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300년의 시간을 품은 통의동 백송 터에서 만난 그룹 SoA

최소 300년의 시간을 품은 서울 통의동 백송 터. 그곳과 호응하는 건축물이면 좋겠다던 건축주의 바람이 어떻게 완성됐나 들여다보니, 열린 시선으로 응답하는 건축가들이 보였다. 건축가 그룹 SoA(Society of Architecture)의 강예린, 이치훈과 비 오는 날 벽돌 우물에서 만났다.

BYESQUIRE2020.08.01
 

호응 건축 

 
1층에는 건물 옆 백송 터와 호응하는 지름 11m짜리 정원이 있다.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다.

1층에는 건물 옆 백송 터와 호응하는 지름 11m짜리 정원이 있다.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다.

촬영 날 비 예보가 있으면 걱정스러운데 오늘은 은근히 비 오기를 기대했다. 건물 가운데에 뚫린 공간으로 비 내리는 풍경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싶어서. 직접 경험해보니 브릭웰(Brickwell, 벽돌 우물)이라는 건축물 이름처럼 우물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강예린(이하 강) 조경 공사 끝나고 6월에 오픈하우스 행사를 했는데 행사 첫날에도 비가 왔다. 그날 오신 분들이 이것도 기획이냐고 묻더라.(웃음) 밤 되니까 비에 빛이 번지면서 분위기가 정말 드라마틱했다. 우리도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브릭웰이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나?
이치훈(이하 이) 지었다기보다는 자연스레 브릭웰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실 건물에 이름을 짓는 일이 어색하다. 프로젝트의 제목은 자연스럽지만 그 외에 따로 이름을 붙이는 일은 어색해하는 편이다. 브릭웰은 생긴 것도 우물처럼 생겼고 밑에 물도 흐르고 해서, 지었다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프로젝트명은 뭐였나?
강, 이 통의동 기산과학 사옥.
 
실제로 건축주가 사옥으로 쓰려고 의뢰한 건축물인 걸로 안다. 설계하는 데 건축주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나?
건축주가 의견을 거의 안 내셔서….(웃음) 아무리 생각해도 몇 개 없다. ‘벽돌을 쓰면 좋겠다, 성공회 성당처럼 묵직하고 오래된 벽돌이 좋다, 정원이 좋다, 정원이 되도록 많았으면 좋겠다, 층고가 높았으면 좋겠다’ 정도.
클라이언트(건축주)가 이 사이트를 고른 제일 중요한 이유는 백송 터였다. 백송 터 때문에 이 땅을 사기는 했지만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건 없었다. ‘백송 터가 옆에 있어서 좋다, 백송 터 바라보면 좋지’ 정도?
 
작업을 의뢰받은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가이드라인이 ‘자유로이 하시오’라던데.(웃음)
이번 프로젝트가 굉장히 이상적인 건축가와 클라이언트의 관계였다고 생각한다.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아예 없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굉장히 구체적이고 분명한 요구 사항이 있었다. 벽돌, 정원, 백송 터, 그런 큰 아이디어, 자신이 선호하는 지점이 있었던 거니까. 그런데 그 지점 외에는 전부 우리에게 위임했다. 클라이언트가 2015년 처음 우리를 찾아왔을 때 우리는 굉장히 젊은 오피스였다. ‘얘네 이렇게 하는구나’ 하고 믿고 맡길 만한 포트폴리오가 많지 않은 상태였다. 클라이언트는 나름 모험을 한 건데 그럼에도 큰 아이디어를 제외하고는 상세 계획이나 공사 과정에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 건축가들이 하는 작업 자체가 굉장히 높은 수준의 열정 혹은 로열티를 클라이언트한테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클라이언트의 분명하지 않은 요구 사항을 행간까지 읽어서 그 의미가 무엇인지, 이 사람이 진짜 원하는 공간이 무엇인지, 이런 것을 고민해야 하는 거잖나. 굉장히 액티브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고, 질문에 답을 얻어내야 하고, 그걸 물리적으로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그려내야 한다. 헌신도가 매우 높은 일이다. 그렇기에 클라이언트와 건축가 사이에 신뢰가 없으면 좋은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기 힘들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클라이언트가 우리를 믿고 우리도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작업했다는 것이다.
  
