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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출신 '한옥 전문가' 다니엘 텐들러가 말하는 현대 한옥의 기조

다니엘 텐들러는 어번디테일의 대표 건축가이자 건축과 환경의 관계를 연구하는 건축생물학 컨설턴트다. 한옥의 가치와 미감에 그 누구보다 심취해 있으며 동시에 늘 현대와의 접점을 고민한다. 그리고 삶의 공간을 위한 단 하나의 조명을 고른다면, 꼭 다이슨 라이트사이클 모프라고 말한다.

BYESQUIRE2020.10.29
 
 

다니엘 텐들러라는 솔루션 

 
독일 출신 '한옥 전문가' 다니엘 텐들러가 말하는 현대 한옥의 기조

독일 출신 '한옥 전문가' 다니엘 텐들러가 말하는 현대 한옥의 기조

건축을 시작한 계기가 한옥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제가 원래는 경제학을 전공했거든요. 한국에 와서 기업 경제연구소에서 인턴 실습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 저와 안 맞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일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다시 질문했죠.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여러 가지가 떠올랐는데, 이상하게 그 안에 한옥도 있었어요. 어릴 때 종종 광주의 외할머니 댁에 갔었는데 그때부터 한옥을 참 좋아했거든요.(다니엘 텐들러는 독일인 아버지와 파독 간호사 출신의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건축가다.) 결국 그 생각이 시작점이 되어 건축 공부까지 하게 됐죠.
 
한옥에 가진 관심이나 애정이 좀 더 정서적인 측면이었을 수 있겠네요. 건축을 공부한 사람이 한옥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보다는.
사실 한옥을 처음 보는 외국인 관광객도 대부분 좋아하거든요. 건축을 공부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좋아하게 되는 뭔가가 있는 거죠. 몇백 년을 건너온 미학이라든지, 장인의 기술이라든지, 특유의 공간이라든지. 저도 그렇게 막연히 좋아서 시작했다가, 건축을 공부하면서 점점 그 이유를 알게 됐어요. 물론 공부를 하다 보니 한옥을 벗어나서 건축 자체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요.
 
현대적인 작업도 하지만 아무래도 한옥 전문가로 유명하시잖아요. 건축사사무소 이름을 ‘어번디테일’로 지은 건 어떤 이유일까요?
사실 초기에는 한문으로 된 이름이나 한국적인 이름도 고려했어요.(웃음) 그런데 한옥이 전통 건축 형식이긴 하지만, 꼭 전통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름이 꼭 한글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번디테일의 뜻은 이런 거예요. 집이라는 게 도심 환경에서 보면 사실 아주 작은 디테일이잖아요. 그게 모여서 도시가 되는 거고. 그리고 저희 건축사사무소가 큰 틀에서 아주 작은 것까지 신경 쓴다는 뜻도 있고요.
 
 
은평 한옥, 어번디테일은 한옥뿐 아니라 현대 건축물 작업도 하고 있으며, 한옥의 소재나 작법, 정신을 현대적 공간에 풀어내기도 한다.

은평 한옥, 어번디테일은 한옥뿐 아니라 현대 건축물 작업도 하고 있으며, 한옥의 소재나 작법, 정신을 현대적 공간에 풀어내기도 한다.

