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눈으로 바라본 명상의 세계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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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눈으로 바라본 명상의 세계

신비주의와 종교를 내려놓고, 순전히 명상을 과학의 눈으로 바라봤다.

ESQUIRE BY ESQUIRE 2020.05.25
 
 

명상의 과학, 과학의 명상 

 
회현동의 전시 공간 피크닉이 기획한 〈명상〉 전시의 마지막 실내 공간에서는 뿌연 연기가 서린 주황색 방에서 눈을 감고 잠시 명상에 빠져볼 수 있다. ©Piknic/GLINT

회현동의 전시 공간 피크닉이 기획한 〈명상〉 전시의 마지막 실내 공간에서는 뿌연 연기가 서린 주황색 방에서 눈을 감고 잠시 명상에 빠져볼 수 있다. ©Piknic/GLINT



눈앞에 건포도를 놓고

건포도. 말로만 듣던 건포도가 내 눈앞에 있었다. 건포도는, 명상에서 뭐랄까, 꽤 중요한 상징이다. 과학적 명상을 체험해보고 싶다며 명상을 연구하는 신경정신과나 심리학 박사들에게 물었더니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어디를 가도 가장 과학적인 명상 수련법이 MBSR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MBSR은 ‘스트레스 감소에 중점을 둔 마음 챙김 명상 프로그램(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program)’을 말한다. 8주짜리 명상 수행 프로그램으로 보통은 건포도를 새롭게 바라보는 훈련으로 첫 수업을 시작한다. 건포도가 내 눈앞에 있는 이유다.
효자동에 있는 숨(SOUM)명상센터의 정수지 원장이 말했다. “외계에서 지금 막 지구로 왔다고 상상하세요. 외계에서 와서 처음으로 건포도를 본 거예요.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걸 봤어요. 이게 먹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태죠. 그런데 배가 고파요. 그렇다면 모든 감각을 사용해 이게 어떤 물건인지, 먹을 수는 있는 건지 알아봐야겠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아는데 어떻게 모른다고 생각해요?’라는 못된 비아냥이 잠시 떠오른다. 그러나 참는다. 정 원장의 말이 이어졌다. “이제부터 과일이 아니라 ‘이것’이라 부를게요. 이것을 만져도 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이것이 내 눈앞에 있는 현재의 감각에 집중해보는 겁니다.”
나는 이것을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인 것처럼 뚫어져라 쳐다봤다. 언젠가는 과즙이 가득 차 있었을 과일은 삐쩍 말라 가엾을 만큼 주름이 가득했다. 그 삐쩍 마른 물체를 손으로 누르니 약간의 탄성이 느껴졌고, 이로 씹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우주에서 왔다는 설정인데 뭔지도 모르고 입에 넣어봐도 되려나? 입에 넣고 살살 혀로 굴리다가 씹어보니 껍질과 과육의 감각이 미묘하게 달랐고, 무척 달았다. 건포도는 영어로 레이즌이라고 하지. 왜 드라이드 그레이프라고 하지 않을까? 곧이어 이런 생각이 들었고, 이내 내가 서촌의 한 주택가 골목에 있는 단독 건물 3층의 명상실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문 밖으로 누군가 짐을 옮기는 소리가 들렸고, 이름 모를 새가 날아가며 우는 소리가 들렸다. 보지 않고도 그 새가 내가 있는 곳에서 먼 곳으로 날아갔다는 걸 알았다. 소리가 멀어졌기 때문이다. 내 눈앞에 놓인 이것에 다시 집중하고 싶었지만 내 생각은 나의 명령을 듣지 않고 마음대로 가지를 뻗쳤다.
“천천히 눈을 뜨세요.” 정 원장이 말했다. 그가 내게 물었다. “이것과 상관없는 다른 생각도 하셨죠?” 나는 뜨끔했다. 그에게 “새소리에 대해 생각했어요”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나는 나의 나약함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다. “건포도에 집중하는 일이 어렵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잘하신 겁니다. 집중하려 해도 자신의 마음속에서 다른 생각이 일어나는 걸 아는 것, 그게 바로 마음 챙김 명상에서 말하는 ‘알아차림’이에요.”
 
