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하루 30톤의 샐러드를 만드는 국내 최고의 스마트팜 업체, 팜에이트에 다녀왔다

이 안에서 매일 1.5톤의 채소가 생산된다. 장맛비가 끝없이 퍼붓는 여름날에도, 기록적인 한파가 지속되는 겨울날에도.

BYESQUIRE2021.04.03
 
 

무한대의 보랏빛 밭

 
 비가 올 것이라고 했다. 오전 9시 34분에 확인한 일기예보 앱에 따르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내리는 짧은 봄비였고, 최고 온도는 14℃, 최저 온도는 3℃, 습도는 40%, 풍속은 20km/h라고 했다. 미세먼지는 아주 나쁨. 옷장 앞에 서서 일기예보 앱을 켜보는 건 아주 일상적인 일이 되었지만 그걸 캡처해두기로 한 건 마침 스마트팜 취재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방문할 경기도 평택의 팜에이트 본사에는 200평 규모 실내에 생육 중인 채소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고 했다. 햇빛 한 줌 비치지 않는 실내에 켜켜이 쌓인 플레이트마다 채소가 심겨 있고, 아래와 위로는 각 식물에 딱 맞는 영양분과 조명이 들어가고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과연 그것들은 날씨나 미세먼지와는 정말 일말의 연관도 없을까? 계절로부터, 장마나 혹한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 걸까? 마음속에 몇 가지 질문을 품고 차에 올라탔다. 오후 2시가 되자 일기예보 앱의 예측은 어느새 비에서 흐림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나 평택으로 향하는 길에는 또 비가 내렸다.
 
인도어팜이자 수직농장, 스마트팜인 팜에이트 평택 본사의 식물공장 내부.

인도어팜이자 수직농장, 스마트팜인 팜에이트 평택 본사의 식물공장 내부.

저희가 지금 16년 동안 이 일을 하고 있으니, 변화를 얼마나 절감하겠어요. 16년 전과 요즘 날씨는 완전히 달라요. 앞으로 더 달라질 것 같고요. 점점 더 예측하기도 어려워질 테고.
 
날씨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았을 때 강대현 대표가 말했다. 취재 날 그가 팜에이트 본사에 있을지 없을지는 당일 아침까지도 미지수였다는데, 다행히 짧게나마 시간이 난 듯했다. 사무실에 들어선 그는 깃과 라인이 슈트 블레이저 모양인 패딩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정중해 보이면서도 당장 어딘가로 출장이라도 떠날 듯한 차림.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식목일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갔다. 요즘 산림청장까지 나서서 식목일을 3월로 당겨야 한다는 논의를 하고 있는데, 4월 기온이 너무 올라서 어린 묘목의 생존율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온난화 때문에 여름이 길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죠. 저희도 작년 여름에는 크게 손실을 입었어요. 기록적으로 긴 장마였잖아요. 어쨌든 스마트팜에서 생산되는 건 총 생산 작물의 15% 정도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다 하우스나 노지 계약 재배로 충당하니까요. 그 밭들이 다 물에 잠겼거든요.
 
주제는 다시 전년 대비 5배 이상 급등한 대파 가격에 대한 이야기로, 또 코로나19로 수입 경로가 막혀 식량난을 겪은 싱가포르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 모든 게 기상이변에 관한 잡담이었으나, 또 한편 스마트팜의 당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오해를 막기 위해 팜에이트의 구조부터 설명하는 게 도움이 되겠다. 팜에이트는 사실 국내 최대 규모의 샐러드 제조 업체다. 그리고 그 샐러드의 원자재 일부를 100% 자체 출자한 자회사 플랜티팜의 스마트팜 솔루션으로 생산하고 있다. 나머지는 외부 농가와 계약을 맺고 충당한다. 물론 플랜티팜도 팜에이트의 샐러드 원자재 생산에만 몰두하고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스마트팜 시설과 솔루션을 개발해 외부에 판매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재배 기술 측면에서 아시아 3대 어그테크(농업기술) 기업, 본사의 수직농업 시설 측면에서 세계 10대 스마트팜으로 평가될 만큼의 기술과 설비를 갖추고 있다. 서울시, 서울교통공사와 협력해 충정로역, 을지로3가역, 답십리역, 천왕역, 상도역 등 지하철 역사 내 유휴 공간에 스마트팜 시설인 ‘메트로팜’을 조성한 것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극지형 컨테이너 실내 농장을 보낸 것도 플랜티팜이다. 일본, 몽골, 싱가포르, 중동에도 설비를 수출했거나 수출할 예정이다.
 
