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이 유리컵이 평범한 유리컵들과는 다른 이유

본능적으로 느껴졌어, 네가 착한 유리란 게.

BYESQUIRE2020.12.04
 
 

Reborn 

 
1 리사이클 에디션 텀블러. 2 티라이트 캔들 홀더. 3 클리어 글래스 볼.

1 리사이클 에디션 텀블러. 2 티라이트 캔들 홀더. 3 클리어 글래스 볼.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은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인간의 본능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대로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게 본능과 가까운 행동인지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으나, 어쨌든 분위기 좋은 장소가 기분을 좋게 하는 건 사실이다. 지난해 공개된 핀란드 테이블웨어 브랜드 이딸라(Iittala)의 ‘Raami(라미)’ 컬렉션은 모리슨의 철학을 그대로 담았다. 핀란드어로 ‘틀’을 뜻하는 ‘라미’ 컬렉션은 잔과 물병, 캔들 홀더 등으로 구성됐는데, 어떻게 둬도 식탁 분위기를 따스하게 하는 데 한몫한다. 한낮의 테이블 위에서 잔을 이리저리 돌리기만 해도 만화경처럼 빛의 문양들이 춤을 추니까. 그러나 새로움은 이제부터다. 이딸라는 2019년 생산 과정에서 버려진 유리 조각들만을 100% 재활용해 라미 텀블러의 ‘리사이클 에디션’을 소량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공산품 생산업체 중에는 세계 최초였다. 처음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사실 폐유리를 재활용해 제품으로 만드는 일에는 새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돈이 많이 든다. 새로운 용광로를 설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2020년 최근에는 1년 동안 이 제품의 라인업을 늘려 국외에도 내놨다. 호들갑을 좀 떨자면, 이 유리컵은 반자본주의적 가치와 미래지향적 염원을 담은 소중한 텀블러인 셈이다. 다양한 색의 유리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진 만큼, ‘리사이클 에디션’의 색상은 기존의 컬렉션보다 오묘하고 깊다. 디자인은 기존의 라미 텀블러와 완벽하게 같지만, 재활용된 유리로 만든 만큼 불규칙한 기포가 눈에 들어올 수 있다. ‘착한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표창이라 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