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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 "20년 후에 지금의 나에게 고마워하고 싶어요"

20년 후의 세훈이 2021년 스물여덟 살이 된 세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뭔지를 물었다. 그는 “고맙다”고 답했다. 그 대답 안에 지금의 세훈을 더 깊이 알려주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BYESQUIRE2021.07.19
 
 

Hats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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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elf

 
그럼 현실감을 좀 따지는 장르 중에서는 뭘 좋아해요? 멜로, 로맨틱 코미디, 액션, 크라임 등 다양하잖아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요.
와, 멋진 대답인데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장르를 정하기 정말 힘드니까요. 메디컬 드라마가 맞긴 하지만, 기존의 ‘의국’을 중심으로 정치 싸움을 하는 드라마들과는 또 전혀 다르니까요.
맞아요. 저는 그 드라마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려내서 좋아하거든요.
 
아노락, 점프슈트, 새들 백, 부츠 모두 디올 맨.

아노락, 점프슈트, 새들 백, 부츠 모두 디올 맨.

혹시 연석이 형 때문에 이런 얘기 하는 건 아니고요?
아녜요.(웃음) 연석이 형이랑 그렇게 친하지도 않아요.(웃음)
에이, 연석이 형한테 커피차 보낸 게 뉴스에도 다 났던데요 뭐.
커피차는 형 생일이기도 해서 보냈어요. 근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저는 정말 좋은 거 같아요. 사실 연기 공부를 하려고 올해 시즌 1을 보기 시작했거든요.
연기 공부 때문이라면 정말 잘 골랐네요. 그 드라마에는 엑스트라 한 분 한 분까지 전부 연기의 신들만 나오잖아요.
맞아요. 연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형들은 어떻게 하지? 이분들은 어떻게 하나? 하고 보기 시작했다가 ‘어 뭐야?’ 하는 순간 이미 시즌 중반부까지 봤더라고요. 지금 시즌 2가 방영 중인 건 알고 있지만, 다 끝나면 몰아 보려고 참고 있어요.
어떤 배우의 연기가 제일 눈에 들어왔나요?
정말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다 좋았습니다’라고 답하고 싶지만, 이건 너무 심심한 대답이겠죠? 조정석, 전미도 선배님을 꼽을래요. 두 선배님들의 역할도 너무 좋고, 또 두 분 특유의 편안함이 좋아요. 이제 촬영을 하고 연기를 시작하다 보니까 드라마 촬영 현장에 대한 감각이 조금 생겼거든요. 두 분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연기를 보면서 그들 앞에 있는 수십 명의 스태프와 조명 및 음향 장치, 카메라와 각종 촬영 장비를 상상하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그런 상황에서 이런 편안함을 연기할 수 있구나’라면서 감탄하게 돼요. 푹 빠져서 팬이 됐어요.
시즌 1 보면서 어느 장면에서 처음 울었어요? 그 드라마를 보면서 안 울 수는 없거든요.
정말 안 울 수는 없죠. 전 거기서 운 거 같아요. 지금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아마 극 초반 1화 아니면 2화에서였을 거예요. 아들은 간이식을 기다리고, 어머니는 뇌종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는 한 여성 보호자의 케이스가 나와요. 이 여성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채송화 교수(전미도 분)에게 “우리 엄마도 그라고 우리 아들도 그라고 나가 참말로 복이라고는 없는 년이랑께요. 죽어버리고 싶어요”라며 울분을 토하죠. 결국 그 보호자의 아들은 기적적으로 간이식을 받고, 어머님도 좋은 검사 결과를 받았죠. 그 보호자가 “내가 세상 천지에서 젤로 복이 많은 년”이라며 기쁨의 오열을 터뜨리는데, 거기서 저도 눈물이 터지더라고요.
1화 맞는 것 같아요.
또 있어요. 홍도와 윤복 쌍둥이 남매의 엄마를 수술해준 교수가 송화 교수였다는 게 신발로 밝혀지잖아요.
명장면이죠. 저도 펑펑…
저도요.
 
니트, 이너 니트, 팬츠, WW디올 파우치 백 모두 디올 맨.

니트, 이너 니트, 팬츠, WW디올 파우치 백 모두 디올 맨.