건축생물학 컨설턴트이기도 하시잖아요. 아무래도 좀 생소한 직종인 것 같아요.
독일에서 1970년대에 생긴 분야예요. 목재에 바르는 방충제 때문에 사람이 죽는 등 당시 건축 자재의 유독성이 한창 문제가 됐었거든요. 그래서 건축과 사람의 건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점점 넓어진 거죠. 지금은 건축과 환경의 전반적인 관계를 다루는 직업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건축 공부를 독일에서 하셨죠. 거기서 오는 장점이 있었을까요?
지역마다 다르기는 한데, 독일은 목구조 집이 많아요. 제가 자란 도시에는 중세시대에 지어진 목구조 집이 700채 정도 남아 있었고요. 자연히 수리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고, 관련 지식도 폭넓고 깊이 있죠. 그리고 독일은 어떻게 보면 현대건축의 원점이기도 하잖아요. 바우하우스가 탄생한 곳이니까. 저희가 지금 하는 것도 전통을 재해석하는 과정이니까, 그런 공부를 한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반면에 독일에서 온 건축가가 한옥을 설계한다는 데에 차별의 시선도 있었을 것 같아요. 한옥을 재해석하는 데에 유독 깐깐하게 구는 시선도 있었을 것 같고요.
어번디테일을 최지희 소장과 공동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인식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없다고는 할 수 없죠. 저는 독일 사람이기도 하고 한국 사람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저를 유럽인으로 여기니까요. 흥미로워하는 시선도 있고 부정적 시선도 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신경 쓰지는 않아요. 작업을 열심히 잘해서 주목을 받아야지 특이하다고 관심받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니까요. 어떤 사람은 극단적인 얘기도 하거든요. ‘독일 가옥과 한옥을 하이브리드로 작업해봐라’ ‘한국에서 독일 가옥을 설계해봐라’ ‘한옥을 수출해봐라’. 저는 그런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 살아갈 사람보다 대중의 시선을 염두에 둔 발상이잖아요.
 
 
계동 한옥, 어번디테일은 한옥뿐 아니라 현대 건축물 작업도 하고 있으며, 한옥의 소재나 작법, 정신을 현대적 공간에 풀어내기도 한다.

계동 한옥, 어번디테일은 한옥뿐 아니라 현대 건축물 작업도 하고 있으며, 한옥의 소재나 작법, 정신을 현대적 공간에 풀어내기도 한다.

그럼 어번디테일의 한옥은 어떤 기조를 갖고 있을까요? 한옥을 현대로 갖고 오기 위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고치고 있을까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나무 짜 맞춰서 기둥 세우고, 기와 얹고, 서까래 놓는 그런 전통적인 한옥 문화도 계속 이어질 거예요. 하지만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난방을 해야 한다면 불편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오늘날의 사람들이 편하게 생활하도록 내장 설비를 바꿀 수 있죠. 그리고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면 현대적 미관을 더해 현대 한옥을 만들기도 할 테고, 아예 한옥이라는 공간의 핵심을 현대건축에 접목하는 식으로도 작업할 수도 있고. 이런 질문을 해야 하는 거죠. ‘무엇이 한옥인가?’ 그간 조선시대 말기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했던 것 같아요. 그 전에도, 그 이후에도 한옥은 있었는데 말이죠.
 
‘개량’이 아니라 시대에 맞춰 변하는 거군요. 그러니 당시의 기술적 한계나 상황적 특수성까지 계속 갖고 갈 필요가 없는 거고요.
그렇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한옥의 요소 중에 현대건축에 적용하기 좋은 것들도 있거든요. 좋은 예로 한지가 있죠. 빛을 반사하는 은은한 느낌도 좋고, 생각보다 관리하기도 쉽고요. 독일 건축가들이 방문했을 때 한옥을 보여줬는데, 그들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묻더라고요. 이게 대체 무슨 소재냐고. 무슨 소재길래 빛을 이렇게 표현하고, 마이너스 몰딩까지 깨끗하게 다 씌울 수 있냐고.
 
 
상수 래미안 아파트, 어번디테일은 한옥뿐 아니라 현대 건축물 작업도 하고 있으며, 한옥의 소재나 작법, 정신을 현대적 공간에 풀어내기도 한다.

상수 래미안 아파트, 어번디테일은 한옥뿐 아니라 현대 건축물 작업도 하고 있으며, 한옥의 소재나 작법, 정신을 현대적 공간에 풀어내기도 한다.

