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변해도 아이가 섹스에 대해 물을 땐 아직도 난처하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딸이 대뜸 말했다. “아빠, 엄마랑 섹스했어?” 아빠의 목소리가 확연히 달라졌다. “아빠가 지금 바빠.”



밀레니얼 세대의 성교육


“엄마, 아빠랑 섹스했어?” 어느 날 9살 된 딸이 엄마 유현희 씨에게 물었다. 엄마는 잠깐 생각하다 대답했다. “응.” 딸은 그때부터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딸은 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당장 아빠에게 전화하라고 했다.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타지에서 강의를 하던 아빠 박민우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딸이 대뜸 말했다. “아빠, 엄마랑 섹스했어?” 아빠의 목소리가 확연히 달라졌다. “아빠가 지금 바빠.” 아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다.
“이다음부터 이 집은 다시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대요. 부부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예요.” 뜨거운 자몽 차를 불어 마시며 한숨을 쉬었다. “부모 입장에서는 여기서부터 두 가지 질문이 생겨요. 첫째, ‘너는 엄마와 아빠가 섹스를 해서 나온 거야. 엄마와 아빠는 요즘도 그걸 해’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 그러게 말이다.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지만 듣기만 해도 난처했다. 그런데 두 번째 질문까지 있다고?
“둘째, 이 좋은 걸 너는 하면 안 된다. 딱히 이 이야기를 할 논리가 없어요.” 김지희 씨는 표정도 안 바꾸고 말을 이었다. “어른이 될 때까지 섹스를 하면 안 된다, 이건 그냥 법일 뿐이잖아요. 피임을 하라고 해요? 내 주변 사람들도 둘째는 술 먹고 생겼다는데?” 보편적인 고민이다 싶으면서도 새로운 접근법이다. 이제 한국도 부모들이 성적으로 개방된 고민을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김지희 씨는 실로 새로운 세대의 부모다. 육아는 공동 육아로 해결한다. 젠더 이슈 등 아이의 정체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열려 있다. 나이가 들수록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하게 된다. 김지희 씨 주변에는 김지희 씨보다 더 전향적인 사람도 있다. “요즘은 그런 사람도 있대요. ‘엄마, 나는 나중에 커서 어떤 여자와 결혼해야 해?’라고 아들이 물을 때 ‘꼭 여자와 결혼할 필요는 없어’라고 답하는 사람.” 새로운 시대의 부모적인 대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유튜브가 있잖아요.” 새로운 시대가 온 것만은 확실하다. “마음먹으면 검색해서 다 보잖아. 그걸 어떻게 막아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덜 쓰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주니어 네이버도 있고 유튜브에도 성인 인증이 있던데? 내 반론을 듣자 김지희 씨는 말 안 통하는 공무원을 만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장난해요? 다 보겠죠! 방법이 없겠어요?” 하긴 나도 아버지 주민등록번호를 아직까지 외우니까. 중요한 질문은 이거다. 새로운 시대의 부모는 성 의식도 다를까? 성 의식이 다른 부모는 다른 성교육을 하게 될까? 김지희 씨는 그런 것 같다. “저는 언젠가 딸과 섹스 이야기를 할 것 같아요.”
“야, 나는 못 할 것 같아.” 초등학교 4학년인 딸과 1학년인 아들을 둔 김준민 씨가 대답했다. 김준수 씨는 ‘아이들의 성교육을 생각해본 적 있는지, 아이들과 섹스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라는 내 물음에 조금 놀란 것 같았다. 이쪽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일하느라 바쁘기도 할 거고, 만약 생각이 미친다 해도 굳이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일 것이다. “이것도 옛날 사람 말 같긴 하다. 나중에 아들이 크면 한 번은 이야기해보고 싶긴 한데, 딸이랑은 못 할 것 같아.” 김준민 씨가 솔직하게 말했다.
아이에게 성교육을 한다고 했을 때 확실한 건 하나뿐이다. 아주 복잡하고 애매하다는 것. 예를 들어 아이가 부모에게 “섹스가 뭐야?”라고 물어본 후에야 부모가 아이에게 대답을 해줘야 할까? 아이가 먼저 부모에게 물었을 때라면 이미 아이 머릿속에 왜곡된 성 지식이나 개념이 심어진 후 아닐까? 그럼 반대로, 아이가 부모에게 성에 대해 묻기 전에 부모가 먼저 아이에게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그건 그것대로 일종의 성적 학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현대 문명은 난처한 일 앞에서 ‘외주화’라는 해법을 만들었다. “요즘은 성교육 전문 교사가 있어요.” “그런 건 학교에서 해주길 바라는 거지.” 김지희 씨와 김준민 씨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이였는데 비슷한 말을 했다. 그럼 실제 학교에서는 어떨까? “학교에서도 전문 성교육 교사를 초빙합니다.” 신흥 중산층 지구로 자리 잡은 마용성 지역의 초등학교 교사 신준형 선생님이 말했다.
“그렇게까지 흉흉하지는 않아요.” 현직 교사인 신준형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안심이 되기도 했다. 이 원고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ㅇㅇ동 남자애들은 14세에 정관수술을 한다’, ‘ㅇㅇ동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아파트 옥상에서 섹스를 하다 걸렸는데 여자아이가 밝힌 자기 상대가 여섯 명이었다더라’ 같은 소문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는 못 들어봤습니다.” 신준형 선생님이 온화하게 말했다. “다만 동료 초등학교 교사 중 제자가 임신을 한 경우는 있습니다. 수도권 모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우리 팀장이 유튜브를 보는데 검색 기록에 ‘짬지’가 있더래. 팀장 아들이 찾아본 거지.” 김준민 씨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 일 자체가 21세기의 한 단면일 것이다. 이제 성적 콘텐츠는 아이들의 2차 성징보다 빨리 찾아온다. 다만 여전히 아이는 아이니까 유튜브에 ‘후배위’라든지 ‘스리섬’ 같은 구체적인 기호 대신 ‘짬지’ 정도를 찾겠지. 이런 세상에서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내는 건 〈에스콰이어〉 섹스 칼럼의 역할을 넘어서는 일이다. 하지만 무한 콘텐츠와 무한 스크린의 시대가 아이들의 성 의식에 영향을 줄 거란 건 분명하다. 그게 어떻게든 미래 세계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점도. 미래는 아이들이 만드니까.
“그런데 이제 내 이야기가 아니라 내 애 이야기를 묻는 거야? 야, 이거 기분 이상하다. 배종옥 씨가 주인공 역할 하다가 주인공 엄마 역할 하는 기분 같은데.” 김준민 씨의 말이 오래 기억났다. 그러게 말야 형. 그래도 우리 이제 섹스의 주인공은 아니잖아. 오징어나라의 권헌준 씨도 아니고.
딸이 대뜸 말했다. “아빠, 엄마랑 섹스했어?” 아빠의 목소리가 확연히 달라졌다. “아빠가 지금 바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