본인 드라마 얘기도 좀 해주세요.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가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이죠.
네, 패션 브랜드 ‘더원’에서 벌어지는 드라마예요. 정통 멜로의 요소도 있고요. 저는 더원의 대표 아들 ‘황치형’ 역을 맡아 더원의 디자인팀 신입 사원으로 입사하는데, 그 팀 팀장이 바로 송혜교 선배님이죠.
흥미롭네요. 황치형 캐릭터는 어때요?
그냥 저 같아요. 제 평상시 모습이 정말 솔직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일부러 틱틱거리기도 하고, 또 가끔은 아양도 떨고 그러거든요. 그런 게 비슷해요. 그래서 다들 황치형을 보면 철이 좀 없나 보다 생각하지만, 사실 황치형은 그 와중에 다른 사람들 감정을 읽어요. 전체 흐름 같은 것도 잘 챙기고요. 나무들 사이에서 잘 어울리면서 숲도 다 챙기는 스타일이죠.
EQ가 높아서 남의 감정을 되게 잘 읽는 캐릭터인가 봐요.
맞아요. 사실 대본을 읽고 나서 그런 면이 저랑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나라면 이 역할 재밌게 할 수 있겠다,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들었고요. 송혜교 선배님의 로맨스와 함께 패션이 중심에 있는 드라마라는 점도 흥미를 확 끌었죠.
황치형은요? 황치형은 러브 라인 없나요?
제 캐릭터에 러브 라인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어요. 숨기는 게 아니라 정말 몰라요. 더 말씀드리고 싶지만 아직 대본이 다 안 나와서 저희도 기다리는 중이거든요. 이거 하나는 확실해요.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패션 쪽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많은 공감을 느끼며 재밌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아,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나오는 정통 멜로적인 요소도 있어요.
〈밀회〉 같은 그런 멜로요?
정확하진 않지만,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같은 느낌이 확실히 있어요 .
좋네요. 그런 격정이 좀 그리웠거든요. 그런데 아까 얘기를 쭉 듣다 보니 황치형이 소위 ‘대기업 대표 아들’로 정형화된 그런 악한 캐릭터는 아닌가 봐요? 세훈 씨 닮았으면 좀 귀여울 것 같은데.
아 맞아요. ‘4가지’ 없는 그런 타입은 아녜요. 우리가 알고 있는 재벌 3세의 스테레오타입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지금까지 촬영하면서 가장 자주 본 선배는 누군가요?
하은영 역의 송혜교 선배님이랑 자주 보죠. 극 중에서 같은 팀이니까요. 제 아버지인 황 대표 역할의 주진모 선배님, 제 누나이자 하은영의 친구 역인 최희서 선배님과도 자주 겹치고요.
재밌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저도 얘기해드리고 싶은데 정말 별일이 없었어요.
첫 드라마가 사전제작이라 어쩌면 더 떨리겠어요. 드라마 사전제작은 영화 개봉보다 더 무섭잖아요.
그렇죠. 다 찍은 걸 긴 시간에 걸쳐 공개하는데, 사전제작은 반사전과는 달리 지적대로 수정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차라리 반사전은 (나쁜) 피드백을 받으면, 고치면 되는데.(웃음)
 
코트, 재킷, 니트, 팬츠 모두 디올 맨.

코트, 재킷, 니트, 팬츠 모두 디올 맨.

