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정육점 그녀, 최성은의 열망 part.2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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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정육점 그녀, 최성은의 열망 part.2

직면해야 한다. 깨져야 한다. 재미보다 더 확실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최성은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온한 얼굴로, 차분한 목소리로.

ESQUIRE BY ESQUIRE 2021.04.22
 
 

최성은의 응시

 
유재이라는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도 난도가 높은데, 더구나 〈괴물〉은 정말 ‘연기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작품이었잖아요. 주점을 운영하는 역할이다 보니 대선배들 틈에 껴서 주고받는 신이 많았고요. 그런 데에서 오는 부담감은 없었을까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선배님들이 워낙 잘 해주셨고. 신하균 선배님도 원체 되게 선하시잖아요. 사람이 주는 분위기가. 그리고 〈괴물〉에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는 배우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다 저희 학교 선생님이셨고 그랬어요.(최성은은 계원예술고등학교를 나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재학 중이다) 그래서 저는 약간…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겠는데요. 저 혼자서 갖는 유대감 같은 게 있었죠.(웃음) 연기 경력은 많지만 선생님들도 대부분 이런 드라마 촬영 환경이 익숙하지는 않잖아요. 그런 게 묘하게 저한테는 의지가 됐던 것 같아요. 물론 다들 연기를 정말 잘하시지만 기가 눌린다거나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고요. 그냥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주시는 걸 더 잘 받을 수 있을까? 그렇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드라마는 성은 씨도 처음이었잖아요. 방영본은 챙겨 보는 편이에요?  
네, 다 봤죠.
 
화이트 레이스 크롭 톱 마이클 코어스. 크림 컬러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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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와는 조금 다른 프로세스로 연기를 하는 느낌이었을 것 같기도 해요. 〈괴물〉은 사전 제작도 아니어서 연기를 하면서 중간중간 계속 작품과 반응을 보게 됐을 테니까.
그쵸. 영화나 단막극은 촬영을 하고, 공개가 되면 그걸로 끝이니까. 〈괴물〉 방영이 시작된 건 어느 정도 찍은 후이긴 했지만, 확실히 ‘아 내가 왜 저기서 저렇게 했지?’ 하게 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근데 그건 여전히 그래요. 매번. 금요일과 토요일이 저한테는 정말 계속 ‘어떡하지 어떡하지’ 안절부절못하는 날인 거죠. 기대가 되면서도 두렵고, 설레면서도 무섭고, 여러 감정이 막 휘몰아치니까. 부족했던 것, 아쉬웠던 것만 보이니까 매번 심판대에 오르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촬영 중에는 방영본을 안 보는 배우도 있더라고요.
맞아요.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경우에는 일단 경험도 별로 없고, 계속 깨져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일부러 챙겨 보는 편이에요. 연기를 봤을 때 아쉬운 부분들을 제가 직면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대본이랑 비교하면서 보게 되기도 하고, 다른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아 이 장면에서는 이렇게 연기하셨고, 이렇게 연출하셨구나’ 그런 걸 볼 때 재미도 있고요.
이틀 뒤면 종영이죠. 사실 이게 인터뷰 시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어요. 성은 씨도 결말을 알고 있고 기사가 나갈 때면 독자들도 결말을 알고 있을 텐데, 저 혼자만 모르는 상황이니까.
그러네요.(웃음)
뭐, 아까 촬영할 때 스태프가 스포일러를 슬쩍 해주긴 했는데요. 그 분은 개인적으로 좀 허무한 결말로 여기는 것 같더라고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달려가다가 좀 훈훈하게 끝나니까요.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그런지… 만양(극 중 배경이 되는 동네) 사람들이 저마다 기구한 사연을 갖고 있잖아요. 거기에 몰입해온 입장에서는 ‘아 그래도 정말 괜찮은 결말이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다치지 않고 다들 앞으로 잘 살아가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저도 그 결말이 〈괴물〉이라는 제목과 대비되며 어떤 따뜻한 정서를 만들어낼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맞아요. 작가님이 그래도 인간에 대해서 굉장히 따뜻한 시각을 갖고 계시는 분이라는 걸 느꼈어요. 매 대본에서 느꼈지만 16부까지 다 읽고 마지막 결말을 보니 역시나 그런 분이구나 싶었고요. 그래서 되게 좋았어요.
처음 합류를 결정했을 때는 몇 화 대본까지 본 거예요?
4화까지 봤던 것 같아요.
4화까지 보면 〈괴물〉은 정말 어떻게 흘러갈지 도통 알 수가 없는 이야기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끌렸던 것 같아요. 정말 모든 사람이 미스터리하니까요. 누가 범인인지도 아직 모르고, 이동식이라는 인물이 정말 범죄자처럼 보이다가도 또 좋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계속 보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순식간에 뒤집고. 그런 게 재미있기도 하지만 생각할 부분도 줬던 것 같고요. 사람에게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을 수 있고, 어쩌면 그게 동전의 양면처럼 다 함께 있을 수도 있잖아요. ‘저 사람 나쁜 사람이야’ ‘저 사람 착한 사람이야’ 이분법으로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많이 좋아했던 것 같네요. 아직도 막 신나 하는 게 느껴져요.
그래요?(웃음) 맞아요. 재미있었어요 촬영하면서.
사실 제가 〈괴물〉을 보면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을 때는 그 최성은과 이 최성은이 같은 배우라는 걸 깨달았을 때였어요. 그전에 제가 마지막으로 본 성은 씨 출연작이 〈SF8: 우주인 조안〉이었거든요. 앳된 얼굴에 귀하게 자라서 세상 물정도 잘 모르는 대학생, 이오를 정말 잘 소화한 배우였는데, 또 이렇게 처연하고 억센 캐릭터도 표현이 잘 되는구나, 휙휙 바뀌는구나 놀랐던 거죠. 차기작 〈안나라수마나라〉에서는 또 생활고를 겪는 고등학생을 연기할 예정이고요.
음…
 