 
건축가 그룹 SoA의 강예린, 이치훈. 업무 파트너이자 부부로 어떤 점이 서로 잘 맞는지 묻자 이치훈 건축가가 웃으며 답했다. "둘 다 하드워커다. 서로 비난하고 헐뜯고 피를 빨아먹으면서 함께 해오고 있다."

건축가 그룹 SoA의 강예린, 이치훈. 업무 파트너이자 부부로 어떤 점이 서로 잘 맞는지 묻자 이치훈 건축가가 웃으며 답했다. "둘 다 하드워커다. 서로 비난하고 헐뜯고 피를 빨아먹으면서 함께 해오고 있다."

보통 건축물을 설계하는 데 1년 반, 시공하는 데 1년 반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안다. 브릭웰은 완공까지 5년이 걸렸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빨리 하는 분들은 2년 만에 끊기도 한다. 5년이라는 시간은 행정적인 과정까지 합쳐서 그렇고 설계와 시공해서 완공까지는 평균처럼 3년 정도, 3년보다 조금 더 걸렸다.
타임라인을 말하자면, 2015년에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설치한 〈지붕감각〉을 보고 건축주가 우리에게 연락했다. 필지가 백송 터라는 정보를 받고 간략하게 검토해보니까 시굴 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서울 사대문 안쪽으로는 신축하려면 시굴 조사를 해야 한다. 유적이 묻혀 있을 수 있으니 지하에 무엇이 있는지 문화재 조사를 해야 한다. 특히 이곳은 경복궁과 인접해 있어서 반드시 조사를 해야 하는 땅이었고, 조사해보니 집터가 나왔다.
이곳이 번지수로 통의동 35-17번지인데, 35번지 일대가 영조가 경복궁에 들어가기 전에 머문 잠저였다고 한다.
확인된 문화재(집터)를 온전하게 보전하라고 전달받았는데, 그 의미는 문화재를 깨끗한 흙으로 덮어 그대로 지하에 보존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하층을 못 만들었다. 지금 기둥, 엘리베이터, 코어 구조물이 있는 곳이 문화재를 피해 세운 거다. 이런 시굴 조사까지 포함해서 5년 정도 걸렸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 글 중 도시에 건축물을 세우며 겪는 애환이 스치는 일화를 보았다. 건물이 들어서면 죽어버리겠다던 사람이 어느 날 공사 현장에 박카스를 사 들고 왔다고. 그의 심경이 어떻게 변한 걸까?
많은 건물은 주변과 소통하기 싫어한다. 특히 프라이빗한 건물이 그렇고 퍼블릭한 건물도 그렇다. ‘내 거’라고 경계 짓는 경우가 많다. 이번 작업은 경계를 허무는 게 핵심이었다. 건축주가 정원이 많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옥상에 만드는 루프톱 가든도 있지만 백송 터와 호응하는 열린 정원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민간 건물이지만 건물의 일부 영역을 마을의 비밀 정원처럼 열어두고 싶었고 건축주도 동의했다. 흔쾌히 ‘좋은 건 같이 봐야지’ 했다. (정원에) 마을 사람들이 많이 온다. 오가던 사람들도 쉬었다 가는 섬 같은 공간이 생겼다는 게 좋은 점인 것 같다. 우리에게 건축적인 성과도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꼽자면 이런 변화다.
 
