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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 메르세데스 AMG GT 63 S, 롤스로이스 레이스를 타고 달린 하루

<에스콰이어> 300호 특집을 기념하기 위해 300km/h까지 달려보고 싶었다. 300에 300을 더해 600마력이 넘는 차를 모았다.

BYESQUIRE2020.08.26
 
 

BORN TO BE 300 

 
 
 

Mercedes l AMG GT 63 S 4matic + 4door

 
파워트레인 3982cc V8 트윈 터보, 8단 자동 최고 출력 639마력 최대 토크 91.7kg.m 0-100km/h 가속 3.2초 0-200km/h 가속 10.2초 가격(VAT 포함) 3억원대
 

류민 Final Speed 268 km/h

 4도어 스포츠카의 기준
“야, 그만 밟아!” 옆에 탄 형이 소리를 질렀다. 20여 년 전, 내가 ‘외제 차’를 처음 운전했을 때다. 그냥 차도 아니고 무려 벤츠 S 500이었다. 방학 때 미국에 있는 외삼촌 집에 갔다가 늦은 밤 형과 함께 외숙모 차를 몰래 끌고 나간 거다. 그런데 시속 100km로 달려보려고 한 게, 실수로 100mph(161km/h)를 찍었다. 속도계를 본 형은 아연실색하며 내게 미쳤느냐고 타박했다. 하지만 난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벤츠는 내게 보통 차 두 배 정도의 속도를 아무렇지 않게 낼 수 있는 차로 각인됐다.
 
 Mercedes AMG GT 63 S 4matic + 4door

Mercedes AMG GT 63 S 4matic + 4door

그렇게 느낄 만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아주 오래전부터 ‘고속도로의 제왕’으로 불린 브랜드다. 시속 250km로 순항할 정도는 돼야 1차선을 차지할 수 있다는 아우토반에서 말이다. 지금이야 그 정도 성능을 내는 차가 허다하지만 20년 전엔 그렇지 않았다. S 500을 타고 호들갑을 떤 게, 내가 100마력 남짓의 국산 차만 타본 촌놈이어서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실 벤츠는 스포츠 모델을 거의 만들지 않았었다. 아마 고급 차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며 상황이 급변했다. BMW와 아우디가 고성능 고급 세단 시장에 뛰어들었고 포르쉐는 파나메라로 고성능 세단 전쟁의 불을 지폈다. 2005년 다임러 그룹이 AMG를 인수한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었다. 그 후 스포츠 모델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고 15년이 지난 지금은 소형 해치백인 A클래스부터 초호화 세단인 마이바흐 S클래스, 그리고 정통 스포츠카인 AMG GT(쿠페)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포트폴리오가 완성됐다. 
 
 Mercedes AMG GT 63 S 4matic + 4door

Mercedes AMG GT 63 S 4matic + 4door

메르세데스-AMG GT 63 S 4매틱 + 4도어(이하 GT 63 4도어)는 이런 21세기 흐름에 방점을 찍은 모델이다. 탑승자 네 명이 온전히 자기 공간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 실내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도 최고 출력 639마력을 자랑하는 고성능 모델이기 때문이다. GT 63 4도어는 문 4개짜리 스포츠카가 맞다. 이 차는 속도를 낼수록 편안해진다. 시속 200km가 넘으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차분해지며, 시속 250km를 넘어서도 자신 있게 속도를 더 붙일 수 있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차를 제어할 수 있다는 안정감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무겁고 덩치까지 크기에 한계는 낮지만, 한계에 도달하고 이를 넘어서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드리프트 모드를 만든 것만 봐도 기본기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가속 감각은 아주 드라마틱하다. 가속페달을 확 밟으면 마치 후륜구동 모델처럼 뒷바퀴가 노면을 사정없이 밀어낸다. 사륜구동 모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등을 떠미는 엄청난 힘도 그렇지만, 그 어떤 세단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창밖 풍경이 들이닥친다는 점이 가장 당혹스럽다. 강병휘 레이서가 이날 악조건 속에서도 시속 268km를 찍은 건 우연이 아니다. 다만 한계 속도인 시속 311km까지 달리기에는 주행 시험장이 너무 좁았다. 아쉬울 따름이다.
 
Comments
강병휘 이 차는 시속 250km로 달리는 것보다 제자리에서 뒷바퀴만 시속 150km로 미끄러뜨리는 게 더 스릴 있다.
박호준 첫인상이 맞았다. 같은 속도일 때 말초신경을 가장 강렬하게 자극한다. 아드레날린이 펑펑 솟는다.
이충섭 화려한 외관만큼이나 무시무시한 가속. 매우 강한 탄산음료를 마신 기분이 든다. 즐거운 공포감이 느껴진다.
 