슬리브리스 톱, 진주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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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 호들갑을 떨었나요?
(웃음) 아니, 그런 건 아닌데요. 그냥 제가 보기에는 스스로가 너무 부족한 게 많으니까요. 저는 스스로를 너무 미성숙하고 철부지 같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아요. 그런데 또 어떤 사람들은 제가 나이에 비해 성숙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고요. 그래서 저는 그런 면 저런 면을 가져다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사람들이 다 그럴 테지만,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 특히 스위치를 온·오프하고 특정한 면을 극대화하는 스킬이 있는 것 같고요. 배우들이 다 그렇지 않나 싶어요.
하지만 모든 배우가 이오와 유재이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건 아니겠죠. 〈괴물〉 PD님도 분명 뭔가를 발견했으니까 모험적으로, 지금껏 성은 씨가 보여준 적 없는 무드의 캐릭터로 캐스팅을 하셨을 테고요.
사실 저는 이렇게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는 저를 재이처럼 보는 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친하지 않은 관계일 때, 남자분이랑 있을 때랑 여자분이랑 있을 때 미묘하게 달라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제가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이. 제가 오빠랑 남동생이 있고, 남자들이 많은 집에서 커서 그런지 남자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약간 있어요. 오히려 여자분이랑 있으면 좀 더 낯을 가리고 제 모습을 툭 꺼내지 못하죠. 그래서 심나연 감독님(〈괴물〉 PD)이랑 미팅할 때 제가 좀 더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좀 더… 재이가 가진 어른스럽고 속을 알 수 없는 느낌이 있지 않았을까.
낯가림이 끼친 긍정적 효과네요.
제가 감독님들과 미팅할 때 그 역할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있고요. 어쨌든 제가 얼굴이 많이 알려진 배우가 아니니까. 의식적으로 막 준비해 가는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분들이 특정한 배역으로 저를 보고 있다면 저에게서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 있잖아요. 그러면 저도 모르게 그런 걸 좀 더 보여주게 되는 거죠. 이것도 뭐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배우가 그럴 거고요.
〈십개월〉의 남궁선 감독님은 성은 씨의 인상을 이렇게 표현했죠. “예쁘고 신비로운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내면에 폭주하는 무언가가 있는 배우.” 아마 그것도… 아니, 혹시 칭찬을 싫어하시나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웃으면서) 아뇨. 부끄러워서요. 근데 그게 딱 맞는 말… 아니, 딱 맞는 말이라고 하면 인정하는 것 같겠구나. 그러니까 약간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를 ‘침착하다’ ‘단아하다’ 그런 느낌으로 보는 분들이 많거든요. 목소리 톤도 낮고 막 뭔가를 나서서 하는 스타일도 아니니까.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제 성격이 불 같은 면도 있고, 약간 욱하는 기질도 있어요. 감독님들은 그런 부분을 보시는 것 같아요. 어쨌든 사람을 굉장히 잘 보는 분들이니까 그렇겠죠.
 
*최성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5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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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정육점 그녀, 최성은의 열망 part.1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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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오성윤
    CONTRIBUTING EDITOR 최자영
    PHOTOGRAPHER 윤송이
    STYLIST 최자영
    HAIR 임철우
    MAKEUP 정단비
    ASSISTANT 윤승현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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