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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는 왜 프로 스포츠를 '손절'했나?

야구의 인기 하락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프로야구의 사정도 비슷하다. 메이저리그의 총 관중 수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2008년과 비교해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는 12.9%의 관중이 감소했다.

BYESQUIRE2021.07.02
 
 

Z세대의 이유 있는 ‘손절’

 
“양의지가 잘 못 던져요?”
아들이 던진 질문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아들은 양의지(NC 다이노스)가 투수인지 야수인지 잘 모르는 듯했다. 한국 야구를 안다면 ‘양의지가 잘 쳤는지’를 물어보는 게 정상이다. 궁금해져서 아들에게 물었다. KBO리그 최고 연봉자(27억원)이자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추신수(SSG 랜더스)를 아느냐고. “제가 알아야 해요?” 중학교 1학년 아들의 답이었다.
 
아직 중학교 1학년이면 모를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 아이의 엄마(나)는 야구 전문 기자이고, 아빠는 야구단 직원이다. 즉 누구보다도 가장 가깝게 야구를 접할 수 있는 환경임에도 이렇다는 것이다. 야구장에 간 것만도 10번이 넘는다. 가서는 모바일 게임만 했지만. 스트라이크가 3개면 삼진 아웃이라는 사실도 야구장을 처음 방문한 지 6년이 지난 후에야 인지한 아들이었다. 몸은 야구장에 있지만 머리는 게임에 빠져 있었다. 생각해보니, 매일 저녁 텔레비전은 야구 중계 채널에 고정돼 있었으나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얼굴을 처박은 채 게임에만 열중했다. 야구 보는 40대 부모와 모바일 게임을 하는 10대 자녀들. 익숙한 풍경 아니던가.
 
야구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는 건 지난 3월 말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조사 발표 때 드러났다. 2021 KBO리그 개막 직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전화 조사한 결과 34.1%만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2014년만 해도 성인 둘 중 한 명(48%)은 야구를 좋아한다고 했었다. 올해 조사 대상자 78%는 선호 팀 자체가 아예 없다고 한다.
 
이른바 ‘MZ세대’에 속하는 18~29세의 답변은 야구계에 더 큰 경종을 울린다. 4명 중 한 명(26%)만 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2013년 조사에서는 전체 평균(44%)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2017~2019년 30% 내외, 작년과 올해는 20%대 중반에 머물렀다. 2013년 조사 때 20대였던 이들이 현재는 30대가 됐을 터. 10대 팬 유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좋아하는 야구선수’에 대한 물음에도 20대의 68%는 좋아하는 선수가 없거나, 선수 자체를 몰랐다.
 
야구의 인기 하락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프로야구의 사정도 비슷하다. 메이저리그의 총 관중 수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2008년과 비교해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는 12.9%의 관중이 감소했다. 메이저리그 시청자의 평균 나이가 55세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어린 팬들을 확보하기 위해 메이저리그는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어린이 팬을 확보하기 위해 구장 인프라 시설도 대폭 늘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젊은 세대가 야구장을 찾아야 먹히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어린 팬들이 야구장 자체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Z세대는 비단 야구만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의 스포츠에 관심을 끊고 있다. 미국의 모닝컨설트가 지난해 8월 조사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3~23세 사이 Z세대의 39%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스포츠 경기를 시청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들이 30대가 되고 40대가 되었을 때에는 과연 스포츠를 볼까?
 
문화·스포츠 향유는 습관이고, 어린 시절 한번 형성된 습관은 어른이 된 뒤에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Z세대가 스포츠를 멀리하는 데에는 이들의 성장 환경이 이전 세대와는 달랐다는 점이 한몫한다. 태어나자마자 온라인 환경에 노출된 그들은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세계에 더욱 열광한다. 또래들과 바깥에서 어울려 놀기보다, 손 안의 모바일 기기를 통해 로블록스 같은 게임을 즐긴다. 자신의 ‘부캐’를 만들어 디지털 세상에서 노는 게 더 익숙하다. 대면 접촉을 통한 소통보다 SNS를 통한 교류를 선호한다. 스트레스가 덜하기 때문이다. 팬데믹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가속화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프로 스포츠가 Z세대의 외면을 받는 것은 아니다. 미국 내에서 야구와 미식축구 등 대부분의 정통 스포츠는 성인의 관심이 Z세대보다 높다.
 
