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기자가 추천하는 아트 감성 충전 데이트 코스 3

긴 시간 동안 참아왔던 전시들이 폭발하고 있다.

BY박세회2020.11.05
구정아 〈resonance〉, PKM 갤러리에 설치.

구정아 〈resonance〉, PKM 갤러리에 설치.

가슴이 갑갑하고 인생이 팍팍할 땐 역시 산책. 그중에서도 아트를 감상하며 걷는 아트 산책이 최고다. 마침 타이밍이 무척 좋다. 서울 시내 한복판 혹은 근교에서 감성 충전을 하기엔 이번 늦은 가을이 제격이다. 얼었던 전시관들이 그동안 참아왔던 아트력을 폭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감성 충전을 위해 이번 주말(11월 6~7일)에 찾아가면 좋을 전시를 묶어봤다. 
 
구정아, 〈Seven Stars〉. PKM 갤러리에서 11월 28일까지 전시.

구정아, 〈Seven Stars〉. PKM 갤러리에서 11월 28일까지 전시.

 
1. 삼청동-팔판동 코스
 
첫 번째 코스는 삼청동에서 시작해 팔판동으로 올라가는 코스다. 삼청동 초입 갤러리현대에선 '물방울의 철학자' 혹은 '물방울 구도자'로 불리는 김창열의 개인전《The Path(더 패스)》가 열리고 있다. 그의 물방울 작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문자와 물방울이 섞인 30여점의 대표작에 압도당해 보면, 어렴풋이 그의 철학의 끝자락을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갤러리현대를 지나 팔판동 쪽으로 약 5분 정도 올라가면 PKM 갤러리에서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구정아 작가의 개인 전 《Koo Jeong A: 2O2O》을 만날 수 있다. 갤러리에 들어서는 순간 조심할 것. 일정한 시간을 두고 조명이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는데, 조명이 꺼지는 순간 화폭에서 야광 별이 튀어나와 즉각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1층 전시장 '문자와 물방울의 만남' 전경

1층 전시장 '문자와 물방울의 만남' 전경

2. 광화문 - 덕수궁 코스
5호선 광화문역 인근의 일민미술관에서 시작하는 감성충전 산책 역시 무척 훌륭하다. 일민미술관에서는 12월 27일까지 20세기 초, 1920~30년대의 문화부흥기를 추억하는 《황금광시대》전시를 열고 있다. 
권하윤의 가상현실 작품 〈구보, 경성방랑〉의 한 장면.

권하윤의 가상현실 작품 〈구보, 경성방랑〉의 한 장면.

일민미술관 전관에 걸쳐 5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미디어아티스트 권하윤이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34)〉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가상현실(VR) 몰입형 설치작품 〈구보, 경성 방랑〉이다. VR 기기를 눈에 쓰는 순간 1920년대 경성의 풍경이 펼쳐진다. 줄이 길 수 있으니 눈치싸움은 필수다. 일민미술관을 나와 3분 거리에 있는 덕수궁으로 향한다.
이불의 출품작 〈Chiasma〉

이불의 출품작 〈Chiasma〉

지금 덕수궁에선 그야말로 미술 축제가 열리고 있다. 중구청과 '아트플랜트아시아'가 함께 기획한 〈아트 플랜트 아시아 2020: 토끼 방향 오브젝트(Hare Way Object)〉가 펼쳐지고 있어서다. 궁내 함녕전 등에 이불, 최고은, 이우성, 정희승 등 한국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궁에 둘러싸인 현대미술품을 보는 감흥이 낯설면서도 짜릿하다. 덕수궁 안쪽 석조전 서관에 자리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한국화의 신경지를 개척'한 우향 박래현의 《박래현 : 삼중통역자》전시가 열리고 있다.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그녀의 화풍이 끊임없이 변모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한 전시에서 지켜보는 일은 무척 드물고 귀한 기회다.반드시 시간을 충분히 두고 돌아보길 추천한다. 
 
1973년 미국 밥 블랙번 스튜디오에서 판화를 만들고 있는 박래현.

1973년 미국 밥 블랙번 스튜디오에서 판화를 만들고 있는 박래현.

 
3. 남양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SPACE 1' 개장 
이것은 광고도 뭣도 아니고, 진짜로 가 볼 만한 아트 스페이스가 서울 근교 남양주에 문을 열었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 원'이 그 주인공이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 '하이메 아욘'과 협업해 디자인한 정원 '하이메 아욘 가든'.

스페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 '하이메 아욘'과 협업해 디자인한 정원 '하이메 아욘 가든'.

미술품 가져다 놔봐야 어차피 아울렛, 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트에 올인했다. 문화·예술과 관련한 전시 및 감상을 위한 공간이 자그마치 3만6859㎡(1만1150평)을 차지한다.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 면적의 70% 수준에 달한다고 하니, 사실상 실내 미술 공원 안에 아울렛이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심재현 작가의 〈더 카니발리아 2020〉 이 전시된 중정 공간 '큐브스퀘어'.

심재현 작가의 〈더 카니발리아 2020〉 이 전시된 중정 공간 '큐브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