 어딘가 한편에 자리한 외로움을 감당하는 것도 어쩔 수 없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일 거다.
물론 솔로 활동을 통해 충족되는 부분도 상당했을 거다. 혼자가 되고 나서 무엇을 얻었다고 생각하나?
나라는 사람을 좀 더 알고자 노력했다. 지금도 나 자신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예전부터 생각해왔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실현해나갈 수 있으니까. 원더걸스로서의 색깔도 있었지만 내 색깔 자체를 조금씩 보여줄 수 있고, 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티셔츠, 부츠 모두 펜디. 목걸이 캘빈클라인 워치&주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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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더걸스 시절에는 래퍼로 활동하기도 했고, <언프리티 랩스타 2>에도 출연해서 래퍼의 이미지가 더욱 강하게 남았는데 솔로로 활동한 뒤로 발표한 곡은 대부분 보컬로서의 음색이 두드러져서 반전처럼 느껴졌다. 이번에 공개한 ‘무성영화’ 역시 보컬로서의 역량이 더욱 크게 발휘된 느낌이기도 하고.
사실 내가 노래 실력이 대단한 가수는 아니지 않나. 그런데 요즘은 랩과 노래를 구분하는 선이 예전보다 흐려졌다. 멜로디가 담긴 싱잉 랩도 많이 하는 추세인 데다 박자를 많이 쪼개서 랩처럼 느껴지는 노래도 많고, 그런 면에서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장르를 떠나서 듣기 좋고, 듣기 편하고, 공감되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 원더걸스 시절에도 랩이 어울리지 않는 곡이라면 억지로 굳이 랩을 끼워 넣지 말자고, 내가 노력해서 음색을 맞추겠다고 했다. 결국 중요한 건 음악의 완성도를 해치지 않는 것이니까. 결국 유빈이라는 사람이 가진 좋은 요소를 잘 살린 음악을 찾아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잘 전달하는 뮤지션이 되는 게 내 목표다.
‘무성영화’는 솔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피처링을 쓴 곡이다. 윤미래 씨가 피처링을 맡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지난 앨범에서는 솔로가 된 나를 보여주는 데 좀 더 집중하고 싶었다. ‘숙녀’에서는 조금 색다른 유빈을, ‘Thank U Soooo Much’에서는 노래도 하고 랩도 하고 춤도 추는 유빈을, 그렇게 나라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노래의 스토리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더해지면 좋을 거 같아 윤미래 선배님께 부탁했더니 흔쾌히 응해주셔서 정말 좋았다.
‘무성영화’ 뮤직비디오에 박나래 씨를 섭외하게 된 과정도 궁금하다.
곡 자체가 ‘무성영화’니까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를 비롯해 그 시절의 무성영화 형식을 오마주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였다. 그런 연기를 잘할 사람을 생각해보니 나보다는 코미디언이 어울릴 거 같았고, 나래 언니가 떠올랐다. 나래 언니의 잡지 화보를 본 적이 있는데 멋있고 진지한 모습도 어울리더라. 그래서 PD님께 섭외를 요청했고, 잘 성사돼서 모실 수 있게 됐다.
윤미래 씨나 박나래 씨와 특별한 친분이 있는 건 아니었나 보다.
친분은 없었다. 이번 곡을 통해 뵙게 됐지. 사실 두 분 다 워낙 바쁠 테니까 섭외가 안 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고맙게도 흔쾌히 응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미래 언니는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동받기도 했다.
어떤 말을 들었는지 말해줄 수 있나?
‘여자 래퍼끼리 서로 도와야지’ 이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돕는다는 의미를 넘어 나를 아티스트로 인정하고 보듬어주시는 느낌이 들어서 감동적이었다.
셔츠, 팬츠, 로퍼 모두 보테가 베네타.

셔츠, 팬츠, 로퍼 모두 보테가 베네타.