 

명상과 마음 챙김

명상을 뜻하는 단어로 흔히 알고 있는 ‘메디테이션(meditation)’과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과학적 명상법에서 사용하는 단어 ‘마음 챙김(mindfulness)’은 그 의미가 서로 조금 다르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완석 교수는 저서 〈과학명상〉에서 “마음 챙김은 초기 불교 경전에 나오는 인도의 팔리어 ‘사티(sati)’를 번역한 것”이라며 “사실상 다양한 명상법의 토대가 되는 공통적인 특성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마음 챙김을 전통적인 불교 명상법의 요체 중 하나인 ‘사티파타나(satipatthana)’, 우리말로 번역하면 ‘내면에 주의를 기울이는 명상법’으로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불교’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명상에 대해 알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지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종교적 색채나 신비주의를 멀리하는 사람이다. 그건 내가 MBSR 명상법을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이름을 외워둘 필요가 있다. 마음 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을 정리한 존 카밧진 박사다. 카밧진은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따는 과정에서 선불교의 위대한 스님들에게 명상을 사사했다. 그중에는 필립 카플로나 조지프 골드스타인 같은 서구인도 있고 베트남의 명승 틱낫한, 한국의 명승 숭산 스님도 있다.
카밧진의 천재성은 그가 자신이 배운 바를 서구인에게 그대로 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카밧진은 불교의 명상법인 마음 챙김의 방법론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종교적 색채를 없애고 신비주의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쉽게 얘기하면 서구인의 입맛에 맞게 동양의 명상법을 재정립한 것이다. 간단한 요가 동작과 걷기, 소리 듣기 같은 다양한 단순 행위를 통해 마음을 챙기는 방법을 익히는 8주짜리 과정, 그게 바로 MBSR 프로그램의 요체다. MBSR 교육자 과정을 이수한 명상 지도자라면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대동소이한 커리큘럼에 따라 수행자의 수련을 이끈다.
 
 
피크닉의 〈명상〉 전시 마지막 코스는 옥상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마음을 다독여보는 시간이다. © JUNG WOOYOUNG

피크닉의 〈명상〉 전시 마지막 코스는 옥상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마음을 다독여보는 시간이다. © JUNG WOOYOUNG



명상은 내 마음의 작업관리자

감각에 집중해보는 것으로 명상 수련을 시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하나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명상의 목적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감각에 집중하려는 시도’는 알아차림의 상태에 다다르기 위한 방법이다. MBSR은 여러 명상법을 활용하는데 주로 초보자들이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설정한다. 앞서 건포도의 경우처럼 천천히 먹기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고, 단순한 요가 동작을 해보며 신체의 움직임에 집중해보기도 하며, 눈을 감고 자신의 몸 각 부위의 감각에 집중하기도 한다. 가장 쉬운 접근법은 걷기에 집중해보는 것이다.
지난 4월 24일부터 회현동의 전시 공간 피크닉(Piknic)에서는 〈명상〉이란 제목으로 전시를 열고 있다. 한국 미술의 거장 박서보와 신진 아티스트 ‘원 오브 제로’가 작업한 〈원 오브 제로〉, 미야지마 다쓰오의 〈다섯 개의 마주하는 원〉 등 명상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 중이다. 특히 흥미로운 경험은 오마 스페이스의 설치물 〈느리게 걷기〉를 체험하는 일이다. 전시실 하나를 가득 채운 100㎡의 이중 나선형 통로를 따라 삼베, 흙, 자갈, 산호모래, 닥지, 야자 섬유의 감촉을 느끼며 걸어볼 수 있다. 실제로 MBSR에서는 인간에게 가장 익숙한 동작인 걷기를 세세하게 분절하고, 걷기의 각 동작마다 실리는 힘과 감각에 주의를 기울인다.
주의를 기울이면 단순한 걷기 동작이 사실은 매우 복잡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뒷발의 뒤꿈치부터 들어 앞발보다 앞쪽에 옮겨 다시 뒤꿈치부터 닿게 해 체중을 싣는 과정을 거친다. 과정을 생각하며 걷다 보면 나무로 된 바닥과 요가 매트 위에 발이 닿는 감각은 어떻게 다른지, 같은 발바닥에서도 발끝과 뒤꿈치 그리고 각 발가락이 바닥에 닿는 느낌은 어떻게 다른지를 느낄 수 있다. 명상을 수련하는 동안 내가 가장 깊게 집중할 수 있는 자극이 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눈을 감자 정 원장이 종채로 좌종을 살며시 내리쳤다. 놋쇠를 때려 일어난 강한 파형이 귓가를 간지럽히고 멀어지는 사이 높은 음의 공명이 뒤늦게 공간에 퍼진다. 소리가 완벽하게 사라지는 지점을 의식적으로 집중하려 애쓰는 사이 내가 인식하는 것보다 긴 시간이 흐른다.
집중은 도구다. 걷기에 집중하는 동안, 소리에 집중하는 동안 아무리 의식적으로 집중하려 해도 다른 생각들이 마치 비눗방울처럼 떠올라 터진다. 정 원장은 집중하기 위해 다른 생각을 억누를 필요는 없다며, 명상 중에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는 생각들에 이름표를 붙여보라고 말했다. 이름표를 붙이는 과정은 PC가 랙에 걸렸을 때 컨트롤 앨트 딜리트 키를 눌러 작업관리자 화면을 띄우는 과정과 비슷하다.
작업관리자에 들어서면 현재 구동 중인 앱들이 CPU와 메모리의 작업 리소스를 얼마나 잡아먹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 내 컴퓨터의 CPU는 전체 성능 중 11%의 리소스를 사용 중이며 이 중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워드프로세서에 4.3%를 할당하고 있다. 그런데 구글 크롬 창은 띄워놓기만 했는데도 11%의 리소스 중 2.4% 이상을 사용 중이다. 특히 현재 열린 두 개의 구글 크롬 창이 850메가바이트의 메모리를 차지하고 있다. 창만 띄워놓은 크롬이 지금 자판을 치고 있는 워드가 사용 중인 메모리의 10배를 쓰고 있다. 걷기의 구분 동작이나 소리에 집중하는 과정을 통해 ‘창만 띄워놓은 다른 생각’, 즉 배경에서 돌아가고 있는 크롬에 할당된 리소스를 인지하는 과정이 명상의 메커니즘이다.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10년이 넘게 MBSR 프로그램을 심리 치료에 활용했다. 채 교수는 ‘작업관리자’ 예시를 듣고 “그렇게 비유할 수 있다”라며 “결국 마인드풀니스 명상의 알아차림이라는 건 ‘메타인지’를 학습하는 힘이다. 나 자신의 실체 내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사고를 인지하는 훈련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미술의 거장 박서보와 신진 아티스트 원 오브 제로가 협업한 작품 〈원 오브 제로〉가 전시된 공간. ©Piknic/GLINT

