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겨울의 해물박사가 방어 다음으로 먹어야 할 해산물 8 Part.1

언제까지 겨울이라고 방어만 먹고 살 텐가. 해물석사들을 위한 겨울 계절학기 과정.

BYESQUIRE2020.10.25
 

겨울엔 해물박사 

 
산란하기 직전의 수컷 대구 배에는 전을 부칠 만큼 풍성한 이리가 있다.

산란하기 직전의 수컷 대구 배에는 전을 부칠 만큼 풍성한 이리가 있다.

속초 거제 찍고 대구

따듯한 바다의 왕은 참치고, 차가운 바다의 왕은 대구다. 대구는 회로 먹기엔 별로지만, 탕이나 전으로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크면 클수록 맛있다. 탕에 든 대구의 뼈를 발라내고 야들야들 폭신폭신한 큰 살점을 맑은 국물에 살짝 적셔 입안에 넣는 것이야말로 겨울의 지복이다. 대구 집산지로 유명한 겨울 대구의 고장 거제 외포항과 사시사철 대구가 잡히는 울진 이북 동해가 유명하다. 특히 겨울을 꼽는 이유는 정소인 이리 때문이다. 대구의 이리는 산란기를 대비해 겨울이 오면 점차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이 이리로 전을 부치면? 그것은 마치 오션이 만들어낸 크림브륄레. 너무 아까워 목으로 넘길 수가 없다. 이 귀한 이리 전을 먹을 수 있는 시기는 매우 짧다. “아직은 수컷 배를 갈라도 동태보다 조금 더 큰 이리밖에 없어서 탕에만 넣는다. 11월 말은 되어야 전을 부칠 정도로 큰 이리가 나온다”는 게 대구탕 전국구 음식점인 ‘속초 생대구’ 대표의 말이다. 다만 이리가 대구의 전부는 아니다. “진정한 대구의 살맛을 느끼려면 10월 말부터 11월 초가 제철”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참꼬막은 산지나 꼬막 전문점이 아니면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

참꼬막은 산지나 꼬막 전문점이 아니면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

꼬막 패밀리

한국 꼬막에는 세 형제가 있다. 개중 덩치로 막내는 얕은 수심의 갯벌에 사는 참꼬막이지만 가장 귀한 취급을 받는다. 제사상에 올려 제사 꼬막이라고도 불리는 참꼬막은 썰물 때만 잠기는 갯벌에 살다 보니 물에 잠길 때만 성장해 자라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바위에 붙은 자연산 굴이 작은 것과 같은 이치. 3년생은 되어야 먹을 수 있고, 아무리 커봐야 5cm가 넘지 않는다. 둘째인 새꼬막은 10m 아래 펄에 묻혀 온종일 자란다. 둘 중 참꼬막이 더 비싸고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꼬막은 맛은 조금 단조로운 편이지만 씨알이 굵어 씹는 맛이 좋다. 피꼬막은 껍데기를 열면 벌건 피가 고여 있어 흠칫 놀라게 되는데, 이 피를 마시는 게 ‘진정한 미식가의 관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크기로 확연히 구분되지만 방사륵(방사형으로 난 무늬)의 수도 다르다. 참꼬막은 17~18줄, 새꼬막은 30~34줄, 피조개는 42~43줄이다. 산란을 끝내고 살이 통통하게 차오르기 시작하는 늦가을부터 겨울이면 다들 참 달다. 
 
 
매운탕은 물론 맑은 지리로 끓여도 훌륭하다.

매운탕은 물론 맑은 지리로 끓여도 훌륭하다.

물곰? 미거지!

아귀가 너무 못생겼고, 욕심 많은 성격도 비호감이라 예전 어부들은 낚는 족족 바다에 버렸다고 한다. 버릴 때 ‘텀벙’ 소리가 나서 아귀의 별명이 물텀벙인데, 아귀 말고도 물텀벙으로 불리는 생선들이 있다. 통칭 ‘꼼치’류들이다. 개중에서도 ‘미거지’(학명)가 제일 못생겼다. 그러나 그 맛은 단연 전교 1등. 이 미거지를 끓인 탕으로 유명한 강원도 속초의 사돈집에 물어보니 “미거지탕이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다. 그냥 물곰탕이라 해달라”는 답이 왔다. 꼼치류 중에 가장 귀하고 비싼 미거지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초가을부터 이른 봄까지만 알이 들어차 있다. “늦여름부터 알밴 놈이 나올 때도 있고, 초가을부터 나올 때도 있다. 봄까지 알밴 놈이 있을 때도 있고, 늦겨울에 끊기는 때도 있다”고 하니 11월 12월이 알을 먹기엔 좋은 달이다. 처음 물곰을 맛보면 흠칫하고 놀랄지 모른다. 흐물흐물한 식감이 낯설다. 알 역시 낯설기는 마찬가지. 다른 어종의 알과는 달리 입안을 떠돌며 간지럼을 피우다 사라진다. 감칠맛 폭발하는 시원한 국물과 함께 먹으면 올겨울도 따듯하게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믿음이 생긴다. 
 
 
물레고둥은 백골뱅이, 백고둥으로 불리며, 피뿔고둥은 서울에서 ‘참소라’로 불린다.

물레고둥은 백골뱅이, 백고둥으로 불리며, 피뿔고둥은 서울에서 ‘참소라’로 불린다.

고둥? 고둥!

세상에 수많은 골뱅이가 있지만 골뱅이 중 단연 최고는 ‘백골뱅이’, ‘참골뱅이’ 등으로 불리는 물레고둥이다. 늦겨울부터 초여름까지 동해 수심 100m 정도에서 비린내가 강한 생선을 미끼로 잡힌다. 동해 특산이라 낙원동 영일식당처럼 포항 과메기를 파는 집에서 취급한다.  캔에 든 원양산 조미 골뱅이와는 차원이 다른 단맛과 식감을 선사하니 매 겨울 꼭 먹어야 한다. 골뱅이보다 더 크게 오해받는 고둥류가 있으니 바로 ‘피뿔고둥’이다. 흙갈색 껍데기에 얇고 질긴 뚜껑이 달린 이 고둥은 소라와 닮아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참소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름에는 오해가 있지만 맛은 일품이다. 사시사철 나지만 보통 1월부터 5월 사이에 살과 향이 알차다. 고둥류는 그 이름이 참 헷갈리는 게 많다. 같은 물레고둥이지만,  을지로의 골뱅이 골목에서는 ‘백골뱅이’라 부르고,  경상도 음식점에서는 ‘백고둥’이라 부른다.  남해 쪽에서 나고 패각에 가시형 돌기가 솟은 진짜 소라를 서울 시장에서는 ‘뿔소라’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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