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사회적으로 모두가 거리를 두는 시대에 문을 연 카페 3

모두가 거리를 두는 시기에 맞물려 미루고 미뤄 문을 연 가게들이 있다. 개업은 했으나 성대하게 환영받을 기회를 놓친 바와 카페 그리고 레스토랑을 모았다.

BYESQUIRE2020.11.10
 

GRAND OPEN

 
숨바꼭질과 보물찾기 그 사이 어딘가

HIDE AND SEEK

어지간히 독특한 콘셉트가 아니면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 한 번 받기도 어려운 시대지만, 한 차원 높은 테마로 승부하는 카페가 있다. 남산 밑자락에 자리한 ‘하이드앤시크’다. 말 그대로 숨바꼭질이 메인 테마다. ‘방탈출 카페 같은 건가?’ 싶겠지만, 전혀 다르다. 숨바꼭질의 속성을 카페에 접목했다. 매장 내 곳곳에 얇은 벽을 세워 공간을 구분했는데, 배치가 절묘해 다른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보일 듯 말 듯한 재미를 준다. 어린 시절 팔과 이마를 대고 하나부터 열까지 숫자를 세던 동네 담벼락이 떠오른다. “번화가 대신 소규모 재봉 공장과 주택가가 많은 회현동을 선택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에요. 술래가 친구들을 찾듯, 손님이 하이드앤시크를 찾는 재미가 생겼으면 해서요.” 조영제 대표의 말이다. 주기적으로 메뉴와 인테리어가 바뀌는 것도,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뷰티 브랜드나 아티스트와 꾸준히 협업하는 것도 ‘찾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메뉴는 브라운치즈가 잔뜩 올라간 크로플이다. 짭조름한 브라운치즈와 바닐라빈 아이스크림, 달달한 크로플의 조화는 ‘단짠’ 그 자체다. 숨바꼭질 같은 이곳은 해가 지고 나면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은은한 보랏빛 조명 아래서 간단한 요리와 술을 즐길 수 있다. 다만 도보로 방문할 경우, 숨바꼭질을 할 때처럼 편한 신발을 신는 편이 좋겠다. 언덕 위에 있기 때문이다.
 
Where
서울 중구 퇴계로8길 70 2층
When
매일 11:00~23:00. 단 커피와 디저트는 11:00~20:00, 술과 안주는 18:00~23:00
Who
나만 알고 싶은 카페 리스트를 작성 중인 사람.
 
브라운치즈가 잔뜩 올라간 ‘겉바속촉’ 크로플.

브라운치즈가 잔뜩 올라간 ‘겉바속촉’ 크로플.

 
 
늘 마시던 걸로, 하리오 말고 케멕스로

LEWK 

요즘에는 즉석에서 원두를 볶아주는 로스터리 카페라고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두를 키핑해주는 카페는 드물다. 루크가 그중 하나다. 지난 9월 15일 가오픈한 로스터리 카페 루크는 키핑뿐만 아니라 콜키지도 제공한다.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개념이지만, 카페에서? 이에 대해 유성민 대표는 “카페와 바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술은 되고 커피는 안 될 이유가 없잖아요. 자연스럽게 재방문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고요”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1만5000원이면 4잔 분량의 원두를 키핑할 수 있다. 언제든 와서 키핑한 원두를 내려달라고 하면 된다. 기간 제한은 없다. 보관 기간이 길어져 원두의 신선도가 떨어지면 무료로 새 원두로 바꿔 넣어준다. 원두를 선물 받았는데 추출 도구가 없다? 루크로 가지고 오면 된다. 대신 갈아 커피를 내려주는 콜키지 서비스는 한 잔당 2500원. 끝이 아니다. 커스텀 서비스도 있다. “같은 원두라도 추출 방식에 따라 맛이 다릅니다. 루크에서는 네 가지 방식(에스프레소, 하리오, 케멕스, 클레버)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어요. 사람들이 자신만의 커피 취향을 찾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독특한 시스템만큼 이름도 남다르다. 루크(Lewk)는 몇몇 패션 디자이너가 사용해 알려진 신조어다. 룩(look)에서 비롯됐는데, 룩보다 강렬하면서 개인 맞춤형 스타일을 가리킨다. 여담이지만, 카페 뒤편에 SNS에 올리기 좋을 법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마련한 포토존이 있다. 카페 공간이 넓은 편은 아니므로 테이크아웃을 추천한다.
 
Where
서울 마포구 독막로 70 1층
When
월~목 08:00~19:00, 금~일 12:00~22:00
Who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단골 카페를 찾고 있는 사람.
 
 
 
원두는 물론 추출 방식까지 고를 수 있는 커스텀 커피와 달콤한 누아르 초코.

원두는 물론 추출 방식까지 고를 수 있는 커스텀 커피와 달콤한 누아르 초코.

 
 
3호점, 혹은 헬카페 커피의 정수

HELL CAFE BOTTEGA

헬카페 보테가의 인스타그램 계정 설명은 다음과 같다. “원두 납품합니다.” 매장은 주택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데,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카페가 있어야 할 곳에서 광고 문구가 어지럽게 붙은 수입 상사 간판을 맞닥뜨리게 된다. 방앗간 벽보 같은 소개 글귀나 이웃 입주자의 촌스러운 간판에 자리를 내준 이유를 물으면 임성은 대표는 이렇게 답한다. “재미있잖아요.” 물론 헬카페가 무엇 하나 허투루 채우는 브랜드는 아니다. 3호점 보테가도 마찬가지. 영국에서 수입한 디자인 체어를 일일이 용접해 바 체어로 개량하는가 하면, 바쁜 시간대에도 희귀 바이닐과 CD 컬렉션을 뒤적여 음악을 고른다. 그가 말한 재미란 ‘헬카페스러운’ 작은 위트를 녹였다는 뜻이다. “이런 시기에 새 매장을 오픈한 게 용감하다고들 하더라고요. 저희가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해도 망하지는 않을 거라는, 딱 그 정도 자신은 있거든요. 굳이 찾아주시는 소수의 분들이 있으니까. 저희 컬러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빨리 인정하고 잘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한 결과인 거죠.” 다만 새 매장에는 대중성을 한층 고려한 부분도 있다. 오렌지 컬러 포인트의 산뜻한 인테리어가 그 주인공이다. 이 공간의 핵심은 ‘보테가(공방)’라는 이름처럼 커피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곳. 로스팅실이 훤히 보이게 한 구조도, 테이블 없이 바 좌석으로만 채워놓은 것도, 일체의 음식 메뉴를 제외한 것도 그런 이유다. 특이하게도 버번 위스키 몇 종류를 갖추고 있긴 한데, 두 대표가 요즘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이기 때문이다.
  
Where
서울 용산구 원효로89길 33
When
매일 10:00~19:00
Who
헬카페의 커피 맛과 볕 잘 드는 화사한 카페 중 무엇을 택할지 고민하는 사람.
 
 
 
다양한 음료 메뉴를 갖추고 있으나 임성은 대표의 추천은 에스프레소, 혹은 페이퍼 드립이다. 베이식한 방식으로 맛본 후 원두를 구매해가는 것이 이 카페를 십분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다양한 음료 메뉴를 갖추고 있으나 임성은 대표의 추천은 에스프레소, 혹은 페이퍼 드립이다. 베이식한 방식으로 맛본 후 원두를 구매해가는 것이 이 카페를 십분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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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세회/오성윤/김현유/박호준
  • PHOTOGRAPHER 정우영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