팜에이트는 국내 최고의 스마트팜 솔루션 업체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샐러드 제조, 유통 업체이기도 하다.

팜에이트는 국내 최고의 스마트팜 솔루션 업체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샐러드 제조, 유통 업체이기도 하다.

정부에서 스마트팜을 혁신성장 전략의 8대 선도사업으로 지정한 상황이니 그 앞길도 탄탄대로이지 않을까? “그건 뭐 알 수 없죠.” 강대현 대표가 슬쩍 웃으며 답했다. ‘탄탄대로’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것 같기도, 어쩌면 정말로 알 수가 없다는 막연함이 섞인 것 같기도 한 웃음이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저희도 충분히 있다고 봐요. 하지만 이제야 막 시작됐고, 더 성장하면 좋겠지만 저러다 말 수도 있겠죠.
 
팜에이트 본사 앞마당에는 포크레인과 트럭이 몇 대씩 서성이며 공사를 벌이는 중이었다. 마중 나온 커뮤니케이션 담당 한기원 팀장에게 공사 내용을 묻자 그는 진입로만 고치는 게 아니라 공장까지 전체적으로 증축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취재를 준비하는 동안 어느 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코로나19의 여파인지 작년 한 해 팜에이트에 100% 가동을 해도 맞추기 힘들 정도로 많은 주문이 몰려들었다고. 하지만 그는 엄밀히 따져, 그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팜에이트는 작년뿐 아니라 매해 공급량을 상회하는 요청을 받아왔다. 현재 팜에이트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샐러드의 양은 30톤. 매일 산 한 개 용적의 샐러드가 출하되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양의 샐러드를 대체 누가 먹는 걸까 궁금하겠지만, 어쩌면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당신도 한 번쯤은 팜에이트의 채소를 맛봤을 수 있다.
 
롯데마트·홈플러스·코스트코 등의 마트, 삼성웰스토리·아워홈 등의 급식 업체, 롯데리아·KFC·스타벅스·CU·GS25 등의 식음료 브랜드에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팜에이트와 플랜티팜의 사업 부문을 저울질하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강대현 대표는 “둘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가 없다”고 했는데, 그제야 그 말뜻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롯데리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작년 여름에 태풍의 여파로 모든 패스트푸드점 햄버거에서 토마토가 빠졌다는 사실이 기억났으니까. 분명 스마트팜을 통한 안정적인 수급 능력이 팜에이트의 신뢰도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아직 팜에이트의 총 생산 샐러드 중 스마트팜에서 생산되는 채소는 15%인 5톤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그 비중 역시 올해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적게는 10톤에서 많게는 15톤까지 봅니다.” 지난해의 두세 배로 생산량이 훌쩍 뛸 것이라는 얘기였다.
 
현재 팜에이트에서 하루에 출하되는 샐러드는 약 30톤이다.

현재 팜에이트에서 하루에 출하되는 샐러드는 약 30톤이다.

평택 팜에이트 본사의 스마트팜 생산량만 따지면 하루에 나오는 샐러드는 1톤에서 1.5톤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팜에이트의 스마트팜은 평택 본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서울, 화성, 천안, 이천 등지에 크고 작은 시설을 두고 있으며, 지난 1월에는 전라도 광주에 1500평 규모의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팜에이트는 자사 솔루션을 받은 스마트팜의 모든 채소를 매입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그게 강대현 대표가 팜에이트와 플랜티팜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 이유다.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결과물을 가공 및 유통까지 해주는 업체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어요. 유명한 업체들도 대부분 시설과 솔루션만 제공하는 IT 기업의 형태거든요. 우리는 플랜티팜이 그 역할을 하고 팜에이트가 유통까지 해주면서 하나의 물류 체계를 완성한, 좀 특이한 케이스인 거죠.
 
