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특별한 피니시로 숙성을 마무리한 싱글 몰트 위스키 6종

술의 잔향을 피니시라 부르기도 하지만, 숙성의 마지막도 피니시라 한다. 모든 피니시는 링 위의 복서가 날린 피니시만큼이나 중요하다.

BYESQUIRE2021.03.07
 
 

Finish Matters

 
(왼쪽부터)

THE GLENLIVET 15 YO

프랑스를 대표하는 리무쟁 오크 캐스크는 프랑스 중부의 리무쟁 숲에서 자라는 나무로 만든다. 바닐린과 타닌이 풍부하며 나무의 다공성이 뛰어나 원주가 나무 깊숙이 배어들어 향취를 빨아들인다. 코냑 제조자들이 숙성에 리무쟁 오크를 사용하는 이유다. 더 글렌리벳은 프랑스 리무쟁 오크를 처음으로 위스키 숙성에 사용한 디스틸러리로 15년산은 마지막 3년을 이 통에서 숙성시킨다. 3년의 피니시로 덧칠한 이국적이고 진한 풍미가 특징이다. 눈에 보이는 강렬한 황금빛 질감이 입안에 그대로 느껴진다. 혀에 닿는 순간 크리미한 껍질을 깨고 매콤한 자극이 기분을 들뜨게 한다. 13만5천원대


GLENFIDDICH 23 YO GRAND CRU

프랑스 샹파뉴 지방의 1급지 그랑 크뤼에서 수확한 포도로 샴페인을 숙성하는 데 사용한  오크 통을 어렵게 사입해 23년 숙성의 피니시를 완성했다. 피니시 기간을 정해두지 않고 마스터가 원하는 향미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랑 크뤼의 피니시에서 통에 남아 위스키에 스며드는 샴페인의 향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럭셔리하다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샴페인 오크 통 그 자체에서 발현된 특성이다. 은은한 색감과는 달리 입안에 머금으면 묵직하고 복잡미묘한 향이 가득 차오른다. 진정한 가치는 그 복잡미묘한 것들 사이에서 그 어떤 것도 튀어 오르지 않고 수면 아래서 균형을 맞춘다는 점이다. 세밀한 미감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극찬의 형용사 ‘서틀’(subtle)이 가장 잘 어울린다. 70만원대


BENRIACH THE TWELVE

벤리악의 ‘더 트웰브’에는 정관사를 붙일 정도의 자신감이 묻어 있다. 숙성 방식은 ‘스리 캐스크’다. 왜 ‘트리플 캐스크’가 아닌 ‘스리 캐스크’일까? 원주를 셰리 캐스크, 버번 캐스크, 포트 와인 캐스크로 옮겨 담으며 숙성시키면 트리플 캐스크가 맞다. 그러나 벤리악은 각각의 오크 통에서 12년간 숙성한 위스키를 섞었다.  통을 옮겨 담으면 위스키의 소중한 원액이 손실된다. 벤리악의  방식은 원액의 손실이 적다. 특히 벤리악처럼 지배적인 셰리 캐스크의 풍미를 강조하려면 이 방식이 합리적이다. 각각 다른 통에서 숙성한 위스키를 섞는 과정을 ‘결혼(marry)’과 같은 영단어로 표현하곤 한다. 그에 따르면 더 트웰브는 결혼이 피니시인 셈이다. 차분한 호박빛 액체를 머금으면 화덕에서 파인애플을 굽는 듯한 달콤함을 뚫고 날카롭지만 섬세한 스파이시함이 느껴진다. 가격 미정
 
(왼쪽부터)

GLENMORANGIE A TALE OF CAKE

글렌모렌지는 업계에서 최초로 다양한 캐스크에서의 추가 숙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증류소로 위스키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인지 실험 중이다. 특히 빌 럼스던 박사가 제조 총책임을 맡은 이후로는 추상의 개념을 위스키로 형상화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물이 바로 한 잔의 커피와 달콤한 초콜릿의 추억을 표현한 글렌모렌지 시그넷, 마데이라의 따사로운 한낮을 표현한 글렌모렌지 바칼타, 증류소 근처 보리밭의 정취를 그린 글렌모렌지 알타 등이다. '어 테일 오브 케이크'는  케이크에 얽힌 아름다운 추억들을 표현한 작품이다. 달콤한 헝가리의 디저트 와인을 숙성시키던 ‘토카이 캐스크’에서 피니시를 마쳤다. 총천연색의 벌꿀을 들이부은 듯 온갖 종류의 달콤함이 코끝을 간질인다. 이 술이야말로 어른들이 한입에 삼킬 수 있는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이다. 20만원대


ARRAN SAUTERNES CASK FINISH

25년 업력의 식당은 노포로 불리지만, 25년 된 위스키 ‘아란’은 신생 취급을 받는다. 1995년에 설립된 ‘아란’이 2000년대 초반 여러 위스키 매거진에서 극찬을 받으며 시장의 스타로 급부상했을 때 일종의 ‘힙스터’ 취급을 받았던 이유다. 아란을 특징짓는 건 버번 오크 숙성을 베이스로 다양한 피니스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그중 오늘의 주인공엔 소테른 캐스크 피니시를 입혔다. 프랑스 보르도시 남쪽 인근 소테른 지역에서는 세미용 품종의 수확을 일부러 늦춰 포도가 귀부병에 걸리게 한 뒤, 그 포도로 달콤한 와인을 담근다. 8~10년을 버번 오크에서 숙성한 원액을 이 소테른 와인을 담갔던 캐스크에 부어 마지막 단장을 마친다. 살구, 아카시아, 각종 시트러스 계열의 과실을 섞은 듯한 아로마가 가볍게 넘실거린다. 15만원대


GLEN SCOTIA 11 YO

19세기까지만 해도 29개의 합법적 증류소가 다글다글 모여 있어 ‘위스키의 수도’라 불리던 스코틀랜드 캠벨타운에는 이제 3개의 디스틸러리가 남았고, 그중 하나가 글렌 스코시아다. 그 11년산을 숙성하는 과정은 좀 복잡하다. ‘퍼스트 필 버번 캐스크(싱글 몰트 숙성에 처음 사용하는 버번 오크 통)’에서 10년 이상을 숙성한 배팅(Vatting)한 후 페드로 히메네즈 셰리 와인을 숙성시켰던 오크 통과 귀부포도로 담근 오롤로소 셰리 와인을 숙성시켰던 통에 나눠 담는다. 피니시는 10개월. 각자의 오크 통에서 각자의 향을 입은 이 두 술이 다시 섞여 하나의 술로 탄생한다. 50도가 넘는데도 혀끝에 닿으면 마치 크림을 얹은 듯 부드럽게 흐른다. 묵직하지만 라프로익처럼 도드라지지 않는 피트 향이 마시고 난 뒤에도 한참 동안 코끝에 남는다. 20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