한국 미술의 거장 박서보와 신진 아티스트 원 오브 제로가 협업한 작품 〈원 오브 제로〉가 전시된 공간. ©Piknic/GLINT



명상을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알아차림’으로 메타인지를 학습하면 정말 심리 상태를 안정화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까? 그간 명상의 효과를 연구하는 과학적 방법은 많은 의심을 받았다. 동양 철학 내지는 동양 종교의 방법론에서 파생되었기에 신비주의적 색채는 숙명이다. 고혈압 약이나 고지혈증 약처럼 투약 후 개선 효과를 측정해 객관적으로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명상 효과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설문을 통해 이뤄지며 이 설문을 활용한 연구조차 제대로 설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2014년 〈JAMA〉(미국의사협회학술지)에 실린 한 논문이 있다. 마다브 고얄(Madhav Goyal) 당시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조교수의 연구팀은 다양한 의학 논문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은 명상과 관련한 약 3만 개의 검색 결과 중 중복된 것을 제하고 1만 8753개의 연구를 초록 단계에서 살펴봤다. 그중 오리지널 데이터가 없는 연구, 18세 이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대조군이 없는 연구 등을 제외한 1651개의 논문을 리뷰한 결과 47개의 임상 연구만이 과학적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해당 연구는 여러 기사에서 인용하며 ‘명상은 과대평가되었다’는 논거로 활용했다. 그러나 명상에 관한 여러 연구가 잘못되었다고 해서 명상의 효과가 없다는 증거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골라낸 47개의 임상 연구가 지닌 의미다. 마다브 고얄 역시 해당 연구에서 “불안 증세 개선, 고통 경감, 우울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어느 정도(moderate)의 증거를 찾았다”고 결론지었다. 실제로 뇌과학, 신경정신과, 임상심리학 영역에서 명상의 효과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는 학자는 드물다. 오히려 지금 학자들은 더 깊은 다음 단계인 ‘기전’에 주목하고 있다.
채 교수는 “명상이 마음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는 단계는 오래전에 지나갔다고 본다. 이미 믿을 만한 연구가 셀 수 없을 만큼 나와 있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명상과학연구소 소장인 미산 스님(김완두)의 의견 역시 비슷하다. 미산 스님은 “지금 명상과 관련한 해외의 뇌과학 연구는 명상을 통해 뇌의 회로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연구하는 단계에 다다랐다”라며 지금은 어떤 화학적 혹은 생리적 기전으로 명상이 뇌를 바꾸는지를 규명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채 교수는 이 기전이 완전히 밝혀지면 그 원리를 활용해 지금의 명상법보다 더 정교한 명상법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산 스님 역시 “결론적으로 개개인의 뇌 회로 상태에 따라 어떤 명상법이 가장 적절한지를 맞춤할 수 있는 데까지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명상 효과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명상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점이다. 마다브 고얄은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이 약물의 사용, 식습관, 수면, 체중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거나 부족했다고 결론지었다. 과학 명상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위스콘신 대학교 건강한 마음 센터(Center for Healthy Minds)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리처드 J. 데이비슨 박사 역시 명상의 만능화를 경고한다. 그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익스플레인: 뇌를 해설하다〉에 출연해 “명상을 정신적 질환뿐 아니라 의학적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려 한다”라며 “그러나 명상 수행이 이에 효과적이라는 과학적 증거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임상에서 수행법을 활용한 채 교수의 말이 아마도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명상은 결국 나의 실체를 보는 훈련이다. 정신 건강 측면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의 노예가 되기 쉽다. 그런데 이를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게 함으로써 그 감정과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훈련, 그것이 명상의 본질이다. 이런 훈련은 실제 임상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명상은 무엇을 바꾸는가?

