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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카페 인터뷰: 3. 커피 스니퍼

어떤 게 좋은 커피고, 어떤 곳이 좋은 카페일까? 커피 스니퍼의 신은수 대표를 만나 물어봤다.

BY오정훈2020.07.10
자신만의 방식으로 커피를 선보이는 카페, 취향을 탐험하는 진지한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커피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어떤 게 좋은 커피고, 어떤 곳이 좋은 카페일까? 서울의 개성 있는 카페에 물어봤다. 세 번째는 북창동에 위치한 커피 스니퍼다. 신은수, 윤인찬, 원선본, 오세민, 임유진 5명의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커피 스니퍼는, 소비자와 함께 건강한 카페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왼쪽부터) 윤인찬, 원선본, 신은수, 오세민, 임유진.

(왼쪽부터) 윤인찬, 원선본, 신은수, 오세민, 임유진.

어떻게 5명의 바리스타가 모여 카페를 만들게 됐나?  
대부분 국가대표 바리스타 선발전에서 함께 팀 활동을 하던 친구들이다. 그때 함께 준비하면서 원선본 바리스타가 2017년 WCCK(World Coffee Championship of Korea) 국가대표 바리스타 선발전의 라테 아트 챔피언이 됐다. 언젠가 다 같이 카페를 만들어보자고 얘기했었는데, 운 좋게 내가 신세계 센트럴시티의 청년커피랩 프로젝트에 선정돼 그 시기가 빨라졌다. 청년커피랩은 신세계 센트럴시티 파미에스테이션에서 18평 카페를 6개월간 운영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로, 그 덕분에 자본금을 모으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카페를 구상해볼 수 있었다. 5명이 카페를 하는 이유는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는 의미도 있고 바리스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런 방식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줄 수도 있어서다.  
 
커피 스니퍼(Koffee Sniffer)라는 카페 이름은 18세기 유럽의 커피 스니퍼라는 직업에서 착안했다고 들었다.  
역사 속에 잠깐 존재했다가 사라진 직업이다. 역사 책을 읽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18세기 프러시아에서는 국가 재정을 이유로 일반 서민층이 커피를 마시고 로스팅 하는 걸 금지했다고 한다. 로스팅 할 수 있는 권한을 몇몇 귀족층에게만 허가해, 일반 서민층은 밀수입과 밀거래를 통해 몰래 커피를 볶아서 마셨다고 한다. 커피를 볶을 때 나는 커피 향을 찾아내는 사람이 바로 국가에서 고용한 커피 스니퍼들이었다. 그 뜻을 현대적으로 변형해, 좋은 커피를 찾는 커피 스니퍼의 역할이란 의미로 쓰게 됐다. 이곳을 찾아오는 분들도 일종의 커피 스니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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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북창동에 카페를 연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다방이었던 곳이라고 들었다.
커피 스니퍼라는 이름처럼 숨어 있는 공간을 찾아온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 골목길에 간판 없이 만들게 됐다. 40년 동안 운영되던 오래된 ‘남양 다방’의 자리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북창동은 역사가 깊은 동네다. 음식점도 30~40년 된 곳이 많다.  
 
커피 스니퍼

커피 스니퍼

벽면에 있는 사진 및 신문은 실제로 스크랩한 것인가?  
실제로 존재하는 신문 자료는 아니고 만든 거다. 커피 스니퍼에 대한 역사가 담긴 실제 신문을 스크랩한 것처럼 만들었다. 탐정이 자료를 모아 단서를 추리하는 느낌으로 연출했다. 우리 브랜드의 스토리를 궁금하게 하고, 바리스타 쪽으로 시선을 향하게 하는 효과도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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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구성은 어떤 콘셉트로 했나?  
1920~3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 사람들이 몰래 술을 먹던 비밀스러운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 느낌을 주고 싶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카페인가 싶을 정도로 조도가 낮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막상 문을 열고 들어오면 편안함을 느끼길 바랐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상의해서 회색과 어두운 초록 톤을 섞어 구성했다.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길 바랐다. 바 공간을 크게 만든 것도 바리스타가 하는 작업을 손님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다. 우리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재즈나 재즈 힙합을 주로 트는 이유가 있나?  
이런 무드에는 마일즈 데이비스와 같은 재즈 뮤지션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한남동 mtl(모어댄레스) 카페에서 일하면서 음악적인 요소 등의 영감을 많이 받았다. 스피커도 40년 넘은 AR를 사용한다.  
 
바리스타마다 좋은 커피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다를 텐데,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커피 스니퍼의 커피 스타일은 무엇인가?  
향에 초점을 두면서도 균형이 잡힌 커피다. 커피 문화는 소비자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지금 선보이고 있는 인센스 블렌드는 에티오피아 70%에 브라질 30%를 섞은 커피로, 에티오피아의 과일 향과 꽃 향은 살리되 로스팅을 통해 밀도 높은 단맛을 더해주는 브라질 커피를 함께 블렌딩한 것이다. 좀 더 넓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커피를 만들려고 한다.  
 
