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거북함을 딛고 곤충 요리를 맛봐도 좋은 이유

잔치는 끝났다. 이제 17년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 미국의 매미, 브루드(brood) X에 대한 이야기다.

BYESQUIRE2021.08.06
 
 

매미 먹기

 
잔치는 끝났다. 이제 17년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 미국의 매미, 브루드(brood) X에 대한 이야기다. ‘브루드’는 같은 해에 태어난 새끼들, X는 로마숫자로 10을 뜻한다. 뜻을 알고 보면, 국내 기사들이 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브루드라고 쓰는지 이해가 된다. 그냥 점잖게 영어로 읽자. 로마숫자가 붙은 건, 미국의 곤충학자 찰스 레스터 말라트가 17년 또는 13년 주기로 나타나는 주기매미 종에 이런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브루드 IX가 17년간의 땅속 생활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고, 브루드 X는 올해 나온 녀석들이다. 미국에 이런 주기매미는 15종이 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미국 동부에 수십 억 마리의 브루드 X가 뜬다는 소식에 작년부터 설렌 미식가들이 많았다고 한다. 튀김, 시저 샐러드, 파스타, 타코 등 다양한 주기매미 요리가 레스토랑 메뉴에 등장했다. 매미는 고단백, 저지방, 저탄수화물 영양 식품이다. 글루텐 프리에, 독도 없고 사람을 물거나 쏘지도 않는다. 〈와이어드〉 선임기자 케이트 닙스가 쓴 것처럼 자연 방목해서 기른 지속 가능한 단백질 급원이다. 맛은? 새우 맛이 난다는 시식평이 많다. 사실 새우와 곤충은 제법 가까운 사이다. 새우, 바닷가재, 게는 모두 곤충과 마찬가지로 절지동물이며 생물학적으로 같은 문(phylum)이다. 올여름 브루드 X 요리가 워낙 화제가 되면서 FDA에서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매미 요리도 먹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날로 먹거나 삶아 먹으면 아스파라거스 같은 향도 난단다. 아스파라거스 향이 나는 새우라니, 눈 딱 감고 한번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막상 브루드 X를 직접 먹어볼 용기가 나지 않을 수 있다. 곤충을 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1/4이 넘는 20억 명이 곤충을 일상식으로 먹고 있다. 나도 어린 시절에는 그 20억 명에 포함됐다. 학교 앞 노점에서 번데기를 팔았다. 고소하면서 감칠맛이 풍부하니 이끌릴 수밖에 없었다. 그게 뭔지 몰랐을 때까지는. 짝에게 누에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는 거란 얘기를 듣고 난 다음부터는 한동안 번데기를 먹을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곤충을 기피하는 경향이 생겨난 것이다. 어린이는 마다하지 않는 고소애(갈색거저리) 쿠키를 성인은 혐오식품 보듯 피한다. 정말 먹어서는 안 되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게 아니다. 배워서 생긴 혐오다. 식문화가 성인의 음식 선호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다.
 
