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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이 발표한 채식선택제의 장단점은?

잡식동물과 채식선택제.

BYESQUIRE2020.08.04
 

잡식동물과 채식선택제

 
서울교육청이 발표한 채식선택제의 장단점은?

서울교육청이 발표한 채식선택제의 장단점은?

지난 6월 18일 서울교육청은 채식선택제 도입을 발표했다. 청소년의 급식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40년 전에 이런 제도가 시행되었더라면 동생이 학교 다닐 때 마음이 편했을 것 같다. 내 동생에게 학교 급식은 잊고 싶은 기억이다. 동생은 어려서부터 고기를 못 먹었다. 급식에 고기반찬이 나오면 피하고 싶었지만 학생에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지금은 대부분 별도의 급식소에서 식사하지만 그때만 해도 교실에서 담임선생의 감독하에 급식을 했다. 배식받은 음식을 다 먹지 않으면 식판을 반납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고기를 먹을 수 없었던 동생은 점심시간에 우는 날이 많았다. 결국 학부모 면담을 하고 나서야 고기반찬을 안 먹어도 되는 걸로 합의가 이뤄졌다.
 
채식은 종류가 다양하다. 고기는 먹지 않되 유제품과 난류는 먹는 락토오보 베지테리언, 알 외에 동물성 식품은 모두 피하는 오보 베지테리언, 고기와 알은 피하고 유제품은 먹는 락토 베지테리언, 동물성 식품과 동물 유래 제품을 가장 엄격하게 피하는 비건이 있다. 내 동생처럼 육류는 안 먹지만 생선은 먹는 페스카테리언, 주로 채식을 하지만 가끔 육류나 생선을 먹기도 하는 플렉시테리언 또는 세미 베지테리언도 넓게 보면 채식인이다. 하지만 1847년 설립 이래 170년이 넘도록 채식을 홍보해온 영국채식협회에 따르면 이들은 채식을 하는 사람의 부류에 포함되지 않는다. 19세기 말까지는 페스카테리언도 베지테리언에 포함되었지만 최근 기준은 조금 더 엄격해졌다. 물고기도 고통을 느끼는 동물이므로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채식선택제 도입 후 학교에서 제공할 채식이 어떤 종류가 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이제 막 도입을 예고하고 영양교사 등 급식 전문가 중심의 연구단을 구성해 국내외 사례를 수집하고 지침을 준비하는 단계다. 교육청은 “건강 문제와 기후 위기를 인식하고 채식을 선택하는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학교 급식은 육식 위주라 불평등과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인권 침해 면에서 보면 비건 형태의 채식을 제공하는 게 취지에 맞다. 식이 제한이 가장 엄격한 비건 채식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그보다 허용 범위가 넓게 난류나 유제품을 포함해 채식을 하는 경우 원하는 대로 난류와 유제품을 식단에 추가할 여지를 주면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건강 면에서 보면 그림이 복잡해진다.
 
건강 때문에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채식이 잡식에 비해 건강에 더 유익한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팀이 2019년 9월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18년에 걸쳐 4만8188명을 대상으로 식단과 질환 발생률을 분석했다. 고기를 먹는 사람에 비해 고기는 피하고 생선을 먹는 페스카테리언의 심장병 위험이 13% 낮았고 채식인의 경우는 22% 낮았다. 하지만 채식하는 경우에 고기를 먹는 사람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20% 더 높게 나타났다. 페스카테리언의 경우 뇌졸중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 비건이나 베지테리언의 경우 특히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이 높은 걸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고기를 통해서만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 B12, 비타민 D 같은 일부 영양소의 혈중 농도가 낮은 게 출혈성 뇌졸중 위험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추측했다. 하지만 이런 관찰 방식의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 건강상 차이가 채식과 육식(엄밀히 말하면 육식을 포함한 잡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제3의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다. 4만80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을 일일이 24시간 따라다니며 감시할 수도 없으니 그들이 실제로 먹는 식단과 먹는다고 보고한 식단 사이에 어떤 괴리가 있는지도 알기 어렵다.
 
