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겨울의 해물박사가 방어 다음으로 먹어야 할 해산물 8 Part.2

언제까지 겨울이라고 방어만 먹고 살 텐가. 해물석사들을 위한 겨울 계절학기 과정.

BYESQUIRE2020.10.26
 

겨울엔 해물박사 

 
복집에서 이리 구이나 회를 내어주지 않으면 슬쩍 따져야 한다.

복집에서 이리 구이나 회를 내어주지 않으면 슬쩍 따져야 한다.

복어의 정소는 크림

복어의 독 얘기는 그만하자. 이제는 무슨 복을 언제 먹어야 하는지를 외워야 할 때다. 복 중의 황제인 황복의 제철은 5월부터라지만, 다른 다수의 참복과는 겨울에 주로 먹는다. 특히 까치복이 제철인 9월부터 참복 시즌인 겨울까지는 눈에 불을 켜고 해물 요리집에 복어 메뉴가 올라왔는지를 찾아다닌다. 제철 복의 이리(정소)를 먹을 기회를 놓치고 겨울을 보내는 게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일식집에선 ‘시라코’라 부르기도 하는 이리는 한 마리를 잡으면 고환처럼 붙은 한 쌍만 나온다. 따로 이리만 유통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생복을 잡는 집에서만 먹을 수 있다. 부드럽고 녹진한 이 바다의 크림을 입에 넣은 날이면 다음 날까지 코끝에 고소한 환향이 남는다. 보통은 고급 복요리집에서 코스를 시켜야 맛볼 수 있지만, 까치복으로 튀김을 하는 곳에서 구워 내는 경우가 있다. 겨울철에 복 이리 구이를 먹고 싶을 때마다 찾는 요리집 ‘도도’의 주방에 물어보니 “겨울철에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복어의 정소를 쓴다”는 대답을 들었다. 보통은 까치복이지만, 참복으로 하는 날도 있다고 하니 복불복이다. 독이 없는 복어의 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별미지만 메뉴에 올리는 곳은 지금까지는 본 적이 없다. 
 
 
생으로 먹는 아귀 간의 향과 식감을 표현하기엔 한국어가 부족하다.

생으로 먹는 아귀 간의 향과 식감을 표현하기엔 한국어가 부족하다.

아귀의 최선

아귀를 빨간 양념의 찜으로 먹는 건 물론 맛있다. 그러나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자문해봐야 한다. 과연 아귀찜이 인류의 최선인가? 아귀는 수육이나 회로 먹을 때 두 배로 맛있기 때문이다. 통칭 아귀의 살은 적절한 온도로 익히면 제철 꽃게살이 생각날 만큼 세세한 근결이 입안에서 사르르 부서져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말려서도 찌는 아귀찜과는 달리 아귀 수육은 신선한 아귀만 사용해 삶은 간이 딸려 나온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아귀 수육에 나오는 익힌 간은 일식집에서 먹는 안키모 통조림과는 차원이 다르니, 먹겠다며 일행과 싸우지 않겠다는 다짐부터 해야 한다. 수육집으로는 청량리의 ‘소정’과 마포의 ‘홍박 아구찜’이 유명하다. 생아귀의 회는 수육과는 또 다르다. 마치 황복이나 자주복의 회처럼 얇게 썰어 나오는 살점은 간장이든 초장이든 아무것도 찍지 않아도 좋을 만큼 감칠맛이 뛰어나다. ‘마포 머구리’처럼 생아귀를 수조에 두고 파는 집에서는 생간도 내어주는데, 이건 뭐 말을 보탤 필요가 없다.
 
 
잔가시를 손질하기 위해 넣은 칼집 덕에 청어회 한 점을 먹는 재미는 더 커진다.

잔가시를 손질하기 위해 넣은 칼집 덕에 청어회 한 점을 먹는 재미는 더 커진다.

청어의 회

청어를 회로 자주 먹지 않는 건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할 일이다. 청어는 1940년대까지만 해도 엄청난 어획고를 기록하며 명태, 조기와 함께 조선 밥상의 3대 어종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후 어획량이 등락을 반복하며 결국 하향 곡선을 그리더니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가정의 식탁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다. 재료가 사라졌으니 먹는 법도 잊히기 마련. 그러나 한번 맛보면 청어의 기름진 맛을 잊기 힘들다. 과메기, 조림, 구이로 먹어도 훌륭하지만, 회로 손질한 청어는 겨울의 백미다. 음식점에서 청어회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잔가시 손질이 까다롭기 때문. 보통의 생선은 척추를 중심으로 상하좌우 네 방향의 큰 가시가 나 있어 횟감을 뜨기 쉽지만, 청어는 잔가시가 거의 온몸을 감싸고 있다. 다만 이 잔가시들은 익히면 꼭꼭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가늘다.  회를 뜰 때 보통은 청어 살 바깥쪽에서 횟감 안쪽 살 쪽으로 방사형 칼집을 꼼꼼히 넣어줘야 잔가시가 다 잘려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이렇게 정성 들여 손질하면 기름진 검붉은 살이 입천장을 간질이며 고소함을 퍼뜨린다. 딱히 잘하는 집이랄 건 없고 아주 보기 힘든 생선도 아니니, 동네 이자카야 메뉴에 청어가 올라오는지만 잘 지켜보면 된다.
 
 
새조개 특유의 부드러운 육질과 향을 맛보지 않고 겨울을 그냥 보내선 안 된다.

새조개 특유의 부드러운 육질과 향을 맛보지 않고 겨울을 그냥 보내선 안 된다.

남도의 맛 새조개

겨울이 다가오면 여름에 갯장어를 팔던 남도 음식점에서 문자가 온다. “새조개가 들어왔습니다.” 갯장어의 가시가 단단해져 못 먹는 시기가 올 때쯤 새조개의 제철이 시작되는 것만큼 멋진 자연의 섭리가 또 있을까? 껍데기를 까면 안쪽에 숨겨둔 발이 꼭 새의 부리와 닮은 새조개는 잘 팔리는 집에서는 일단 샤브샤브로 시키자. 샤브샤브로 시킨 뒤 신선한 것 같으면 양념도 찍지 않고 그냥 날로 집어 먹어도 된다. 회는 많이 못 먹고 물리기 마련. 샤브샤브 육수가 팔팔 끓기 시작하면 데쳐 먹기 시작한다. 투명한 살이 하얗게 변했다 싶으면 곧바로 건져 입에 넣어야 한다. 가장 추울 때인 1~2월이 가장 달고 맛있을 때라 추운 날이면 새조개의 향취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조건반사 반응이 일어날 정도다. 새조개 집엔 ‘여수’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여수에서 새조개가 많이 날 때는 전국 생산량의 80%까지 차지하기 때문이다. 대치동 ‘여수동촌’, 통의동 ‘여수 한두레’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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