또 다른 질문이 나온다. 명상이 사람의 마음을 바꾼다면 뇌도 바뀌는가? 보통의 사람에게 마음은 해부학적으로는 뇌를 뜻한다. 나는 내가 하는 생각이 내 뇌가 하는 생각이라고 여긴다. 명상이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면 내 뇌도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실제로 명상과 관련한 뇌과학의 수많은 연구 중에 그 누구도 의문을 던지지 않는 결과가 있다. 2004년 위스콘신 대학교 신경심리학자 리처드 데이비슨은 티베트 승려 175명의 뇌를 자기공명 영상으로 촬영했다. 명상 수련가의 뇌가 일반인의 뇌와 무엇이 다른지를 보기 위해서다. 그 결과 이른바 큰스님들의 뇌는 일반인에 비해 좌측 전전두엽이 훨씬 활성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버드 대학교 부설 기관인 라자르 랩 설립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사라 라자르는 2005년 실험에서 9년간 평균 6시간 이상 통찰 명상을 수련한 사람들의 뇌와 인구통계적 특성이 비슷한 일반인들의 뇌를 MRI로 비교한 결과, 명상가들은 같은 나이의 비수련인에 비해 뇌도와 감각 피질 및 전두 피질이 더 두껍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 언급한 것은 모두 십수 년의 세월 동안 다른 동료 과학자들의 동료 평가(peer review)를 거치고도 신뢰도가 무너지지 않은 연구들이다.
김완석 교수는 저서 〈과학명상〉에서 이들 연구를 인용하며 이렇게 밝혔다. “명상 수련이 뇌의 기능과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많은 신경과학자와 인지과학자들이 기본 가정으로 수용하는 ‘마음-뇌’ 동일시 이론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음이란 뇌가 하는 일이며, 마음과 뇌는 같은 것을 다른 방식으로 묘사하는 것이라면 마음을 훈련해 뇌의 물질적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과학이 명상에 대해 명상해봐야 할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명상 수련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운전을 하면서 생각한다. ‘명상 수련 전에 통인시장에서 사둔 나물이 쉬지는 않았겠지?’, ‘기사를 쓸 때, 명상 센터에 가기 전에 고사리랑 취나물을 샀다는 얘기를 써야 할까?’, ‘기사 도입부는 역시 건포도로 시작하는 게 좋겠어’ 따위의 생각이 떠올랐다. 새로운 건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정 원장은 “명상 수련을 할 때 생각이 떠오르면 생각에 이름표를 붙여보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에 이름표를 붙이고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는 훈련을 하는 거죠. 이걸 반복하면 급박한 감정의 변화에 당황하지 않고 재빨리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능력이 생겨요. 마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듯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거죠”라고 말했다. 나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격한 운동을 끝내고 가슴 근육을 살짝 만져보듯 손을 들어 내 머리를 눌러봤다. 뭔가 조금 변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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