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한지평, <1박2일>의 예뽀. 그리고 여기, 배우 김선호라는 세계 part.2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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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한지평, <1박2일>의 예뽀. 그리고 여기, 배우 김선호라는 세계 part.2

드라마 <스타트업>의 한지평, 예능 <1박2일>의 ‘예뽀’, 연극 <얼음>의 형사2. 그리고 배우 김선호. 당신이 미처 몰랐을, 이 맑고 깊은 세계에 관하여.

ESQUIRE BY ESQUIRE 2020.11.20
 
 

BEHIND THE STAGE

 
저는 사실 ‘멜로 장인’ 같은 표현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미치겠다, 너땜에!〉를 보면서 딱 그 표현이 떠올랐어요.
그 드라마 내용이 사실 아주 평범한 얘기잖아요.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연인이 될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그렇지만 당사자한테는 가장 특별한 얘기일 수 있는 거고요. 그래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평범하게 하자. 가장 편한 선택을 하고, 조금은 소심하고 조심스럽게, 그렇게 나다운 걸 하자.’ 공감을 많이 해주시니까, 그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뭐 멜로 장인이라기보다… 김래완 캐릭터가 저랑 좀 비슷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 김혜수 씨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더라고요. 멜로는 나이나 경험보다도 감정의 순도를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고.
오, 김해숙 선배님도 얼마 전에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너 몇 살이지?’ 하셔서 “서른 다섯입니다” 하니까 “이제 시작이야. 멜로도 앞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어” 하시더라고요. “아 진짜요?” 하니까, “그럼, 다 할 수 있어” 하셨어요. 요즘은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얘기를 하신 것 같은데, 듣고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사랑은 나이랑 상관없잖아요.
김해숙 씨가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확실히 신빙성이 있죠. 그분은 〈도둑들〉에서 정말 놀라운 중년 멜로 연기를 보여주셨으니까.
연기를 잘하신다는 건 다들 알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함께 하면서 제가 정말 선배님 팬이 됐어요. ‘와… 이 대사를 이렇게 하신다고?’, ‘눈이 어쩜 이럴 수가 있지?’ 한번은 눈시울 붉히며 저를 바라보고 계시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이 연기에 누가 되면 어떡하지?’ 그리고 곧바로 ‘아니 내가 이러면 안 돼. 집중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았죠.
 
