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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는 스스로를 구성하는 '알량한 재능들'이 썩 마음에 든다고 했다 part.1

애써 숨기는 것, 내키지 않는 것을 걸치는 것. 비비에겐 그런 게 가장 어렵다고 했다. 일말의 치장 없이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보다도.

BYESQUIRE2020.12.24
 
 

SHE, SO NAKED

 
포토그래퍼 실장님이 조용한 공간이라고 준비해주셨는데, 어째 취조실 같네요 분위기가.
(손을 떨고 눈을 굴리며) 제가….
(웃음)갑자기 또 무슨 연기를 하고 그러세요.
제가 안 그랬어요….
진지하게 연기를 해봐도 잘하겠던데요. 오늘 화보 촬영하는 것 보니까.
아유 감사합니다. 제가 연기 욕심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번 해보기도 했는데.
어? 연기를 했다고요? 저 왜 모르지?
모를 수밖에 없죠. 아직 공개가 안 됐거든요. 영화 〈여고괴담〉 새 시리즈에 출연했어요. 코로나19랑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개봉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데, 사실 그것 때문에 정말 미치겠어요.
원래는 작년에 미니 앨범도 낼 예정이었죠?
그것도 미치겠어요. 요즘은 다들 힘드니까 뭘 공개하는 걸 자꾸 미루게 되잖아요. 영화든, 앨범이든. 저도 그런 상황이에요.
 
드레스, 보디 슈트 모두 지수 장.

드레스, 보디 슈트 모두 지수 장.

곡은 다 만들어놓은 거예요?
아, 완전 다 만들어놨죠.
완전 다 만들어놨구나.(웃음) 곡을 만들어놓고 묵히면 그 곡에 대한 생각이나 감정이 좀 바뀔 때도 있지 않아요?
맞아요. 계속 바뀌죠. 그래서 일단 많이 만들어놓고 ‘요번에 이거 낼까?’ 하는 식으로 진행을 많이 해요. 제가 만들어놓은 게 정말 많거든요. 사운드 클라우드 같은 데에도 공개 안 한 곡만 40개가 넘어요.
편견이지만, 비비 씨에게는 왠지 그런 부분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본인이 당장 감정 이입할 수 있는 곡인가 하는 부분.
저는 곡을 낼 때 공을 좀 많이 들이는 편이에요. 곡 자체는 물론이고 티저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커버가 어떤 색이었으면 좋겠다, 옷은 이렇게 표정은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 심지어 뮤직비디오 소품 하나까지 신경을 쓰거든요. 그러다 보면 마음가짐도 곡을 따라 변하는 것 같아요. 사랑스러운 곡을 할 때는 일부러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것 같고, 어두운 곡을 할 때도 그 분위기를 따라가게 되는 것 같고요.
하긴, ‘나비’ 같은 곡은 스스로가 사랑스럽다고 믿지 않으면 부르기 힘들 것 같아요.
그때는 진짜 힘들었어요.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왜 그런 거 알죠? 어두운 분위기는 계속 갖고 가도 아주 가끔씩 자각하게 되는데, 밝은 분위기는 계속 갖고 가려면 그 무드에 심취해 있어야 하잖아요.
산뜻한 곡이라고 가볍게 되는 건 아니군요.
몸이 힘들거나 흐트러지면 이게 잘 안 돼요. 사실은 제가… 워낙 그런 것 같아요. 관리가 많이 필요한 사람인 거죠. 삐끗하면 많이 엇나가는 사람. 지금 생각하기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카메라 앞에서 잠깐 빵긋할 수는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 빵긋조차도 힘들어질 때가 있어요. 왜 어느 날 너무 피곤해서 옷 안 걸고 하루 던져놓으면 그 위에 옷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더미가 되잖아요. 제가 꼭 그렇게 되는 사람이거든요. 컨디션 잘 조절하고 마음 다잡아서 열심히 써야 하죠. 삐끗하지 않게 조심하고, 운동 열심히 하고, 비타민도 잘 챙겨 먹고.
저는 사실 자유롭게 흐트러지는 게 비비 씨의 멋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공연 전날 김치 사발면에 소주 마시고 자고, 화보 촬영장에 ‘아 햄버거 한 세트 뚝딱 해치우고 왔는데’ 하며 들어서고. 그런데 또 너무 잘하고. 록 스타처럼.
술 같은 경우는 근데 공연을 하기 전에….
아, 마셔야 하는 건가요?
무대 위에서 너무 신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너무 들뜨면 나만 신나고 사람들은 재미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또 너무 축 가라앉아 있으면 노래가 안 되고. 그래서 그런 흐름이 있어요. 공연 있으면 일주일 전부터 연습을 엄청나게 하고, 공연 전날 든든하게 먹죠. 그러고 나서 술을 마신다든가, 당일 아침에 운동을 엄청 열심히 한다든가, 커피를 마신다든가 해요. 그렇게 텐션을 떨어뜨려 놓으면 무대에 올라갔을 때 느낌이 괜찮은 것 같아서요.
 
패턴 베스트 한킴.

패턴 베스트 한킴.

섬세한 작동법이 필요한 사람이었군요. 내키는 대로 하고 보는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근데 진짜 웃긴 게 뭔지 알아요? 그러면서도 내키는 대로 했을 때가 제일 잘되는 것 같아요.(웃음) 막 열심히 준비하면 대부분 평타에 잘못하면 삐끗하고. 그러면 또 큰일 나고. 그런데 ‘에이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하면 오히려 잘되더라고요. 러키 걸이라.
그 표현 좋아하시네요. 러키 걸.
네, 러키 걸. 제가 러키 걸이에요.
경연 프로그램 〈더 팬〉 때도 안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아 힘들었다고 했어요.
맞아요. 제가 어떤 곡으로 활동을 하면 그 곡의 퍼스낼리티를 갖고 활동하게 된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그건 힘들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차라리 연기를 하라고 해도 할 수 있고. 그런데 〈더 팬〉 할 때는 제가 다른 사람인 척하는 것 같았어요. 힘든 수준이 아니었던 거죠. 너무 역하고, 말을 하다가도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고, 소름이 돋고, 관자놀이 쪽이 부어서 머리가 터질 것 같고(그랬어요).
예술적 표방과 가식은 또 다른 거니까.
경멸스러워요, 자기 자신이. 사실 저도 공중파 프로그램이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은 하거든요. 어린아이부터 나이 많은 분까지 다들 시청하는 프로그램이었으니까. 재미있고, 즐겁고, 적절한 것만 보여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나중에는 적응을 해버린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가 해야 하는 말을 너무 뱉기가 싫어서 인터뷰를 1시간 동안 하고 그랬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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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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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ASHION EDITOR 신은지
  • FEATURES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채대한
  • HAIR 이지
  • MAKEUP 빛나
  • ASSISTANT 이하민/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