그러나 농구(NBA)만은 Z세대의 관심이 성인을 앞지른다. 모닝컨설트의 조사 대상자 중 일반 성인은 45%가 NBA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반면, Z세대는 47%가 호감을 가졌다고 밝혔다. E스포츠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Z세대가 성인들보다 관심을 가진 종목이 NBA였다(참고로 E스포츠는 성인 19%, Z세대 35%가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유가 뭘까? 혹자는 NBA 선수들의 활발한 SNS 소통을 이유로 든다. Z세대는 SNS를 통해 세상을 보는데, 아이들이 인기 선수를 팔로하고 이후 리그를 팔로하는 과정을 거쳐 점점 해당 스포츠의 팬이 된다는 설명이다. Z세대가 E스포츠에 열광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E스포츠 선수들은 트위치 등을 통해 수시로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며 팬들과 소통한다. NBA 숏폼(short-form) 영상이 Z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은 영향도 있을 것이다. 숏폼 영상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통해 쉽게 전파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NBA는 점점 ‘쿨하고 멋진 경기’로 자리 잡았다.
 
미국 메이저 스포츠 사무국들은 NBA의 성공을 참고하며 Z세대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SNS 전문가는 물론,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업체나 비디오 게임 제작사 그리고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기업에서 근무했던 이들이 섭외 1순위다. Z세대에게 맞는 마케팅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스포츠 구단들이 Z세대에 접근하는 방식은 다소 구시대적이다. 거의 모든 구단이 유튜브 채널을 운용하고는 있지만, Z세대를 위한 콘텐츠는 그다지 많지 않다. 경기 영상 저작권 문제까지 겹쳐 숏폼 영상 유통이나 밈(meme) 생성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래저래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시 아들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이렇게 야구에 관심이 없는 아들이 양의지는 어찌 알까 싶어 물었다. 아들의 답은, “게임 광고에서 많이 봤다”고 한다. 양의지는 NC 소프트가 만든 야구 모바일 게임인 ‘H3’의 광고 모델로, 한때 텔레비전을 틀 때마다 보였다. 엄밀히 말하면, 아들은 ‘광고 모델’ 양의지를 아는 것이지 ‘야구선수’ 양의지는 모르는 셈이다. 하긴 2010년대 야구 청소년대표팀에 뽑힌 일부 아마추어 선수들 중에는 이승엽을 모르는 이도 있었다고 하니, 보통 10대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문득 그런 상상을 한다. 30~40년이 흐른 뒤, 야구와 같은 오프라인 스포츠는 과연 대중 스포츠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쩌면 E스포츠가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고, 정통의 오프라인 스포츠는 그저 시니어들을 위한 추억의 스포츠로 남아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오늘날의 프로 레슬링이나 씨름처럼 말이다.


세대는 변하고, 문화도 바뀐다. 스포츠라고 다를 것은 없다. 그래도 새로운 세대에 접근하는 데 요즘 방식대로의 변주를 준다면 NBA와 같은 희망은 있지 않을까. 이번 주말에는 아들을 끌고 나가 농구라도 시켜봐야겠다. 아, 마스크 때문에 뛰기 힘든가.
 

 
Who's the writer?
김양희는 〈한겨레〉 스포츠 팀장이다. 만동화 〈리틀빅 야구왕〉과 야구 입문서 〈야구가 뭐라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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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현유
  • Illustrator 이은호
  • WRITER 김양희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