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1만원대 치즈로 로맨틱한 와인 술상을 차리는 방법

정말 간단하지 않았으면 말도 안 꺼냈다.

BY박세회2021.01.16
애인이 갑자기 우리 집에서 와인을 한잔하자는 엉큼한 제안을 날린다. 귀찮아 죽겠지만, 사랑하니까 참아주기로 한다. 그런데 와인 안주로는 뭐가 좋을까? 척척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훌륭한 와인 페어링 디시를 내놓을 수 있는 '검증된' 방법을 공개한다.
예쁜 그릇을 찾아 잘만 꾸민다면 대략 이런 이미지가 나올 수 있다.

예쁜 그릇을 찾아 잘만 꾸민다면 대략 이런 이미지가 나올 수 있다.

일단 가까운 써브웨이를 찾아 샐러드를 주문한다. 베지 찹 샐러드부터 터키 베이컨 아보카도 찹 샐러드까지 대략 5천원대에서 7천원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순수한 야채니까 가장 싼 거로 선택한다. 대신 잊지 말고 '소스는 따로 주세요'라고 말한다. 우리는 야채만 사용할 생각이니까. 아마 샐러드를 만들어 본 사람은 알 거다. 써브웨이 샐러드에 들어간 재료들을 마트에서 따로 구매해서 같은 구성의 샐러드를 만들려면 돈도 돈이지만 엄청난 수고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마켓컬리에서 판매 중인 벨지오이오소의 부라타 치즈. 4 덩어리가 들어 있다. (사진 : 마켓컬리 홈페이지)

마켓컬리에서 판매 중인 벨지오이오소의 부라타 치즈. 4 덩어리가 들어 있다. (사진 : 마켓컬리 홈페이지)

이걸 들고 와서 집에서 제일 예쁜 플레이트에 적당히 옮겨 담고 다양한 치즈를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올린다. 치즈 중 효과 만점은 역시나 부라타.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구할 수 있고 가성비가 뛰어난 벨지오이오소의 부라타 치즈다. 치즈 좀 먹어본 사람이라면 이 통을 보자마자 부라타의 그 쫀득한 겉면과 폭신한 속살이 단박에 떠오를 것이다. 그 어느때 누가 놀러 오든 이거 한 덩이면 웬만한 접대는 끝인데, 이 착한 치즈는 귀여운 치즈방울이 4개나 들어 있다. 인터넷에서 대략 1만원 초반대에 주문할 수 있고, 빠른 곳은 다음날 새벽에 가져다 준다. 그러니 이 부라타를 마치 응급실의 빨간 약처럼 항상 냉장고에 넣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 치즈를 인원수에 맞게 샐러드 위에 올리고, 소금을 무심하게 툭툭 뿌려준 후, 후추를 팍팍 쳐주고, 올리브 오일을 둘러주면 된다. 샐러드의 소스는 그것으로 끝이다. 써브웨이에서 포장해 준 드레싱은 절대 쓰지 말 것.  
짭조름한 콜비가 섞여 있는 콜비 잭 치즈. 미국 치즈 길드 협회 제공.

짭조름한 콜비가 섞여 있는 콜비 잭 치즈. 미국 치즈 길드 협회 제공.

이때 괜히 올리브 오일을 비싼 걸 사서 쓸 필요가 전혀 없다. 국내 브랜드에서 플라스틱 통에 병입해 파는 1ℓ에 1만원 안짝인 올리브 오일이라도 개봉한 지 너무 오래된 것만 아니라면 그 향을 내기엔 충분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스페인 식 치즈 몬터레이 잭. 미국 치즈 길드 협회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스페인 식 치즈 몬터레이 잭. 미국 치즈 길드 협회 제공.

애인이 만약 이걸 먹고도 집에 갈 생각을 안 한다? 그럼 그때는 경식 치즈들이 등장할 차례다. 테이블에 담았을 때 비주얼 가성비가 엄청난 '잭 3형제'가 있다.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지역의 옛 스페인 수도원에서 만들던 스페인식 치즈의 후예(그러나 지금은 완전 미국 스타일)라 불리는 '몬터레이 잭'은 상온에서는 쫀득하고, 가열하면 모차렐라처럼 녹는다. 대충 썰어 내면 한두개씩 집어 먹기엔 최고의 안주. 여러 회사 제품이 있어 선택의 폭이 넓고, 매우 심플하고 익숙한 맛이라 딱히 호불호를 타지 않는다. 이 몬테레이 잭에 짭조름한 노란색 콜비 치즈를 섞은 '콜비 잭',  또 몬테레이 잭에 할라페뇨를 섞은 '페퍼 잭'을 같이 썰어 내면, 완벽한 가정용 치즈 플레이트가 완성된다. 심지어 이 잭 3형제는 진공포장 1덩이에 5,000원도 넘지 않게 살 수 있다. 부라타 두 덩이에 몬터레이 삼 형제를 조금씩 잘라내는 정도의 센스라면 당신의 애인을 완벽하게 휘어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