두 번째 앨범 <#TUSM>에 수록된 곡에 랩 파트가 있긴 했지만 대체로 보컬이 두드러진 곡을 발표하고 있다. 언젠가 랩을 앞세운 앨범을 낼 계획은 없나?
특별히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건 없으니까 하고 싶은 음악의 방향에 어울리는 랩 스타일이 있다면 잘 녹여보고 싶을 거 같다. 사실 이번 앨범의 노래들도 완전히 보컬 타입이라고 볼 수 없는 게, 마치 말하듯이 부르는 파트가 꽤 있어서 실제로 녹음할 때는 랩과 보컬의 중간 즈음에 있는 노래처럼 느껴졌다.
원더걸스 3집 활동 당시에는 드럼을 쳐야 했는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대화해보니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같다.
변화를 두려워하진 않는다. 몰랐던 걸 배우는 것도 좋아하고. 물론 안정적인 게 좋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 새로운 걸 추구하는 편인 거 같다. 새롭게 발전하고 싶고, 더 잘하고, 더 완벽해지고 싶고, 그만큼 계속 나아가고자 하면 필연적인 변화와 도전이 있을 테니까 그런 선상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어쩌면 연기도 그런 선상에서 만나게 되는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드라마 〈VIP〉 3, 4회에 특별 출연하면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2013년에 방영한 <더 바이러스>에서도 주요 캐릭터로 출연한 바 있다. 연기를 하는 건 어떤가?
당연히 쉽진 않지만 음악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음악은 나 자신을 보여드리고, 내가 느끼는 바를 드러내며 소통하는 노력이 중요한데 연기는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소화해서 보여주는 재미가 있다. 〈VIP〉에서 연기한 차세린도 나라면 결코 할 수 없을 것 같은 말과 행동을 하는 인물이었으니까, 그런 쾌감이 있더라.
그렇다면 나라면 할 수 없을 것 같은 언행을 하는 사람을 연기해낸 자신의 모습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좀 신기할 수도 있겠는데.
어떻게 보면 그 역할 뒤에 숨어서 평소에 엄두도 내지 못했던 걸 해보는 쾌감이 있는 거 같다. 그렇게 해버리고 싶지만 실제로는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그런데 작품을 통해 연기로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 재미있었다.
하고 싶어도 기회가 오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건데, 〈VIP〉에 출연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언제나 좋은 기회가 오면 잘해내고 싶고, 최소한 민폐를 끼치면 안 되니까 꾸준히 연기 레슨을 받으며 준비해왔다. 그러다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겼고, 감독님이 차세린이라는 인물과 잘 어울릴 거 같다고 제안하셔서 하게 됐다. 고마운 일이지.
스웨터 폴로 랄프 로렌.

스웨터 폴로 랄프 로렌.

배우로서 오디션을 보면서 신인으로 데뷔하는 기분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솔로 활동을 하면서 항상 시작한다는 기분이었다. 결국 매번 처음으로 접하는 새로운 작업인 셈이니까. 지난 경력보다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점점 중요한 거 같다. 작품에 어울리는 좋은 배우를 구하기 위해 오디션을 하는 건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고, 내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기도 해서 그저 잘하고 싶을 뿐이지.
음악과 연기를 병행하면서 그 차이를 느끼는 재미도 있을 거 같지만 서로 영향을 준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무대에서는 그 전까지 철저히 연습한 것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연기 역시 연습이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많은 분과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더라. 비슷하면서도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연기를 배우지 않았다면 ‘무성영화’라는 곡을 떠올릴 수 있었을까 싶기도해, 그런 면에서는 음악과 연기를 병행하면서 나름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좀 더 늘었을까?
점점 욕심이 생긴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지만 항상 욕심은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잘해보고 싶다.
해보고 싶은 역할은 없나?
아직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지만 가능하다면 나와 가깝게 느껴지는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다. 나처럼 생각하고 느끼는 캐릭터를 만나면 나를 투영할 수 있을 테니까 그만큼 신기하고 재미있을 거 같다.
그런 캐릭터는 어떤 사람일까? 바꿔 말하자면 유빈이 보는 유빈은 어떤 사람인가?
많은 분들이 나를 ‘걸 크러시’ 같은 이미지로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 사실 나는 좀 더 조용하고 정적인 측면이 훨씬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면모를 좀 더 드러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는다면?
그때그때 달라지기는 하는데, 영화에 빠져들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은 있다. 어릴 때 <플래툰>이라는 전쟁 영화를 본 이후로 다양한 영화를 찾아보게 됐다. 왜 매료됐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랄까. 사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를 보는 편인데 스릴러를 좀 더 선호한다. 이야기를 유추하거나 어두운 느낌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조커>도 재미있게 봤는데, 장르적인 재미도 있지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을 좋아한다.
올해 데뷔한 지 12년 됐다고 하던데, 지난 시간을 자주 돌아보는 편인가, 아니면 무던하게 지나가는 편인가?
무던하게 지나가는 편이다. 물론 문득문득 떠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지난일을 자주 생각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오래된 친구를 만나도 옛날이야기보다는 현재나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거 같고, 과거보다는 현재를 실감하며 사는 편이다.
(왼쪽)스웨터, 가죽 팬츠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웨스턴 부츠 제프리 캠벨. (오른쪽)재킷, 팬츠 모두 WMM.

