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사이버 렉카’가 만든 2020년 유튜브 지옥도의 실상

무분별한 폭로와 추측성 기사, 법정 싸움과 그 사이 생겨난 피해자까지.

BY김현유2020.10.23
지난 16일, 유튜브 예능 ‘가짜 사나이’가 방영을 중단하고 모든 콘텐츠를 삭제했다. 글로벌 보안 전문 회사라고 소개는 되었지만 레크레이션 사업체로 등록돼 있던 ‘무사트’와,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가 합작해 인터넷 방송인 등에게 UDT/SEAL 훈련 과정을 체험하게 하는 콘텐츠였던 ‘가짜 사나이’는 1기의 짧은 영광을 뒤로 하고 진흙탕 싸움 속에서 셔터를 내렸다.
 
이같은 결정이 나오기 직전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와 많은 이들의 SNS 피드는 ‘가짜 사나이’ 관련 소식으로 가득 찼다. 몸캠 피싱, 성착취, 성매매 등 하나같이 자극적인 단어들이 쏟아졌다. 진실 여부 확인과는 관계없이 ‘가짜 사나이’ 출연자들의 이름 그리고 그들의 사생활을 유튜브에 무차별 폭로한 이들의 이름이 인터넷상에 오르내렸고 클릭 수를 유도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이근, 김용호, 정배우

이근, 김용호, 정배우

 
‘피지컬 갤러리’를 운영하는 유튜버 김계란은 이같은 상황을 두고 “누구 한 명 죽어야 끝이 나겠느냐”고 일갈했고 ‘가짜 사나이’ 교관 로건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몸캠 피싱’ 사진을 공개했던 유튜버 정배우는 사과에 나섰지만 이미 온라인 세상에 ‘박제’돼 버린 폭로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무사트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로건의 아내는 뱃속의 아이를 유산했다. 현재 로건 측은 정배우에 대한 민형사상 고소 의사를 밝힌 상태다.
 
올 한해 유튜브에서는 각종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모든 사건들 가운데에는 ‘폭로’를 전문으로 하는 일명 ‘사이버 렉카’들이 있었다. ‘사이버 렉카’는 마치 교통사고가 나면 달려오는 견인차(렉카)처럼, 어떤 사건이 터지면 곧바로 이와 관련해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을 짜깁기해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는 일부 유튜버들의 행태를 비꼰 표현이다.
 
‘가짜 사나이' 사태가 아니었으면 올해 가장 큰 유튜브 이슈였을 ‘뒷광고 논란’에도 ‘사이버 렉카’들은 빠지지 않았다. 앞서 유튜버 참PD는 수백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들 대다수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이라며 제품을 소개했지만 사실은 뒤에서 광고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논란은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던 방송인 한혜연과 가수 강민경에게도 이어졌고, 문복희와 김나름 등 스타 유튜버들이 이를 인정하며 유튜버들에 대한 민심은 나락을 찍었다.
 
문제는 저지른 잘못에 비해 과다한 징벌이 가해질 수 밖에 없는 그 과정에 있다. 그 과정에서 ‘사이버 렉카’가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사이버 렉카들은 새로운 뒷광고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을 단 새로운 영상을 수십 개씩 게시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 마저 덧붙이며 문제에 살을 계속해 붙였다. 가장 큰 피해자로는 ‘쯔양’이 있다. 사이버 렉카들의 타겟이 된 인기 유튜버 쯔양은 초반 몇 개를 제외하면 뒷광고를 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허위 사실이 퍼져 나가는 인터넷 문화에 지쳤다”고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계에선 서로의 약점에 대해 함구한다는 업계의 불문율이 있는 반면 유튜버들은 개인으로 움직여서 그런지, 폭로를 자신의 인지도 상승과 수입 창출의 통로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2020. 10. 18.)
 
