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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세계관 최강자 BIG3가 천덕꾸러기 '노답 삼형제'가 된 이유

BIG 3, TROUBLE 3?

BYESQUIRE2021.03.13
 
 

BIG 3, TROUBLE 3?

 
세계 최고 프로농구리그 NBA 소속 선수들의 공통 목표는 플레이오프 파이널 우승일 것이다. 특정 선수의 커리어 평가에는 개인 기록이나 금전적 수입, 대중성 등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겠지만 우승이 가져다주는 레거시(legacy)는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한 팀에 모여 BIG 3를 이루는 경우가 있다. 2000년대 후반 보스턴 셀틱스의 케빈 가넷, 폴 피어스, 레이 앨런이 그랬고 2010년대 초반 마이애미 히트의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시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모두 ‘파이널 우승’이라는 업적을 손에 넣었고, 시대의 지배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한동안 이렇다 할 BIG 3를 꼽지 못하고 춘추전국시대를 겪던 NBA의 세계에 새로운 BIG 3가 등장했다. 슈퍼스타 위의 슈퍼스타라고 불리는 케빈 듀랜트와 오펜스 마스터 제임스 하든, 그리고 드리블 마스터 카이리 어빙이 브루클린 네츠에서 뭉친 것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들의 이합집산은 언제나 미디어와 팬들의 눈길을 끌기 마련이지만, 이들에게는 이전의 BIG 3에게 쏟아진 것과는 약간 다른 종류의 관심이 쏟아졌다. BIG 3가 아닌 TROUBLE 3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였다. 이들은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췄지만, 동시에 각종 기행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킨 선수들이기도 했다.
 
2021년 BIG 3-어쩌면 TROUBLE 3일지도 모를-의 시작은 10년도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서북부 변방에 위치한 시애틀 슈퍼소닉스가 논란의 연고 이전을 발표했던 2007~08 시즌의 이야기다. 또 다른 변방이던 오클라호마시티가 이를 이어받아 새로운 왕국의 시작을 알렸다. 신생 왕국은 세 왕자를 잉태했다. 러셀 웨스트브룩과 이 글의 주인공인 듀랜트, 그리고 하든이다. 이들은 빠른 속도로 통치 기반을 다졌고, 이적 4년 만에 플레이오프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작은 왕국이 셋이나 되는 왕자를 품기는 어려웠다. 막내 하든이 먼저 떠났다. 그러나 적장자인 듀랜트도 끝까지 왕국을 지키진 않았다. 듀랜트는 2015-16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탈락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그리고 그 직후, 동료들에게 거취를 알리지 않은 채 골든스테이트로 이적했다. 우승 반지를 얻기 위해 친정 팀을 버린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듀랜트의 ‘트위터 이중 계정 사용’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다. 트위터에 또 다른 계정을 만들어 자신의 행동을 변호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진솔한 슈퍼스타라고 칭송받던 듀랜트는 우승 반지와 함께 ‘빌런’이라는 이미지도 얻게 됐다. 정작 그는 골든스테이트의 왕이 되지도 못했다. ‘적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편 하든은 휴스턴 로케츠로 떠나 곧바로 왕좌에 올랐다. 구단 프런트는 ‘털보 왕’ 하든을 위해 드와이트 하워드, 크리스 폴 등을 영입했다. 2019년 여름에는 오클라호마 소속 시절 형제였던 웨스트브룩까지 가세했다. 전투 결과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 탈락. 오클라호마를 떠나 8년간 듀랜트에 버금가는 업적을 쌓은 하든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문제는 좌절감을 잘못된 방식으로 풀었다는 점이다. 우승에서 멀어지자 하든은 구단 훈련과 언론 인터뷰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슈퍼스타의 횡포’였다. 지난가을, 트레이드 요청 후에는 프리시즌 일정에도 지각했고 리그에서 규정한 코로나19 관련 지침도 과감히 어겼다. 최고의 선수였던 하든은 그렇게 구설에 오르는 선수가 됐다.
 
브루클린의 마지막 BIG 3인 어빙은 미국 동부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출신이다. 원래 클리블랜드의 왕은 르브론이었지만, 2010년 그가 동남부로 떠나자 어빙은 19세의 나이에 왕위에 오르게 됐다. 데뷔와 함께 신인왕에 선정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어린 왕은 순탄하게 왕국을 이끌었다.
 
문제는 르브론이 복귀하면서 벌어졌다. 2016년, 어린 왕과 과거의 왕은 손을 잡고 파이널 우승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어린 왕은 2인자 대접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지만, ‘왕 중의 왕’이자 살아있는 전설인 르브론을 이길 수도 없었다. 그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보스턴 왕조의 섭정으로 취임하기로 했다.
 
하지만 듀랜트처럼 어빙 역시 보스턴의 ‘적통’ 왕자들과 미묘한 갈등을 빚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기행들도 그의 가치를 깎아내렸다. 리더가 되고 싶다던 선수가 언론 인터뷰를 회피했다. 심지어 잠수를 타기도 했다. 통치자로서 가장 피해야 할 행동만 저지른 셈이다.
 
친정을 배신했지만 결국 골든스테이트의 왕이 되지 못한 듀랜트와 홀로서기의 한계에 직면한 어빙은 2020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었다. 마침 뉴욕 침공에 임하던 브루클린은 두 선수가 뭉치기 최적화된 장소였다. 그러나 첫 시즌은 쉽지 않았다. 듀랜트와 어빙 모두 부상의 악재를 겪었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것이다. 두 번째 시즌도 기대치에 비해 성적은 저조했다. 득점 쟁탈 중심 경기 플랜이 수비 코트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
 
그러나 브루클린 구단은 수비가 아닌 공격을 더욱 강화하기로 결정했고, 하든 트레이드 영입에 성공했다. 그렇게 2021년의 BIG 3가 탄생했다. 이들이 모인 후 적립한 성적을 살펴보면, 지난 2월 9일까지 소화한 12경기 평균 득점이 124.6점으로 리그 전체 1위다. 다만 실점도 124.0으로 가장 많다. 매일 밤 우주적 스케일의 득점 쟁탈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세 선수의 역할 분담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듀랜트는 프리 롤, 하든이 공격 조립, 어든이 피니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승패와 별개로 지켜보는 재미만큼은 리그 30개 팀 중 최고다.
 
관건은 플레이오프 전장에서 우승할 수 있을지다. BIG 3가 뭉친 배경 자체가 자신들의 레거시를 만들기 위해서다. 반응은 두 부류로 갈린다. 브루클린의 우승을 점치는 쪽에서는 BIG 3가 더 이상 TROUBLE 3가 아니라고 말한다. 부상을 극복한 듀랜트와 우승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적을 손에 넣은 하든, 그리고 칩거를 끝낸 어빙 모두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용서받는다고 한다. 어쩌면 이들의 기행 역시 파이널 우승으로 씻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수비 문제다. ‘수비 열등생은 우승하기 어렵다’는 것은 오랜 명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특정 역사가 영원히 반복되지는 않는다. BIG 3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만큼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들이 과거를 딛고 NBA 역사에 신선한 이정표를 세울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Who's the writer?
염용근은 농구 전문 칼럼니스트다. 네이버에서 오랜 기간 국내 대표적인 NBA 전문 기사 ‘오늘의 NBA’를 연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