교육청은 채식선택제 관련 보도 자료를 통해 과한 육식은 소아 비만, 소아 당뇨, 면역계 질환,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이건 좀 지나친 설명이다. 육식이 이들 질환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채식이 주의력 결핍이나 ADHD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도 없다. 독일 연구 팀이 32건의 연구를 분석해 2019년 9월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의 결론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이 연구의 결론은 채식이 기존 식단에 비해 체중, 에너지 대사, 전신 염증 면에서 건강에 유익하지만 뇌 건강이나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관련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아직 부족한 형편인데 청소년기의 채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말할 것도 없다. 학교에서 채식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와 선택권을 주는 것은 좋지만 채식의 효과에 대해 알려진 사실보다 과장해서도 곤란하다.  
채식을 엄격하게 따르는 사람일수록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에 비해 총 섭취 열량이 낮고 따라서 체중이 가벼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차이가 생각만큼 크진 않다. 영국의 유전역학자 팀 스펙터 교수가 일란성쌍둥이 122쌍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채식하는 쪽이 육류를 섭취하는 쌍둥이 형제에 비해 평균적으로 1.3kg 가벼울 뿐이었다. 유전자와 문화의 차이를 빼고 순수하게 채식이 체중이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섬유질을 더 많이 섭취하고 전체 섭취 열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채식의 장점인 동시에 채식 급식의 약점이기도 하다. 청소년기에 충분한 열량을 섭취하지 않으면 성장과 발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면 금방 배가 불러서 적당한 영양 섭취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곡물에 든 피트산이나 식물성 섬유질이 철분, 칼슘, 아연 같은 미네랄의 흡수를 방해할 수도 있다. 진한 녹색 채소에도 칼슘 등 미네랄이 풍부하지만 육류에 비해 흡수율이 낮은 이유다. 그렇다고 육식이 채식보다 우월하다는 걸로 오해하진 마시길. 요즘은 육식만 하는 게 건강에 좋다는 무리한 주장도 간혹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매일같이 고기만 먹으면 비타민 C, 비타민 E, 엽산 같은 영양소 부족으로 위험해진다. 사람은 잡식동물이다. 마이클 폴란의 말처럼 ‘음식을 먹되 너무 많지 않게, 대부분 식물로’ 먹는 정도면 건강에 충분히 유익한 식단이다.
 
일주일에 한 번 학급 전체가 채식 급식을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덜 복잡하다. 다른 날 식사로 혹시라도 채식에서 부족하기 쉬운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 하지만 급식을 포함해 매일 식사가 비건식이라면 비타민 B12 보충을 고려해야 한다. 비타민 B12는 동물성 식품에서만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이므로 엄격한 채식을 할수록 부족하기 쉽다. 이렇게 되면 빈혈, 발달 지연, 피로, 학업 성취도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비건식을 급식으로 제공할 경우 비타민 B12 강화 식품을 포함시켜야 한다. 유제품이나 달걀을 포함한 채식은 상대적으로 미네랄이나 비타민 부족 위험이 낮다. 서울보다 앞서 2011년부터 주 1회 또는 월 2회 채식의 날을 정해 전체 채식 급식을 제공해온 전북에서 난류와 유제품을 허용하는 락토오보 베지테리언 형태를 선택한 것도 이런 고려에서였을 것이다. 채식 급식은 다양한 곡물과 채소로 영양의 균형을 맞춘 식사를 하는 법에 대해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채식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윤리적 이유로 채식을 할 수도 있고, 내 동생처럼 그냥 징그럽게 느껴져서 고기를 못 먹을 수도 있다. 학교에서 채식 선택권을 주고 학생들의 채식 체험을 늘리려는 것 또한 반드시 건강과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육식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과 비용이 소모된다. 고기를 적게 먹는 게 환경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고기를 너무 많이 먹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내 맘대로 먹는 건 자유지만 그게 정말 내 마음인지는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그런 고민을 하면서 다닐 수 있는 학교라니 또 가고 싶어진다. 물론 점심시간에만.
 
WHO’S THE WRITER?
정재훈은 약사이자 푸드 라이터다. 자칭 ‘카트 끄는 잡식동물’로 미식과 새로운 음식 맛보기를 즐긴다. 저서로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 〈정재훈의 식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