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슬기롭게 보는 법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추려봤다.

BYESQUIRE2020.04.08
역시 집에서 TV 보는 게 제일 즐겁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다시 의기투합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 부러울 뿐이다. 슬기로운 관전 포인트 몇 가지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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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뻔한 캐스팅의 반전  
미리 말해두건대, 이 드라마에 ‘연기 변신’ 같은 건 없다. 조정석은 언제나처럼 익살스럽고, 유연석은 기대했던 대로 착하며, 김대명은 늘 그렇듯 소심하고, 정경호는 여전히 까칠하다. 그 배우 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익숙한 스테레오 타입 이미지 캐스팅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그들은 진부하지 않다. 평소의 이미지를 조금씩 비틀며 진화한 모습으로 등장, 새로운 익살스러움, 새로운 착함, 새로운 소심함, 새로운 까칠함을 보여준다. 거기에 신선한 얼굴들인 전미도(채송화 역), 신현빈(장겨울 역), 안은진(추민하 역) 등의 캐릭터들이 더해지면서 그들을 뻔하지 않게 만든다. 예를 들어 조정석의 캐릭터 ‘이익준’이 랩 배틀을 하고 ‘PICK ME’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건축학개론〉의 납뜩이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가 동료 의사 및 환자, 아들과 맺는 관계를 보면, 납뜩이의 피상적인 이미지를 뛰어넘어 유머 안에 보통 숨겨져 있기 마련인 인간애를 보여주는 캐릭터로 진화했음을 알 수 있다. ‘그냥 이건 조정석이 제일 잘한다’는 생각만 든다.  
 
2. 주인공 찾기 게임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매회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가 없다. 20년 지기 친구 다섯 명의 스토리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튀어나오고, 갑자기 이야기 구석에 있던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병원 드라마의 병풍 역인 줄 알았던 레지던트와 인턴이 어느 순간 살아 움직이는가 하면, 이전 회차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산부인과 분만실 간호사의 에피소드가 새롭게 펼쳐진다. 스무 살에 엄마가 된 학생에게도 이야기가 있고, 수술로 인해 딸의 결혼식에 못 가는 아버지에게도 이야기가 있다. 율제병원에서는 주인공과 주인공 아닌 사람의 경계가 없다. 때론 고통을 느끼는 자가 주인공이고, 때론 고통을 줄여주는 사람이 주인공이고, 때론 오해하는 사람이 주인공이고, 때론 이해하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기어이 끝을 보게 만드는 미드 추리물처럼, 모든 에피소드가 해결될 즈음 새로운 에피소드가 등장하면서 끝나는 것도 이 드라마를 일주일간 머리 쥐어뜯으며 기다리게 하는 요인이다.
 
3. OST가 코미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단연, 신경외과 부교수 채송화를 연기하는 배우 전미도다. 뮤지컬 문화생활을 전혀 안 하던 사람에게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배우로 보일 거다. 그는 수술도 잘하고, 마음씨도 따뜻하고, 후배들 논문도 봐주고, 지각도 안 하고, 주말에는 캠핑까지 가는, 못하는 게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못하는 게 있으니…. 바로 노래다. 의대 99학번 동기들인 5인방 친구들은 시간 날 때마다 밴드 합주를 한다. 문제는 바로 채송화가 보컬이라는 것. 2018년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가 노래 못하는 연기를 소름 끼치게 잘하는 덕분에, 드라마를 보는 내내 배꼽 잡고 웃게 된다. 이 드라마는 노래가 별로라서 재밌다. 오히려 그들이 못하기 때문에 ‘그냥 즐거워서 한다’는 소박한 간절함이 느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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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또 응답하라 1999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잊을만하면 가끔씩 의대 동기 5인방의 대학시절인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492 miles 옷을 입고, 앞머리 한 가닥에 힘을 주고, 일명 ‘브릿지’ 염색을 하고, 홍대 수 노래방에 가던 약간은 낯부끄러운 시절이지만, 친구들과 아무 말 대잔치를 해도 즐겁기만 한 왁자지껄 시간을 추억하게 해준다. 이우정, 신원호 표 드라마인 걸 사람들이 모를까 봐 그런지, 특유의 옛날 노래 믹스 테이프도 잊지 않았다. 1993년 발매된 이승환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 1996년 나온 베이시스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1997년 부활의 인기곡 ‘Lonely Night’, 그리고 2001년 등장한 쿨의 ‘알로하’까지. 그들이 워낙 노래를 못 부른다는 설정이니 이 노래들을 제대로 부를 거라고 기대하진 말자. 다행히 ost에는 음정, 박자 맞는 규현, 조이, 권진아 그리고 실제로는 노래 잘 부르는 조정석이 참여했다. 앞으로 또 금영 노래방 몇 번대의 노래들이 나올 지가 관건이다.
 
5.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리물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결말을 아무도 예측 못한다는 데에 내기를 걸어도 좋다. 이 드라마에는 카이저 소제도 없고 브루스 윌리스도 없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다섯 명 친구 사이의 연애담이 주 내용일 줄 알았는데, 아니 잠깐만, 채송화에게 신경외과 레지던트 3년 차 안치홍(김준한)이 호기심을 드러내고, 안정원(유연석)에게는 외과 레지던트 3년 차 장겨울이 관심을 보인다. 유부남이었던 이익준은 갑자기 이혼의 위기에 놓이고, 흉부외과 부교수 김준완(정경호)은 갑자기 짜장면을 먹으러 이익준 동생 이익순(곽선영)의 부대에 방문하고, 맙소사 안정원은 종교에 헌신하는 신부의 삶을 꿈꾼다. 게다가 베일에 싸인 그들의 과거가 매회 조금씩 드러난다. 채송화는 과연 대학 시절에 누구를 좋아했을까? 산부인과 조교수 양석형(김대명)은 엄마만 바라보며 살까? 과연 친구들은 친구들로 남을까? 그들 중 누군가는 40대임에도 불구하고 과연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을까?  
 
6. 약간은 슬기로운 인생 가이드  
하늘 같은 교수가 누가 봐도 잘못된 방법으로 수술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질병을 대하는 법, 슬픔을 달래는 방법은 뭘까? 누구는 칼국수를 양껏 못 먹고 누구는 양 이상으로 먹었을 때 볶음밥은 얼마나 주문해야 할까? 친구 애인이 바람피우는 걸 보면 어떡해야 할까? 모두가 노래 부르고 싶어 안달 난 노래방에서 마이크 잡는 법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인생에서 겪는 크고 작은 다양한 문제에 대한 슬기로운 대처법을 알려준다. 단 하나의 확실하고 명확한 해결 방법이라기보다 이런 방법도 있다고 슬쩍 알려주는 식이다. 살다 보면 병에 걸릴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까 오늘은 일단 자신의 일상을 제대로 살고, 친구들과 낄낄거릴 수 있을 때 맘껏 낄낄거리라는 것. 웃다가 울다가, 울다가 웃다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고 있으면 누군가에겐 반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뭐, 그게 인생이니까.
 
 
- 프리랜스 에디터 나지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