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디자인 그리고 딜레마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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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디자인 그리고 딜레마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내밀한 잡 (Job) 이야기.

ESQUIRE BY ESQUIRE 2021.08.13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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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바야흐로 역사상 가장 기술이 발달한 최첨단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의 후퇴 없이 눈부신 진보만 존재하는 '상한 없는 시대' 인 것이다. 찬란하게 발달한 인터넷을 기저 삼아 각종 소셜 채널을 매개체로 원하는 모든 정보를 손가락으로 검색하고 정보를 수렴한다. 손끝에서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원하는 모든 형태와 형질의 유형 디자인들을 시공간의 제약 없이 큐레이션 받으며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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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는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 필연적인 디자인을 하게 된다. 필요에 의한 구상을 하고 그 구상을 바탕으로 상식선에 맞는 형태와 형질을 결정하고 디자인 방향을 결정한다. 여기서 개입되는 디자인의 방향성은 가히 무한대로 늘어난다. 굳이 큰 틀로 나눠보자면 디자인의 최종 결정권자가 갖는 개인의 취향이나 사상, 클라이언트의 특정 요구, 디자인 도출에 필요한 예산, 범세계적 트렌드 등이 되겠다. 예컨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공간 천장 구성을 원형으로 디자인을 결정했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사각으로만 설계가 가능하거나 타일과 타일이 맞닿는 90도의 접점을 재료 분리대 없이 45도로 컷팅해 맞닿는 공법을 선택하거나 페인트를 칠하기 전 모든 시공 면적을 깔끔하게 닦아놓는 면처리 작업을 한다거나 말이다. 현장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 문장들의 내밀한 속사정을 알 길이 없다.
 
사실 인테리어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든 기능적 디자인은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다. 한 면의 디자인이 결정되어 완성됐을 때, 한 면과 마주하는 좌측과 우측의 심미적인 기능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든 디자인의 결과가 도출되어야만 한다. 극단적으로 쉽게 말하자면 10을 만들기 위해서 설계한 '1'부터 '8'까지의 모든 결정을 '9'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수정하고 반복하는 식이다. 여기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진다. 직업적 업무로서 당연하게 디자인을 했는데, 현장에 변수가 생기는 등의 특이 상황에 마주하니 모든 디자인이 흐트러지고 무너져 방향성을 타협해야만 한다. 자의가 아닌 외부적 요인으로 나의 방향성과 결과물이 도출되고 평가 받아 결정되는 직업, 외부적 요인에서 탈피하려면 스스로 아주 높은 방향을 향해 엉금엉금 기어 올라야 하는 직업, 트렌드를 만들기보단 트렌드를 예의주시 하면서 늘 경계선에 엉거주춤 서있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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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진행형 현장은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을 빙자한 설득의 연속으로 완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결과의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연약한 존재의 직업적 딜레마. '어느 공간에서 즐거운 시간을 지냈다' 라는 말은 '거기서 놀았다' 라는 말로 단순화되어 귀결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즐거운 시간을 지낼 사용자들의 공간 경험을 위해 수백 시간의 현장에서 수백 가지 디테일을 고민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간다.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에는 예산, 트렌드, 주거적 특성 혹은 상업적 특성 등을 함포하여 사용자의 경험을 고려하여 계약이 이루어지고, 그 계약을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마감하기 위해 예산 분배, 발주, 현장 관리, 변수의 대응, 인력 관리, 클라이언트의 응대 등 극한의 실질적인 책무를 프로젝트 기간 내에 모두 경험하게 된다. 하나의 디자인 결과물로 판단되는 모든 부류의 디자이너가 공감하겠지만 단언컨대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감정의 상실, '딜레마' 없이는 존재 할 수 없는 직업이다.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눈을 감기 전까지 수많은 공간에서 시간을 지내며 한번쯤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당신의 두 발이 딛고 있는 바닥, 등을 기대고 손을 짚을 수 있는 벽면, 전기로 조도를 밝혀주는 멀끔한 천장을 사용하면서 언젠가 공간의 사용자들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그 공간을 만들며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대던 과거 디자이너들의 깊은 고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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