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책 덕후'라면 가봐야 할 역대급 미술 전시

당신이 좋아하는 그 책의 원화는 누가 그렸을까?

BY박세회2021.02.08
김환기, 〈달밤〉, 1951, 종이에 유채, 50x50, 개인 소장

김환기, 〈달밤〉, 1951, 종이에 유채, 50x50, 개인 소장

 
'책 덕후'들에게 희소식이 날아왔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 지난 4일부터 책 덕후라면 흠뻑 빠질만한 전시《미술과 문학이 만났을 때》를 공개 중이라서다. 특히 서양 문화를 급속도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형태의 문화가 만개하기 시작한 시기, 격동의 19세기 초중반의 미술과 문학에 집중했다. 이상, 김기림, 김광균 등의 문학가와 동시대의 미술가인 구본웅, 김용준, 이중섭, 김환기 등이 서로 어떻게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탐구했다. 이 관계의 탐구를 위해 전시된 작품이 무려 600점. 회화 140여 점을 비롯해 희귀 서지 자료가 200여 점, 이와 관련한 시각 자료가 300여 점이다. 역사를 가로지르는 문학지 〈현대문학〉주요 컬렉션을 비롯해, 김소월의 〈진달래꽃〉, 백석의 〈사슴〉,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원본을 만날 수 있다. 
 
김소월, 〈진달래꽃〉, 매문사, 1925, 근대서지연구소 소장

김소월, 〈진달래꽃〉, 매문사, 1925, 근대서지연구소 소장

 
해당 전시는 총 4개 관으로 나뉜다. 제1전시실은 이상의 '제비 다방'을 모티프로 꾸몄다. '제비 다방'은 1933년부터 1935년까지 이상이 종로1가에서 기생 출신 '금홍'을 마담으로 앉혀놓고 운영했던 찻집으로 이곳에서 조선의 로트레크로 불리는 구본웅을 비롯해 김기림, 박태원 등이 교류하며 당대에 가장 전위적인 작품들을 쏟아냈다.
 
이중섭, 〈시인 구상의 가족〉, 1955, 종이에 연필, 유채, 32x29.5cm, 개인 소장

이중섭, 〈시인 구상의 가족〉, 1955, 종이에 연필, 유채, 32x29.5cm, 개인 소장

 
'지상(紙上)의 미술관'이란 표제의 제2전시실은 그 형태가 압도적이다. 아직 넷플릭스는커녕 티브이도 라디오도 없던 당대에 가장 파급력 있는 감정 전달의 수단은 지면에 박힌 활자와 수 놓인 그림이었다. 시인의 시와 소설가의 이야기에 걸맞은 이미지를 만들어낸 신문소설 및 잡지 삽화가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화문'(畵文)의 조화를 탐닉한다. 마치 거대한 도서관의 희귀본 열람실을 연상케 하는 이 공간에서 김소월의 〈진달래꽃〉, 백석의 〈사슴〉,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이름만 알고 있는 수많은 근대기 시집들의 원본을 직접 감상해볼 수 있다. 비록 책장을 직접 넘겨볼 순 없으나, 미리 미술관 측에서 촬영해둔 스크린의 화면을 통해 가상의 책장을 넘겨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역시 신의 한 수다.
 
천경자, 〈정원〉, 1962, 종이에 채색, 130x162, 개인 소장

천경자, 〈정원〉, 1962, 종이에 채색, 130x162, 개인 소장

 
제3전시실의 '이인행각(二人行脚)'은 버디 예술가들을 묶어 다룬다. 정지용과 장발, 백석과 정현웅, 김기림과 이여성, 이태준과 김용준 등 '문학가-미술가'로 이루어진 쌍쌍의 관계에 주목했다.
 
최재덕 〈한강의 포플라 나무〉, 1940년대, 캔버스에 유채, 65x91cm, 개인 소장

최재덕 〈한강의 포플라 나무〉, 1940년대, 캔버스에 유채, 65x91cm, 개인 소장

 
제4전시실 '화가의 글ㆍ그림'은 글도 잘 썼던 화가들을 다뤘다. 김용준, 장욱진, 한묵, 박고석, 천경자, 김환기 등 6인의 작가들이 남긴 글과 그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구본웅, 〈친구의 초상〉, 1935, 캔버스에 유채, 62x5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구본웅, 〈친구의 초상〉, 1935, 캔버스에 유채, 62x5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4개의 전시실을 돌아보며 국립현대미술관이 '최초 공개'라 자부하는 작품들을 찾아보는 것은 이 전시를 즐겁게 하는 또 다른 요소다. 일반 전시를 통해서는 처음 선보이는 김환기의 〈자화상〉,〈무제〉를 찾아보자. 후경의 한강과 전경의 초록 나무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환상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최재덕의 〈한강의 포플라 나무〉, 한묵의 〈검은 생선〉 등이 대표적이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열린다. 
 
황술조 〈자화상〉 1939, 캔버스에 유채, 31.5x23cm, 개인 소장

황술조 〈자화상〉 1939, 캔버스에 유채, 31.5x23cm, 개인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