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슈퍼카 메르세데스 AMG GT 63 S, 롤스로이스 레이스를 타고 달린 하루
<에스콰이어> 300호 특집을 기념하기 위해 300km/h까지 달려보고 싶었다. 300에 300을 더해 600마력이 넘는 차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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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RN TO BE 300
」
Mercedes l AMG GT 63 S 4matic + 4door

류민 Final Speed 268 km/h
“야, 그만 밟아!” 옆에 탄 형이 소리를 질렀다. 20여 년 전, 내가 ‘외제 차’를 처음 운전했을 때다. 그냥 차도 아니고 무려 벤츠 S 500이었다. 방학 때 미국에 있는 외삼촌 집에 갔다가 늦은 밤 형과 함께 외숙모 차를 몰래 끌고 나간 거다. 그런데 시속 100km로 달려보려고 한 게, 실수로 100mph(161km/h)를 찍었다. 속도계를 본 형은 아연실색하며 내게 미쳤느냐고 타박했다. 하지만 난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벤츠는 내게 보통 차 두 배 정도의 속도를 아무렇지 않게 낼 수 있는 차로 각인됐다.

Mercedes AMG GT 63 S 4matic + 4door
사실 벤츠는 스포츠 모델을 거의 만들지 않았었다. 아마 고급 차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며 상황이 급변했다. BMW와 아우디가 고성능 고급 세단 시장에 뛰어들었고 포르쉐는 파나메라로 고성능 세단 전쟁의 불을 지폈다. 2005년 다임러 그룹이 AMG를 인수한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었다. 그 후 스포츠 모델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고 15년이 지난 지금은 소형 해치백인 A클래스부터 초호화 세단인 마이바흐 S클래스, 그리고 정통 스포츠카인 AMG GT(쿠페)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포트폴리오가 완성됐다.

Mercedes AMG GT 63 S 4matic + 4door
가속 감각은 아주 드라마틱하다. 가속페달을 확 밟으면 마치 후륜구동 모델처럼 뒷바퀴가 노면을 사정없이 밀어낸다. 사륜구동 모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등을 떠미는 엄청난 힘도 그렇지만, 그 어떤 세단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창밖 풍경이 들이닥친다는 점이 가장 당혹스럽다. 강병휘 레이서가 이날 악조건 속에서도 시속 268km를 찍은 건 우연이 아니다. 다만 한계 속도인 시속 311km까지 달리기에는 주행 시험장이 너무 좁았다. 아쉬울 따름이다.
Comments
강병휘 이 차는 시속 250km로 달리는 것보다 제자리에서 뒷바퀴만 시속 150km로 미끄러뜨리는 게 더 스릴 있다.
박호준 첫인상이 맞았다. 같은 속도일 때 말초신경을 가장 강렬하게 자극한다. 아드레날린이 펑펑 솟는다.
이충섭 화려한 외관만큼이나 무시무시한 가속. 매우 강한 탄산음료를 마신 기분이 든다. 즐거운 공포감이 느껴진다.
WHO’S THE WRITER? 류민은 <자동차 생활>과 <모터트렌드>를 거친 10년 차 자동차 전문 에디터로 수동 변속기와 전기모터 모두를 사랑하는 이중인격자다.
Rolls-RoyceㅣWraith

이충섭 Final Speed 228 km/h
롤스로이스 레이스는 고스트를 기반으로 만든 쿠페 모델이다. ‘신사의 궁극적 그란 투리스모를 표방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첫인상은 중후하고 역동적이다. 한눈에도 차가 커 보였는데 무게 2360kg, 길이 5285mm인 걸 보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중후함과 역동성은 상충하는 표현이지만 레이스는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자면 영화 속 배트맨이 타는 ‘배트 카’ 같다고나 할까? 커다랗고 묵직한데 빨라 보이는 느낌 말이다.

롤스로이스 레이스
그걸로는 부족했다. 기사 작성을 위해 평생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시속 200km 이상으로 속도를 높여야만 했다. 일단 시속 150km로 워밍업을 했다. 시속 60~80km를 낼 때의 느낌으로 오른쪽 다리에 지그시 힘을 줬는데 웬걸, 계기반 바늘이 금세 140을 넘어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6초 걸린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실제 속도와 체감 속도가 다르게 느껴진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소리다. 노면과 타이어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시속 120km를 넘어가면 차체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풍절음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 그런데 레이스는 시속 160km를 넘어가도 옆자리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데 불편함이 없다.
최대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곡선 구간을 통과한 뒤 두 번째 직선 구간에 진입했을 땐 시속 200km로 달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머리카락이 곤두설 만큼 빠르게 달리는데도 전혀 겁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레이스를 믿고 좀 더 속도를 높이고 싶었다. 이제 보니 사람들이 롤스로이스를 ‘마법의 양탄자’라고 부르는 이유가 구름 위를 나는 듯한 부드러운 승차감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운전 실력이 형편없더라도 마법같이 포장해주기 때문이었다.


Comments
강병휘 고속 열차 KTX가 레일 위를 고요하고 빠르게 달리는 품새가 떠올랐다. 하지만 200km/h 이상부터 점차 특실에서 일반실로 변해가니 유의할 것.
류민 부자들이 직접 운전하려고 만든 차다. 그래서 일반적인 잣대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어떤 속도에서도 롤스로이스다운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박호준 이렇게 타도 되는 차인가 싶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커다란 몸집과 넘치는 배기량을 영리하게 이용한다. 같은 가속력일지라도 스포츠카와는 결이 다르다.
WHO’S THE WRITER? 이충섭은 <에스콰이어> 디지털팀에서 자동차와 전자 제품 리뷰를 맡고 있다. 신차가 나오면 그걸 타보기 위해 기획을 꾸릴 만큼 달리는 걸 좋아한다.
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GRAPHER 최민석
- ASSISTANT 김균섭
- DIGITAL DESIGNER 이효진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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