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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동 전시 공간 '피크닉'에서 당신이 만날 수 있는 것들

명동 빌딩 숲이 보이는 곳에 당신의 정원이 생겼다.

BYESQUIRE2021.05.22
 
 

GO PIKNIC!

 
피크닉 전시 〈정원 만들기〉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최정화의 작품 ‘너 없는 나도, 나 없는 너도’. 벌떡 일어서는 아스파라거스에 웃음이 터진다.

피크닉 전시 〈정원 만들기〉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최정화의 작품 ‘너 없는 나도, 나 없는 너도’. 벌떡 일어서는 아스파라거스에 웃음이 터진다.

회현동의 전시공간 ‘피크닉(PIKNIC)’은 지난 10월 〈명상〉 전시의 막을 내린 뒤 동면에 들어갔다. 다음에는 대체 무슨 전시를 보여줄까? 촉각을 세웠다. 그러던 언젠가부터 피크닉에 포클레인과 트럭이 드나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4월이 왔다. 새 전시가 열렸다. 이게 웬걸. 올 초부터 부산하게 움직이던 건설 기계들이 만든 건 원시림이었다. 사람 키보다 큰 아스파라거스와 배추 등의 모형이 하나로 연결된 듯 숨 쉬고 있는 미술작가 최정화의 작품 〈너 없는 나도, 나 없는 너도〉를 지나 건물 뒤편 옥외 공간으로 나가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옥상에는 한국 조경의 어머니 정영선이 심은 익숙한 수목들이 가득이다. 정겨운 꽃들 사이로 명동의 빌딩 숲과 남산 자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옥상에는 한국 조경의 어머니 정영선이 심은 익숙한 수목들이 가득이다. 정겨운 꽃들 사이로 명동의 빌딩 숲과 남산 자락을 내려다볼 수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조경가 중 하나인 김봉찬과 신준호가 원림 식물로만 채운 도심 정원 ‘어반 포레스트 가든(Urban Forest Garden)’이다. 양치식물 중에서도 원림에서 주로 자란다는 관중, 익숙한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낯선 호스타, 길게 선 꽃대에 작은 꽃이 맺히기 시작한 휴케라가 공중을 지나는 데크의 아래를 채우고 있다. 원시림은 사람의 간섭, 인공이 닿지 않은 산림을 말한다. 인공이 닿지 않는 숲에 사는 식물을 가장 인공적인 도심의 한복판에 재현한 셈이다. 데크의 한가운데에 서서 가까이에 있는 명동의 빌딩 숲을 생각하며 그 의도를 감각해보자.
 
옥외 후원에 설치된 도심 속의 원시림 ‘어반 포레스트 가든’. 전시 공개 때만 해도 묘목 수준이었던 원림 식물들이 불과 한 달 사이에 무성하게 자랐다.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옥외 후원에 설치된 도심 속의 원시림 ‘어반 포레스트 가든’. 전시 공개 때만 해도 묘목 수준이었던 원림 식물들이 불과 한 달 사이에 무성하게 자랐다.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옥외 정원은 또 있다. 후정을 지나 거트루드 지킬, 정영선, 박완서, 데릭 저먼, 피트 아우돌프 등이 가꾼 정원의 전시물들을 돌아보고 나면, 4층 옥상에 자리 잡은 또 다른 옥외 정원에 가 닿는다. 2층 전시 공간에서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영상의 주인공이기도 한 한국 현대 조경의 어머니 정영선이 피크닉 건물 옥상에 ‘나의 정원’을 주제로 작은 가든을 꾸몄다. 장미매발톱, 자목련, 적작약 등 우리 눈에 익숙한 수목이 옹기종기 심어져 있는데, 건너편 평상에 앉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번 전시가 가장 흥미로운 이유는 10월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1층의 원림과, 4층의 정원이 한여름을 보내며 풍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가을을 맞아 그 색이 단단해지는 모습을 6개월에 걸쳐 즐길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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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 피크닉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