여기서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 얘기를 하지 않고 지나갈 수 없다. 해리스는 자신의 책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에서 서구인이 곤충을 싫어하는 이유를 단순 유용성의 문제로 설명한다. 미국, 유럽에는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생선 등 단백질 식품이 풍부해 굳이 곤충을 먹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적도지방처럼 곤충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곤충이 흔하니까 식용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설명이다. 이 책의 영향을 받아 한국인이 삼겹살을 즐기는 건 삼겹살이 잔여육으로 남아돌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는 음식 칼럼니스트도 있었다. 하지만 마빈 해리스의 주장은 말 그대로 주장일 뿐, 근거가 빈약하다. 소가 농경에 중요한 동물이었기에 힌두교에서 소를 먹을 수 없는 신성한 동물로 보호한 것이라는 해리스식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자연환경이나 경제적 요인이 사람의 음식 선택에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일단 누군가가 어떤 음식을 종교적으로 불결하다고 정해버리면 이유를 따지지 않고 불결하다고 여기게 되는 게 사람이다. 바로 전날까지 번데기를 좋다고 먹다가 곤충이란 얘기를 듣고 질색하는 현상 이면에는 복잡한 이유가 있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하고 정확한 설명은 문화지리학자 프레데릭 J. 시문스의 책 〈이 고기는 먹지 마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참고로 이 책이 해리스의 책보다는 덜 팔렸다. 오로지 진실만을 담고 있지 않은 책이라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다.
일각에서는 사람들의 입맛을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니 곤충을 가루로 곱게 갈아서 식품에 넣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설득력 있게 들리지만, 또 뒤집어 보면 그게 바로 영화 〈설국 열차〉 꼬리칸 사람들이 먹던 양갱과 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해서 식용 곤충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인류는 어떻게든 단백질을 섭취해야 살아갈 수 있다. 소, 돼지 같은 동물로 단백질을 얻는 데는 사료와 땅이 너무 많이 필요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크다. 그러나 곤충은 사료요구율(feed conversion ratio)이 매우 낮은 편이다. 닭고기 1kg을 얻기 위해 사료 4.5kg, 같은 양의 돼지고기는 사료 9.1kg, 소고기는 사료 25kg이 필요한데, 식용 귀뚜라미로는 2.1kg이면 된다. 소, 돼지, 닭을 원래 수명보다 너무 빨리 잡아먹는다는 비난도 곤충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곤충은 원래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이다(17년을 사는 주기매미처럼 예외는 있지만). 곤충은 사육 공간도 적게 차지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적다. 세계에 이런 식으로 먹을 수 있는 곤충이 약 2100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곤충에는 단백질만 풍부한 게 아니라 오메가3 지방산, 철분, 마그네슘, 칼슘, 아연 같은 미네랄도 많이 들어 있다. 2050년 세계 인구가 97억이 되면 기존의 식품으로는 인류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단백질을 공급할 수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곤충을 혐오하는 서구식 식문화가 바뀔 때도 되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만하다.
 
사람들의 입맛은 과연 바뀔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미국 메인주 사람들이 바닷가재를 먹지 않으려 했던 시절이 있었던 걸 보면 그렇다. 19세기까지만 해도 바닷가재는 하층민의 음식으로 여겨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재소자에게 일주일에 한 번 넘게 바닷가재를 먹이는 잔혹 행위를 금하는 법이 있었을 정도다. 당시 바닷가재가 넘치도록 풍부했던 게 사람들이 바닷가재를 거들떠보지 않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바닷가재 통조림이 만들어지고 대륙횡단철도를 따라 내륙에서 맛볼 수 있는 진귀한 음식이 되고 나서야 바닷가재는 미국 전역에서 인기 있는 메뉴가 되었다. 지금처럼 곤충을 이용한 다양한 레시피가 나오고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요리가 늘어난다면 조만간 음식으로서 곤충의 인기가 크게 높아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어떤 음식이 희귀한 진미가 되면 더 먹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심리이다. 17년에 한 번 맛볼 수 있는 브루드 X가 올여름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처럼 말이다. 멕시코시티의 퀸토닐이나 방콕의 인섹트 인더 백야드처럼 식용 곤충을 주 요리로 내놓는 레스토랑도 생겨나고 있다. 원래부터 식용 곤충을 즐기던 전통 식문화를 파인다이닝의 영역으로 가져온 것이다.
 
사실 서구인에게도 곤충을 먹는 건 전통을 되살리는 일이 될 수 있다. 곤충은 서구인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매미 유충이 언제 가장 맛이 좋은가에 대해 쓰면서 처음에는 수컷이, 나중에는 알이 꽉찬 암컷이 더 맛이 좋다고까지 상세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기록을 읽으며, 나도 기다린다. 다음번에 브루드 X가 세상에 나올 때는 나에게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Who's the writer?
정재훈은 약사이자 푸드 라이터다. 자칭 ‘카트 끄는 잡식동물’로 미식과 새로운 음식 맛보기를 즐긴다. 저서로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 〈정재훈의 식탐〉 그리고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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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현유
  • Illustrator 이은호
  • WRITER 정재훈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