한옥에 빛이 중요한 요소일 것 같아요. 한옥을 상상하라고 하면 대부분 볕 잘 드는 대청마루를 떠올리듯이. 반면에 내부는 좀 어둡고 답답하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고요.
싸구려 한지에 비닐 장판을 깔아놓으면 그렇게 되죠. 제대로 구현하면 좁아도 답답하지 않아요. 아늑해요. 보통 한옥에서는 마당에 식물을 안 심고 마사토 같은 걸 깔아놓는데, 거기서 반사되는 빛이 굉장히 은은하고 좋아요. 모든 공간이 마당과 다 연결되고, 한지를 통해 빛을 은은하게 받아들이고. 신경을 써야 잘 나오는 거죠. 그런 의도를 가진 공간이기 때문에 강한 조명과는 좀 안 어울릴 수 있어요. 저희가 설계를 하면 보통 인테리어까지 다 하거든요. 그때 조명에 신경을 많이 쓰죠.
 
평소에 다이슨 라이트사이클 모프를 쓰시잖아요. 자연광에 가까운 빛을 내고자 하는 조명이니까, 한옥에도 잘 맞을 수 있겠네요.
맞아요. 위치와 시간대를 추적해 그에 가장 적합한 색온도와 밝기의 빛을 낸다는데, 그래서인지 빛이 자연스러워요. 무드만 좋게 하는 게 아니라 삶의 질도 높이죠. 인간이 자연 속에서 진화됐잖아요. 그래서 뇌가 빛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도록 세팅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파란색 비율이 높은 빛을 받아들이면 의식이 선명해지고, 저녁때 노란색 비율이 높은 빛을 받아들이면 이제 곧 쉴 시간이라고 저절로 인식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저는 사실 다이슨이 라이트사이클 모프 라인에서 스탠드 조명 외에 다른 제품도 내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실내의 빛을 함께 조율할 수 있도록. 디자인도 의외로 한옥에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을지로의 옛 가죽 공장을 고쳐 사용하는 어번디테일의 사무실. 다니엘 텐들러는 한옥뿐 아니라 사라지고 잊히는 다양한 형식에 애정을 품고 있다.

을지로의 옛 가죽 공장을 고쳐 사용하는 어번디테일의 사무실. 다니엘 텐들러는 한옥뿐 아니라 사라지고 잊히는 다양한 형식에 애정을 품고 있다.

출시 행사도 한옥에서 치렀죠.
저도 거기 갔었어요. 세팅되어 있는 걸 보는데 은근하게 잘 어울리더라고요. 물론 한옥이라고 장식적인 물건이 아예 안 어울리는 건 아니지만 정말 잘 골라야 하거든요. 무드나 여타 가구와의 조화를 고려하는 게 어렵게 느껴진다면 오히려 미니멀하고 깔끔한 게 좋은 것 같아요. 자유롭게 꺾어지는 구조 덕분에 벽이나 천장에 빛을 반사해 간접조명으로도 쓸 수 있고, 헤드를 닫아 무드 조명으로 쓰면 촛불을 켜놓은 듯 은은해지기도 하고요.
 
삶의 질 얘기를 하셨는데요. 어떻게, 실제로 써보니 좀 달라지던가요?
그렇죠. 이게 특히 앱 설정을 하면 사용하는 사람의 나이나 위치, 취향에 맞게 빛을 조절해주거든요. 사실 앱은 일어나기 귀찮을 때 가장 많이 쓰는 것 같긴 한데요, 리모컨처럼.(웃음) 사실 저는 이런저런 기능이 많이 들어간 전자제품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보는 순간 ‘어차피 저런 거 잘 안 쓸 텐데’ 하는 생각부터 하죠. 그런데 라이프사이클 모프에는 쓸 만한 기능이 참 많더라고요.
 
다이슨이 사용자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대표님이 한옥이라는 형식의 당위를 주장하기보다 거기서 살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처럼요.
이게 60년간 품질 저하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내구성이 좋으면 소재에 대한 낭비도 없죠.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런 부분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정말 60년을 버티는지는 써봐야 알겠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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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박기훈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