강대현 대표는 ‘특이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바로 이 부분이 팜에이트가 독보적 입지를 점하게 해준 주인공이다. 스마트팜은 높은 생산 효율과 적은 불안 요소를 자랑하지만 대신 초기 투입 비용이 노지 재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거기서 생산된 채소도 비쌀 수밖에 없고, 개별 스마트팜 운영자들이 유통 경로를 개척해 그 채소들을 판매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가격적인 문제도 있지만, 일단은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죠. 하루에 몇백 킬로그램 생산하는 정도로는 물류비도 안 나올 테니까요.
 
강대현 대표는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시설과 솔루션이 알아서 관리해주니까. 하지만 개인이든 기업이든 거기서 생산된 작물을 당장 유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거라고 호언했다. 팜에이트의 고공 행진(팜에이트와 플랜티팜의 합산 매출은 매해 20% 이상씩 성장 중이며 올해 목표 매출은 900억원이다)에도 스마트팜 분야에서 뒤를 추격하는 경쟁자를 찾아보기 힘든 건 이런 이유다. 생각처럼, 그저 기술력이 좋다거나 양질의 채소를 잘 생산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럼 팜에이트는 어떻게 이런 순환 구조가 가능하게 만든 걸까? 그걸 이해하려면 박종위 회장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역시나 칼라가 빳빳한 셔츠 위에 현장 작업복 점퍼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팜에이트의 시작점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머뭇거리며 운을 뗐다. “시작은 2000년대 초반 웰빙 식품 바람을 타고…” 하면서.
 
2004년에 채소를 가공해 유통하는 회사를 차렸어요. 미래원이라는 이름으로. 제가 출발이 늦었던 터라 일반적인 채소보다는 좀 고급 채소로 방향을 잡았죠. 새싹채소, 베이비채소, 파프리카, 미니 오렌지 같은 특수 채소를 다루다가 나중에야 샐러드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샐러드에 들어가는 채소의 공급이 굉장히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찾다가 결국 스마트팜에 관심을 갖게 된 거예요. 그때가 2010년이었죠. 일본에서 설비를 들여오고 재배를 시작한 게.
 
요컨대 이미 5, 6년 정도 채소 유통을 하며 구축해놓은 국내 유통망이 있었으며, 스마트팜 생산의 비중을 조금씩 늘려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2010년 박종위 회장이 들여온 스마트팜 시설은 60평 규모. 시험 삼아 해보고 가능성을 타진하려 했다지만 당시에 설비가 평당 2000만원 정도였다는 걸 감안하면 꽤나 대담한 시도였다. 그는 그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했고, 마냥 설비만 늘리는 대신 연구, 데이터 축적, 국산화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10년 만에 설비 단가를 평당 300만원대로 낮추고, 100% 국내 기술로 이루어진 설비를 일본에 역수출하게 된 것이다. 그사이 미래원이라는 사명이 팜에이트로 바뀌기도 했다. 신선, 안전, 혁신, 신뢰, 신속, 효율, 청정, 친환경 등 8가지 가치를 품은 밭이라는 뜻인데, 사실 박종위 회장은 그 속에 숨은 두 번째 뜻을 더 좋아한다.
 
8자를 옆으로 돌리면 인피니티 기호가 되잖아요. 농업에 있어서 무한대의 가치를 추구하는 거죠. 앞으로의 농업은 뭐가 있을지 연구하고 계속 발전시키고.
 
식물공장의 단위면적당 생산성은 비닐하우스의 40배에 달한다.

식물공장의 단위면적당 생산성은 비닐하우스의 40배에 달한다.

팜에이트의 메인 오피스는 평택 본사 부지 서쪽 끝에, 스마트팜 시설은 동쪽 끝에 위치한다. 그리고 스마트팜은 서울의 여느 빌딩 속 사무실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상품개발부 때문에 군침 도는 고소한 냄새가 감돈다는 부분만 빼면) 메인 오피스와도, 굴착기와 트럭이 줄지어 선 앞마당과도, 늘 열댓 명의 직원이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는 샐러드 가공 공장과도, 가득 쌓인 박스 사이를 지게차가 분주히 오가는 건물 사이 통로와도 완연히 구별되는 분위기를 갖고 있다. 초등학교 건물을 돌다가 교무실이 있는 층에라도 올라온 듯,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순식간에 고요해졌으니까.
 