 
재킷, 베스트, 셔츠, 타이 모두 가격 미정 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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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는 아무래도 캐릭터 관계상 두 분이 호흡을 맞추는 신이 많죠.
네. 얼마 전에 둘이 함께 나오는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어요. 사실… 이건 제 자랑인데요. 그때 선배님이 꼭 안아주면서 그러시더라고요. “우리는 정말 꼭 한번 만나자. 감정으로 이렇게 맞는 사람 찾기가 힘든 일이야. 영화든 드라마든, 우리 찐하게 또 만나는 거야.” 그래서 제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하니까 “아니야, 진짜야. 진심이야” 하시는데. 정말 기뻤어요.
감격스러웠겠네요. 예전에 배우로서 선호 씨의 가장 큰 지향점이 ‘다음에 또 작업하고 싶은 배우’라고 하셨잖아요.
맞아요. 지금도 그래요. 그러니까 선배님이 또 만나자 하시는데, 울컥하더라고요. 너무 좋았죠.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선배님의 그 말씀이 평생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어요.
선호씨가 TV에 나오기 시작한 건 3, 4년 전이지만, 연극 무대에 서온 건 10년도 더 전부터라고 알고 있어요.
네, 연극은 지금도 하고 있어요. 오히려 요즘 더 욕심이 많이 나요. 잘하는 분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봐요. 얼마 전에 황정민 선배님이 하시는 연극을 보러 갔거든요. 그런데 정말 충격이더라고요. 연극 무대에서도 너무 잘하셔서. 그런 생각을 했죠. ‘대체 얼마나 노력했을까, 저 선배는?’ 저는 그게 다 노력에 비례하는 것 같거든요.
연기 분야는 노력과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믿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 비관은 없나 봐요. 그러니까 ‘천재’라는 게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거나 하는….
그렇죠. 물론 정답이란 없죠. 저도 노력으로도 안 되는 경우를 워낙 많이 봤고, 제 스스로 그렇게 느낄 때도 있었고.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암울하잖아요. 그래서 제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가진 저에 대한 확신 하나는, 저는 노력을 하면 발전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에 뭔가를 못했다면 그건 제가 게을렀던 거죠.
반례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선호 씨에게는 노력의 힘을 믿는 게 중요하다는 거네요.
맞아요. 그런데 이 노력이라는 게 꼭 힘을 주는 것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때로는 힘을 빼려고 노력해야 할 때도 있는 거죠. 한발 떨어져서 ‘너무 집착하지 말자’,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는 과정도 노력일 수 있잖아요.
지금은 주목받는 배우지만 학생 때는 혹평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어요. 아무래도 노력에는 일가견이 있겠네요.
(웃음) “넌 안 되겠다” 그런 소리를 듣는 학생이었죠. 대학 갈 때는 선생님도 그러셨어요. 솔직히 너는 안 될 줄 알았다고. 발성도 안 좋고….
선호 씨가 발성이 안 좋다고요?
네, 그때는.
저는 선호 씨 목소리 들으면 록스타 빌리 스콰이어가 생각나던데… 타고난 건 줄 알았어요.
와, 정말요? 빌리 스콰이어 비슷하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 영광이네요. 뭐 그때도 목소리 자체가 그렇게 나쁜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발성이 안으로 먹는 소리가 났거든요. 그것도 평상시에는 괜찮은데 대중 앞에서 뭔가를 할 때가 문제였죠. 긴장을 하니까. 그래서 그걸 없애려고 매일 노력했어요. 지금도 그래요. 얼마 전에는 ‘투자자’가 발음이 잘 안 돼서 하루 종일 ‘투자자, 투자자…’ 그러고 다녔어요. 그런 게 생길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거죠. 저라는 사람은 노력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고.
어릴 때는 긴장을 많이 하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다고 들었어요. 집 안에 들었던 강도와 마주친 적이 있어서 트라우마로 그렇게 됐다고.
네. 그 기억의 영향이 있기도 할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를 닮은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가 겁도 많고 소극적이세요. 사람들 앞에 가면 말도 못 하시고, 지금껏 촬영한 사진도 한두 장 있으려나? 어느 정도냐 하면, 얼마 전에 공연장에 오셨을 때 사람들이 아들이랑 사진 찍으라고 하니까 “아유 됐어요 됐어요” 하고 물러나다가 공연장 뒤로 넘어가셨거든요. 그래서 다들 웃고.
어머님이 참 순한 분인 것 같아요. 선호 씨 신인상 받았을 때 어머님이 울면서 선호 씨에게 하셨다는 말씀을 무방비로 읽다가 제가 눈물이 나올 뻔했거든요. “달동네에서부터 시작해 보고 배운 것도 없을 텐데 남들한테 욕 안 먹고, 자기 일 잘하고 있고, 남들에게 해 안 끼치는 사람이 돼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했죠.
아… 맞아요. (코를 훌쩍이며) 얼마 전에 제가 〈1박2일〉에서 심리 테스트를 받다가 눈물을 보인 적이 있잖아요. 그때도 또 어머니가 그걸 보고선 혼자 끙끙대신 거예요. 방송 보고서도 봤다는 말도 못 하고. 제가 먼저 “〈1박2일〉 가서 심리 테스트 받았어” 하니까 그제서야 자기도 방송 봤다고, 그런데 그렇게 힘들어했던 게 본인 때문일까 봐 말을 못 했다”고 하면서 속상해하시더라고요.
아들이 남몰래 힘들어한 게 본인 때문일까 봐.
그래서 그런 거 아니라고 했죠. 전혀 아니었거든요. 그냥 그때는… 뭐 하나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속상했어요. 예능도 그렇고, 연기도 그때가 〈스타트업〉 방영 시작 전이었고. 머리가 복잡했어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너무 크니까. 뭐 유난이죠.(웃음) 그래도 좀 차분할 필요가 있으니까 마인드 컨트롤을 하잖아요. 그런데 누가 갑자기 ‘고민이 있죠? 잘하고 있어요.’ 해준 거예요. 대답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사실 설명도 하나도 못 들었어요. ‘(눈물을) 참아야지, 참아야지’ 계속 그 생각만 하느라.
 
