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푸드 딜리버리의 시간 게임

딩동! 배달 음식 어플의 눈치 게임이 시작됐다.

BYESQUIRE2020.04.07
 
 

배달 게임

 
 
배달 음식 주문 애플리케이션에 배달 예상 시간 40분, 배달 대행사 애플리케이션에 조리 완료 시간 10분을 클릭했다. 지금부터 시간 게임이다.
 
“딩동”. 배달 주문이 들어왔다. 오늘의 첫 주문이었다. 오후 3시를 넘겨서였다. 매장 손님이 줄어든 대신 배달 주문이 늘어났다가, 날씨가 풀리면서 다시 배달 주문이 뜸해진 차였다. 요청 메뉴는 총 3개. 지중해식 샐러드 1개, BLT 샌드위치 1개, 밀크티 1개. 이렇게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 음식 주문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매장은 배달 예상 시간을 입력한 뒤 ‘부릉’이나 ‘생각대로’, ‘바로고’ 같은 배달 대행사 애플리케이션에 포장 완료 시간을 입력한다. 배달 음식 주문 애플리케이션에 배달 예상 시간 40분, 배달 대행사 애플리케이션에 조리 완료 시간 10분을 클릭했다. 지금부터 시간 게임이다.
각 챕터의 정해진 완료 시간 안에 주어진 몬스터를 해치워야 한다. 첫 번째 몬스터는 조리다. 포장 용기를 꺼내 샐러드를 담고, BLT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달걀과 베이컨을 팬에 익힌다. 미리 우려둔 밀크티를 거르고, 샌드위치를 유산지로 싼다. 봉투에 일회용 포크와 물티슈, 미리 써둔 메모지를 붙인다. 한가한 시간에는 대체로 정해진 조리 완료 시간보다 배달 기사가 먼저 도착한다. 아니나 다를까, 배달 접수와 동시에 배달 기사가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주방 앞에 서서 시간을 재듯 핸드폰을 쥔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는 배달 기사를 보면 마음이 더 조급해진다. 그들은 일종의 첫 번째 챕터 보스다. 이 보스를 해치우려면 두 번째 챕터인 포장까지 완료해야 한다. 조리를 마치고 남은 예정 시간을 봤다. 기사 전달까지 5분. 이때 주방에 울리는 소리 “딩동”. 주문이 하나 더 들어왔다. 긴장감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른다. “딩동” 소리는 접수를 완료할 때까지 끊이지 않는다. 버터 카야 토스트 1개, 컵 과일 1개. 배달 예상 시간 50분, 조리 완료 시간 15분을 입력하자 그제야 소리가 멈춘다. 간단한 주문이지만 앞 주문과 겹쳐져 시간이 밀린다. 여기에 주문이 한두 개 더 들어오면 게임은 중급에서 난이도 최상급으로 돌변한다.
이번 주문 고객은 배달 요청 사항에 “첫 주문입니다. 리뷰 쓸 테니 서비스 많이 주세요”라고 적었다. 우리 매장은 카야 토스트가 1개 4000원, 컵 과일이 4000원이고 최소 주문 금액이 8000원이다. 리뷰 이벤트로 나가는 서비스는 커피 한 잔이고 다른 서비스는 없다. 그런데 서비스를 어떻게 많이 달라는 말인가. 끝판 대장에 가까운 몬스터가 아닐 수 없다. “기사가 배정되었습니다.” 배달 대행사 애플리케이션의 접수 알림음이다. 먼저 온 기사의 손가락이 더 빠르게 까닥거렸다. 자신의 배달 음식을 빨리 달라는 제스처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곳을 배달해야 수익이 나지만 동시에 우리가 만든 따뜻한 음식을 최대한 식지 않고 흔들리지 않게 전달하는 역할도 그들의 몫이다. 결국 ‘배달+음식’ 서비스인 것이다. 토스터에 식빵을 넣어둔 뒤 포장을 마저 하고 기사에게 음식을 전달했다. 그사이 두 번째 배달 기사가 도착했다. 과일을 자르고, 커피 한 잔을 내린 뒤 음식을 포장하면서 끝판 대장 공략법을 고민한다. 다른 서비스를 더 줘야 하나.
배달 음식은 수익률이 상당히 낮다. 배달료가 배달 거리에 따라 3000원에서 5000원 사이이고 최대 3.3%의 결제 수수료와 임대료, 인건비, 부가적인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1만원짜리 배달에 1000원에서 2000원 정도가 남는다. 그럼에도 매장들은 고객을 더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 음식이나 리뷰 이벤트, 할인 쿠폰을 뿌린다. 이런 구조 때문에 처음부터 음식값을 비싸게 책정하는 곳도 있다. 4월부터는 머리가 더 지끈거릴 것 같다. 배달의 민족 애플리케이션이 리스트 최상단에 매장이 노출되는 광고 상품 ‘오픈 서비스’에 대해 5.8%의 중계 이용 수수료를 추가할 예정이다. 동네 슈퍼마켓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른다. “새우깡 한 봉지 팔면 10원이 남는데 네 책값을 벌려면 새우깡을 몇 봉지 팔아야 하겠니?” 그런데 정말 그랬다. 어떻게 보면 지질해 보이는 계산법을 거치고 가격을 책정해야 이윤이 남고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