물론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은 밭처럼 소리가 식물의 생장에 특정한 영향을 끼칠 거라고 믿어서 이런 환경을 조성한 건 아니다. 그저 생산시설 내부가 철저히 격리되어 있을 뿐이었다. 내부에서 일하는 인력이 확연히 적기도 했고. 팜에이트 본사의 식물 공장은 인도어팜이며, 수직농장이며, 스마트팜이다. (각 표현은 겹치는 부분이 있거나 어떤 것이 다른 것의 선결 조건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조금씩 다른 영역이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실내에 식물의 높이에 맞춰 구성된 랙이 켜켜이 들어차 있고, 센서들이 감지한 식물의 상태를 바탕으로 생장에 필요한 요소들이 투입된다.
 
10여 년간 쌓아온 각 식물의 생장 요인에 관한 데이터베이스야말로 팜에이트의 큰 자산이다. 설비 교체 없이도 데이터 변화에 따라 생산성이 눈에 띄게 개선되기도 하니까. 한 번에 재배 가능한 식물의 수는 선반의 층수만큼 곱하기가 되고, 광량, 온도, 습도, 물의 산성도, 이산화탄소 농도, 배양액 성분, 바람의 흐름 등 10가지가 넘는 요인을 세심히 조정한 환경은 식물이 빠르게 자라도록 돕는다. 단순 산술 계산만 해봐도 일반 비닐하우스와 비교할 때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40배에 달한다. “요즘 쓰이는 걸 보면, 스마트팜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요. 유리온실에 수경재배 시스템을 갖추고 컴퓨터로 양액을 주입하면 그냥 스마트팜이라고 부르거든요.” 유리창 너머로 스마트팜 내부를 들여다보던 박종위 회장이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평택 본사의 스마트팜 시설을 ‘식물공장’이라고 불렀는데, 아마도 그런 온실형 스마트팜과 구분하기 위한 표현 같았다.
 
저희가 구축한 스마트팜은 폐쇄된 공간에서 기후에 상관없이 1년 내내 수확물이 나오는 그런 시스템이니까요. 반도체 공장에서 반도체를 찍어내는 것처럼.
 
시설 내부를 안내해주고 있는 팜에이트 박종위 회장.

시설 내부를 안내해주고 있는 팜에이트 박종위 회장.

속에 깃든 기술력도 놀랍지만, 팜에이트의 식물공장은 일단 눈으로 보기에 장관이다. 특히 2층 창으로 내려다보고 있자니 꼭 도서관과 실험실이 뒤섞인 비밀스러운 공간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온몸을 방진복으로 싸맨 사서만 간헐적으로 돌아다니는, 어두운 거대 도서관. 팜에이트가 자체 개발한 작물용 LED는 청색광과 적색광을 섞어 작물별로 가장 선호하는 파장대의 빛을 쬐게 하는데, 그 낮은 조도의 보랏빛 조명 때문에 은근히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념해야 할 점은, 이곳이 결국 농장이라는 사실이다. 박종위 회장이 ‘식물공장’ ‘반도체 찍어내듯이’ 같은 표현을 쓸 때 내심 움찔했던 건 이런 이유였다.
 
이런 환경에서 먹거리가 자란다는 데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사람도 분명 있지 않을까? 하우스 재배 작물에도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있는 판국인데, 이렇듯 양계장 축사를 연상케 하는 환경에서 나온 작물이야 오죽할까? 하지만 강대현 대표는 기다린 질문이 나왔다는 듯 차분히 답했다.
 
이건 잘 설명드려야 할 것 같은데, 두 시설은 아예 목적이 달라요. 양계장의 경우에는 살아 있는 생명체를 움직일 수도 없는 빼곡한 공간에 몰아 넣고 생산을 반복하는 게 동물복지 측면에서 비판을 받는 거잖아요. 반면에 식물공장은 기후 환경이 채소 재배에 점점 불리해지고 있기 때문에 나온 거예요. 하우스에서 수경재배를 해도 더우면 녹아버리고, 추우면 자라질 못하니까. 더구나 토양은 계속 황폐화되고 있고요.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채소가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시설인 거죠. 전후가 바뀐 거예요.
 