WHO’S THE WRITER? 류민은 〈자동차 생활〉과 〈모터트렌드〉를 거친 10년 차 자동차 전문 에디터로 수동 변속기와 전기모터 모두를 사랑하는 이중인격자다. 
 
 

 
 

Rolls-RoyceㅣWraith

 
파워트레인 6592cc V12 트윈 터보, 8단 자동 최고 출력 624마력 최대 토크 81.6kg.m 0-100km/h 가속 4.6초 0-200km/h 가속 N/A 가격(VAT 포함) 4억원대
 

이충섭 Final Speed 228 km/h

속도가 남자를 만든다
롤스로이스 레이스는 고스트를 기반으로 만든 쿠페 모델이다. ‘신사의 궁극적 그란 투리스모를 표방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첫인상은 중후하고 역동적이다. 한눈에도 차가 커 보였는데 무게 2360kg, 길이 5285mm인 걸 보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중후함과 역동성은 상충하는 표현이지만 레이스는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자면 영화 속 배트맨이 타는 ‘배트 카’ 같다고나 할까? 커다랗고 묵직한데 빨라 보이는 느낌 말이다.
 
롤스로이스 레이스

롤스로이스 레이스

마냥 차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시속 300km라는 비현실적인 속도에 도전하기 위해 떠나야만 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기나긴 장마였지만 롤스로이스 레이스와 함께라면 걱정은 자연스레 사라진다.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운전석에 앉으니 SUV 쿠페를 탄 것처럼 시야가 높았다. 부드러운 변속 능력과 제동 능력은 기본이다. 지그시 가속페달을 밟아도 소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내 차를 타는 것처럼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졌다.
그걸로는 부족했다. 기사 작성을 위해 평생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시속 200km 이상으로 속도를 높여야만 했다. 일단 시속 150km로 워밍업을 했다. 시속 60~80km를 낼 때의 느낌으로 오른쪽 다리에 지그시 힘을 줬는데 웬걸, 계기반 바늘이 금세 140을 넘어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6초 걸린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실제 속도와 체감 속도가 다르게 느껴진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소리다. 노면과 타이어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시속 120km를 넘어가면 차체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풍절음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 그런데 레이스는 시속 160km를 넘어가도 옆자리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데 불편함이 없다.
최대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곡선 구간을 통과한 뒤 두 번째 직선 구간에 진입했을 땐 시속 200km로 달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머리카락이 곤두설 만큼 빠르게 달리는데도 전혀 겁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레이스를 믿고 좀 더 속도를 높이고 싶었다. 이제 보니 사람들이 롤스로이스를 ‘마법의 양탄자’라고 부르는 이유가 구름 위를 나는 듯한 부드러운 승차감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운전 실력이 형편없더라도 마법같이 포장해주기 때문이었다.
 
롤스로이스 레이스롤스로이스 레이스
마법은 시속 220km를 넘어가며 풀렸다. 조용한 기내 같던 실내에 각종 소음이 들이쳤다. 시종일관 묵직하게 타이어를 짓누르며 달리는 듯 편안했던 승차감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파워 리저브는 ‘여유’를 가리키고 있었다. V12 기통 엔진의 한계가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차는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이내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이미 내 간은 잔뜩 쪼그라들어 소멸되기 직전이었다. 맹렬하게 달리던 말의 고삐를 당기듯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속도를 줄였다. “오전에 비가 많이 내려서 미끄럽네요. 이 이상은 힘들겠어요.” 운전석에서 내리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누가 보기라도 할까 봐 일부러 큰 목소리로 너스레를 떨었다.
 
Comments
강병휘 고속 열차 KTX가 레일 위를 고요하고 빠르게 달리는 품새가 떠올랐다. 하지만 200km/h 이상부터 점차 특실에서 일반실로 변해가니 유의할 것.
류민 부자들이 직접 운전하려고 만든 차다. 그래서 일반적인 잣대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어떤 속도에서도 롤스로이스다운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박호준 이렇게 타도 되는 차인가 싶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커다란 몸집과 넘치는 배기량을 영리하게 이용한다. 같은 가속력일지라도 스포츠카와는 결이 다르다.
  
WHO’S THE WRITER? 이충섭은 〈에스콰이어〉 디지털팀에서 자동차와 전자 제품 리뷰를 맡고 있다. 신차가 나오면 그걸 타보기 위해 기획을 꾸릴 만큼 달리는 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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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GRAPHER 최민석
  • ASSISTANT 김균섭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