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stars
」스파이더 걸
Seo Chaehyun

스포츠클라이밍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6분 안에 12m 경사면을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 시험하는 리드(Lead), 로프 없이 4.5m 벽을 얼마나 적은 시도로 오르는지를 겨루는 볼더링(Bouldering), 15m 벽을 누가 빨리 올라가는지 다투는 스피드(Speed) 등 3종목을 종합해서 순위를 매기는데, 3종목 각각의 순위를 곱해서 가장 낮은 점수를 얻은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 예를 들어 리드 1위, 볼더링 3위, 스피드 2위라면 1×3×2를 해서 합산이 6점이 되는 식이다. 한 부문에서 1위를 하면 절대적으로 유리한 점수 산정 방법이다. 물론 한 종목에서라도 큰 실수를 하면 순위가 아찔하게 급전직하할 수도 있다.
서채현의 최대 강점은 유년기부터 암벽을 타서 높이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2019시즌 성인 월드컵에 데뷔하고 리드 부문에서 4연속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하지만 아직 어린 나이 탓에 근력이 부족해 스피드는 조금 뒤처진다. 코로나19로 국제 대회가 1년 가까이 취소된 상황에서 서채현이 6~7시간씩 암벽장에 매달리며 힘을 키워온 이유다. 서채현은 리드에서는 무조건 1위, 볼더링은 중간 이상, 그리고 제일 약점인 스피드에서 최대한 시간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현재 진천선수촌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가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바위 위쪽으로 한 팔 한 팔 뻗을 때마다 승부욕이 샘솟기도 한다. 스스로도 “나를 매섭게 몰아붙이는 편”이라고 말한다. 암벽에 손을 대는 순간 “아무 생각 없이 벽을 타고 올라가서” 정복자의 성취감을 느끼는 게 그저 좋기만 하다. 이런 도전 정신으로 학업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학급 1, 2등을 다툰다. 서채현의 엄지발가락은 굽어 있다. 좀 더 효과적으로 벽을 타기 위해 한두 치수 작은 신발을 신어왔기 때문이다. 양손 지문도 다 닳았다. 울퉁불퉁해진 손끝, 발끝으로 스파이더 걸은 세계 정상에 설 그날을 꿈꾸고 있다. - 김양희(한겨레 스포츠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