스마트팜에서 키우는 채소라고 종자가 다르지는 않다. 하우스 수경재배 환경을 위해 생산된 동일한 종자를 쓴다. 강대현 대표는 오히려 차단된 실내에서 재배하면 병충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 농약도 쓰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팜에이트의 스마트팜 생산 채소는 친환경 무농약 농산물 인증, 우수농산물 인증(GAP)을 받고 있다. 노지에서 재배하는 친환경 채소와 비교해도 더 안전할 수 있다. 세균, 동물의 분뇨, 오염된 물 등의 문제로 매년 세계 곳곳에서 유기농 식품을 먹고 사망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를 요청했을 때부터 내심 고대하던 이벤트였으나 아쉽게도 공장 내부까지 들어가볼 수는 없었다. 딱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다기에, 기회를 포토그래퍼에게 양보한 탓이다. 포토그래퍼는 포장된 방진복을 건네받았다. 위생모에 마스크, 장화까지 착용하고 입구로 들어서자 문이 닫히며 곧 강한 바람이 그의 몸을 흔들어놓는 소리가 들렸다. 식물공장은 폐쇄된 환경이 원칙이다. 실내가 오염되면 세균과 병균의 확산 속도도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진복을 입고 식물들 사이를 서성이는 포토그래퍼를 보고 있으려니 영화 〈인터스텔라〉가 생각났다. 꽤 과학적인 근거들로 디스토피아를 그렸다는 그 영화 속에서 근미래 인류는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고온과 병충해로 작물이 하나둘 멸종하고, 남은 농부들은 모두 옥수수를 키우지만 그마저 모래 먼지 때문에 작황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미항공우주국 비밀 기지의 무균실 안에서는 방진복을 입은 직원이 옥수수의 썩은 부분을 떼어내고 있고, 매튜 매커너히는 창문 너머로 그걸 들여다보며 비장하게 말한다.
 
우리는 길을 찾을 겁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강대현 대표도 그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하지만 설정을 하나씩 되짚을 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게요. 그건 좀 이상한데요?” 근미래 인류가 여전히 땅에만 농사를 짓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거니와, 작물의 멸종도 이해가 가지 않는 설정이라고 했다.  
 
식물공장 내부에서는 광량, 온도, 습도, 물의 산성도, 이산화탄소 농도, 배양액 성분, 바람의 흐름 등 10가지가 넘는 요인이 조정된다.

식물공장 내부에서는 광량, 온도, 습도, 물의 산성도, 이산화탄소 농도, 배양액 성분, 바람의 흐름 등 10가지가 넘는 요인이 조정된다.

종자가 오염되지 않았다면 작은 규모의 밀폐형 공장에서 계속 키울 수 있으며, 만약 오염되었더라도 조직 배양을 하면 될 거라고. 강대현 대표가 더 좋아하는 영화는 따로 있었다. 그는 문득 생각난 듯 〈마션〉 이야기를 꺼냈다. 화성에 혼자 남겨진 우주비행사가 구조팀이 올 때까지 근근이 연명하는 영화.
 
거기서 보면 맷 데이먼이 감자를 키우잖아요. 감자는 영양생식(식물의 무성생식 방식 중 하나로 씨앗이 없이도 모체의 일부분에서 새로운 개체가 형성되는 것)을 하니까 그걸 잘라서 심고 환경을 조성해주는 거죠.
 
많은 관객이 그 설정에 의문을 품었겠으나 강대현 대표는 그 영화가 의외로 사실적 고증이 잘되었다고 평가했다.
 
사실 식물공장의 유래부터가 미항공우주국에서 나온 거거든요. 우주인들에게 채소를 먹이기 위해서 1960년대에 고안해낸 게 이런 시설이었던 거죠.
 