이거 나오기 전에 이미 해외 판권도 다 팔렸잖아요.
그렇죠.
그래도 연기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든든한 형이 같은 팀에 멤버로 있어서 다행이에요.
경수 형이요? 그렇기는 한데요, 서로의 연기에 대해 얘기를 자세하게 하지는 않아요. 어떤지 물어보면 좋다, 나쁘다 말해주고, 같이 나오는 배우며 감독님들에 관해 사전 정보를 주는 정도죠. ‘캐릭터 어떻게 잡았어? 동선 어떻게 맞췄어?’라며 꼬치꼬치 묻지는 않아요.
먼저 했다고 선생님처럼 굴지는 않는군요?
맞아요. 그렇게까지 다가오지는 않으면서 살짝 떨어져서 잘하고 있는지 봐주는 느낌이에요.
그게 더 지혜로운 방법일 수도 있겠어요. 옆에서 꼬치꼬치 가르치려 들면 오히려 의가 상할 것 같아요. 설레발인지 모르겠지만, 20대 주연 배우가 엄청 귀한 거 아시죠? 세훈 씨가 티브이 드라마를 시작한다니, 살짝 기대하게 되네요.
아유, 전 곧 있으면 30대인데요. 근데 생각해보니 제 또래에 배우들이 많이 없긴 하군요.
기대해도 되죠? 연기에 진심인 거죠?
그럼요. 진심 아니면 안 했겠죠. 저희 드라마 꼭 봐주세요. 재밌어요.
캑투스 잭과 디올이 컬래버한 2022 서머 컬렉션을 처음으로 입은 셀럽 중 한 명으로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됐어요. 정말 말 그대로 세계적인 하우스의 컬렉션을 최초로 입은 사람 중 하나인 거죠.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저도 얼떨떨했어요. 제가 사실 패션을 꽤 사랑하는 편인데, 디올이잖아요. 사실 셀럽은 우리나라에, 아시아에, 전 세계에 너무 많은데, 제가 처음으로 디올의 컬렉션을 입은 거잖아요. 너무 좋더라고요. 많은 사람한테 연락이 오기도 했지만, 티는 많이 안 내고 혼자 마음속으로 기뻐했습니다.
그냥 디올도 아니잖아요. 캑터스 잭 트래비스 스캇의 그 시그너처 같은 선인장 글씨들이 뒤에 딱 쓰여 있는 그 컷은 우리가 가끔 일본어로 말하는 두 글자의 ‘멋’이었요.
그렇죠. 솔직히 욕심나더라고요. ‘올라갈 곳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요. 운이 따라주고 많은 분이 이렇게 사랑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와보니, 더 큰 희망이 보이는 느낌이에요. (더 큰 스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면 욕심도 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빛이 보이면 계속 그쪽으로 가고 싶은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그런 빛이 세훈 씨한테는 다양한 방면에서 보이고 있는 상황이죠. 이미 성공한 아이돌로서의 빛, 연기자로서의 빛, 패션 아이콘으로서의 빛이 보이잖아요.  
다방면으로 욕심이 있어요. 가수뿐 아니라, 연기뿐만 아니라, 패션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영역에서 빛나고 싶어요. 이런 욕심이 없어 보이죠? 제가 티를 좀 안 내서 그래요. 아까 디올의 컬렉션을 처음 입었을 때도 좋아하는 티를 안 냈어요. 그렇지만 마음속으로는 다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패션계에서 어떤 셀럽이 되고 싶은지를요.
 
코트, 재킷, 이너 니트, 팬츠, 스니커즈 모두 디올 맨.

코트, 재킷, 이너 니트, 팬츠, 스니커즈 모두 디올 맨.

지금 우리 대화도 살짝 그런 것 같아요. 세훈 씨가 지금 엄청 차분한 목소리로 말해주고는 있지만, 사실 엄청나게 큰 야망과 본인에 대한 솔직한 얘기들을 툭툭 내던지고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아까 설명한 황치형의 캐릭터와도 비슷하네요. 철없는 듯 보여도 남의 속을 다 읽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성공하죠.
저도 성공해야죠.
이미 성공했는데, 더 성공하고 싶군요. 패션에 관심이 많고 평소에는 놈코어 스타일을 즐겨 입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패션으로 힘을 좀 주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스타일리스트한테 전화?
절대 안 해요. 저는 제 패션에 누가 관여하는 걸 되게 싫어해요. 제 패션 감각에 대해 자부심이 있거든요. 때에 따라 다르긴 한데, 시계나 액세서리 등으로는 100% 채워지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어느 정도 힘을 주는 건 할 수 있어요. 또 제가 슈트 입는 걸 싫어하고, 최대한 편한 룩을 좋아하거든요. 면바지에 셔츠 하나, 캐주얼한 재킷만 걸쳐도 충분해요. 그래서 저는 힘을 주고 싶으면 옷을 좀 '잘' 입어요.
옷 잘 입는 법을 물었는데, 옷을 잘 입으라뇨?
스타일과 컬러의 조화를 잘 선택해서 옷을 잘 골라 입으면 그것만으로 패션의 힘이 되더라고요. ‘제가 잘 입어요’라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정말 제대로 잘 입고 가는 거죠.
아, 눈에 띄진 않지만 흠잡을 데 없이 누가 봐도 잘 어울리게 입으라는 거죠?
그쵸.
매사에 일관성이 있군요. 모든 면에서 편안하네요.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있어요. 20년 후의 세훈이 2021년의 세훈을 회상한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고맙다. 스물여덟 살의 세훈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인생을 살아야죠.
오! 저 이 질문 자주 하는데 제일 멋있네요.
‘네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며 마흔여덟 살의 세훈이 스물여덟 살의 세훈에게 고마워할 수 있는 시기를 지금 보내야죠. 솔직히 지금이 정말 그런 시기기도 하거든요. 모든 상황이 도와줘서 음악, 연기, 패션의 영역에서 내가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볼 수 있는 그런 시기요.
 
*세훈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8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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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SHION EDITOR 고동휘
  • FEATURES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김신애
  • STYLIST 김세준
  • HAIR 박내주
  • MAKEUP 현윤수
  • ASSISTANT 이하민/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