  
© SHINKYUNGSUB

© SHINKYUNGSUB

어제 미리 브릭웰에 와봤는데 많은 분들이 와서 정원도 보고, 건물도 보고 그랬다. 참새가 외관 벽돌 사이로 막 날아다니더라. 물 웅덩이에 몸을 비비며 목욕도 했다.
장난 아니다. 참새가 너무 좋아한다.(웃음)
 
언급한 건축적 성과 중에는 벽돌을 다양하게 활용한 점도 있다고 본다. 벽돌 쌓는 로봇이 출현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현장에서는 기계로 한 방에 부을 수 있는 콘크리트와 달리 벽돌은 한 장 한 장 손수 쌓아야 하는 영역이다. 벽돌 소재를 원하는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두 분에게 숙제였을 것 같다.
벽돌이 너무 두껍거나 색이 진하면 볼드해진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색에 가까운 벽돌이 필요했고, 벽돌을 원형 구조에 맞게 붙여야 해서 원래 한 장에 7cm × 7cm짜리 벽돌을 3등분해서 얇게 만들었다.
벽돌은 굉장히 오래된 스탠더드다. 스탠더드란 바꿔 말하면 누구나 그 기준에 맞춰 시공하면 된다는 거다. 우리는 벽돌에 수공예성을 더하고 싶었다. 보면 알겠지만 벽돌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다. 세로로 붙이기도 하고, 정통적인 쌓기 방식으로 쌓기도 하고, 벽돌을 얇게 켜서 타일처럼 붙이기도 하고, 건식으로 파이프에 걸기도 하고. (건식은 건축물을 만들 때 물이나 회반죽을 사용하지 않고 이미 만들어진 각 부분의 재료를 짜서 맞추는 공법이다. 벽돌은 보통 습식 공법으로 한다. 브릭웰을 건축할 때는 마치 실에 구슬을 꿰듯 벽돌 구멍에 파이프를 끼우고 벽돌과 벽돌 사이에 이격재를 넣는 방법으로, 건식으로 벽돌을 활용했다.)
실제로 엄청난 수공예였다. 메이킹(제조)과 컨스트럭트(축조), 그 차이에 대한 질문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번에 우리는 그런 부분을 같이 소화해주는 시공사가 있어서 굉장히 고마웠다. 우리는 짓는 입장이 아니라 마지막을 상상하는 입장이지 않나. 우리가 지어 올리는 게 아니라 완성된 마지막을 상상한다. 어떤 과정으로 만들지, 상상대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디테일을 아무리 그린다고 해도 그걸 만드는(시공하는) 사람들의 사고는 완전히 다르다. 그걸 조율하며 얘기할 수 있는 팀, 파트너가 있어서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시공사도 이번 프로젝트를 굉장히 흡족해한다.
 
‘건축가란 마지막을 상상하는 입장’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이번 결과물은 상상한 마지막 모습과 얼마나 흡사한가?
우리가 도면도 상세히 많이 그리고, 시뮬레이션도 하고,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막상 완성된 결과물과 마주했을 때 머릿속으로 그린 것보다 건물이 지닌 물질성이 훨씬 분명하게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것과 만들어진 것을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그 안에 들어가 눈으로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덧붙여 말하자면, 우리가 그릴 때는 아무리 그리고 아무리 도면 스케일을 키워도 실제로 짓기 전까지는 모른다. 앞서 말한 대로 물질성, 질감, 질료로서 건물의 느낌, 볼륨이 눈으로 실제로 확인하고 체험하면 또 다르다. 그게 건축의 가장 큰 재미이기도 하지만 가장 어려운 점이기도 하다.
클라이언트도 렌더링한 이미지보다 실물이 더 좋다고 했다.
렌더링이 사람 눈만은 못한 것 같다. 감각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브릭웰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건물에 ‘그라운드시소 서촌’이라는 새 이름이 붙었다. 건축주가 사옥으로 활용하려던 계획 대신 전시 콘텐츠 회사에 임대했다. 앞으로 대중이 와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강예린, 이치훈 건축가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건물은 건축가의 손을 떠나기 마련이지만 전시 공간이 되어 더 많은 사람이 둘러볼 수 있는 공간, 누군가 계속 오는 건물이 된다고 하니 반갑다”라는 소회를 남겼다.
  