실제로 그렇다. 위에 언급된 정배우의 경우 원래 게임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유튜버였으나, 다른 유튜버나 방송인들에 대한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높은 조회수를 얻게 되자 스스로를 ‘기자’라고 칭하며 폭로에 앞장섰다. ‘가짜 사나이’ 1기의 최고 수혜자로 꼽혔던 이근에 대한 성범죄 처벌 판결 내용을 공개한 뒤, 그에 대한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연신 쏟아내고 있는 유튜버 김용호도 마찬가지다. 이근은 성범죄 처벌 판결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으나, 다른 주장에 대해서는 반박하며 법정 싸움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이근이 스카이다이빙 중 사망한 여성의 연인이었다거나, 이 여성이 이근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등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김용호가 운영하는 채널의 조회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용호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도 나왔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내용이다. 또 김용호와 변희재의 이름이 검색어에 오르내린다. 이쯤 되면 맨 처음 논란이 된 의혹이 무엇이었는지조차 헷갈릴 지경이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자는 계속 늘어난다. 성우 서유리가 이근과 함께 방송 촬영을 한 뒤 찍은 기념사진이 김용호의 유튜브 영상에 무단으로 이용돼 서유리에게 불똥이 튀기도 했고, 인터넷상에서는 이근에게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일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사이버 렉카’의 무차별 폭로로 사망한 방송인도 있었다. 1세대 인터넷 방송인으로 꼽히는 진워렌버핏이다. 진워렌버핏은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자신의 죽음이 비슷한 시기부터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던 BJ 유신 때문이라고 전했다. BJ 유신은 2018년부터 진워렌버핏 사망 직전까지 자신의 방송을 통해 한 회도 빠지지 않고 진워렌버핏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것을 ‘털었다’. 기행을 일삼고 스토킹 범죄로 징역형을 산 전력도 있는 진워렌버핏에 대한 응징이라는 명목이었다. 이 시기 BJ 유신에 대한 후원금은 엄청나게 늘었다.
 
이런 ‘사이버 렉카’의 무분별한 폭로에 대해 ‘정의구현’이라며 옹호하는 시각도 소수 존재하긴 하지만, 논란이 될 만한 행동을 했다고 해서 불특정 다수에게 해당 내용이 공개돼야 할 이유는 없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압도적이다. 또 피해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사이버 렉카'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그들 나름대로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목적이 돈인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뉴스1에 따르면 ‘사이버 렉카’라 불리는 유튜버들은 라이브 방송 한 번마다 500만원에서 1000만원에 이르는 수익을 낸다. 조회수는 물론, 실시간 채팅으로 시청자로부터 직접 후원금을 받는 ‘슈퍼챗’을 통한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분기, 유튜브에 불법 및 유해정보 436건에 대한 자율규제를 요청했고 유튜브는 그 중 363건을 삭제하거나 차단했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으로는 검증되지 않은 폭로 등 가짜뉴스 등에 대한 규제가 쉽지 않다. 현재는 유튜브상에 제기된 이런 폭로의 경우, 직접 명예훼손 등 법적 고발을 하는 방법 외에 해결책이 딱히 없다.
 
“이번 ‘가짜사나이’의 경우처럼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피해를 당해도 법적 대응이 꺼려지는 경우가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신고나 고발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고요.”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에스콰이어'에 이렇게 말했다. 현재 유튜브는 증오 표현을 사용하거나 유해성을 띄는 콘텐츠에 한해 3번까지 경고를 주고, 시정하지 않을 경우 계정을 정지하거나 폐쇄한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이 모호하다는 비판은 지속돼 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직접 책임을 물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하는 게 필요합니다. 변화는 빠른데, 제도는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9월 기준 한국의 유튜브 사용 인구는 4319만여 명으로, 카카오톡 이용자의 2~3배에 달한다. 시사인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가장 신뢰를 갖고 있는 매체도 유튜브(19.2%)다. 이렇듯 몸집은 거대하지만 제도적으로 규제를 가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현재 개인방송을 심의하는 방심위 담당 인력은 1~2명 수준이다.
 
언론의 역할도 비판받고 있다. ‘사이버 렉카’ 주장의 사실 여부를 차치하고, 자극적인 부분만 받아 쓰며 논란을 부추겼다. 하재근 사회평론가는 JTBC 소셜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이 스스로 취재해 사실을 확인하고 걸러낼 것은 걸러내야 하는데,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무분별한 폭로와 추측성 기사, 법정 싸움과 그 사이 생겨난 피해자까지. 2020년의 유튜브 세상은 그야말로 법이 없는 지옥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