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면 사야 하는 위스키, 더 글렌리벳 나두라 16년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보이면 사는 술.



Natural Born Nadurra


더 글렌리벳 나두라 16년산.

더 글렌리벳 나두라 16년산.

어렵게 구했다. 지인들에게 묻고 물어, 마포 주점 락희옥 유성운 이사의 술 창고에서 한 병을 찾았다. ‘더 글렌리벳 나두라 16년’이다. 사진을 찍겠다며 빌려달라고 했더니 파라필름으로 정성껏 밀봉한 병을 보내왔다. 위스키 사진을 찍을 때는 병마개를 따야 정석이지만, 차마 따겠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단종된 위스키라 시중에선 구하기 힘들어서다. 게일어 ‘나두라’의 뜻은 잉글랜드 말로 하면 내추럴. 이 내추럴은 아주 위험하다. 술통에서 꺼낸 위스키 원액에서 침전물과 나무 찌꺼기만 걸러낸 뒤 물도 안 섞고 그대로 담았다. 16년 정도 숙성한 위스키 원액의 도수는 50도를 훌쩍 넘긴다. 싱글몰트고 블렌디드고 대부분의 위스키는 섞고 희석해 일정한 향과 맛과 도수를 맞추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나온 제품의 도수는 40~50도 사이다. 나두라는 그런 과정을 건너뛰었다. 이 16년산 올드 보틀은 술통에서 바로 담는 만큼 배치별로 도수도 다 다르다. 그야말로 ‘내추럴’인 셈이다. 어떤 배치는 60도를 넘기는 것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참 위험하다. 2012년께 야심 차게 한국 시장에 등장한 나두라 16년산은 2014~2015년 언저리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원액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지금 면세점이나 주류 판매점에서 볼 수 있는 ‘더 글렌리벳 나두라’ 라인업은 연산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NAS(Non-Age Statement) 제품이다. 이 나두라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보이면 사라. 한 배럴에서 담아 제품으로 내놓을 만큼 밸런스가 잡힌 위스키 원액이 무한정 있는 건 아니니까. 혹시 외진 마을 주류 판매점에서 먼지가 뽀얗게 쌓인 16년산을 발견했다면, 두 배 값을 주고서라도 사라. 만약 누군가의 술 창고에서 발견했다면, 그 사람과 친하게 지내라. 언제고 함께 마실 수 있도록.
보이면 사는 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