산미가 강한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불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산미가 강한 커피를 처음 마시면 거부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 그 역시 대중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일과 같은 향긋한 산미가 없으면 커피의 특색이 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목표는 이 공간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천천히 채워주는 것이다. 싱글 오리진을 사용한 필터 커피(핸드 드립)에는 산미가 강한 것도 있고 덜한 것도 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를 섞은 스니퍼 블렌드의 경우 인센스 블렌드에 비해 좀 더 강하게 로스팅 한 것으로, 비교적 산미가 낮은 편이다. 일반 소비자가 아닌 원두를 공급하는 파트너 매장을 위한 것이긴 하지만, 너티한 맛이 라테에 잘 어울린다. 내가 맛있는 커피도 중요하지만 이곳을 찾는 소비자가 맛있는 커피 역시 중요하다. 프랜차이즈 커피가 많은 이 상권 내에서 사람들이 마셔보지 못한 커피를 조금씩 제공해가는 게 목표다. 소비자들이 좀 더 쉽게 커피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웹사이트에 핸드 드립 커피 추출 가이드 등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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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 커피와 에스프레소 추출로 만드는 커피 두 가지를 다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의 슬로건은 새로운 커피 문화를 만드는 것이지만, 상권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출근 길마다 커피를 사 가는 분들도 있다. 매일 방문하는 분도 중요하고 일부러 찾아오는 분도 중요하다. 바를 양쪽으로 나눠 에스프레소 추출로 만든 블랙커피(아메리카노)도 준비하고, 싱글 오리진을 사용하는 필터 커피도 선보인다. 라테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메뉴다. 카페라테는 커피의 기본 메뉴기도 하다. 다만, 시대가 변하면서 맛 역시 변화해도 된다고 생각해 다르게 표현해봤다.  
 
여기 와서 한 잔을 마셔야 한다면 어떤 커피를 권하고 싶나?  
스니퍼 라테다.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져 지금은 블랙커피보다 더 많이 판매되고 있다. 은은한 단맛이 가미돼 있어 호불호가 있을 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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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퍼 라테에는 우유도 블렌딩해서 넣는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우유는 가벼워서 목 넘김이 좋긴 하지만 커피에 넣을 경우 보디감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일본이나 호주의 라테가 맛있는 건 우유가 달라서다. 라테를 위해 우유를 제조할까도 고려해봤는데 최소 15만 톤은 제작해야 한다고 해서 포기했다. 아직도 우유에 대한 갈망이 남아있긴 하다. 콩국수처럼 라테에 감칠맛을 낼 순 없을까, 고민하며 우유 테이스팅을 계속했다. 결론은 블렌딩이었다. 우리는 일반 우유와 멸균 우유를 블렌딩해 사용한다. 그리고 약간의 단맛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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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한 원두를 납품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커피 하는 사람으로서 원자재를 직접 골라 로스팅하고 가공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의 커피를 브랜딩 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장기적으로 카페를 운영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스페셜티 커피를 사용하는 카페가 많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스페셜티 커피가 트렌드가 되면서 많은 카페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SCA(스페셜티커피협회)에서 80점 이상을 받은 커피 등급일 뿐이다. 좋은 식당에서 좋은 재료를 쓰듯이 좋은 카페를 지향하는 곳에서 좋은 커피를 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자체가 대단한 건 아니니까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를 내세우고 싶지 않다. 스페셜티 커피라는 말이 오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커머셜 커피도 나쁘지 않을뿐더러 스페셜티 커피를 내세운 카페가 모두 스페셜티 커피를 쓰는 것도 아니다.  
 
좋아하는 서울의 카페가 있나?  
공덕의 그로토 카페. 매력적이라고 느낄 만큼 손님 응대가 정말 좋았다. 손님을 항상 응대하는 입장에 있다가 막상 반대로 받아보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공간도 편안하게 느껴지고 커피도 더 맛있게 느껴졌다. 집과 가까워서 종종 간다.  
 
앞으로 꿈꾸는 커피 스니퍼의 모습이 있나?  
이 장소에서 40년간 운영했던 다방처럼, 북창동의 30년~40년 된 다른 식당처럼 오랜 역사가 있는 카페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간편하게 손으로 먹을 수 있는 베이커리도 확장하고 싶다. 베이커리는 캐주얼한 카페 분위기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웹사이트에 쓴 것처럼 ‘커피 한잔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 수 있다’고 믿나?
커피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대화할 때 커피 한잔이 있으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으로 커피를 만든다.  
 
Info.
커피 스니퍼
주소 서울 중구 세종대로16길 27
연락처 02-3789-1781
영업시간 월~금 08:00~20:00, 토~일 10: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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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랜서 에디터 나지언
- 사진 박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