팜에이트는 지금껏 100여 가지 채소에 대한 스마트팜 재배 데이터를 축적했다. 하지만 식물공장에서 생산 중인 건 샐러드용 고급 채소 중에서도 엄선한 10여 종뿐이다. 농가와의 상생을 고려한 결정이기도 했지만, 일반 작물은 키우고 싶어도 재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론상으로는 스마트팜에서 모든 작물을 재배할 수 있어요. 구근류도 스마트팜에서 키우기에 좋은 종류죠. 하지만 못 해요. 단가가, 수지 타산이 안 맞거든요.” 혹시 감자도 키우느냐는 실없는 질문을 던졌을 때 박종위 회장이 거의 단언하듯 답했다. 생산성이 40배에 달한다 한들 기본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반 농가와 동일한 작물로 경쟁하기는 어렵다는 뜻이었다.
 
사무실에서 강대현 대표가 보였던 웃음이 떠올랐다. “더 성장했으면 좋겠지만 저러다 말 수도 있겠죠” 하며 슬쩍 내비쳤던 웃음. 연일 정부와 매체의 러브콜을 받고, 매출이 고공 행진을 펼치며, 세계 곳곳에서 주문이 쇄도하는 상황에서도 희망에 인색했던 건 이런 비용적 한계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장애물은 따로 있다고 했다. 농민들의 반감이었다.
 
옛날에는 저희가 기술의 우수성을 많이 강조했어요.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농민들이 불안감을 느낀다는 걸 몰랐던 거예요. 아예 기존 농업을 대체할 기술처럼 받아들였던 거죠. 고위 공직자가 공장을 방문한다고 하면 반대하는 농민 단체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거든요. 가는 길이 다른 거니까.
 
지속적으로 비용 구조가 개선된다면 일반 채소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박종위 회장이 손사래를 쳤다. 물론 지금 저가형 스마트팜은 평당 200만원대까지 끌어내렸으니 100만원대까지 내려가지 말란 법은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팜에이트는 농민들과 척을 지며 지속될 수가 없는 회사라고. 어렴풋한 상상이긴 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아마 농가들에서 먼저 솔루션을 찾게 될 거라고도 했다.
 
포토그래퍼는 15분가량이 지나서야 식물공장을 빠져나왔다. 얼굴은 땀 범벅이 된 채였는데, 아마 내부 온도 탓인 듯했다. 내부는 늘 샐러드 채소의 생육 적정 온도인 22~23℃로 유지되고 있으니까. 추운 날에도, 혹은 그보다 훨씬 더운 날에도. 엽채류의 경우 여름철 수급이 가장 어려웠다는 점을 상기하면 확실히 혁신적인 변화이기는 한 셈이다. 강대현 대표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변화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노지 농장이 있죠. 그런데 아마 이렇게 작게 검은 비닐을 씌워놓은 밭도 보셨을 거예요. 날씨가 추우니까, 그냥 파종하면 다 죽으니까 보온하려고 그렇게 씌우는 거죠. 그게 좀 더 큰 규모로 가면 비닐 온실이 되는 거고, 그다음에 유리온실이 나왔어요. 유리온실과 식물공장의 가장 큰 차이는 햇빛이에요. 햇빛이 없어도 재배가 가능하게 만들겠다, 그러면 인도어팜이 되는 겁니다. 뭐 앞으로도 더 발전된 방식이 나오겠죠.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몰라도. 하지만 지금 모두 유리온실로 재배하고 있지는 않은 것처럼 각자 맞는 방식을 선택하면 될 거라고 봐요.” 듣고 보니 과연 아주 점진적인 성장 같기도 했다.
 
혹시 진일보한 온실 정도를 취재하는 데 너무 많은 공을 들인 건 아닐까? 그러나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아직도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스마트팜은 다시 큰 변화처럼 여겨졌다. 머잖아 아시아에서도 식량 난민이 쏟아져 나올 거라는 기후보고서를 떠올리면, 코로나19로 식품의 수출입에 문제가 생기자 곧장 싱가포르 같은 식량 자급 취약 국가가 큰 혼란을 겪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그리고 3면의 바다와 북한으로 둘러싸여 사실상 섬나라인 한국이 OECD 최하위 수준의 식량자급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매튜 매커너히가 말한 ‘우리가 찾아낸 길’이 이것은 아닐까, 별수 없이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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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송시영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