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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이케아가 72년 동안 발행해온 카탈로그는 '집'의 역사를 보여준다

이케아 카탈로그의 72년치 아카이브에서 볼 수 있는 건 단순히 한 가구 브랜드의 역사가 아니다. ‘집’이라는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그 변천사다.

BYESQUIRE2021.08.27
 
 

72 years

 
1962년 집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특유의 정제되고 여유로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패브릭과 우드 소재를 이용한 구성을 통해 편안한 인상을 준다.

1962년 집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특유의 정제되고 여유로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패브릭과 우드 소재를 이용한 구성을 통해 편안한 인상을 준다.

 
1969년 이전의 표지들과 달리 비비드한 블루와 옐로의 보색대비를 주어 강렬한 인상을 안긴다. 화이트 프레임과 조명으로 밝고 모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1969년 이전의 표지들과 달리 비비드한 블루와 옐로의 보색대비를 주어 강렬한 인상을 안긴다. 화이트 프레임과 조명으로 밝고 모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좋은 집’이란 뭘까? 네덜란드의 디자인 그룹 드로흐 디자인(Droog Design)의 한 디자이너는 이렇게 답했다. “이케아가 없는 집.” 이케아 제품이 어느 집이나 하나씩은 있는 생활 환경에 대한 냉소이며, 동시에 이케아가 인테리어와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에서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든 울트라 매스 브랜드가 되었음을 방증하는 농담이다. “누구나 집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는 이케아 정신은 소비자가 직접 고르고 옮기고 조립해야 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게 했다. 인테리어의 민주화를 꿈꾼 이케아의 전략은 주체적인 소비자와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거듭하며 헤리티지를 만들어냈고, 그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는 카탈로그가 있었다.

 
1970년 집의 이미지보다 인물과 가구를 강조했다. 정면을 응시하는 모델이 소비자와 눈을 맞춤으로써 브랜드와 관계를 형성하고 그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1970년 집의 이미지보다 인물과 가구를 강조했다. 정면을 응시하는 모델이 소비자와 눈을 맞춤으로써 브랜드와 관계를 형성하고 그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1981년 PC 바탕화면에 아이콘이 나열된 듯 다양한 제품을 배열한 레이아웃이 눈에 띈다. 제품 라인업에서도 가구뿐 아니라 커틀러리, 벽지 등 소품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모습이 보인다.

1981년 PC 바탕화면에 아이콘이 나열된 듯 다양한 제품을 배열한 레이아웃이 눈에 띈다. 제품 라인업에서도 가구뿐 아니라 커틀러리, 벽지 등 소품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모습이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간행물 중 하나인 이케아 카탈로그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해왔다. 초기 1950~1960년대 카탈로그는 북유럽 디자인의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 이미지를 구현했다. 전통적으로 선망받아온 집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노출한 이케아의 전략, 그리고 적은 비용으로도 집을 멋지게 꾸미고 싶은 소비자의 욕망이 만난 첫 행보였다. 반면 1970년대 카탈로그에는 이를 향유하는 인물들이 전면에 드러난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한 것이다. 디지털 시대로 들어선 1980년대에는 여러 제품의 이름과 이미지를 나열하는 구성이 눈에 띄는데, 점차 다양한 취향이 등장하는 시대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1990년대에는 제품 가격을 강조해 가격경쟁력을 통한 실용적인 소통을 이어갔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에는 오브제에 가까운 개성 강한 홈퍼니싱 제품을 필두로 카탈로그를 전개했다. 이케아는 인테리어와 그 문화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몰개성하다는 인식이 있었고, 이에 여러 컬래버레이션과 아이코닉한 제품들로 개인화된 소비자들의 욕망에 답한 것이다.

 
1985년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를 사용해 당시 유행하던 ‘사이버틱’한 인테리어를 구현했다. 푸른 색감과 금속의 광택으로 반사되는 질감이 미래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1985년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를 사용해 당시 유행하던 ‘사이버틱’한 인테리어를 구현했다. 푸른 색감과 금속의 광택으로 반사되는 질감이 미래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1997년 제품 가격을 제목 다음으로 크게 배치해 가격 정보를 최우선으로 전달했다. 리처드 사퍼의 씽크패드 같은 산업디자인이 주거 환경에 밀접하게 들어온 모습이 보인다.

1997년 제품 가격을 제목 다음으로 크게 배치해 가격 정보를 최우선으로 전달했다. 리처드 사퍼의 씽크패드 같은 산업디자인이 주거 환경에 밀접하게 들어온 모습이 보인다.

이케아의 2021 슬로건은 “내가 아끼는 집, 나를 아끼는 집”이다. 지속 가능한 삶에 주목하며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친환경 제품으로 일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팬데믹 시대에 이르러 생활 환경의 중심은 집으로 크게 옮겨왔고, 곧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졌다. 집이 전통적인 기능에서 나아가 홈카페, 홈오피스, 홈짐 등의 기능을 끌어안으며 소비자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충족하는 개인 맞춤형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 소비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로 비록 종이 카탈로그의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소비자는 이전보다 더 주체적인 방식으로 소통하길 원한다. 시대정신과 소비 욕망을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브랜드에 주목할 것이고, 이를 실천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에 이끌릴 것이다.

 
2004년 과감한 클로즈업과 선명한 색감이 상징적이다. 인테리어 측면보다는 제품의 오브제 성격을 강조하며 개성 있는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2004년 과감한 클로즈업과 선명한 색감이 상징적이다. 인테리어 측면보다는 제품의 오브제 성격을 강조하며 개성 있는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더 이상 천편일률적인 것을 욕망하지 않는다. 본인의 미감에 의지하여 원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소비하며, 그런 양상을 멋지고 주체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인다. 만약 누군가 내게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요?”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나의 미감으로 내가 직접 꾸민 집.”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더 나은 일상을 꾸미기 위한 시도들. ‘집’이 갖게 된 이 가치는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Who's the writer?
디자인스튜디오 ‘둘셋’의 공동대표 방정인은 2차원(둘)과 3차원(셋)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목표로 그래픽디자인, 공간 연출, 브랜딩 등의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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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윤승현
  • WRITER 방정인
  • PHOTO 이케아 코리아
  • DIGITAL DESIGNER 김희진