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얘기를 하기 전에 세심하게 배려하는 편인 것 같아요. 말을 예쁘게 한다고 한달까.
아까 음악 바꿔달라고 할 때요. ‘마음에 안 들어요’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저하고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돌려서 얘기하는 부분에서요.
그런가요? 음악을 바꿔달라고 말씀드린 건, 그때 분위기가 약간 싸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무거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여하튼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저는 그런 상황을 못 참아요. 모두가 저에게 집중하고 있는데 말이죠. 분위기 전환을 위해 내가 먼저 무슨 말을 해봐야겠다 하고 얘기를 했던 거예요. 원래 거절이나 ‘싫다’는 말을 잘 못 하는 편인데, 조금씩 연습하고 있어요. 대신 둥글고, 상처 주지 않는 예쁜 말로 전달하려고 해요. 저도 말을 예쁘게 하는 분들이 좋거든요.
플라워 패턴 드레스 잉크. 크림 컬러 롱부츠 레이첼 콕스.
사실 평소 이미지가 할 말 다 하는 털털한 ‘센언니’잖아요. 그런 이미지가 강해 오히려 그렇게 느낀 건지도 모르겠네요.
주로 예능에서 보여진 모습들 때문인 것 같아요. 예능은 예능인데, 사람들은 예능을 웃으려고 보는 건데 저 혼자 다큐멘터리를 찍어버리면 안 되니까요.(웃음) 예능 속 제 모습도 제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모습 중 하나인 건 부정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 모습이 전부인 건 아니죠.
오늘은 평소 보여줬던 스타일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화보 촬영을 진행했어요. 어땠어요?
화보를 6개월여 만에 찍기도 했지만, 처음 해보는 스타일이라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컸던 것도 같아요. 아까 찍으면서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 넷플릭스에 〈사랑하는 작고 예쁜 것들〉이라는 드라마가 있거든요. 발레가 주제인데, 그 드라마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어떤 부분에서 힘을 빼야 하고 어떤 부분에서 강조를 해야 할지 생각할 것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평소에는 오늘 입은 옷하고는 정반대인 옷들을 즐겨 입는 것 같아요. 편한 스타일.
심플하고 편한 것을 좋아해요. 요 근래에는 제가 이런 먹색 티셔츠를 계속 입고 다녀서 다들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줄 알던데(웃음) 비슷한 옷이 많아요. 트레이닝복이랑 후드가 제일 편하고요.
아까 화보도 오랜만에 찍으셨다고 했는데, 지난 1년여간은 다른 활동들보다도 유튜브 〈소유기〉 운영을 제일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를 하기도 했으니 반응도 꽤 좋았죠.
처음에는 소속사에서 먼저 유튜브를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꽤 오래전 얘기긴 한데, 그 당시에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어요. 유튜브는 한번 시작하면 앞으로 계속 꾸준히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걸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미 유튜브를 하는 분들은 너무 많은데 그 사이에서 주목받으려면 자극적이고 과한 콘텐츠밖에 없지 않을까? 이런 고민도 있었어요. 그런 건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싫어’, ‘안 할래’ 이런 말을 잘 못해요. 그런데 작년 새해에 문득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인생인데, 내가 바라는 게 아니라 남의 기대에만 맞춰서는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나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에 솔직해지고,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나를 더 사랑하자, 그런 다짐을 했어요. 유튜브도 그 다짐의 일환이었어요. 주목받기 위한 콘텐츠를 억지로 꾸며내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죠.
사실 맨 첫 번째 영상 제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소속사 몰래 만든 유튜브’였는데, 실제로 소속사 몰래 만든 건 아니네요. ‘어그로성’ 제목이었나요?(웃음)
아, 그런 ‘어그로’는 아니고요.(웃음) 촬영 계획을 세우거나 따로 얘기한 것 없이 그냥 갑자기 찍었거든요. 진짜 그냥 무계획, 급촬영. 그런 의미였어요. 스위스랑 프랑스 여행 영상도 유튜브를 하자고 찍은 게 아니었거든요. 그냥 저 혼자 찍은 건데, 나중에 편집해주시는 분이 보고 괜찮다고 하셔서 콘텐츠로 세상에 나오게 됐죠. 초반에는 소속사에서 전혀 관리를 안 했는데, 지금은 구독자가 좀 생기면서 제재가 들어오는 부분이 있습니다.(웃음)
화이트 퍼프 슬리브 톱 오들리워크샵. 화이트 패딩 스커트 비뮈에트. 실버 네크리스 코스.
아까 콘텐츠 걱정을 하셨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소유기〉의 콘텐츠는 굉장히 다양해요. 먹방도 있고, 운동도 있죠. 생각하고 있는 또 다른 콘텐츠가 있어요?
저는 사실 가수지, 본업이 유튜버는 아니잖아요. 〈소유기〉라는 이름도 소유의 일상을 기록하는 채널이라는 의미고요. 그래서 저는 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실 아까 해주신 얘기,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라거나 ‘방송에서 본 모습과 다르다’는 말 자주 듣거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모든 사람이 한 가지 모습만 갖고 있진 않잖아요. 유튜브에는 좀 더 다양한 제 모습을 많이 담고 싶어요.
그렇게 자주 보여주고 있는 모습 중 하나가 ‘운동하는 소유’인 것 같아요. 평소 운동 루틴이 어떻게 돼요?
사실 ‘평소’라고 하기도 애매한 게, 저는 운동 안 할 땐 아예 안 해요. 이게 좀 애매하고 ‘웃픈’ 부분이기도 한데, 댄스 곡으로 활동할 땐 몸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운동을 계속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반대로 몸에 근육이 너무 많으면 발라드 곡을 부를 때 몰입이 안 돼요.
개인적인 건데, 발라드를 부를 땐 뭔가 ‘여리여리’하거나 ‘팔랑팔랑’한 느낌의 옷을 입어야 슬픈 감정이 전해지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근육이 커져 있는 상태에서는 그런 옷을 입어도 핏이 안 예쁘더라고요. 저는 발라드 곡으로 활동할 때는 근육까지 전부 빼고, 댄스 곡으로 활동할 때는 다시 근육을 붙여요. 그래서 할 땐 정말 열심히 하는데, 안 할 땐 아예 안 해요.
*소유의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3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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