그래서 두 번째 고민이 생긴다. 이익을 높이기 위해 배달 주문을 늘리려면 높은 평점과 리뷰가 중요하다. 서비스를 많이 달라는 고객의 요청을 허투루 볼 수 없는 이유다. 이 리뷰 관리가 참 못할 짓이다. 내가 운영하는 매장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초창기에 한 고객이 주문을 자주 했고 간혹 남기는 리뷰도 맛있게 잘 먹었다는 호평 일색이었다. 그런데 그 고객은 별 5개 만점에 항상 별 4개를 줬다. 평점이 5.0이었는데 그 고객의 4점으로 평점이 4.9가 됐다. 4.9도 높은 평점이지만 아쉬움이 컸다. 한번은 그 고객에게 서비스로 이것저것 챙겨준 적이 있는데 그날은 웬일인지 리뷰 평점에 별 5개를 줬다. 그제야 알았다. 고객과 무언의 밀당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지만 배달 음식을 주문하면서 자존감을 높이는 수단으로 평점을 활용하는 이가 있다는 걸. 과한 망상 아니냐고 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 고객의 다음번 주문 때 음식량을 더 주었으나 별도의 서비스 음식을 제공하지 않자 별 3개를 받았다. 너무 속도 상하고 허탈해서 그 고객이 자주 주문하던 음식을 메뉴판에서 아예 없애버렸다. 별 3개로 뭐 그리 속이 상하느냐고 하겠지만 내 입장에선 거의 별점 테러다. 이런 고객이 생각보다 많다. 음식이 자기 생각과 다르거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부러 별 1개를 주고 주문 취소를 받아내거나 음식을 추가로 받는 이도 있다. 심지어 경쟁 매장 음식을 주문한 뒤 혹평하며 별 1점을 남기는 곳도 있다. 그래서 점주를 대신해서 리뷰를 관리해주는 마케팅업체가 생겨날 정도다. 별점 테러가 발생하면 고객에게 평점 수정이나 삭제를 요청하거나 회유가 안 될 경우 별 5점 리뷰 여러 개를 올려 낮은 별점을 아래로 덮는다. 리뷰 관리업체는 별 5점 리뷰 1개를 써주는 데 대략 8000원의 금액을 챙긴다. 배달 음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런 업체의 스팸 전화를 가장 많이 받았다.
배달 음식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겨울이 시작되자 매장을 찾는 손님이 줄었고, 거리에는 오토바이와 강아지만 보였다. 1월과 2월이 오프라인 매장의 비수기인 반면 배달 음식은 12월부터 2월까지 성수기다. 그리고 간편 가정식과 배달 음식은 오프라인 매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외식업의 미래이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비극적인 상황은 배달 음식과 무관했던 이들까지 일정 부분 끌어들이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불과 2개월 전만 하더라도 우리 매장이 있는 배달 상권과 카페·디저트 카테고리의 매장 수는 120여 개였는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170여 개로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주문 폭주 현상이 그리 길게 가지 못하자 신생 업체나 주문량이 많지 않은 매장은 새로운 경쟁 상대가 수십 곳 더 늘어나는 상황을 맞게 됐다.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음식만 맛있으면 당연히 그 가게에 주문하죠. 기본부터 잘하면 왜 망해요?” 그러면 이렇게 반문한다. 거주하는 곳에 따라 다르지만 카페·디저트 카테고리 안에서만 170여 개 매장이 있는데, 사람들이 어디가 맛있고 맛없는지 어떻게 알까요? 결국 고객이 일차적으로 매장을 선택하는 방식은 메뉴와 평점 그리고 가격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배달 음식 애플리케이션 회사의 업체 노출 방식이다. 다만 그러한 고객의 기준에 매장이 맞춰가다 보면 결국 저렴한 식재료와 메뉴밖에 답이 없다. 내가 운영하는 배달 음식 서비스 브랜드의 기본 철학은 ‘건강하고 맛있는 배달 음식’이다. 아, 한 가지 더 필수적인 요소가 있다. 소위 ‘존버’다. 버티는 자가 결국 살아남는다. 어떤 사람이 버틸 수 있는지는 자명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품는다.
결국 “리뷰 쓸 테니 서비스 많이 주세요”라고 요청한 오늘의 끝판 대장 격인 고객에게는 리뷰 이벤트 시 제공하는 커피 한 잔만 보냈다. 특별한 공략법은 끝판 대장이 아니라 우리를 믿고 주문하는 단골에게 사용해야 하는 비기다. 혹시 평점 테러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면서. 물론 끝판 대장이 우리 단골이 될 수도 있다. 건강하고 맛있는 배달 음식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