사진으로만 볼 때는 뉴욕 허드슨 야드의 베슬처럼 웅장할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굉장히 고즈넉해서 놀랐다. 열린 정원에 서 있는데 바람 소리도 들리고 참새가 날아다니고, 도심인 걸 잠시 잊을 만큼 평온한 감각이었다. 건축주가 경험해보고 연락했다던 2015년의 〈지붕감각〉도 이런 감각을 전했었지 싶다.
SoA는 지향점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보유하는 부분은 있다. 전시 제목으로도 유명한 ‘태도가 형식이 될 때’이다. 이론을 실천화하는 식으로 건축이 풀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경계에 대한 질문이 있다. 특히 공공 예술, 미술관을 벗어나 공공의 장소에서 무언가를 했을 때, 건축이 어떤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일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 정리됐던 것 같다. (〈지붕감각〉을 비롯해 SoA가 한 공공 예술의 대표적인 예로 2017년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을 꼽을 수 있다. 지면 아래 4m 깊이로 움푹 들어간 공간을 마련하고 천장에는 스테인리스스틸 슈퍼미러 재질의 루버를 설치했다. 루버를 통해 빛이 내부 공간에 투영되고, 잔물결을 뜻하는 ‘윤슬’이라는 이름처럼 공간에는 빛이 일렁인다.) 물론 바깥에서 보면 우리는 어쨌든 부피를 가진 무언가를 만들거나 계획하는 사람들이니까 볼륨으로 먼저 볼 수밖에 없겠으나, 결과적으로 안에 들어가거나 나왔을 때는 감각이나 경험으로 남게 하는 부분에 대한 생각이 있다. 조형적인 어떤 것을 만들기보다 경험으로 남을 수 있는 것,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을 계속한다. 그래서 ‘태도가 형식이 될 때’라는 표현이 자주 떠오른다.
아주 오래전 서양 건축물을 보면 건축물은 이래야 한다는 규칙, 규율, 문법, 스타일, 양식 등이 있지 않나. 그런데 우리가 생활하는 현대사회에서 건축물은 다른 역할을 하기도 하고, 건축물이 가질 수 있는 효과도 다르고, 건축물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다르다. 지금은 건축물이라는 것이 시대와 긴밀하게 연계되면서 변하는 대상이라 생각한다. 어떤 고정된 방식으로 건축을 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게 우리의 특징인 것 같다. 많은 사람이 공간에 들어와서 감각적인 경험을 할 때, 그럴 때 되게 즐겁다. 건축한 보람도 생긴다. 용도를 막론하고 건축물에 담을 수 있는 아주 근본적인 즐거움이라 생각된다. 어떤 유형의 건축을 하든지 방문하고 싶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그런 마음을 건축물 안에 담아내면 좋겠다.
 
그간의 프로젝트를 살펴봤더니 탈락한 공모전도 꽤 많더라.
일단 기본적으로 떨어지는 걸 아쉬워하는 건 맞지만 이것도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빌트 프로젝트만 중요한 게 아니라 언빌트 프로젝트도 중요하다. 그것도 우리를 나타낼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실제로 1960년대에 그런 작업이 굉장히 많았다. 1960년대는 인류사에서 가장 풍족하며 희망이 넘치던 시대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시절에 페이퍼 아키텍처(실제로 지을 수 없는 급진적인 건축 아이디어와 메시지)가 많았다. 실현을 염두에 두지 않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 별개로 모든 프랙티스(연습 또는 작업)에는 어떤 식으로든 배우는 게 있고, 배움을 넘어서 그게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주지 않지만 우리가 원해서 하는 스스로의 프랙티스.
 