 
배우라는 직업만의 고충이 있겠죠. 밖으로 많이 보여지는 직업이지만 그에 비하면 연기는 외로운 일이고, 모든 게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달려 있고. 
맨 처음에는 혼자였거든요? 혼자 살았고 혼자가 편했는데, 이제는 식구도 늘고 자꾸 고마운 사람들이 생기는 거예요. 제가 누구랑 연락하고 뭐 그런 것도 잘 못 하는 사람인데… 그러다 보니까 자꾸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혹시나 내 선택이 잘못됐을 때 그들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 좋은 부담으로 작용할 때도 있었겠지만 어느 순간 긴장하게 만들고, 채찍질하게 되기도 했던 것 같아요. 뭐 사실 저도 대체로 즐겁게 잘하고 있는데요. 순간순간 그런 고민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구나처럼.
그렇게 보였던 것 같아요. 우울함이 아니라 순수한 열정으로. 〈1박2일〉 팀에 마음을 많이 터놓았구나 싶기도 했고요.
네. 계속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아직도 가까워지고 있고. 〈1박2일〉에 나가는 것들이 온전히 다 제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고민이 많다거나 그런 부분도 그때까지 보여주지 않은 일부였던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보여주고 나니까 편해지더라고요. 이제는 촬영을 안 할 때도 얘네가 지금 뭐 하고 있을지 자꾸 궁금하고, 촬영할 때도 몸이 안 좋은 건 아닌지,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은지 서로 걱정해주고. 정이란 게 생기는 것 같아요. 작가 누나, 방글이 피디, 스태프 모두. 심리 테스트 했을 때도 처음에는 뭔지 모르고 농담하고 장난치면서 그림을 그렸잖아요. 그런데 눈물을 보이는 순간 갑자기 딘딘이 와서 안아주더라고요. 다른 멤버들도 한 명씩 다 따로 저한테 문자를 보내줬고. 그게 그렇게 좋았어요.
사실 저는 죄송한 게, 선호 씨의 연극은 하나도 접해보지 못한 채로 인터뷰에 나왔거든요. 제가 연극을 많이 보는 편이 아니라서….
아, 혹시 기회가 된다면 꼭 와주세요. 제가 초대할게요. 1월에 시작하는 연극이 있거든요.
아니, 왜 그런 걸 이제야 말씀하세요. 이런 시기에 타이밍 딱 좋게 인터뷰 들어왔으면 홍보를 하셔야지.
(웃음) 〈얼음〉이라는 연극이고요. 형사 두 명이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소년을 취조하는 내용이거든요. 그런데 무대 위에 소년은 없고, 대화인 듯 저희가 계속 독백을 해요.
전위적인 작품으로 들리네요. 마침 제가 여쭈려던 것도 그 부분인데, 무대 위의 김선호는 어떻게 다를까요? 〈얼음〉 개막을 기다리는 분들이 뭘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제가 〈김과장〉으로 드라마 데뷔를 한 게 연극 비평하시는 분이 작가님께 추천해주신 덕분이었는데요. 그분이 저더러 그러셨대요. ‘날것’ 같다고. 진짜 그 사람인 것처럼 말하고 그렇게 움직인다고. 한지평이 좀 정돈되어 있고 딱딱한 사람이라면, 좀 더 에너지 있고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오, 연극 제목 때문인가? 선호 씨가 혼자 허공에 소리치는 장면을 상상했는데 찌릿한데요?
저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정말 잘하고 싶고요. 시간 되시면 꼭 보러 오세요, 성윤 기자님.
 
 
〈스타트업〉의 한지평, 〈1박2일〉의 예뽀. 그리고 여기, 배우 김선호라는 세계 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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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EATURES EDITOR오성윤
    FASHION EDITOR 윤웅희
    PHOTOGRAPHER 김희준
    HAIR 박미형
    MAKEUP 김도연
    ASSISTANT 박민진/윤승현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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