(왼쪽)스웨터, 가죽 팬츠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웨스턴 부츠 제프리 캠벨. (오른쪽)재킷, 팬츠 모두 WMM.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방영된 <스테이지 K>라는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출연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K팝 스타와 한 무대에 설 기회를 걸고 해외 팬들이 경연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K팝의 현재를 체감하는 자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K팝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기사 같은 걸로만 접했는데 현장에서 보니까 신기했다. 그리고 나이가 어린데도 원더걸스나 2NE1을 알고 좋아한다는 분들도 있어서 신기하면서도 고마웠고. 그런 면에서는 내게도 좋은 자극이었다. 이렇게 분위기가 발전해가는 것 자체가 기쁘기도 하고, 그래서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원더걸스가 활동하던 시절에 K팝이라는 단어가 명명되기 시작했으니까 후배들에게 지금 같은 시절을 열어준 한 사람이라 해도 될 거 같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원더걸스로 활동하던 때가 새삼 굉장한 시절이라고 느껴지진 않나?
굉장한 활동을 했다는 생각까진 못해봤다. 당시에는 그저 너무 즐거워서 하고 싶은 일일 뿐이었고. 그런데 이제 와 돌아보면 원더걸스 이전에 선배님들이 다져온 길을 지나오면서 더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있었을 거란 생각은 든다. 그래서 앞으로 K팝이 얼마나 더 발전할지 기대가 된다.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 지금 계속 이뤄지고 있으니까. 계속 지켜보고 싶다.
최근 핑클 멤버들이 오랜만에 한데 뭉친 <캠핑클럽>이 화제였는데, 원더걸스의 멤버들도 언젠가 그렇게 다시 모여서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진 않나?
다시 만나면 너무 좋을 거 같고, 많은 분들이 원한다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당장 기대해달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캠핑클럽>을 보면서 시간이라는 게 마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해도 한 시절을 함께 보낸 이들에게 그런 시간이 찾아온다는 건 그런 시간을 보낸 이들에게 일말의 위로가 될 거 같았다. 원더걸스의 멤버들에게도 가능한 시간처럼 느껴졌을 거 같고.
그런 거 같다. 핑클 선배님들을 비롯해 다시 뭉치는 모습을 보여준 선배님들을 보면서 두려움이 덜어진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도 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편에 의지할 구석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 같다.
원더걸스의 멤버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사실만으로도 종종 힘을 얻거나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될 때가 있을 거 같다.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많은 용기가 생긴다. 위로가 되기도 하고. 자신의 길을 잘 개척하는 모습이 멋있기도 하고, 나 역시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서 더욱 노력하게 된다. 알게 모르게 분명 서로에게 힘이 될 거라 믿고 있다.
톱 알렉산더 왕. 데님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구두 8 by 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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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의 타이틀처럼 혹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고 느낀 적은 없었나?
과거에는 지금까지의 나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의 나를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지난 시절의 내 모습도 결국 나라는 걸 이제 와 알게 됐다. 완전히 달라지는 게 아니라 조금씩 변하거나 더해지는 거더라. 그때의 내가 했던 걸 하지 않을 거라고,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시간을 돌리고 싶기도 한 것이겠지만 결국 그 시절의 그런 내가 다 더해져서 지금처럼 생각할 수 있는 내가 된 거니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절의 내가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 지금의 내가 충실할 수 있다는 걸 조금이나마 알게 된 거 같다.
인생을 영화에 비유하자면 지금 어느 정도 단계에 있는 거 같나?
인생을 길게 보면 내가 지금 김유빈이라는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를 찍고 있는 것일 텐데, 스토리상 지금 이 영화는 김유빈이라는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면서 계속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인 거 같다. 기승전결로 보자면 ‘승’ 정도?
지금까지는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하나?
최소한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나 잘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 최소한 후회하진 않을 만큼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언젠가 지금을 돌아볼 수 있게 된 자신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멋있다는 말을 넘어서는 사람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사람인 거 같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뜨거운 시절을 지나왔기에 느낄 수 있는 적정 온도, 유빈은 지금 확실히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