가장 최근의 언빌트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 거기에서 무엇을 배웠나?
최근에는 당선이 많이 돼서.(웃음) 공모전은 2017년부터 조금씩 당선됐는데 현재 완공된 건 신촌 청년문화전진기지밖에 없다. 나머지는 앞으로 짓기 시작할 것 같고, 최근 당선이 안 된 건 작년에 있던 설계 공모전인데 향후 평창동에 생길 미술·문화 복합 공간에 관한 설계 공모였다. 사실 우리는 우리 공모안이 조금 마음에 들었다. 떨어진 이유에 대한 납득이라기보다는 그걸 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실제로 미술관을 운영하는 입장을 많이 고려해보게 됐다는 거다. 그 장소는 경사가 급해서 공간을 하나로 짓기에는 애매하다 판단하고 공간을 많이 분절했는데, 시뮬레이션하면서 큐레이터들이 움직이는 걸 생각해보니 ‘이 건축가 놈들’ 하고 얼마나 욕을 할지 싶은 거다.(웃음) 전시장은 건축물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도 이용자이고 관리하는 사람, 지나가면서 보는 일반인, 와서 관람하는 사람 모두 이용자다. 여러 사람의 건축물인 거다. 그런 건축물에 대해 다시 한번 환기할 수 있는 기회였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사옥으로 설계했지만 공공의 정원을 둔 브릭웰도 그렇고, 최근 당선된 프로젝트를 보면 성수 소공인 특화지원센터, 인천 서구 복합커뮤니티센터, 춘천 반다비 국민체육센터 등 공공 건축물이 많아 보인다. SoA는 공공 건축에 더 관심이 많은가?
반반이다. 민간 프로젝트가 규모가 크지 않아 눈에 덜 띄어서 그렇지 임하는 프로젝트의 비율은 반반 같다. 공공 프로젝트에 당연히 관심은 있는 게, 공공에 열려 있지 않나. 사용자가 국한되지 않기에 욕심이 있다. 민간 프로젝트는 좀 다른 의미에서 재미가 있다. 브릭웰처럼 민간 프로젝트이지만 공공에 어떤 태도로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 있으니까.
옛날 작업이긴 하지만 남가좌동에 있는 다세대주택 토끼집(2015년 SoA가 제시한 1인 주거공간)의 경우도 막다른 골목의 끝 집이었는데, 땅에 집을 앉힐 때 길을 아예 막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게 길을 열어두었다. 공유 주택에서 공유란 안에 사는 사람의 공유뿐 아니라 마을과 어떤 식의 공유와 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감한다. 개인의 집이어도 그 집이 모여 공공의 마을을 이루는 거니까.    
그런 게 재미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SoA 홈페이지에 지난 일정을 아주 상세히 적어놓은 덕분에 알게 됐다. 포르투갈, 로마, 베니스 등 틈틈이 해외 답사를 다녀왔는데 앞으로 가보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시칠리아. 스페인 남부와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 너무 가보고 싶다. 답사는 꼭 무엇을 보고 오려는 마음보다, 공모전 입상해서 상금 조금 나오면 그 상금 가지고 다른 도시에 가서 다른 걸 느끼고 오는 게 더 이로운 일이라 생각해서 종종 떠났다. 스스로에게 주는 상 같은 것이기도 했고. 요즘은 어디 못 가니까 답답해서 다큐멘터리를 자주 보는데 거기에 시칠리아가 나왔다. 너무 좋아서 가보고 싶다.
 
뭐가 그렇게 좋았나?
요리 다큐멘터리였다.(웃음) 도시의 모습이 몇 가지 재료와 공법만 가지고 만든 듯해서 흥미로웠다. 새로 생기는 건물조차 과거의 문법을 현대적으로 좇아서, 결국 동시적인 것들로 꾸준하게 채워지는 도시를 보는 게 즐거웠다. 우리는 비동시적인 것이 동시적으로 나타나는 도시에 살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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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은희
  • PHOTOGRAPHER 송시영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